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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

       기간테스의 이야기 – (1)

       

       

       

       여기는 저승의 신, 하데스가 다스리는 지하 세계.

       

       죽은 영혼들이 안식을 얻기 위해 찾아오는 춥고 어두운 공간이다. 

       저승이라는 이미지의 특성상 대부분의 신들도 이곳을 꺼려하기 때문에 매우 조용한 곳이기도 하다.

       

       나는 이런 저승이 나름 마음에 든다. 

       눈을 감으면 느껴지는 고요함은 외로움보다는 안식을 내게 가져다 주었으니까.

       

       그런데 하데스의 이 안식처를 침범하는 나쁘고 못된 침입자들이 있었으니..

       

       “역시 어머니 가이아께서 말씀하신대로 저승이 있었구나!”

       “모두 공격하자! 저승의 왕이라는 하데스를 죽이고 타르타로스를 해방시키자!”

       “기간테스(Gigantes) 형제들이여! 티탄 신족들을 풀어주자!”

       

       하반신은 뱀, 상반신은 인간의 모습을 한 추악한 괴물들이였다. 

       스스로를 기가스(Gigas)라고 부르는 이 신족들은 누군가가 우릴 공격하기 위해 보낸 것이 틀림없었다.

       

       그들이 떠드는 말을 잘 들어보면..

       할머니 가이아께서 우리가 타르타로스에 티탄들을 가둔 것을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하시는 모양이다.

       

       천공의 신 우라노스와 결혼해 우리 아버지인 크로노스를 낳은 대지모신은 절대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다.

       아무래도 그분의 체면이란 것이 있으니 우리를 축출하는데 직접 나서지는 않으시겠지만..

       

       [허억.. 죄송해요. 하데스. 제 힘으로는 도저히 저들을 막을 수가 없었어요!]

       

       내 머릿속에 울리는 스틱스 여신의 다급한 목소리.

       지금 저승으로 쳐들어와 난동을 부리는 이것들은 모두 어머니 가이아의 힘을 받아 태어난 신족.

       

       적의를 품은 그것들이 무려 수십 마리나 몰려들었으니 당연히 스틱스 여신의 힘으로는 감당이 불가능하겠지.

       나 역시 그녀에게 의지를 보내 일단 조용한 곳으로 피신해 있으라고 전했다.

       

       [나는 제우스에게 달려가 지원을 요청할게요! 당신의 형제들이 모두 모인다면 아무리 저것들도..]

       

       스틱스 여신의 마음은 고맙지만 도움을 요청해도 소용없을 것이다. 

       

       자신들을 기가스라고 부르는 저 기간테스라는 종족은 할머니 가이아의 명을 받고 저승을 침범한 것.

       그렇다면 분명 저승뿐만 아니라 포세이돈이 다스리는 바다나 제우스가 거주하는 올림포스 산에도 쳐들어갔으리라.

       

       [그.. 그렇다면 다른 신들도 위험한 것이 아닌가요?]

       

       저들의 숫자가 얼마나 많은가에 따라 달라지겠죠. 

       하지만 스틱스 씨는 걱정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승은 저런 놈들에게 함락되지 않습니다. 

       

       지하 세계의 입구가 좁은데다가 포세이돈이나 제우스처럼 위력적인 무기가 없는 날 만만히 보고 수십 마리만 온 것 같은데..

       나는 어이가 없어 그저 헛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왜냐하면 저들은 신족이지만 불사의 힘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거든.

       

       하다못해 지상에서 싸우는 것도 아니고 내 홈그라운드로 쳐들어온다니, 이게 바다속에서 포세이돈과 싸우는 것과 대체 뭐가 다르지?

       나는 간덩이가 부은 버러지들을 마음껏 비웃었다. 

       

       지하 세계를 관리할 일꾼들이 제 발로 들어왔으니,

       

       모조리 죽이고 영혼만 노예로 부리면 딱이겠네.

