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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

       처음 팔츠에 도착했을 때 느낀 감상은 놀라움이었다.

        ​

        이 세상에 태어나고 나는 이만큼 거대한 도시를 난생처음 보았다. 당연하다는 듯 6층이 넘는 건물들이 줄지어 세워졌고, 도시를 관통하며 흐르는 강이 있음에도 물이 부족한 듯 수도교가 이곳저곳 세워져 있었다. 곳곳에 세워진 주변 건물들을 압도하는 크기의 성당과 교회들은 자신들의 존재감을 뽐냈다.

        ​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이 모든 것이 성벽 바깥에 이뤄진 풍경이라는 점이었다.

        ​

        “엄청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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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국의 자랑이자, 국력의 핵심이니까요. 모든 것을 잃어도 팔츠만 지키면 제국을 부활시킬 수 있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랍니다.”

        ​

        마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커튼을 걷었다. 황실의 문장이 새겨진 마차가 지나가서 그런지 사방에 사람들이 모여 우리 일행이 지나가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

        창문 너머로 그들에게 손을 흔드는 마리아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제 있었던 습격 사건이 떠올랐다.

        ​

        “이거, 안전은 괜찮은 거야?”

        ​

        “황후가 물불 안 가린다고 하지만, 수도에서 그런 짓을 벌일 정도로 머리가 비진 않았어요. 궁에서라면 몰라도.”

        ​

        이미 배후는 황후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구나.

        ​

        뭐, 생각해보면 당연하긴 했다. 이 나라의 귀족 중에 그녀를 죽일 당위가 있는 건 황후뿐이었으니까. 설령 황후가 아니더라도 결국 황후의 파벌일 테니 크게 다를 건 없었다.

        ​

        “그럼 이번 사건은 어떻게 처리되는 거야?”

        ​

        “언제나처럼 배후를 찾아서 추궁해도 황후 파벌에서 적당히 제물 하나 찾아서 꼬리 자르기로 끝내겠죠. 어차피 이런 잔챙이들은 성공하면 좋고 아니면 말고라는 생각으로 보내는 거니까요.”

        ​

        마치 남의 이야기인 것처럼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조금 죄책감이 느껴졌다. 예전에는 그래도 암살 위협에 두려움도 느끼고, 사람이 죽는다는데 안타까움도 느끼던 소녀였건만, 몇 년 안 본 새에 사람이 변해 있었다.

        ​

        권력자로서는 굉장히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하겠지만, 그만큼 감성이 삭막해진 것이 보여 안타까웠다.

        ​

        이런 모습을 보고 나니 어째서 그녀가 나를 그토록 붙잡으려 했는지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했다. 나를 일종의 정신적 버팀목처럼 여기고 있던 게 아니었을까.

        ​

        “뭐, 이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신경 쓸 필요 없어요. 그보다, 숙소로 지낼만한 곳은 있나요?”

        ​

        “숙소?”

        ​

        그러고 보면 지낼 곳이 마땅치 않았다. 우리 가문이 수도에 그리 연이 없는 가문이라 별장이나 저택이 있지도 않았고, 친척은 제국보다는 옆동네 왕국에 몰려 있었다.

        ​

        그래도 걱정은 없었다.

        ​

        “친분 있는 귀족가에 연락해서 머물면-”

        ​

        “제 궁에서 지내세요.”

        ​

        “예?”

        ​

        마리아는 잠시 아무 말도 없다가 나를 확 돌아보며 말했다.

        ​

        “제 별궁에서 지내라 했어요.”

        ​

        “그, 나는 황족이 아닌데…?”

        ​

        “상관 없어요.”

        ​

        마리아는 나를 벽에 몰아붙이며 손가락을 하나씩 펴가며 내가 별궁에 머물러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

        “첫째로, 별궁은 원래 외부인들도 묵을 수 있는 공간이에요. 애초에 손님맞이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니 당신이 묵는다고 문제가 될 건 없어요.”

        ​

        “그, 그래?”

        ​

        얼굴이 코앞에 있으니 조금 부담스러워 물러나고자 했지만, 마차의 내부 공간이 그리 넓지 않은 탓에 도망칠 곳이 없었다.

        ​

        마리아는 또 하나 손가락을 폈다.

