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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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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시아 불개미】

         

        학명은 티타노미르마.

        몸길이는 2cm 정도 되는 개미로 호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크기가 다른 개미에 비해 큰 만큼, 그 개체 수는 적습니다. 하지만 개미산의 성능 역시 일반적인 개미보다 강해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상대입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

       

       개미산?

         

        나는 급하게 나뭇잎을 치우고 몸을 피했다.

         

        치이익.

         

        내가 있던 가지가 살짝 파였다.

         

        이런 미친.

         

        연기가 나는 걸 보니 저걸 직통으로 맞으면 아픈 걸로 끝나진 않을 거 같았다.

         

        다행인 건, 저 개미산을 연속해서는 못 쓰는 거 같았다.

         

        놈이 재정비하고 있을 때 빠르게 덮쳤다.

         

        다른 개미보다 크기가 크다지만, 내 앞에선 의미가 없었다.

         

        진딧물을 상대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콰직!

         

        발에 밟힌 녀석은 숨이 끊어졌고 나머지 녀석들은 입에 넣어 꿀떡 삼켰다.

         

        개미는 개미였다.

         

        하지만 안심할 때가 아니었다.

         

        개미는 페로몬으로 소통하는 존재다. 녀석이 표식을 남긴다면, 수많은 개미 군단이 몰려오고 말 거다.

         

        녀석이 미처 페로몬을 뿜지 않았기를 바라며 질주를 활성화했다.

         

        바람의 기운이 내 몸에 깃들었다.

         

        레벨 6을 달성한 나는 예전과 비교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강해졌다.

         

        무자비한 속도로 가지 위를 뛰어다녔다.

         

        그냥 왔다 갔다 뛰는 걸로 보이지만, 그 효과는 굉장했다.

         

        퍼버벅.

         

        내 발에 밟힌 개미들이 터져 나갔다.

         

        어느새 나와 눈이 마주친 개미들을 모조리 잡아버렸다.

         

        이걸로 상황이 끝났다면 굉장히 기분 좋았을 거다.

         

        공짜 경험치 이벤트에 톡 쏘는 야식까지 먹었다고 생각하며 단잠을 잤겠지.

         

        그러나 아직 소동이 끝나지 않았다.

         

        【아카시아 불개미 LV3】

         

        【아카시아 불개미 LV1】

         

        【아카시아 불개미 LV2】

         

        …….

         

        검은 물결이 보였다.

         

        가지를 타고 오는 개미들. 수를 세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이 모여 있었다.

         

        두 자릿수는 가뿐히 넘고 세 자릿수에 육박하는 엄청난 숫자다.

         

        더 무서운 건, 저게 끝이 아니라는 것. 나무의 줄기를 타고 점점 더 많은 수의 개미가 모여들었다.

         

        수를 세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다굴에는 장사 없다.

         

        내가 한 방에 한 놈씩 잡는다고 해도 저 수를 상대하는 건 불가능했다.

         

        열 마리 중 한 마리라도 죽기 전에 개미산을 쏜다면 나는 개미산 범벅이 되어 죽고 말 거다.

         

        내 머릿속에 스친 단어는 단 하나였다.

         

        도망.

         

        제일 좋은 방법은 이곳에서 벗어나는 거다.

         

        굳이 이곳을 지킬 이유가 없었다. 좋은 둥지를 만들었지만, 그렇게 정이 든 건 아니다. 목숨보단 소중하지 않다는 거다.

         

        그러나 도망을 치는 것도 불가능했다.

         

        내 몸에 개미들의 체액이 묻어 있었으니까.

         

        내가 도망간다고 해도 놈들이 끝까지 쫓아올 거다.

         

        내게 주어진 방법은 단 하나였다.

         

        이 녀석들을 모조리 쓰러트리는 것.

         

        그러나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레벨 6의 게코 도마뱀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검은 물결이 코 앞까지 다가왔다.

         

        고민할 시간이 많진 않았다.

         

        ‘…질주.’

         

        다시 한번 바람의 기운이 몸에 깃들었다.

         

        놈들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지.

