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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

       [악질 저격러 아따먹 드디어 검거했습니다] 라는 위풍당당한 방제와 이보다 더 안 어울릴 수 있을까.

        

       분명 검거했을 테러리스트의 요구에 따라 VR 장비 착용을 거의 마친 아크는, 파르르 떨리는 입술로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일단 게임 돌릴 준비하고 있을 테니까, 마이크 켜고 있어요.”

        

       물론, 대답은 변함 없었지만.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큐.]

        

       『중립국.』

       『큐』

       『4딸라.』

       『큐』

       『어이 김씨~ 아가리 닫고 큐나 돌려~』

        

       “아 진짜! 큐 돌릴 테니까 마이크 좀 켜라고!”

        

       쌓여온 울분을 못 이기고 폭발한 아크. 그러나 그녀의 편이 되어주어야 할 시청자들조차 무수한 ‘ㅋㅋㅋㅋㅋ’로 화답할 뿐이었으니- 이미, 이 상황은 그녀의 통제를 벗어난지 오래였다.

        

       하지만 이제 와서 돌이킬 수는 없었다.

        

       여기까지 왔으면, 어떻게든 저놈과 인터뷰라도 따야 한다. 이미 투자한 시간도 시간이지만, 한번 건드려버린 소재를 나중에 다시 쓰기도 어려우니. 이번에 지튜브에 올리지 못하면, 다음에 기회를 잡아봐야 ‘재촬영이 있었네요~’나 ‘어라..이게..데자뷰..?’ 따위의 댓글과 채팅이 도배될 터였다.

       

       죽어가는 이 각을 어떻게든 다시 살려내겠다는 일념으로 큐를 돌리며, 아크는 독기 가득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자. 소원대로 큐 잡았어요. 이제 마이크 키세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없어요]

       

       “아니 VR기기에 내장 마이크가 달려있는데 마이크가 어떻게 없어 이 씨바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암튼 없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이크 없는 VR기기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VR기기도 없어요]

       

       “아니, 이 새끼는 진짜 구라를 쳐도 진짜 씨이입…!”

        

       당연히, 아무리 구형 VR기기를 쓰더라도 마이크와 스피커는 기본으로 내장되어 있다.

        

       그리고 나오나 유저의 99% – 아니, 99.99%가 VR기기로 게임을 플레이한다.

        

       그러니까, 이건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하는 게이머가, ‘전 게임패드로 해서 키보드가 없으니 채팅을 못치겠네용 ^옹^’ 이라고 하는 수준의 헛소리다.

        

       『흑흑 VR기기도 없다니 너무 슬프다 ㅠㅠ』

       『이건 아크가 VR기기 사줘야 하는 거 아니냐?』

       『우리 아따먹 너무 불쌍해ㅠㅠ』

        

       물론, 멘탈이 터진 아크의 모습에 즐거워하는 시청자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아크를 더 놀리는데 여념이 없었지만.

        

       “아니, 아니, 진짜, 와…너 이 새끼 대체 뭐하는 몇 살이냐? 제발 그거라도 알자. 아니다. 내가 VR기기 보내줄 테니까 주소 불러라. 당장.”

        

       『???: 참교육 들어가겠습니다.』

       『???: 저격러 검거했습니다.』

       『테러리스트님 제발 협상해주세요 ㅠㅠ』

       『테러리스트: 테러리스트와 협상은 없다.』

        

       악질 저격러를 화려한 말빨로 제압하고, 참교육해서 사과 – 가능하면 얼굴만 가리고 직접 방송에 출연해서 하는 사과 – 를 받아내는 영상을 올린다는 원대한 꿈은, 어느새 악몽으로 변해있었다.

       

       그럼에도, 다 죽어가는 각을 어떻게든 살려내려는 그녀의 노력이 빛을 발한 걸까. 방송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그녀의 멘탈이 스윽스윽 갈려나가고 있다는 점만 빼면.

        

       이렇게 된 이상, 도저히 브레이크를 밟을 수는 없었다. 얼핏 확인한 채팅창의 흐름은 평소보다 2배 이상 빠른 상태. 제대로 읽을 수는 없었지만, ‘나락’이나 ‘🔥’따위가 도배되고 있기는커녕 웃는 이모티콘이나 ‘ㅋㅋㅋ’가 지배적이다. 물음표가 이따금씩 보이지만, 그 정도야 흔한 일. 