        ​

        “둘째로, 어차피 당신은 아바마마의 부름을 받아 온 거잖아요. 그럼 황실의 손님이니 별궁에 머무를 자격은 충분해요. 더구나 어차피 아바마마를 뵈러 온 건데, 아바마마께서 부르시면 금방 갈 수 있는 별궁에 머무르는 게 훨씬 좋지 않겠어요?”

        ​

        “그것도 그렇지.”

        ​

        듣고 있으니 뭔가 설득이 되는 기분이었다. 확실히 그렇긴 하지. 

        ​

        내가 뭐 수도에 뭔가 볼일이 있어서 온 것도 아니고, 폐하께서 부르셔서 왔으니 황궁 근처에 머무는 게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닌 것 같기도 했다.

        ​

        “마지막으로, 당신이 연락해보겠다는 귀족들도 저마다의 일정이 있을 것 아닌가요? 그걸 싹 무시하고 미리 이야기를 해둔 것도 아닌데 갑자기 연락해 묵어도 되냐고 물어보는 건 굉장한 실례에요. 그럴 바에는 차라리 제 별궁에 머무르는 것이 훨씬 당신의 평판에도 좋은 일일 테죠.”

        ​

        과연, 옳은 말이었다. 원래 귀족이란 족속들이 참으로 귀찮아서, 별거 아닌 일에도 절차나 형식을 굉장히 따지는 면모가 있었다. 내가 연락할까 생각하던 후보군에 속한 이들은 그런 것에 별로 구애받지 않은 것 같긴 했지만, 속내가 어떨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

        나처럼 평판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었다. 확실히 그녀가 날 배려하는 것이 확 체감됐다.

        ​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문제가 있었다.

        ​

        “그런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미 성년이 지난 남정네가 이제 막 성인식을 치를 나이의 황녀님이 머무는 궁에 머무는 건 좀 그렇지 않아?”

        ​

        바로 스캔들의 문제였다.

        ​

        물론 나도 이쪽 방면에서 완전 순수한 건 아니었다. 나라고 여자에 아예 흥미가 없는 건 아니라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여러 여자와 엮인 적은 있었다(다시 말하지만, 성적 관계까지는 가지 않았다). 하지만 장담컨데 귀족가의 영애와 얽힌 적은 없었다.

        ​

        애초에 그런 일이 없도록 스스로 철저하게 관리했다. 다른 건 몰라도, 귀족 영애는 잘못 얽히면 지금과 같은 자유로운 영혼은 고사하고 그쪽에 그냥 닥치고 뿌리박아야만 했다. 심지어 가문 간에 미리 이야기를 나누고 장래에 결혼을 약속하거나 한 사이가 아닌 상태에서 그런 소문이 돌았다간 진짜 맞아 죽어도 할 말이 없었다.

        ​

        연애 결혼이라니. 어떻게 그런 망측한 소리를 할 수 있단 말인가!

        ​

        …물론 그런 것 치곤 귀족의 연애 결혼에 대한 소식이 꽤 많긴 했다. 순애가 복사가 된다니 굉장히 낭만이 넘치긴 했지만, 이쪽은 아무튼 서로 좋다고 물고 빨며 정착할 준비가 된 이들끼리, 혹은 사고를 친 연놈들끼리 결혼하는 것이니, 내가 꿈꾸는 인생과는 거리가 멀었다.

        ​

        심지어 그것이 황녀와 연관된다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내 인생뿐만 아니라 그녀의 혼삿길도 같이 막아버리는 셈이 되는 것이니 오히려 더욱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

        하지만 마리아는 이에 대해 가볍게 일축했다.

        ​

        “상관없어요.”

        ​

        “뭣.”

        ​

        순간 사고가 정지했다.

        ​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으니 그녀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황급히 물러서 변명했다.

        ​

        “어, 어차피 제가 뭘 하든 당신과 어울리는 모습이 보이면 황후 쪽에서는 어떻게든 제 순결을 당신과 엮어서 공격할 거고 그러면 황후 파벌 쪽에서는 그걸 믿든 믿지 않든 아무튼 저를 배척할 거고 그들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정치적 단결을 위해서라도 아무튼 그들의 주장을 반박할 거라 진실은 상관없다는 뜻이에요!”

        ​

        급하게 속사포 랩을 하듯 늘어놓은 그녀의 말에 그제야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

        “역시 그렇지? 난 또 황녀님이 나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소문이 돌아도 상관없다고 한 줄 알았네.”

