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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

       2주가 지났다.

       

        “하아….”

         

        파랑이 핸드폰 화면을 보며 눈을 질끈 감는다.

         

        잠수 열풍은 사그라들 기미가 안 보였다. 아니, 오히려 활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날이 갈수록 많은 아티팩트가 발견되고,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바다로 뛰어들고 있었다.

         

        “와 여러분, 이거 보이세요? 이거 진짜 아티팩트 맞죠? 미친, 와….”

         

        핸드폰 화면 속 LIVE 영상에서는 신체 강화계 스트리밍 헌터가 진짜 아티팩트를 찾았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스트리밍 헌터. 자신의 헌터 활동을 개인 방송으로 송출하는 사람들이다. 주 수입원만큼은 아니지만 용돈벌이 정도는 되고, 채널 규모에 따라서는 아예 의뢰 수입을 방송 수입이 뛰어넘는 경우도 있다.

         

        그야 당연하지. 사람이 드래곤이랑 싸우는 영상을 라이브로 송출하는데 시청을 참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느새 헌터들의 생방송은 프로 스포츠를 넘어 명실상부 세계의 제1 컨텐츠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지금 시국에 가장 핫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잠수 방송. 사일로 사에서는 재빨리 기존 제품을 개조해 수중용 방송장비를 시장에 출품하기도 했다.

         

        그뿐이랴, 방수와 압력 저항 옵션을 부여한 전자기기도 우후죽순 출시했다.

         

        전자기기에 옵션을 걸어서 양산이라니, 사일로가 아니라면 진작 부도가 났어도 한참 전에 났을 사업이다.

         

        놀랍게도 그 사업에는 파랑의 지분도 있다. 긴밀히 대화를 하자고 찾아온 에이전트와 함께 사일로 연구소로 가서 실험 몇 번 하고 피 조금 뽑고 오니 이틀 뒤에 물속에서도 작동하는 스피커와 마이크가 출시됐다.

         

        덕분에 파랑도 해저용 핸드폰을 얻었다. 이제 물속에 누워서 티튜브를 볼 수 있다.

         

        무려 해저 4km 아래서도 작동이 되는 모델이다. 당연히 시중에 판매하는 제품은 아니고, 주문 제작이다. 연구소 견학 한 번 하고 받은 증정품으로는 차고 넘쳤다.

         

        파랑이 물속에 누워 티튜브 스크롤을 스윽스윽 내린다.

         

        [스쿠버 1일차]같은 vlog가 대부분에, 얼마 안 되는 나머지도 전부 잠수 방송이다.

       

        파랑은 요즘 이 잠수 방송들을 즐겨 본다.

         

        ‘이 방송인이 괴어를 만나서 사람들이 패닉에 빠지면 어쩌지?!’ 같은 우려에 기인한 것은 아니다.

         

        저번 주까지만 해도 그런 마음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냥 잠수하는 영상이 좋아서 본다. 파랑은 동해에서만 활동하니까, 다른 지역의 얕은 바다들을 보며 대리만족하는 부분도 있다.

         

        헤엄쳐서 직접 갈 수도 있긴 한데, 아무래도 귀찮지. 제일 가까운 얕은 바다가 황해니까. 무려 한반도를 끼고 돌아야 하는 대수영이다.

       

        절대 육로로 갈 생각은 안 하는 파랑이다.

         

        아무튼, 파랑은 사람들이 괴어라곤 없는 건전 잠수 생활을 이 주째 이어가는 것을 보고 안심했다.

         

        애초에 괴어가 나올 깊이까지 들어가는 사람이(원래부터 숨쉬듯 들어가던 사람들을 빼면) 전 세계에 단 한 명도 없다.

         

        그야 내려가기도 힘들고, 굳이 거기까지 내려가지 않아도 그냥 50~100m 깊이에서 아티팩트며 금괴가 숨풍숨풍 나오니까.

         

       ‘대체 금괴는 왜 나오는 거야….’

         

        파랑이 여태 본 이들 중, 가장 깊게 들어간 사람이 300m에서 그쳤다.

         

        그러니까, 괴어 때문에 사람들이 죽고 그럴 걱정은 없는 것이다. 뭐, 몸길이 2m짜리 상어 같은 건 표층에도 있지만…

         

        그건 본인들이 알아서 할 일이고. 파랑은 괴어에 의한 피해만 막자는 주의다. 그러니까, ‘괴어층에 들어갈 능력이 되는 사람이 없으니, 표층에서만 노는 사람들한테 내가 딱히 손쓸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체 왜?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아니, 2m짜리 상어에 물려 죽는 건 본인 사정인데 괴어는 왜 아닌가?

         

        그건, 세상에 알려져서는 안 되는 놈들이 몇 있기 때문에 그렇다.

         

        벨루아 같은 허접들 말고, ‘진짜’들.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사람의 의지를 잃게 하고, 사회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이계의 재앙들.

         

        그런 것들이 저 깊숙이 잠들어 있다.

         

        이걸 아는 이들은 전 세계에 딱 여섯 있다.

