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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

       

       

       

       

       

       4화. 신의 무기 ( 1 )

       

       

       

       

       

       모험가들 사이에서는 소문이 하나 떠돌기 시작했다. 최근 수상할 정도로 급상승한 던전 조난 사고율. 사고율도 문제지만, 특이한 것은 조난 사고의 생존자들이 하나같이 여관을 봤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던전에서 여관을 봤고, 그 안에서 신의 목소리와 함께 무기를 받았다!

       

       한두 명이 그런 소리하면 미쳤거나, 헛것을 봤다며 웃고 넘겼겠지만 수십 명이 같은 말을 한다면 그 말은 더 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니게 된다.

       

       

       

       “후우ㅡ이런 젠장…”

       

       

       

       모험가 길드의 마스터, 아론은 부쩍 흰머리가 늘었다. 가뜩이나 던전 사고율 증가때문에 골치가 아픈데, 이 머저리 같은 모험가들이 신의 무기를 받았다고 사방에 소문을 냈다.

       

       

       그 바람에 은근히 연줄을 대주던 귀족들부터 한탕을 노리는 밑바닥 인생 거렁뱅이들까지 죄다 신의 무기를 노리고 던전을 들쑤시는 판이다.

       

       

       후우ㅡ

       

       

       

       

       아론은 끊은지 10년은 넘은 연초가 간절한 기분을 느끼며 소문의 ‘신의 무기’를 봤다. 검을 조사한다는 명목으로 한 빚쟁이 모험가 녀석에게 거금을 주고 구매한 ‘신의 무기’는 고고하게 벽에 걸려 있었다. 

       

       과연 그 자태는 명검 중의 명검이였다. 길드 마스터 이전에, 아론도 현장에서 수십 년은 굴러먹던 베테랑 모험가. 그의 눈은 이 검의 가치를 정확하게 파악했다.

       

       

       

       

       ‘못해도 저택 한 두채 가격은 나올 명검이다. 누구나 탐낼 만큼 좋은 무기지만, 신의 무기라고 호들갑을 떨 정도로 엄청난 건 아니야.’

       

       

       

       

       그렇다면 모험가들이 단체로 약을 빨아서 헛것을 본 것일까?

       

       

       

       

       ‘하지만 목격자들의 진술이 모두 일관되고, 크게 차이가 나질 않으니…’

       

       

       

       

       신의 기적이라고 하기에는 무기가 다소 아쉽고, 그렇다고 약쟁이들이 하는 헛소리로 치부하기에는 목격자와 그 증거가 너무 뚜렷했다. 심심한 졸부가 이런 짓을 벌였나? 나를 엿먹이려고?

       

       

       

       

       끄응ㅡ

       

       

       

       

       생각할 수록 미궁에 빠져드는 상황에 아론은 골머리를 앓았다.

       

       

       

       

       똑똑ㅡ

       

       

       

       

       “아론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그의 상념은 노크 소리에 끊어졌다.

       

       

       

       

       “들어오게.”

       

       

       

       

       문이 열리자 그의 비서가 편지 한 장을 손에 들고 왔다.

       

       

       

       

       ‘이런, 젠장’

       

       

       

       

       아론은 고급스러운 포장지에 새겨진 문양을 보자 인상이 구겨졌다. 만신전의 표식이다.

       

       

       신이라면 여기저기 대가리를 들이밀고 참견하는 미치광이 새끼들이 결국 냄새를 맡은 것이다.

       

       

       

       

       “아론님, 만신전에서 온 편지입니다.”

       

       

       “하아…신딸딸이 새끼들이 소문은 기가 막히게 빨리 듣는군.”

       

       

       

       

       마음 같아선 그대로 벽난로에 던지고 오줌을 갈기고 싶지만, 만신전 미친개들의 악명을 잘 알고 있는 아론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놈의 신 때문에 여기저기서 지랄이군.”

       

       

       “그, 저는 차라도 한잔 타오겠습니다.”

       

       

       

       

       그의 심기가 언짢은 걸 눈치챈 비서는 차를 타오겠다면 도망쳐 버렸다. 

       

       

       

       

       찌지직ㅡ

       

       

       

       

       편지지를 뜯고 그 내용을 살펴보니 과연, 신으로 딸딸이나 치고 항문 빨아먹는 녀석들답게 그 내용도 온갖 미사여구로 채워놨다.

       

       

       쓸데없는 잡소리는 대충 넘어가면서 그 내용을 읽어보니

       

       

       

       

       ‘던전에서 신의 무기가 나왔다는 소문을 들었다. 우리가 그 무기를 살펴보니 미량의 신성력이 발견됐다. 소문의 여관도 한 번 조사해 봐야겠다. 협조하지 않으면 재미없을 것이다. 아, 그리고 그 주변의 던전도 조사해야 하니 한동안 모험가들의 출입을 통제해라.’

       

       

       

       

       순순히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이단으로 간주하겠다는 협박을 아름답게도 포장했다.

