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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

       *** ***

        

       ‘저 놈이 호천안이렸다.’

        

       도귀는 호천안의 모습을 살폈다. 오늘 하루만 백 냥을 넘게 땄다고? 그것도 호구가 아니라 전문 도박사들을 상대로?

        

       도귀는 호천안을 찬찬히 살피고 생각했다.

        

       어떻게 도박사들을 상대로 돈을 땄지?

        

       골패놀음을 하는 작자가 사람이 패 섞는 것도 보지 않고 남이 패를 뽑을 때 신경도 쓰지 않고 있다. 그러다 그냥 죽는다.

        

       그렇게 계속 죽다가 어느 때는 갑자기 패를 받자마자 크게 건다. 걸어도 변하는 건 없었다. 상대를 보지도 않고 골패를 제대로 살피지도 않는다. 길 가던 여급이 엉덩이를 살랑이며 지나가니 그쪽을 보기에 바쁘다.

        

       그런데 땄다.

        

       ‘더 이상 살필 시간은 없겠군.’

        

       도귀가 기루에 도착해 호천안을 살핀 시간은 2각. 도저히 도박사라고 할 수 없는 짓을 반복하고 있는데 돈은 계속 따고 있었다.

        

       골패는 4인이서 하는 도박. 기루 소속 도박사가 푸르죽죽한 얼굴로 일어서고 그 자리에 도귀가 들어갔다.

        

       “죽어.”

        

       역시 호천안은 보지도 않고 죽었다. 셋이서 하는 무의미한 한 판이 끝나고 도귀는 호천안이 미소 짓는 모습을 보았다.

        

       ‘이 자식…’

        

       호천안은 도귀를 보며 웃고 있었다.

        

       “어이 형씨, 둘이서 대항사위 하면서 찐하게 놀아보는 게 어때?”

        

       대항사위.

        

       속이 복잡한 항아리에 주사위를 던지고 홀인지 짝인지를 맞추는 도박. 판돈을 얼마나 넣고 빼느냐가 관건인 그야말로 도박사의 심리와 운을 겨루는 도박이었다.

        

       도귀는 단 한판만에 자신의 진가를 알아본 호천안에게 짙은 호승심을 느꼈다.

        

       “좋소.”

        

       판이 깔렸다.

        

       따르르르륵…툭.

        

       주사위가 내부의 구조에 의해 연신 튕기며 바닥에 떨어졌다.

        

       대항사위의 눈이 지금 어느 쪽일까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아무리 주사위 감각에 숙달된 사람일지라도 대항사위의 복잡한 내부 구조를 모두 파악해 원하는 눈을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선공은 그쪽이서 하지.”

        

       “좋소. 홀에 금 1냥.”

        

       “죽어.”

        

       대항사위의 규칙은 간단하다. 주사위는 무조건 번갈아 가면서 던진다. 전판에 진 사람이 선공이며 홀 짝중 원하는 쪽에 돈을 원하는 만큼 건다. 응하면 반대편에 그만큼의 돈을 건다. 그 뒤에 번갈아가며 추가로 돈을 걸며 한번 걸 때마다 상대가 건 액수 만큼은 따라가야 한다.

        

       그렇게 추가로 두 번 돈을 걸어 총 세 번의 돈이 걸리면 항아리를 열어 수를 확인한다.

        

       다음 주사위가 굴렀다.

        

       “홀에 은 1냥.”

        

       “…짝에 금 1냥.”

        

       “죽어.”

        

       이 빌어먹을 자식이 지금 뭘 하는거지? 도귀는 깊은 분노를 느꼈다. 호천안은 그냥 노골적으로 은 1냥을 걸면서 시간끌기에 나섰다. 호천안이 지금 가지고 있는 금전패는 금 110냥 전후.

        

       감이 올 때까지 선공권을 가지고 싶다는 건가?

        

       그러나 그것도 꼴랑 두 판이었다. 졌을 때 선공권을 무한으로 가져오면 지금의 호천안처럼 무조건 적은 배팅으로 질질 끌 수 있으니까. 연속 두 번으로 죽으면 선공권은 다시 도귀에게로 넘어간다.

        

       선공권을 넘겨받은 도귀는 금 1냥을 걸었다. 호천안은 미련없이 또 죽었다.

        

       그렇게 호천안의 금자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아니 왜이렇게 감이 안와…죽어.”

        

       금자가 80냥까지 줄어 들었을 때 드디어 호천안이 외쳤다.

        

       “와씨, 홀에 금 1냥.”