       

       왕좌에서 일어나 옆에 놓인 투명 투구, 퀴네에를 쓰자 이 세상으로부터 내 모습이 완벽하게 숨겨졌다. 

       이곳에 대고 맹세하면 신들조차 반드시 지켜야한다는 약속의 증거, 스틱스 강에서 제련한 검을 뽑아들었다.

       

       검은 어둠이 자연스럽게 내 몸을 달라붙어 갑주를 형성하고 나는 성벽 위로 올라가 침입자들을 살폈다.

       미친듯이 성문을 두들겨 부수는 신력의 덩어리가 수십, 저들이 바로 기간테스.

       

       쿵! 쿠웅!

       

       성문을 두드리는 반신반사(半神半蛇) 거인, 기간테스들을 흝어보고 조용히 성채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냥 신력이나 권능을 이용해 쓸어버리면 좋겠지만 저들은 티탄 신족에 버금가는 강자들.

       

       저승 바깥에 적들이 얼마나 더 있는지도 모르니 하나하나 스틱스 검으로 목을 썰어버리는 것이 힘의 소모가 적으리라.

       

       바로 이렇게.

       

       서걱-

       

       “크아악!”

       “뭐, 뭐냐! 갑자기 당했어!”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다시 위치를 옮겨 다른 기간테스의 허리 아래를 베어버린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쓰러지는 기가스에게서 시선을 떼고 다음 적을 향해 눈을 돌린다. 

       

       “으아아악!”

       “기척이 감지되지 않는다! 무슨 수를 쓰는 거냐! 하데스!”

       

       기가스들이 서로 등을 맞대며 사방을 경계하지만 아무 소용도 없었다.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괴물들은 아무리 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도 써먹을 줄을 몰랐다. 

       

       “바닥의 바위를 던지자! 형제들이여!”

       “피를 뿌려서 위치를 파악해!”

       

       전쟁터에서 오래 살아남은 경험이 받쳐주면 모르겠지만 지금의 그들은 그저 하룻강아지들일 뿐.

       티탄 신족과의 다년간 전쟁 경험이 있는 나에게 놈들을 죽이는 것은 너무 쉬웠다.

       

       “어째서냐! 분명 이 방향은 확인했는데!”

       “크아악! 허리.. 허리가..!”

       

       아스트라페와 트라이던트에 버금가는 나의 투구가 고작 그 정도로 위치를 보일 거라고 생각하는가?

       공포에 빠진 한 기가스의 귀에 속삭임과 동시에 스틱스 검으로 심장을 꿰뚫었다. 

       

       그럼 이제 시체도 충분하고, 슬슬 부하들을 만들어볼까.

       

       [일어나라]

       

       “으..으어어..”

       “…으으”

       

       “죽은 형제들의 영혼이 일어나고 있잖아! 저승의 신의 권능이다!”

       “형제들을 더 데리고 왔어야 했다고!”

       

       죽었던 기가스들이 검은 연기에 휩싸이더니 흰 형체만이 일어나 다른 기가스를 공격한다.

       저승에 온 모든 영혼은 나 하데스의 것. 신족이라 해도 예외는 존재하지 않는다.

       

       “으아아! 사..살려줘!”

       “우리의 어머니는 가이아다! 우린 너와 혈족이란 말이다!”

       

       그게 뭐 어떻다는 거지? 니들도 나를 죽이러 찾아왔으면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마지막으로 남은 기가스를 반투명한 영혼들이 둘러싸고 나는 조용히 퀴네에를 벗었다. 

       

       머리에 투구 쓰는 거, 생각보다 꽤나 답답하단 말이지.

       특히나 이 퀴네에는 무형의 기운이 나를 감싸기 때문에 전신에 무언가를 두른 느낌이 든다. 

       

       이제야 나를 발견한 마지막 침입자가 벌벌 떨며 목숨을 구걸한다. 

       기세 좋게 저승으로 쳐들어왔을 때는 이런 일은 생각지도 못했나?

