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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

       「

       제목 : 질문) 지하 감옥 감시자 잡을 수 있는 거 맞음?

       

       

       늑대 새끼 혐오스럽게 생긴 값 하네;

       

       때리자마자 전체 공격기 남발하는데, 이거 맞음?

       

       

       댓글

       

       ㄴ왔구나, 뉴비 탈곡기.

       

       ㄴ잡을 수 없는 거 맞음 ㅇㅇ 원래 그런 외신임.

       

         ㄴ계속 죽는데 어떻게 함?

       

         ㄴ도적 먹고 배를 채워줬으니 돌아서 빠져나가면 됨.

       

       ㄴ(대충 그는 좋은 돚거 였습니다 콘)

       

       ㄴ랩 올리고 다시 오면 잡을 수 있음.

       

         ㄴ아아, ‘그것’을 말하는 것인가. 

       

         ㄴ’그게’ 있으면 해결 할 수 있긴 하지.

       

         ㄴ그게 뭔데?

       

         ㄴ(대충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말하는 콘)

       

         ㄴ뭐, 뭣.

       」

       

       

       커뮤니티에 올렸었던 글이 문득 떠올랐다.

       

       지금 눈앞에 있는 존재가 분명히 눈도 마주치기 힘들 정도로 혐오스럽게 생겼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슈퍼 겁쟁이 모드 탓인가, 그냥 낮잠 자고 있는 귀여운 여자애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물론 외신이 맞긴 한 듯 안쪽 머리카락에 데포르메된 눈동자 같은 것들이 보이긴 했지만. 

       

       

       아니. 

       

       외신이 여자로 보이다니 이렇게 끔찍하게 뒤틀린 이상성욕이 또 있을까? 

       

       종이에 적혀있던 정신병자라는 말도 이 인지 필터로 인해 변질된 시야 탓일지도 몰랐다.

       

       

       모더 개발자 이 미친 녀석.

       

       이런 데에서 쓸데없이 개연성 챙기지 말라고!!!

       

       

       …라고 하고 싶지만, 이미 나는 그와 다른 세상의 사람이 되어버린지 오래였다.

       

       

       이럴 때가 아니지.

       

       우선 눈앞에 있는 것을 해결하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당사자인 감시자의 모습이 저렇지만, 어쨌거나 이곳은 무턱대고 덤벼 들었다가는 무한으로 죽음을 즐길 수 있는 뉴비 학살 구간.

       

       고인물도 아닌 청정수 그 자체인 난 그 무엇보다 신중하게 움직여야 했다.

       

       

       이 다크 판타지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혼자 강해서는 안된다.

       

       아무리 인자강이라 하더라도 그딴 거 알빠노? 하고 씹어먹을 외신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건 잘 도망치고, 패턴을 파악하고, 파훼 하는 것.

       

       조금만 스노우 캐슬을 하다 보면 깨닫는 진리였다.

       

       

       그렇기에 주위부터 살폈다.

       

       일단 사냥꾼과 도적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알아야 했으니까.

       

       

       사냥꾼은 눈에 핏발을 띄운 채 감시자를 노려보고 있다.

       

       외신이라는 존재가 사냥꾼의 가족을 몰살한 이후로 사냥꾼에게 있어서 그들은 죽여야 마땅할 해악, 그 자체였으니까.

       

       

       마음은 이해되지만, 저렇게 놔두었다간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게 분명했다.

       

       죽으면 부활하는 게임도 아닐 뿐 더러 우리에게는 아직 감시자를 상대할 무기조차 없다.

       

       사냥꾼이 감시자에게 한 대도 맞지 않고 24시간 동안 일방적인 구타를 해도 잡는 건 불가능하지 않을까.

       

       

       …물론 쌉고인물들은 망토와 천옷만 입은 사냥꾼으로 진짜 잡아내긴 했지만, 여긴 현실이니까.