        

       도귀는 잠시 고민하다가 호응했다. 정말로 뭘 알고 거는 것인지 확실히 하고 가야 계속되는 도박에서 판단 근거를 얻을 수 있었으니까.

        

       “받지.”

        

       “그럼 금 2냥.”

        

       “..받지.”

        

       “그럼 금 4냥.”

        

       이 빌어먹을 자식이. 도귀는 입술을 짓씹었다. 금 7냥짜리 판이면 크긴 근데…지금까지 딴 것이 있으니 한번 반응을 볼까.

        

       “받지.”

        

       도박이 시작된 이래 단 한번도 열리지 않았던 항아리가 열렸고.

        

       숫자는 홀이었다.

        

       뭘까. 정말로 호천안은 항아리 속 주사위의 숫자를 파악했던 것일까? 그러나 정작 이번에 주사위를 던진 것은 도귀였다. 본인이 던진 것도 아니고 남이 던진 것을 파악해?

        

       대항사위는 혹여나 도박하는 사람들이 그 항아리의 감각을 손에 익힐까봐 죽은 판은 주사위의 눈을 공개하지 않고 빼낸다.

        

       그럼에도 도귀는 호천안이 어쩌면 항아리 속 눈을 알 수 있는 어떤 방법을 알아차린 것이 아닐까 싶었다.

        

       “항아리를 교체하지. 동의하나?”

        

       “그러든가.”

        

       항아리를 교체하고 도박은 이어졌다. 이번에는 두 번만에 호천안이 짝에 돈을 걸었다. 도귀는 이제야 순수한 운과 돈을 거는 싸움이 시작되었다고 여겼다.

        

       ‘갈 길이 멀기는 하지만, 한번 더 응해주자.’

        

       “걸지.”

        

       호천안은 최대한으로 달려 금 7냥을 걸었고 도귀 역시 그에 응했다.

        

       결과는 짝이었다.

        

       도귀는 아예 매 판마다 항아리를 바꾸길 요청했다. 기루는 받아들였고 창고에 쌓여 있던 여분의 항아리까지 무려 열 다섯 개의 항아리가 판마다 바뀌었다.

        

       그래도 마찬가지였다.

        

       호천안이 걸면 귀신같이 금자 7냥을 따갔다.

        

       ‘미친 자식.’

        

       진짜 도귀라도 달라붙은건가? 어떻게 걸기만 하면 무조건 맞출 수가 있지? 도귀는 심히 자존심이 상했다. 그러나 귀와 팔이 걸린 일이다.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굽혀야 할 때였다.

        

       “홀에 1냥.”

        

       “죽겠소.”

        

       호천안이 슬쩍 웃었다. 그 미소에 도귀는 머리끝까지 열이 올랐다. 도박판에서는 부모 욕을 해도 냉정함을 유지하는 자신이었지만 오늘은 뭔가가 달랐다. 도박이라는 행위 자체를 무시하고 모욕하는 듯한 호천안의 행동에 자신을 깔보는 저 눈빛까지.

        

       “짝에 1냥.”

        

       “걸겠소. 어차피 7냥까지 걸테니 한번에 갑시다.”

        

       결과는 짝이었다. 도귀가 주먹을 쥐고 손을 부르르 떨었다.

        

       “아~ 달다 달어.”

        

       도귀가 눈을 부릅 뜨고 호천안을 노려보았지만 호천안은 도귀를 보고 있지도 않았다.

        

       *** ***

        

       내가 무려 도박 [기술]을 가지고 있음에도 왜 낭인객잔에서 도박을 지지리도 못하는 놈으로 인식되고 있을까.

        

       그건 내가 일부러 돈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자, 우선 내가 도박기술을 가지고 있음에도 돈을 잃는다는 사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전제를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이 [무림천하]라는 게임의 난이도를 조절하는 수치는 무엇인가. 

        

       바로 [명성]이다.

       

       명성은 한 마디로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호천안 귀하의 존명대성은 이 사천에서 귀가 따갑게 들었소. 이 초절정고수 장삼이 그대의 무위를 흠모하여 비무를 청하지. 검을 드시오.’

       

       무협지에서 이름이 알려지면? 오만 사건의 중심이 된다. 명성을 탐내는 날파리부터 어느 초고수들이 강제로 제자로 들이려고도 하며 고수를 필요로 하는 세력들이 접촉해 오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본인의 무력이 고작해야 이류 고수라면? 그 사태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픽 죽어나가겠지. 살더라도 좋은 꼴을 못 보리라는 것은 확실하다. 