       

       시청자들의 텐션도 높은 편이라면, 엑셀을 밟을 뿐이다.

       

       그리하여 다시금 각오를 다지며, 심호흡을 하며 어떻게든 다음 멘트를 이어나가려던 아크의 귀로- 익숙하고도 끔찍한 소리가 들려왔다.

        

       =두우우웅=

        

       캐릭터가 모두 선택되었고, 게임이 곧 시작됨을 알리는 묵직한 소리.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결국..!』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크야 픽 안 하냐? 3트』

        

       약간의 딜레이가 있었던 채팅창은 아직도 어서 픽을 하라고 아우성치고 있었다.

        

       물론, 그런 채팅을 볼 정신이 전혀 없었던 아크는 캐릭터를 시간 내에 선택하지 못했고- 

        

       『도적 입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돜ㅋㅋㅋㅋ적ㅋㅋㅋㅋㅋㅋ』

       『이거 아따먹 헌정 게임 맞지? 나…질투날지도? 이거 아따먹 헌정 게임 맞지? 나…질투날지도? 이거 아따먹 헌정 게임 맞지? 나…질투날지도? 이거 아따먹 헌정 게임 맞지? 나…질투날지도?』

       『???: 도적은 픽하는 거 자체가 트롤이에요』

        

       아크의 화면에서는,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가 까만 망토를 두른 채 단검을 쉭쉭 휘두르고 있었다.

       

       시간 초과로 인한 랜덤픽이었다.

        

       “아아아아아아 잠깐! 닷지! 닷지!”

        

       황급히 시선을 게임 종료로 옮기던 아크는, 이내 자신이 승급전 중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승급전에서의 닷지는 패배와 마찬가지로 처리된다.

        

       좌절감에 빠진 아크의 눈에, 디스코스 채팅이 천천히 들어왔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오 도적]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게임보러 갈게여]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님이 채팅방에서 퇴장했습니다.]

        

       * * * *

        

       맛있었다.

        

       치킨도 맛있었고, 맥주도 맛있었지만, 게임이 제일 맛있었어.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도적과 함께 많은 게임을 해왔던 아크는 생각보다 준수한 플레이로 0.7인분에 성공했으나-

        

       근소한 차이로 한타마다 아슬아슬하게 손해를 보다가, 결국 마지막 순간에 화력에서 밀리며 패배로 40분간의 혈투를 마무리했다. 아크의 팬으로서 아무리 편파적인 시각으로 보려고 해도……이건, 아크 탓이라고 할 수밖에 없겠는데. 

        

       도적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아. 이건 알려주긴 해야……응. 그렇네.

        

       다음 판에 다시 도적을 할지도 모르니까.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도적 그렇게 하는거 아니에요.】

        

       마지막 치킨을 입에 넣고, 맥주로 입가심을 하고나니- 방송도 종료된 상태였다. 후원을 하자마자 방송이 종료되다니. 제대로 전달이 되었을지, 조금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아슬아슬하게 안 늦은 것 같기도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생각해보면, 2판 돌리겠다는 약속도 어겼지만……2판치 재미를 꾹꾹 눌러 담은 1판이었으니까.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컴퓨터를 종료하고, 침대에 누워 이불을 휘감듯 껴안으며 핸드폰을 확인하니- 새벽 3시.

        

       아직 잠들기엔 좀 이른 시간이었지만, 오늘 하루는 충분히 알찼다.

       

       하루의 마무리 일과를 시작해도 괜찮지 않을까.

        

       가볍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침대에 누운 채- 스마트폰으로 나오나 갤러리에 접속해서 ‘글쓰기’ 버튼을 클릭했다.

        

       [작성자: ㅇㅇ] [제목: 도적 좋은듯?]

       [오늘 아크가 하는 거 보니 도적도 은근 괜찮은 거 같지 않냐? 도적 음해세력들 반성해라.]

       –     ??

       –     ???

       –     끝나자마자 빡종한 그 판 말하는 거임?

       –     같은 겜 본 거 맞음?