       

       

       “사냥꾼 씨?”

       

       

       나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일까.

       

       흠칫 하고 정신을 차린 사냥꾼은 날 보더니 내 눈빛을 대충 읽은 듯 한숨을 내쉬며 거센 기세를 죽였다.

       

       

       “괜찮다. 힘의 차이도 모르고 덤벼들 정도로 머저리는 아니니까.”

       

       “거짓말은. 당장이라도 달려들고 싶어하는 눈치였거든요.”

       

       “달려들고 싶은 싸움에 다 응했으면 내가 지금 멀쩡할 리가 없겠지.”

       

       

       뭐, 그렇긴 하지.

       

       

       승산 없는 싸움에는 절대 몸을 던지지 않고, 확실한 방법을 발견했을 때에만 사냥하는 그야말로 ‘외신 죽인다맨’.

       

       불리한 싸움으로 시작하더라도 끝까지 살아남아 외신을 죽일 칼날을 벼려 급소에 찌르는 인간이었다.

       

       

       증오를 감추고 돌아선 사냥꾼은 내게 의문을 던졌다.

       

       

       “그건 그렇고 너는 저걸 봤는데도 멀쩡하군.”

       

       

       너무 평범하게 행동했나?

       

       이제 와서 무서워 하기에는 그른 것 같으니 당당하게 나가기로 했다.

       

       

       “어…정신병자라서요?”

       

       

       외신이 늑대 귀 여자로 보여서 전혀 무섭지 않아요~ 이렇게 말할 수는 없잖아.

       

       대놓고 이상성욕자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참 편리한 변명이군.”

       

       

       적어도 사냥꾼은 이제 나를 정신병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인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잠깐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사냥꾼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하긴, 저런 걸 봐도 멀쩡한 놈이 제정신일 리가 없으니 믿을 수밖에 없겠어.”

       

       

       사냥꾼에게 인정을 받았다!

       

       캬, 주인공이 인정한 정신병자, 레이단 탄튼!

       

       …칭찬 맞지?

       

       

       그나저나 사냥꾼이 다른 사람에게 믿는다고 하는 건 처음 보았다.

       

       사냥꾼은 남을 믿지 못해서 혼자 다닌다는 성격의 소유자였으니까.

       

       

       …이렇게 생각해봤자 본인 딴에는 농담으로 한 소리인 것 같기도 했지만.

       

       

       “그나저나 옆에 있는 도적에겐 네가 말을 걸어봐라. 내가 말하는 것보다 네가 더 잘 통하겠지.”

       

       

       그게 무슨 말인가 하는 마음으로 아가르타에게 시선을 돌렸다. 

       

       

       “흐으….”

       

       

       그동안 여유로웠던 아가르타의 얼굴색이 푸르스름한 것이 딱 봐도 겁에 질린 듯했다.

       

       등에 얼음을 넣은 것처럼 양팔을 붙잡은 채 몸을 끌어안고 덜덜 떨고 있다.

       

       초라한 게임 지식을 꺼내 대조해보면 이건 공포라는 상태이상에 걸렸을 때의 전형적인 증상이었다.

       

       

       “괜찮아요?”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아가르타의 어깨를 툭 건드렸다.

       

       그러자 희번뜩한 표정으로 팔을 뻗어오는 아가르타.

       

       

       미친…!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이미 내 배 앞까지 뭔가 다가왔다.

       

       

       눈을 질끈 감고 겸허히 받아들일 준비를 했는데, 어째서인지 아무런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진정해라 도적.”

       

       

       다행히 그것을 사냥꾼이 낚아채 준 것이었다.

       

       아가르타가 내게 내지른 것은 방금 문 딸 때 사용했던 바늘이었다.

       

       

       …나 방금 죽을 뻔 한 거니?

       

       혈도 잘못 찌르면 죽는다고 하잖아.