       

       

       

       

       “이런 시발, 진짜…”

       

       

       

       

       다른 요구사항은 기분 나쁘지만, 들어줄 수 있는 사항이다. 하지만 던전의 출입을 통제하라니? 이 지역 모험가들의 밥줄인 일대의 모든 던전을 통제하면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 분명했다. 

       

       

       마음 같아선 이런 개소리에 칼을 빼 들고 개지랄을 하고 싶지만, 만신전 자체의 무력도 만만치 않을 뿐더러 아론의 뒤를 봐주는 귀족들 중에서도 만신전의 신도인 자들이 적지 않다.

       

       

       아론은 스트레스에 머리가 욱신거리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들어 공허한 눈으로 창밖의 하늘을 바라봤다.

       

       

       하늘이 빌어먹게도 맑았다.

       

       

       

       

       ‘연초 땡기는구만…’

       

       

       

       

       무기를 만든 신이 어떤 신인지는 몰라도 그를 위한 신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

       

       

       

       

       

       

       이 세상을 창조한 다섯 명의 신들.

       

       그들의 신전은 대륙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지만, 만신전이 세워진 키비타스는 누구나 인정하는 대륙 신앙의 중심이자 심장이다.

       

       다섯 신의 신도라면 죽기전에 누구나 한 번쯤은 순례해야 한다는 성지 중의 성지, 키비타스.

       

       대륙 신앙의 영적 수도인 키비타스 한가운데에 위치한 만신전. 평소에는 정숙함과 엄격함이 흐르며 신실한 이들이 기도를 올리는 소리만 조용히 들리던 신전이 오늘은 신도와 사제들의 말소리가 바닥을 낮게 채웠다.

       

       어딜 가도 나지막한목소리로 저들끼리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이게 무슨 일이지?’

       

       

       북부의 마물을 토벌하기 위해 키비타스를 떠나 2년 만에 복귀한 수습 성기사, 케니스는 이러한 만신전의 모습에 어리둥절했다.

       

       

       ‘만신전에 무슨 일이 있었나?’

       

       

       그녀의 기억 속에 만신전은 항상 정숙하고 엄숙함을 유지하던 곳이었다. 호기심이 차올랐지만, 우선 복귀 신고를 해야 하기에 복도를 따라 걸으며 주변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던전에……신…..모험…난리야.”

       

       “그러니….무기….우리도…”

       

       

       이게 무슨 소리지?

       

       어설프게 엿들었더니 오히려 호기심만 더 자극됐다. 서둘러 복귀 신고를 하고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에 걸음을 재촉했다.

       

       

       “아! 루엘!”

       

       

       대리석 복도를 지나 모퉁이를 꺽자 마침 아는 얼굴이 지나가서, 재빨리 다가 갔다. 작은 키에, 등을 덮는 긴 분홍 머리. 다소 아쉬운 가슴. 그녀의 친구 루엘 사제다.

       

       

       “와아, 케니스 자매! 오랜만이에요! 언제 복귀했어요? 너무 오랜만이에요!”

       

       

       그녀를 발견한 루엘이 총총거리며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케니스는 그녀를 올려다보는 루엘의 볼을 만지작거리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말했다.

       

       

       “방금 막 왔어. 이제 복귀 신고하러 가는 길이였는걸. 근데 나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

       

       “어떤 거요?”

       

       

       케니스는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루엘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혹시 말이야…지금 만신전에 무슨 사고라도 났어? 다들 무슨 이야기로 떠드는 것 같던데.”

       

       

       부르르ㅡ

       

       

       케니스의 머리카락이 간지러운지 잠시 떨던 루엘이 대답했다.

       

       

       “아, 그거요? 사고까지는 아니고 음…사건이죠? 또 다른 신의 흔적이 발견됐다니까.”

       

       “뭐?! 정말?!”

       

       흡ㅡ

       

       

       케니스는 저도 모르게 큰 소리를 냈다가 입을 막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행히 외진 곳이라 아무도 없었다. 

       

       만약 주변에 다른 성기사 선배들이 그녀를 봤다면 성기사의 품위를 지키라며 한 소리 했을 것이다.

       

       

       휴우ㅡ

       

       

       북부에서 선배 성기사들에게 가혹하게 훈육받던 것이 갑작스레 생각난 케니스는 식은땀을 닦았다. 

       

       

       

       

       “괜찮아요? 갑자기 왜 그렇게 땀을 흘려요? 혹시 어디 아파요?”

       

       

       

       

       루엘은 케니스를 바라보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북부에서 막 왔으면 피곤할 텐데, 얼른 쉬어야죠.”

       

       “아무것도 아냐. 괜찮아.”

       

       

       

       

       케니스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것보다 다른 신의 흔적이라니. 다섯 신 외의 신이 나타났다고?”

       

       

       “네, 그것 때문에 만신전이 시끌시끌해요. 이번엔 진짜 신의 흔적이 나타난 거 아니냐고 다들 말씀하시던데요?”

       

       

       

       

       다섯 신은 실존한다. 세상을 창조하고 천상으로 승천하시어 지상을 굽어보고 계신다.