       –     도적만 아니었으면 10분 서렌 나올 겜이었는데?

        

       음.

        

       아직도 온 세상에 도혐이 만연하다.

        

       * * * * *

        

       야간의 편의점은 무료하거나 고통스럽다.

        

       선택지를 준다면 누구라도 심심한 편의점을 고르겠지만, 선택권이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3개월차 야간알바생인 김태호 역시, 안타깝게도 번화가 근처 원룸촌의 몇 안 되는 편의점에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반복하며 취객과 진상의 퍼레이드에서 고통받는 중이었다.

        

       담배 곽에 그려진 그림이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8번 교환을 요구한 할아버지가 편의점에서 나가고 나니, 어느덧 새벽 4시.

       

       그 날 근무시간 중 처음으로 편의점에 평화가 찾아왔다.

       

       김태호는 온 몸에 진이 빠진 듯한 기분으로 카운터 의자에 털썩 주저 앉았다.

        

       빠듯한 용돈을 쪼개어가며 VR방에서 나오나를 하던 생활에 지쳐, 야간 알바를 뛰어서 모은 돈으로 VR기기를 사기로 결심한지 어언 4개월.

        

       도저히 더는 못 버티겠다는 생각과 함께 두 눈을 지긋이 감았다.

       

       인생 강의를 하려는 취객이 한 번만 더 들어오면, 정말로 소주병으로 머리를 내리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산이요.”

        

       그때. 속삭이는 듯한, 부드러우면서도 유혹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멍하던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손님이 들어오는 소리도 듣지 못하다니. 잠들었던 걸지도 모른다.

        

       ‘아씨, 사장이 CCTV로 본 건 아니겠지……?’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며, 김태호는 본능적으로 앞에 놓인 물건을 잡아 바코드로 찍었다.

        

       소주병 3개와 초코파이 1개.

        

       “죄송하지만 신분증 좀 보여주시…….”

        

       입에 붙은 대사를 읊으며 형식적으로나마 성인인지 확인하기 위해 심드렁하게 고개를 들던 그는, 말문이 멎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몸소 체험했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예능을 촬영하는 아이돌을 보았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비현실적일 정도로 새하얗고 투명한 피부.  

       반쯤 감고 있는데도 빛나듯이 커다란 눈망울.

       그림으로 그린 듯이 윤기가 흐르는, 어깨 살짝 넘어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

       조막만한 얼굴에 가득 차있는, 인종이 다른 것처럼 아름다운 이목구비.

        

       그리고 그 무엇보다, 영상 매체에서조차 거의 볼 수 없는 크기의…….

        

       “아. 죄, 죄송합니다.”

        

       무례할 정도로 멍하니 얼굴(들)을 바라보고 있었던 걸 깨달은 김태호는, 급히 고개를 숙였다.

        

       다행히도, 눈 앞의 여자는 그저 무표정으로 신분증을 내밀고 있었다.

        

       “구, 9천원입니다. 카드 받았습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카드를 건네받아 결제를 마치자마자 허겁지겁 소주병들을 봉투에 담아 건넸다.

        

       조금이라도 고개를 들었다간, 자신의 눈을 통제하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안녕히 계세요.”

        

       또다시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편의점 문이 여닫히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태호는 그제서야 긴장이 풀리며, 저도 모르게 참았던 숨을 가쁘게 내쉬었다. 바디워시 향기인 듯도 하고, 살 내음 같기도 한 잔향이 남아있었다.

        

       ‘와……. 와. 배운가? 아이돌인가? 지망생이려나?’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보니, 조금 전의 그 차림 – 츄리닝 바지에 후드티 – 은 번화가에 놀러 나온 사람이라기엔 너무 편안한 차림이었다.

        

       동네에서 잠깐 편의점에 들른 거였겠지. 그렇다는 건, 다시 편의점에 올 가능성이 높을 거고.

        

       ‘한 달……만 더 일해볼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닷지: 게임 시작 전, 팀이 구성된 상에서 게임을 강제로 종료시킴으로써 큐를 해산시키는 행위. 게임에 따라 상이하나, 통상 랭크 점수를 감점하거나 게임 참여 시간에 딜레이를 주는 등, 다양한 페널티를 부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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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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