         

        수많은 개미가 내 발에 밟혀 죽었다.

         

        달리면 달릴수록 속도가 느려졌다. 놈들은 죽어가면서도 내 다리에 턱을 박아 넣었다. 다리를 터는 것으로 떨쳐낼 수 있었지만, 속도가 지체되었다.

         

        놈들은 몸을 서로 엉키게 하여 천연 바리게이트를 만들고 있었다.

         

        내가 이곳에서 벗어나려고 한 걸 눈치챈 거 같다.

         

        하지만 고작 저 정도의 높이로 나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거면, 잘못 생각한 거다.

         

        허벅지에 힘을 주었다.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 자세를 취한 후 그대로 지면을 박찼다.

         

        슈웅.

         

        플라잉 도마뱀이다.

         

        하늘을 날듯이 도약하여 개미들의 벽을 넘는 데 성공했다.

         

        잘 있어라, 개미들아.

         

        나를 뒤를 살짝 돌아봤다.

         

        놀랍게도 놈들도 내가 있는 곳으로 건너오기 시작했다.

         

        서로의 몸으로 다리를 만들어 점프하지 않고도 가지를 넘어왔다.

         

        진짜 가지가지도 하네.

         

        놈들은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다.

         

        실제로도 그렇다. 저렇게 다량의 적이 한 번에 넘어오는 걸 본다면 그 누구라도 도망칠 거다.

         

        하지만 내 피는 차갑다. 겁에 질리는 거 대신, 효율적인 행동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서로의 몸을 타고 오는 개미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했다.

         

        선두에 선 놈들이 내가 있는 나뭇가지에 닿는 그 순간, 도약을 한 후 통통한 꼬리를 휘둘렀다.

         

        퍼어억!

         

        놈들은 말 그대로 개박살이 났다. 다리의 중간을 끊어 버려, 수많은 개미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죽진 않았을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당분간 전장으로 복귀하긴 힘들 거다.

         

        나는 계속해서 놈들의 이동을 방해했다.

         

        다리를 만들면 그대로 부쉈다.

         

        하지만 놈들도 학습하는지, 다리의 두께를 줄이고 수를 늘렸다. 나 혼자서는 모든 다리를 부술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미련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내 작전은 이제 시작이었으니까.

         

        개미들이 매섭게 달려들었다.

         

        놈들의 턱이 내 가죽을 살짝 스쳤다. 그 틈으로 들어오는 개미산.

         

        굉장히 따끔했다. 걸음을 멈추는 순간, 나는 끔찍하게 죽고 말 거다.

         

        나는 꼬리를 휘두르며 놈들이 달라붙지 못하게 막았다.

         

        고개를 살짝 들어 내가 처음부터 생각했던 장소를 바라봤다.

         

        놈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속도를 조절하며 개미들을 유인했다.

         

        “키에엑!”

         

        내가 놈들을 유인한 장소는 바로 네필라 쥐라시카의 둥지였다.

         

        놈은 갑자기 등장한 나와 개미 떼에 당황한 눈치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내게 먹이도 뺏기고 보금자리까지 위협당한다는 생각에 화가 난 건지 긴 다리를 휘적이며 전투태세를 갖췄다.

         

        개미들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나타난 강적에 당황한 듯 보였으나, 주변에 널부러진 진딧물의 사체를 보고 거미가 있는 곳으로 돌진했다.

         

        물론 그중에서도 내게 달라붙는 놈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 수는 극히 일부였다.

         

        정말 최소한의 병력만 내게 붙여 놓고 대부분의 병력이 거미줄로 향했다.

         

        놈들도 본능적으로 안 거다. 게코 도마뱀 한 마리 보단 저기 있는 수상할 정도로 큼지막한 거미를 먼저 처리해야 한다는 걸.

         

        “키엑!”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됐다.

         

        네필라 쥐라시카에게 덤비지 않은 자신을 칭찬했다.

         

        쟤랑 싸웠으면, 3초안에 죽었겠다.

         

        저 거미의 무력은 압도적이었다.

         

        콰직!