       

       

       하지만 신들은 수백 년 전, 최초의 성녀에게 신탁을 내렸던 것을 제외하면 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으니.

       

       

       최근 믿음이 부족한 자들로부터 신들이 우리를 버린 것 아니냐는 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일반 신도들 사이에서도 알음알음 신이 지상을 버렸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었다.

       

       

       

       

       ‘드디어 신의 흔적이…!’

       

       

       

       

       그러던 중, 신의 흔적이 나타난 것이다. 아직 신이 지상을 버리지 않았다는 증거가!

       

       

       케니스는 저도 모르게 흥분하여 주먹을 꽉 쥐었다.

       

       

       

       

       “그래도 아직은 모르는 거래요. 혹시 이단이나 사기극일 수도 있으니 윗 분들은 신중하게 조사하자는 말을 하시더라구요.”

       

       

       “그래, 악마를 신이라고 떠받드는 이단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

       

       

       

       

       케니스는 영혼을 먹는 악마를 신이라고 섬기면서 인간을 공양하는 미치광이 이단들을 생각하며 눈썹을 찌푸렸다. 

       

       

       

       

       “그래서 이번에 저희 본부에서 그 소문의 흔적을 조사하는 파견대를 모집 중이라구 하더라구요.”

       

       

       “뭐? 정말?”

       

       

       

       

       케니스는 귀가 솔깃했다. 비록 이제 막 파견에서 돌아온 참이지만, 신의 흔적을 찾아 나서는 파견대라니. 그녀는 이 파견대에 따라가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내가 직접 자원하면 파견대에 낄 수 있지 않을까?’

       

       

       

       

       가능성이 있다. 그녀는 수습 성기사에 불과하니 자리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그렇게 케니스가 생각에 빠져있자 루엘이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앗! 저 심부름 때문에 식당에 가는 길이였는데! 이만 가 볼께요, 케니스 자매! 나중에 또 봐요!”

       

       

       “아. 그래, 잘 가 루엘. 바쁜데 붙잡아서 미안 해.”

       

       

       

       

       루엘은 분홍색 머리를 흩날리며 짧은 다리를 놀려 시야에서 사라졌다. 케니스는 잠시 멈췄던 발걸음을 다시 옮겼다.

       

       

       머릿속으로는 신의 흔적에 관련된 생각하며 긴 복도를 따라 걸었다.

       

       

       

       

       저벅ㅡ

       

       

       저벅ㅡ

       

       

       

       

       대리석 복도를 따라 조용히 들리는 그녀의 발소리. 이윽고 그녀는 문 앞에서 멈췄다. 케니스는 문에 걸린 명패를 찬찬히 살폈다.

       

       

       

       

       [만신전 타격부대 단장, 에반]

       

       

       

       

       단장급 성기사를 직접 만나 보고하는 것은 언제해도 긴장된다.

       

       

       

       

       후으ㅡ

       

       

       

       

       길게 숨을 내뱉은 케니스는 문을 노크했다.

       

       

       

       

       똑! 똑!

       

       

       

       

       짧게 두 번.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간다.

       

       

       들어가자마자 크고 또박또박하게 경례ㅡ!

       

       

       

       

       “그만그만, 됐어.”

       

       

       

       

       ㅡ를 하려다가 저지당했다.

       

       

       

       

       “예,옙! 알겠습니다!”

       

       

       

       

       창문을 등지고 거대한 근육이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이 보인다. 정복으로 가렸지만 가려지지 않은 근육들과 얼굴과 눈을 세로로 길게 가로지르는 흉터는 에반이 어떤 인생을 살았으며,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이단과 악마의 대가리를 부수고 다녔음을 알게 해줬다.

       

       

       

       

       꿀꺽ㅡ

       

       

       

       

       케니스는 에반의 흉터가 꿈틀거리자 괜스레 더욱 긴장이 돼 마른침을 삼켰다.

       

       

       

       

       “그래, 케니스 수습 성기사. 북부에서 마물토벌로 2년 동안 파견을 다녀왔군. 고생했네.”

       

       

       “아닙니다! 저에게 있어서 당연한 의무였습니다!”

       

       

       “그래도 고생은 고생이지.”

       

       

       “감사합니다!”

       

       

       “음, 피곤할 텐데 이만 가서 쉬게. 7일 동안 파견 휴가가 나올 테니 푹 쉬어야지.”

       

       

       

       

       축객령을 내린 에반은 서류를 작성하고 있던 것인지, 벗어둔 외안경을 걸치며 손을 움직였다.

       

       

       하지만 케니스는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스읍ㅡ후

       

       

       스읍ㅡ후

       

       

       

       

       심호흡을 크게 한 케니스는 눈을 딱 감고 말했다.

       

       

       

       

       “에반 단장님! 이번에 신의 흔적을 탐색하는 파견대에 지원하고 싶습니다!!”

       

       

       

       

       “..뭐?”

       

       

       

       

       우지직

       

       

       

       

       에반의 흉터가 거칠게 꿈틀거리고, 손에 있던 만년필이 박살 나는 소리에, 케니스는 그만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색한 부분이나 오탈자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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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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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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