        ​

        그녀는 내 말에 입술을 이죽거렸다. 뭔가 말을 하는 것 같긴 한데, 마법을 걸었는지 들리진 않았다. 과거 기사의 신체 스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때 혼잣말을 하다 몇 차례 내게 들킨 이후로 혼잣말을 할 때 사일런스를 쓰는 습관을 들인 모양이었다.

        ​

        뭐, 저렇게까지 꼭꼭 숨기고자 하는 생각을 굳이 알아낼 생각은 없었다. 예의가 아니기도 하고.

        ​

        “알았어. 그럼, 염치 불고하고 별궁에서 묵기로 할까.”

        ​

        “천만에요.”

        ​

        수락의 의미를 담아 고개를 끄덕이자, 마리아는 싱긋 웃었다.

        ​

        –

        ​

        팔츠가 그 규모의 웅장함으로 날 감탄하게 했다면, 황궁은 그 화려함으로 날 압도했다. 나름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화려한 저택과 성을 많이 봤다고 자부했지만, 단언컨대 황궁에 비견할 만한 건축물은 없었다.

        ​

        건물의 크기만 따지면, 사실 황궁보다 큰 건물들은 종종 찾아볼 수 있었다. 고대에 지어진 무덤이나 궁전 유적들의 경우 이게 말이 되나 싶은 수준의 규모를 갖고 있기도 했다.

        ​

        하지만, 단언컨대 건축에 들어간 비용은 이쪽이 압도적이리라 확신할 수 있었다.

        ​

        외벽을 빼곡히 채우는 부조와 조각상, 신화 속 이야기와 제국을 건국한 황제의 일대기를 묘사한 벽화 등이 단순한 대리석이나 물감이 아닌 거대한 금과 은, 각종 보석을 갈아 물에 개어 만든 안료로 만들어져 황궁을 장식하고 있었다.

        ​

        막 상경한 시골 촌놈처럼 휙휙 고개를 돌리며 구경하고 있으니, 마차가 별궁 앞에 멈춰섰다.

        ​

        “먼저 들어가 있어요.”

        ​

        “너는?”

        ​

        “포로들 인계는 제가 직접 해야 왜곡이 없어서.”

        ​

        “…너도 고생이 많다.”

        ​

        “황족으로 누리는 것에 비하면 이 정도야.”

        ​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창밖으로 손가락을 까닥였다. 조피가 마차의 문을 열어주었다.

        ​

        “그럼, 있다가 보자고.”

        ​

        마리아가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고 마차에서 내렸다. 마차가 떠나는 걸 지켜보다 별궁으로 향했다.

        ​

        별궁 또한 정궁만큼은 아니어도 충분히 화려했다. 아무래도 황제가 지내는 곳이 아니다 보니 궁으로서의 격은 좀 떨어지는 것 같았지만, 이 정도면 차고 넘쳤다.

        ​

        솔직히 나는 아직도 궁에서 머문다는 게 잘 실감이 안 난다고.

        ​

        “오셨습니까. 오랜만에 뵙습니다.”

        ​

        궁을 둘러보고 있으니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

        “마틸다?”

        ​

        “예, 기억하고 계셨군요.”

        ​

        마리아의 전속시녀이자 과거 저택에서 지낼 때 시녀장을 맡던 마틸다였다. 마리아는 한창 클 나이였기에 오랜만에 본 만큼 이래저래 변한 게 많았지만, 마틸다는 하나도 변한 게 없었기에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

        “아예 다들 여기로 이사한 거야? 예전에는 저 남쪽에 있는 황실 별장에 머무르고 있었잖아.”

        ​

        “예, 이제 전하를 호위할 세력도 있고, 전하께서도 예전처럼 어리광만 부리던 아이가 아니시니까요. 빌헬름 경께서 도와주신 덕이지요.”

        ​

        딱딱한 말투지만, 그 안에 마리아를 향한 대견함과 뿌듯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하기야, 어린 시절부터 그녀를 돌봐온 사람이라고 하니 당연하겠지.

        ​

        하지만 내게는 그보다 그녀를 호위해줄 세력이 있어서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말이 굉장히 씁쓸하게 느껴졌다. 참 삭막한 집안이다. 막상 자기 친오빠들과는 그리 사이가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황후 한 명이 집안의 물을 흐린다고 해야 할까.

        ​

        차기 황제 자리가 걸린 이상 어쩔 수 없다는 건 이해는 한다만, 개인적으로 마리아와 친분이 있는 사람으로서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

        그래도, 오늘은 처음 팔츠에 도착한 날이니 좀 즐거운 분위기로 구경 좀 해봐야지. 그런 생각으로 음울한 기운을 떨쳐내고 물었다.