       

       이 명성이야말로 내가 사천낭인이 되어서 살아가는 이유이자 수많은 기술 중에 하필 도박을 익히고 있으며 동시에 도박에서 돈을 잃기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명성은 활동을 하면 오른다. 사람이 살아가고 활동을 하다보면 당연히 조금씩 이름이 나기 마련이다. 

       

       그렇게 명성치가 오르다보면 고수들과 마주칠 확률이 높아진다. 

        

       그렇기에 나는 무려 칠 년이나 사천 낭인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사천 낭인은 흑립으로 얼굴을 가린 채 [익명]으로 활동하니까 명성치가 쌓일 일이 없거든. 만약 내가 당당하게 호천안이라는 이름을 걸고 지금처럼 의뢰를 받았으면 내 명성은 어떤 식으로든 퍼져 나가서 심심치 않게 일류나 절정고수를 맞이하는 삶을 살고 있었을 것이다.

        

       이류라는 장벽에 막힌 나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증가하는 명성치를 감당할 수가 없다.

        

       내 명성이 절정이나 초절정 고수를 움직이게 할 수 있을 정도로 높아지면? 그들이 나에게 살심을 품으면? 

       

       도박기술을 익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도박으로 오르는 명성치는 절대적으로 수익에 영향을 받는다. 도박을 통해 얼마를 땄는가. 얼마나 자주, 얼마나 많이 땄는가에 따라 도박사로서의 명성이 증가한다.

        

       도박 기술을 실컷 수련하고 그날 딴 돈을 다시 0으로 돌려버리면 명성치의 증가가 거의 없다.

       

       명성 관리를 하면서 유일하게 익힐 수 있는 기술 그게 바로 도박이었다. 

        

       현재 나의 도박기술은 [직감]이라는 딱 하나의 운 계열 기술 말고는 모두 대성한 상태. 이 사천은 물론이고 무림천하를 다 뒤져도 나보다 도박 잘 하는 사람은 정말로 몇 없을 절대적인 경지다. 

        

       내가 도박이 아닌 다른 기술을 지금의 도박과 같은 경지로 익혔다면 간장 막야를 만든 급의 명장이나 죽은 이도 살린다는 화타급의 신의가 된다. 기술이 그 경지에 오르기까지 얻은 명성? 수많은 사람을 살리고 수많은 무기를 만들며 기술을 그 경지까지 올렸을 텐데 그 검과 사람들이 만들어 낼 명성이 적을 리 있겠는가? 이 무림천하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엄청난 명성을 얻게 된다.

        

       그렇다면 호천안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장인이었다면 매일 문파의 전속 장인이 되어달라는 무림인들이 방문하고 있을 것이며 그 중에서는 성격이 안 좋은 초고수가 있어서 내 무기를 만들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살해 협박을 받을지도 모르고 그 무기를 만들어 주고 나면 신병이기의 주인은 오직 나 하나여야 한다 이러면서 나를 푹 찔러 죽였을지도 모른다. 

       

       의원이었다면? 불치병을 앓고 있는 딸아이를 지닌 절대고수에게 납치되어 내 딸아이를 살리지 못하면 끔찍한 고통 속에서 죽이겠다면서 딸아이의 병세가 악화될때마다 1박 2일 코스로 분골착근을 당해서 평생을 절대고수의 딸아이를 수명 연장시키며 노예로 인생을 마감할 지도 모른다. 

       

       이건 내 망상이 아니라 [무림천하]에서 무공을 안 익히고 기술에만 몰두하면 나오는 결과다. 초고수란 흔한 것이 아니니 잘 대비하면 한두번은 마수를 피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자연사 할 때까지 초고수들의 마수를 계속해서 피해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위와 같은 비참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겠지. 명성치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무공을 수련하지 않았을 때 나오는..일종의 [배드 엔딩]이나 [게임 오버]인 셈이었다. 

        

       한계경지가 없는 플레이어 캐릭터라면 ‘어우씨 내가 드러워서 무공 수련한다 해!’하고 몇 년 폐관에 들어 경지를 끌어 올리면 그만이지만 이미 한계 경지에 도달한 나로서는 그럴 수 없으니 생사가 걸린 일이었다.

       

       더 이상 경지를 올릴 수 없는 나에게 명성치 관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도박을 익히면서도 돈을 따지 않은 것이 도박기술을 올리면서도 명성치가 오르지 않을 유일한 방법.

       

       그렇기 때문에 이미 도신이라고 불리우기에 충분한 도박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돈 한푼 따지 못한 채  빈털터리가 되어 도박장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부 내용을 좀 원만하게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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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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