         

        ‘그것들’을 목격하고도 살아남은 해저계 헌터들. 그들은 ‘그것들’을 목격하고서, 그 어떤 곳에도 알리지 말고 자기들만 이 사실을 감수하기로 했다.

         

        말 그대로 인류가 알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한 사실이었으므로.

         

        딱히 인류가 안다고 뭘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파랑도 그들 중 하나다.

         

        이건 헌터 협회도, 세계 정부도, 사일로도… 음, 왜인지 사일로는 알고 있을 것만 같지만. 아무튼 이 여섯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정보다.

         

        그리고 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아직까지는 여섯 밖에 없다. 다행인 일이다.

         

        그러나 그런 안심이 무색하게도. 물속에 누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파랑의 시야에, 방금 시작한 라이브 스트리밍의 제목이 들어왔다.

         

        [LIVE – 세계최초 800m 잠수 실황]

         

        파랑이 놀라 핸드폰을 떨어트렸다.

         

        얼굴에 맞았지만, 물속이라 아프지는 않았다.

         

        파랑이 다시 핸드폰을 들어 방송을 켰다.

       

        화면 안쪽에는 익숙한 장소가 펼쳐져 있었다.

         

        ‘아니….’

         

        이거,

         

        우리 동네 근처잖아.

         

        파랑이 핸드폰을 한 번 더 떨어트렸다.

         

        고개를 틀어 피하려다가, 그냥 얼굴로 받는 게 나을 것 같아 얼굴로 받았다.

         

        그리고, 일순간 물보라가 일더니 파랑이 사라졌다.

         

         

        #

         

       

       

        S급 제작계 헌터, 신유나.

         

        그녀는 지금 기분이 좋다.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25,320명이 시청 중입니다.]

         

        ‘25000명…!’

         

        평소의 세 배는 되는 인원이 그녀의 방송을 보고 있었다.

         

        슬레이어즈 승천 뉴스를 보자마자 머릿속에서 떠올린 콘텐츠. 다음날 아침부터 작업에 착수해서, 어제 완성했다.

         

        무엇을? 잠수함을.

       

        오늘 그녀는 직접 만든 잠수함을 타고 해저 800m 지점까지 내려갔다 올 것이다.

         

        여느 헌터물이 다 그렇듯 S급 제작계 헌터는 헌터 카스트의 최상위 인물이다.

       

       사일로 연구실쯤은 숨쉬듯이 빌릴 수 있다. 물론 공짜는 아니었지만.

       

       아무튼, 연구실에서 수압 견딤 테스트까지 해 봤다. 1km지점에서 선체가 찌그러지더라.

         

        보물이니 아티팩트니 제쳐놓더라도, 미지의 심해를 탐험한다는 것은 두근거리는 일이다.

         

        그러한 두근거림을 품은 25000명의 마음을 유나는 제대로 저격한 것이다.

         

        그리고 유나의 심장도 평소보다 25000배는 두근거리고 있었다.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감추며 그녀가 방송 진행을 시작했다.

         

        “안녕 여러분~ 7월 3일의 신유나입니다.”

         

        – 드디어 방송하는구나 이년아

        – 유나펀치! 유나펀치! 유나펀치! 유나펀치!

        – 2주동안 방송유기하고 돌아와서 한다는게 800m 잠수 ㅋㅋㅋ 에라이

         

        “아니 그걸 방송 유기했다고 하면 안 되죠. 분명 2주동안 개쩌는 거 만들어와서 보여준다고 공지까지 썼는데.”

         

        채팅창이 각종 이모티콘으로 도배된다.

         

        – ‘ㅇㅇ’님이 1000원 후원! 감사합니다~! –

        [ tq 800m 진짜로 들어가는거임? 80 아니고? ]

         

        “네 맞아요. 오늘 800m 들어감.”

         

        – 아니 800을 어케 들어감 ㅁ친아

        – 해저계 헌터라도 구해옴?

        – ㄴ그게 뭐임?

        – 그런 게 있음.

         

        “해저계 헌터… 들어본 적은 있는데, 오늘은 안 모셨어요~. 애초에 어디 계신지도 모르는데.”

         

        해저계 헌터. 바닷속에서 활동하는 헌터들. 유나도 그들의 존재 자체는 알고 있었다.

       

        대한민국 전체를 뒤져서 스무 명 있는 초초희귀 직종이다 보니 극X직업 인터뷰도 몇 번 하고, 다큐멘터리도 만들어졌던 탓이다.

       

        딱 현대사회의 자연인 같은 느낌이다. 존재 자체는 들어서 아는데, 뭘 하며 사는지는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는.

         

        – 그래서잠수언제하는건데나급해빨리해줘갈거같애

        – 미친 잠크리트;;

         

        “좀 기다려 봐요. 갈거같애는 뭐야… 넌 임시차단이다.”

         

        충분히 채팅창이 달아올랐음을 확인한 그녀가 얼굴을 찍던 카메라를 부둣가로 돌린다.

         

        “짜잔~! 노틸러스를 소개합니다~!”