        ​

        “그런데, 나는 어디 묵으면 될까? 적당히 아무 방이나 잡으면 되나?”

        ​

        “아뇨, 미리 준비해둔 방이 있습니다. 따라오시지요.”

        ​

        미리 준비해뒀다고…? 황제가 날 부를 거라는 걸 미리 알고 있던 건가?

        ​

        뭔가 말이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지만, 기분 탓인 셈 치고 넘어갔다.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딸이니까 미리 언질 정도 받아둘 수는 있겠지.

        ​

        그렇게 여기며 마틸다의 뒤를 따라가니, 그녀는 한참이나 나를 데리고 내부로 향했다. 처음에는 그저 별궁의 내부 인테리어를 구경하고 감탄하며 그녀를 뒤따랐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나도 위화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

        “저기, 이거 너무 별궁 안쪽으로 들어가는 거 아냐? 이 안쪽은 황실의 공간인 거 같은데…?”

        ​

        기우가 아니었다. 그저 건물을 지나가는 게 아니라 건물 하나를 통과해 안뜰을 지나고, 또 벽으로 둘러싸인 중정으로 들어가 그 안쪽에 위치한 건물로 향하고 있었다.

        ​

        삼중으로 보안을 통과해야만 닿을 수 있는 곳이면,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손님맞이용이 아니라 황실 전용 공간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곳이었다.

        ​

        “괜찮습니다. 이곳은 폐하나 황족분들께서 직접 초대하신 분들께서 종종 묵으시던 곳이니까요.”

        ​

        “그래…?”

        ​

        그런 것 치곤 뭔가 너무 폐쇄된 곳인 것 같은데…?

        ​

        의아하지만, 아무튼 본인들이 그렇다니 내가 할 말은 없었다. 아니, 궁에 대해 뭐 아는 게 있어야 지적하든 반박하든 하지.

        ​

        시녀장은 건물 안에 들어가고도 조금 더 들어가서야 멈춰섰다.

        ​

        “여기가 빌헬름 경께서 지내실 방입니다.”

        ​

        “오, 드디어-.”

        ​

        주변을 구경하다 내 방이라는 말에 확인하려 고개를 돌리자 이상한 것이 보였다. 내 방이야 그렇다 치고, 바로 옆에 뭔가 굉장히 비싸 보이는 장식이 가득한 문이 커다랗게 자리하고 있었다.

        ​

        누가 봐도 이 방이 이 건물의 주인공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

        “…혹시나 해서 묻겠는데, 이 방의 주인이, 그, 마리아 전하는 아니지?”

        ​

        “바로 알아차리시는군요. 맞습니다. 이 방이 전하의 방이십니다.”

        ​

        뇌가 지끈거렸다.

        ​

        “…나 그냥 다른 곳에서 묵을게.”

        ​

        이건 아니지. 내 인생 끝날 일 있냐고.

        ​

        물론 마리아가 했던 말이 대부분 옳긴 하지만, 만약 여기가 내 방이라면 그냥 무례를 무릅쓰고 다른 사람 집에 머무는 게 옳았다. 누가 봐도 우리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홍보하는 티가 팍팍 나는 그런 방에 머물러야 한다니. 이건 내 사회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내 인생이 끝장날 수도 있었다.

        ​

        하지만 마틸다가 내 앞을 막아섰다.

        ​

        “죄송하지만, 경은 여기서 머무르셔야만 합니다.”

        ​

        “내가 왜?”

        ​

        “이미 폐하께 경이 여기 묵을 예정이라고 보고가 올라갔으니까요.”

        ​

        “하나님 맙소사.”

        ​

        내 생에 처음으로 간절히 신을 찾는 때가 이때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

        황제의 호출을 알리는 시종이 찾아온 것은, 마리아가 채 돌아오기도 전의 일이었다.

       


           


I Wished for Romance, but it Turned Out to be a Romance Fantasy

I Wished for Romance, but it Turned Out to be a Romance Fantasy

낭만 판타지를 꿈꿨는데 로맨스 판타지였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dreamed of a life filled with romance¹ and romanticism, but I didn’t dream of a romance fantasy… —- ¹ The “Romance” here means a feeling or atmosphere of something new, special and exciting, e.g., a hero’s adven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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