       

       “자.. 잠깐만! 날 살려준다면 다시는 저승으로 돌아오지 않겠..”

       

       스걱. 푸확!

       

       시간의 풍파는 21세기 나약한 현대인의 영혼도 냉혹한 저승의 신으로 바꿔놓는 법.

       

       감히 겁도 없이 저승에 발을 들인 기가스들은 모두 한줌의 넋으로 변했다.

       

       

       

       * * *

       

       

       

       [하데스. 저승으로 온 침입자들을 모두 죽이셨군요.]

       [이제 나오셔도 됩니다.]

       [이게 대체 무슨 난리인지..]

       

       오직 내 명에만 복종하게 된 영혼 상태의 기가스들을 시켜 더러워진 지하 세계를 정리하게 하고 스틱스 여신을 불렀다.

       곧 스틱스 강에서 물줄기 하나가 솟구쳐 오르더니 한쪽 팔에서 피를 흘리는 스틱스 여신이 내 앞에 나타났다. 

       

       “후우.. 정말 가이아 님께서 전쟁을 원하시는 것 같아요.”

       “대지모신께서 여태까지 조용했던 것은 저 기가스들을 만드시느라 힘을 쏟고 계셔서 그랬을지도 모르겠군요.”

       

       지금의 시대는 아직 올림포스 12주신이 확립되지 않았다. 

       아니, 신들은 고사하고 아직 인간도 없는 시대. 

       

       점차 내 미래 지식, 신화에 대한 지식이 머릿속에서 잊혀져가고 있었지만 한가지 기억나는 것이 있다. 

       라그나로크 전쟁을 대비하는 북유럽 신화의 오딘처럼 제우스 역시 우리를 도울 인간 영웅을 양성한다는 사실.

       

       그러나 지금의 올림포스 신들은 많지 않으며, 신의 편을 들어줄 인간 영웅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이야말로 가이아와 티탄 신족이 반역의 기회를 노릴 만한 최적의 시기.

       

       감히 저승을 쓸어버리겠다는 헛된 꿈을 꾸던 망령들에게 명령해 이곳 저승을 잘 방비하라 하고 올림포스로 갈 준비를 마쳤다. 

       기가스들의 침공이 일어나는 지금, 제일 급한 곳은 바닷속에서 무적의 힘을 뽐내는 포세이돈이 아니라 올림포스 신궁이다. 

       

       “지금 올림포스로 가실 건가요? 그렇다면 저도 함께..”

       

       또 놈들이 올 수도 있으니 여기서 저승을 지켜달라고 말했다. 

       타르타로스가 뚫리면 우리의 패배는 확실시되기 때문에 누군가는 이곳에 남아야한다. 

       

       “그렇다면 제가 가볼테니까 당신이 저승을 지키는 것은 어떨까요?”

       

       저승으로 모인 기가스들은 강력한 신족이지만 고작해야 수십.

       할머니 가이아는 이들만으로는 우리들을 이길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짐작했겠지.

       분명히 올림포스에 수백, 그 이상의 기가스들이 몰려들어 난동을 부리고 있을 것이다. 

       

       전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의미한 지원군이 가려면 내가 직접 향하는 수밖에 없다. 

       뭐 제우스 그 놈은 기대도 하지 않고 있겠다만. 

       

       “으으.. 조심하세요.”

       

       울상이 된 스틱스 여신을 달래고 명계를 둘러싼 다섯 개의 강을 건너 지상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보는 지상의 따사로운 햇살과 생기가 넘치는 식물들이 날 반겨주지만 공기는 매우 무거웠다.

       거대한 규모의 신들의 전쟁이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 

       

       역시 빠르게 올림포스 산으로 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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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과 선작 감사합니다.

    기가스 = 단수형
    기간테스 = 복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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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 of Underworld

King of Underworld

저승의 왕은 피곤하다.
Score 3.5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ades, the God of the Underworld from Greek and Roman Myth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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