         

        저 긴 다리에 스치기만 해도 개미가 반으로 갈라졌다.

         

        게다가 거미줄이라는 자신의 영역이 있기에 더욱 유리했다.

         

        개미는 거미의 몸에 닿지도 못하고 놈의 다리에 바스러져 갔다.

         

        나는 내게 덤벼드는 개미들을 처리하면서 전황을 지켜봤다.

         

        이대로만 지속되면 거미의 낙승이겠지.

         

        좋아. 나는 낙오된 녀석들을 잡아먹으면서 레벨이나 올려보자.

         

        그런 마음가짐으로 주변에서 어슬렁거렸다.

         

        그러나 전황은 금방 뒤바뀌었다.

         

        내 예상보다 개미의 수가 많은 탓이었다.

         

        검은 파도가 치듯 엄청난 수의 개미들이 몰려 들었다.

         

        거미줄에 닿는 족족 거미의 밥이 되었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한 마리의 개미를 놓친 순간 그 위에 또 다른 개미가 올라탔다. 끈적이는 거미줄 대신 동족의 몸을 밟고 밟아 네필라에게 다가갔다.

         

        “케에엑!”

         

        어떤 생각 없는 녀석이 진딧물을 모두 잡아먹어 화가 났는지, 개미들은 물러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놈들은 자신의 목숨을 경시하며 마구 돌진했다. 죽더라도 다음 개미가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갈 수 있게.

         

        거미는 놀랍도록 잘 싸우고 있었지만 이대로라면 결과가 뻔했다.

         

        …쟤가 진다고?

         

        미련 없이 도망가자.

         

        개미들의 어그로가 끌린 상황이라면 도망치는 것도 어찌저찌 가능할 거다.

         

        대충 연못에 몸을 담그면 체액도 사라지겠지.

         

        거미한테는 미안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

         

        이곳은 야생이다.

         

        내 코가 석 자인 상황에서 누군가를 도와줄 여유는 없었다.

         

        …….

         

        “게게겍!”

         

        나는 용맹한 포효를 내지르며 거미를 향해 달려갔다.

         

        거미의 다리에 달라붙은 개미들을 꼬리를 이용해 떼어냈다. 개미산을 뿜을 준비를 하는 놈을 발로 한 번 밟고 포효하듯 소리를 질렀다.

         

        “겍겍!”

         

        정신 좀 차려봐, 거미야.

         

        네가 죽으면 내가 벌레를 못 훔쳐 먹잖니.

         

        갑작스러운 내 합류에 개미들이 당황한 거처럼 보였다.

         

        네필라 쥐라시카도 마찬가지였다.

         

        허나 그 당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개미들은 나를 적으로 인식하고 공격해 왔다.

         

        “케에엑!”

         

        그리고 그걸 막아서는 네필라 쥐라시카.

         

        녀석은 이제 거미줄에서 뛰어내렸다.

         

        긴 다리를 이용해 다가오는 개미들을 마구잡이로 짓밟기 시작했다.

         

        몰려오는 개미 군단. 그리고 그걸 막아서는 한 마리의 거미와 도마뱀 하나.

         

        다시 한번 전황이 바뀌었다.

         

        네필라 쥐라시카가 한쪽 다리를 들어 나를 톡 건드렸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아직 난 널 용서하지 않았다고.’

         

        이런 열혈물의 대사를 내뱉은 거겠지.

         

        다리 하나를 들어 놈에게 호응했다.

         

        내가 할 말은 하나였다.

         

        ‘조용히 하고, 이제 온다…!’

         

         

        *

         

        불개미들을 이끄는 장군, 날카로운 턱은 어떠한 페로몬을 맡게 됐다.

         

        키우던 진딧물이 모두 죽었다는 비보였다. 날카로운 턱은 급하게 병사들과 함께 나무 위로 올라갔다.

         

        그가 발견한 건 태연히 잠을 자는 도마뱀 하나였다.

         

        날카로운 턱은 부하들에게 도마뱀의 처리를 지시하고 다른 곳으로 정찰을 나갔다. 효율적인 일 처리였다. 저런 도마뱀이 선발대를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그건 그의 실수였다.