       

       

       여전히 사색이 된 채로 몸을 떨던 도적이었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니 조금의 식은 땀만 흘리며 원래의 웃는 상으로 돌아왔다.

       

       

       “진정…네, 진정됐어요.”

       

       “몸은 이상 없나?”

       

       

       사냥꾼의 말에 아가르타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지금도 계속 온몸이 뾰족한 가시로 찔리는 기분이에요.”

       

       

       그 말을 증명하듯 팔에 닭살이 돋아나 솜털이 삐죽 솟아나 있었다.

       

       

       “죄송해요 탄튼 씨, 제가 깜짝 놀라서 과민반응을 해버렸네요.”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사람 죽일 뻔해놓고 사과를 퉁 치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싶긴 하지만,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

       

       

       말로 아가르타를 대충 진정시켜주고 있으니, 사냥꾼이 뭔가 분석하는 것 같은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사냥꾼에게 물음표를 띄우며 시선을 주었다.

       

       

       “…너, 생각보다 눈이 좋군.”

       

       “네?”

       

       “시선이 따라갔다.”

       

       

       아까 아가르타가 나한테 내질렀을 때 눈이 따라간 걸 말하는 걸까.

       

       그건 다 급하면 반사적으로 되는 거 아니었나?

       

       

       “제대로 훈련이 된 상태였다면 어쩌면 받아 쳤을지도 모르겠군.”

       

       

       …흠, 그 정도인가.

       

       

       사냥꾼도 그냥 넋두리였는지, 그 말을 한 후 다시 외신을 향해 시선을 옮길 뿐이었다.  

       

       

       아가르타와 사냥꾼이 저렇게 경계하는 모습을 보니 상당히 위협적인 모습이긴 한 모양이었다.

       

       

       게임을 해봤으면서도 왜 모르는 척하냐고 하면….

       

       공포, 기괴, 위험은 내 머리 속 쓰레기통에 집어 넣어 분리수거하고 소각처리 까지 철저히 한 지 오래였다.

       

       

       왜냐고?

       

       무섭잖아.

       

       이런 건 빨리 잊어버리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다니까?

       

       

       지금의 내가 본다면 그 자리에서 요실금이 터질 정도로 공포스러운 형상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만 알면 되겠지.

       

       

       “일단 아래로 내려갈까요?”

       

       

       의견이 만장 일치했고, 감시자에게 들키지 않도록 다시 지나갔던 길로 되돌아와 작전 회의의 시간을 가졌다. 

       

       

       “아, 그러고 보니까 외신에 의해 간수들이 전부 사라졌다면 전 어떻게 여기에 온 거였죠?”

       

       

       그동안 품고 있었던 의문을 말했다.

       

       

       “눈치 채지 못한 모양이군. 일어나자마자 탈출했으니 그럴 만도 한가. 감옥 천장에 구멍이 있다. 넌 줄로 매달아 떨어뜨려진 거였지. 

       

       누군진 묻지 마라 나도 모르니까.”

       

       “음… 그렇다면 그 구멍으로 올라갈 수는 없는 건가요?”

       

       

       그 질문에는 아가르타가 싱긋 웃으면서 자신을 가리켰다.

       

       

       “그렇다면 저 혼자 탈출 했겠죠?”

       

       

       돚거, 문 따기, 벽 타기, 삼박자 맞추셨네.

       

       넌 그냥 나가라.

       

       

       잡생각에 빠져 있으니 사냥꾼이 손가락 두 개를 들며 말했다.

       

       

       “그렇다면 결국 두 가지의 방법 밖에 없다.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조용하고 신속한 움직임으로 저 녀석을 넘어서 정문으로 나가든지.”

       

       

       사냥꾼의 눈빛에 이채가 감돌았다.

       

       

       “아니면 그냥 싸워서 저 녀석을 죽이든지.”

       

       

       사냥꾼이 손가락 하나를 접으며 충격적인 방안을 내놓았다.