         

        – ㅅㅂ 저게 뭐임?

        – 잠수함이야?

        – 잠수함 맞는거같은데?

        –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거임?

         

        “네가 생각하는 그거 맞아요. 2주동안 이거 만들어왔습니다.”

         

        – ‘ㅇㅇ’ 님이 1000원 후원! 감사합니다~! –

        [ 미친년…미친년… ]

         

        예상대로 반응이 폭발적이다. 점점 더 살아나는 분위기를 보며, 만족에 찬 미소를 짓는 유나였다.

         

        – 저걸 혼자 만들었다고?

        – 저번에 비행기 만들어서 탄 걸로는 모자랐구나…

        – ㄴ 비행기는 또 뭐야 ㅋㅋㅋㅋ

        – 그런 게 있음

        – 있으면 좀 알려줘 ㅅ발아

         

        “맞아요. 비행기로는 부족해서 만들어왔습니다~ 최저 1km까지 잠수 가능하고, 아 씨, 전 더 구워야 하는데, 내가 제일 타고 싶으니까 그냥 탈게요.”

       

        – 설명은 하고 타라고 ㅋㅋㅋ

        – 공돌이 본성은 어디 안 가네 ㅋㅋㅋ

        – 믿겠다. 넌 신유나가 맞군.

         

        “아, 타서 설명 드릴게요 타서. 와 이거, 이야….”

         

        이건 진짜다. 방송이고 뭐고 그녀는 얼른 자신이 만든 잠수함에 타고 싶었다. 얼마나 감격에 겨웠으면 아랫배가 저릿거리는 느낌까지 받았다.

         

        재빨리 잠수함에 타고 해치를 닫은 뒤, 그녀는 방송 장비를 조작했다.

         

        이윽고 방송 화면이 잠수함 내부 캠으로 전환되었다.

         

        한 명만 탈 수 있게 만든 잠수함 내부는 뭇 남성, 그리고 소위 공돌이라고 불리는 이들의 로망을 자극할 만한 모양새였다.

         

        투박한 강철로 이루어진 내벽, 푹신해보이는 가죽의자, 주변에 달린 수십가지 레버와 계기판.

       

        거기에 은근히 가스등 느낌을 내는 내부 조명과 전방 유리창을 보호하는 井모양의 쇠창살.

         

        카메라 화면은 둘로 나뉘어 있었다. 유나가 앉은 의자 등받이 맨 위에서 전방의 바다를 찍고 있는 메인캠, 그리고 잠수함 천장에서 내부 전체가 보이도록 고정된 서브캠.

         

        방송 화면을 꽉 채운 메인캠의 오른쪽 아래, 작은 크기로 서브캠 화면이 띄워진 형태였다.

         

        – ‘아롱사태’님이 5000원 후원! 감사합니다~! –

       [ 이 무친년은 기어이 잠수함까지도 스팀펑크풍으로 만들었구나… ]

       

        “스팀펑크는 삶이예요 여러분.”

         

        – 메인캠 뷰 ㅈ되긴 하네 ㅇㅇ;;

        – 근데 좀 작아보이는데 800까지 잠수 되는거 맞음?

        – 유입이냐? 얘 S급 제작계임

        – 아 그럼 인정;;

       – 아니 S급 제작계가 왜 인방을 해

        – 얼굴이 안 보이잖아!!!

         

        “이미 사일로 연구실 빌려서 1km까지 들어가는 거 확인하고 온 거예요. 그리고 얼굴은 서브캠에 나오는데 왜 안 보인다는 거야.”

         

        – 저 좆만한 화면으로 어케 보라는 거야!!

       

        “어허, 순화하세요 순화. 바른 말.”

         

        – 저 유나만한 화면으로 어케 보라는 거야!!

         

        “나가.”

       

        2주만에 돌아온 그녀를 보고 너무 신났던 시청자.

         

        원래같으면 차단감인 드립이지만, 기분이 좋으니 임시차단으로 봐줬다.

         

        “자~ 모두 잠수 준비~!”

         

        언젠가 꼭 이 대사를 해 보고 싶었다.

         

        – 네 네 선장님!!

        – 네 네 선장님!!!!

        – 네 네 선장님!

       

        그렇게 유나가 탄 잠수함이 바닷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표지를 바꿔보았습니다. 보기에 예뻐서 만족스럽습니다.

    6/16 수정) 전체적인 욕설을 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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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 Sea Fish Hunting Specialty Broadcast

Deep Sea Fish Hunting Specialty Broadcast

심해어 사냥 전문방송
Score 4.5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He reincarnated into a hunter world and became an underwater hunter.

There were only 20 people in the entire country in this minor profession, but it didn’t matter. He liked the sea.

“Crazy! There’s a real artifact?!”

“Ahahaha!! How much is all this worth!!”

But then, the Great Diving Era began.

“Ah, it’s so beautiful… I want to see more, more…”

“W-What is that!! Save me!!!”

“Aaaargh!!! My head!! It feels like my head is going to explode!!”

…It would be better not to go in t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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