         

        정찰을 마치고 돌아온 그의 눈에 선발대의 시체가 보였다.

         

        배를 긁으며 잠을 자고 있던 도마뱀은 기묘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다리도 짧은 주제에 뒷다리로 걷고 있던 거 아니겠나.

         

        게다가 속도도 굉장히 빨랐다.

         

        격분한 날카로운 턱의 병력을 농락하듯이 공격했다.

         

        그가 그동안 봐온 도마뱀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지능이었다.

         

        날카로운 턱은 산전수전 다 겪은 명장이었다.

         

        그는 자신의 실책을 인정하고 병력을 나누기로 결정했다.

         

        도마뱀은 개미들의 진형이 바뀌는 걸 보고 곧바로 도망쳤다.

         

        날카로운 턱은 미칠 지경이었다. 도마뱀이 노장인 자신의 머리 위에 있다는 듯이 행동했다. 열이 받았지만, 지휘관이 사사로운 감정으로 일을 그르치면 안 되는 법이었다.

         

        날카로운 턱은 꾹 참고 도마뱀을 쫓아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 나무의 여왕을 만나고 말았다.

       

        가장 싸우고 싶지 않은 적이었다.

         

        그러나 그는 주변에 널브러진 진딧물의 사체를 보았다.

         

        물러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죽음을 각오하고 병력을 쏟아부었다.

         

        철옹성 같던 거미의 움직임이 점점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제 거의 끝났다고 생각한 그 순간에, 기묘한 도마뱀이 다시 한번 개입했다.

         

        거미의 몸에 달라붙은 병사들을 모조리 떼어 낸 후, 거미와 함께 싸우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턱은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이 싸움이 그간 자신이 해왔던 어떠한 싸움보다 더 힘들 거 같다고.

         

        오비랍토르의 알을 훔치는 대작전을 펼쳤을 때도, 부상 당한 미크로랍토르를 사냥했을 때도 이토록 불안하진 않았다.

         

        이 싸움의 끝이 군단의 패배가 될 거 같다는, 사령관으로는 하면 안 되는 생각이 들고 말았다.

         

        날카로운 턱은 그의 턱을 높이 쳐들었다.

         

        그는 노장이었다. 그의 자랑이던 턱은 어느샌가 뭉툭해지고 말았다.

         

        그럼에도 그는 날카로운 턱이었다.

         

        턱이 무뎌진 만큼, 지혜가 날카로워졌다.

         

        거미와 도마뱀 둘 다 전투력은 발군이었다. 그러나 틈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는 놈들이 서로의 움직임에 익숙하지 않다는 걸 눈치챘다.

         

        내분. 노련한 장군인 그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날카로운 턱은 페로몬을 내뿜어 병력을 잠시 물렸다.

         

        그러자 놈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그는 조용한 움직임으로 정예 병력을 통솔해, 놈들의 뒤로 몰래 이동했다.

         

        “게게겍!”

        “케에에엑!!”

         

        그들의 다툼이 격해진 순간, 정예병들과 함께 놈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빈틈이었다.

         

        푸슉!

         

        그리고 그 순간, 그의 세상이 빙글빙글 돌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그의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자신을 따르던 정예병들이 머리와 가슴, 그리고 배로 세 등분난 채로 하늘을 날고 있었으니까. 날카로운 턱은 자신도 그들과 같은 신세가 됐다는 걸 깨달았다.

         

        “겍겍!”

        “켁켁!”

         

        거미와 도마뱀은 동시에 외쳤다.

         

        개미는 그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그러나 말의 의미는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방해다.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

       

       날카로운 턱은 다리를 바르르 떨었다.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진화하는 도마뱀이 되었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as a lizard in a martial arts world. “Roar!” “He’s using the lion’s roar!” “To deflect the Ten-Star Power Plum Blossom Sword Technique! Truly indestructible as they say!” “This is… the Heavenly Demon Overlord Technique! It’s a Heavenly Demon, the Heavenly Demon has appeared!” It seems they’re mistaking me for something e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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