       

       아마 자신이 생각해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서 후자는 접은 거 같은데.

       

       

       그렇다고 전자가 가능하다는 것도 아니었다.

       

       우리가 지나가는 소리를 듣고 저 외신이 무조건 깨어날 테니까.

       

       

       “간수들이 수거해 간 무기들은 외신의 너머에 있잖아요.”

       

       “하지만 그 방법이 아니라면 여길 탈출할 방법이 있나? 이곳엔 음식도 없다. 

       

       허기가 진다면 더욱이 탈출할 가능성은 바닥을 기겠지.”

       

       

       아가르타가 황당한 표정으로 이의를 제기했지만, 사냥꾼의 말을 듣고 말을 줄였다.

       

       맞는 말 뿐이었으니까.

       

       

       사냥꾼이 대충 무슨 의도로 발언한 것인지 유추할 수 있었다.

       

       그는 확실하지 않다면 절대 승부를 보지 않는 철저한 안보 주의자였다.

       

       

       외신을 사냥할 수 없다면 도망친다.

       

       즉, 둘 중 어떤 것을 선택하든 결국 우리를 미끼로 자신은 탈출하고자 하는 의미겠지.

       

       

       더러운 이기주의자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사냥꾼이 살아남는 방법이었다.

       

       애초에 감옥에 갇힌 범죄자를 상대로 그런 포용을 할 이유도 없을 테니.

       

       

       아가르타와 대화하는 와중에도 사냥꾼의 눈빛이 나를 향했다.

       

       

       “….”

       

       “….”

       

       

       마치 ‘나 혼자서는 외신을 쓰러뜨리지 못한다면서?’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은 눈빛이었다.

       

       그 말에 대해 증명하라는 의미겠지.

       

       

       솔직히 살아남으려고 생각없이 했던 말이었다.

       

       아무런 대책도 세운 게 없는 내지르기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그러나 그 기벽이, 반사신경이, 날 지금까지 살아오게 해준 비결이 아니었던가?

       

       비록 살아남았다고 하는 것이 하찮은 게임 같은 거긴 하지만.

       

       

       문득 벽면에 쓰인 글귀가 생각이 났다.

       

       

       본래라면 신비학자 빌드를 짜 와야 간신히 볼 수 있는 외신 쓰러뜨리기 공략법.

       

       이전 올렸던 질문 글에 이 장소로 다시 올 수 있다는 댓글.

       

       거기에 계속 언급하던 ‘그것’.

       

       

       수많은 게임을 해 온 짬이 쌓이고 쌓여 단 하나의 가능성을 수렴시켰다.

       

       

       이거 설마 기믹 보스인가?

       

       어쨌거나 여기도 게임을 배경으로 구현된 세상일 거 아니야.

       

       

       상황 판단이 끝나자마자,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는 사냥꾼의 손을 양손으로 잡았다.

       

       사냥꾼의 눈이 크게 흔들리는 것 같았지만, 별로 신경 쓸 건 아닌 듯했다.

       

       

       그것보다 이미 접어버린 손가락 하나를 펴는 게 중요했으니까.

       

       

       그것이 상징하는 바를 안 것인지, 아가르타와 사냥꾼이 동공이 축소된 채 내게 시선을 주었다.

       

       

       그들에게 덤덤하게 말했다.

       

       

       “혹시 이 안에 외신을 쓰러뜨릴 방법이 있다고 한다면 믿으실래요?”

       


           


Dark Fantasy: Super Coward Mode

Dark Fantasy: Super Coward Mode

슈퍼 겁쟁이 모드 다크 판타지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The super cowardly me installed Super Coward Mode, and the terrifying extraterrestrials started to look cute. “Eating the flesh of an extraterrestrial deity? You’re not human! Ew!” “Even withstanding mental manipulation? What kind of monster are you!” “Enslaving an extraterrestrial deity? You must be out of your mind.” …And then, the reactions around me became st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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