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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

       

         

         

         

        “아아아악!”

         

         

        오늘도 루시는 악몽에 시달려 비명과 함께 깨어났다.

         

        짐꾼 따위와 대화를 했다고 해서 그녀의 상황이 당장 달라지는 건 아니었다.

         

        여전히 잘려나간 사지는 알알이 환지통을 몰고 왔고 악몽을 꿀 때면 더 심했다.

         

        배신당한 이후로 눈만 감으면 악몽이 시작되었다.

         

        때문에 루시는 되도록 잠들지 않으려 버티고 버티다 간신히 눈을 붙였고 몇십분도 지나지 않아 깨어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었다.

         

        악몽, 수면부족, 환지통.

         

        그러나 고통은 이 3가지만 있는 게 아니었다.

         

         

        “…내가 왜 너 따위한테 매달려서 가야하는 거지?”

         

        “어쩔 수 없습니다. 몸을 복구할 때까지만 참아주십시오.”

         

         

        린은 루시를 포대기로 조심스레 감싸서 가슴에 매달고 이동했다.

         

        처음에는 자기 양팔에 거는 형식으로만 띠를 맸기에 걸음을 걸을 때마다 묘하게 살짝 붕뜨면서 루시의 몸이 린에게 부딪쳤다.

         

         

        “토할 것 같아.”

         

        “제 허리쪽에도 띠를 둘러야겠네요. 어떻습니까?”

         

        “너 냄새나.”

         

        “이동을 서둘러야하니 매일 씻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어떠세요? 이제 제 몸에 부딪치지는 않죠?”

         

        “냄새 심하다고!”

         

         

        억지라는 건 알고 있었다.

         

        통증과 수면부족으로 신경이 곤두서 있는 루시는 린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네가 왜 내 옷을 벗기고 입히는 거야?”

         

        “용사님 혼자서 하기에는 힘드니까요.”

         

        “웃기지마, 내 가슴이랑 엉덩이 만지려고 하는 거잖아!”

         

        “저도 되도록 조심하고 있습니다만, 그렇지 않으면 옷을 갈아입힐 수가 없습니다.”

         

        “혼자서 하게 둬.”

         

        “그랬다간 너무 많은 시간이 지체됩니다.”

         

         

        자신은 며칠이고 갈아입을 새도 없이 바로 움직이면서 루시의 옷은 꼭 제대로 매일 갈아입힌다.

         

         

        “왜 네가 내 몸을 씻기는 건데!!”

         

        “제대로 씻지 않으면 병 걸립니다.”

         

        “내 몸은 원체 튼튼해서 병 잘 안 걸려!”

         

        “병균을 얕보면 안됩니다. 혹시라도 덧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됩니다. 안그래도 부족한 시간이 더 부족해질 겁니다.”

         

         

        역시 며칠이고 자신은 안씻으면서 루시만큼은 꼭 짐꾼의 낭에서 물을 꺼내서라도 꼼꼼히 씻겨주었다.

         

         

        “읏….”

         

        “닦아드리겠습니다.”

         

        “필요없어! 필요없다고!!”

         

         

        가장 수치스럽고 치욕스러운 건, 루시가 볼일을 보면 그 뒤처리를 린이 해준다는 것이었다.

         

        우물쭈물하다 린에게 호소하고 나서야 그녀는 나름 린이 개발한 고정 장치에 매여 볼일을 볼 수 있었지만 그 다음에는 별 수없이 린에게 의존해야만 했다.

         

        린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지만 보여지는 자신이 너무나도 싫었다.

         

        자존감이 바닥을 쳤고 그럴수록 루시는 린에게 더 역정을 냈다.

         

         

        “캠프는 모두 구축했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먹을 걸 구해오겠습니다.”

         

        “안 먹어.”

         

        “드셔야 합니다.”

         

        “입에 들어갈 것 같아?!”

         

         

        식욕도 없었지만 먹으면 볼일을 봐야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과정 때문에 루시는 식사도 거부하기 일쑤였다.

         

        하루가 지날수록 몸이 야위어 갔다.

         

        볼이 움푹 패여 광대가 드러나자 린은 어떻게든 고기를 구해와서 멀건 죽이 될 때까지 불리고 저어서 가지고와 루시에게 사정사정을 해서 간신히 몇 스푼을 먹이는 게 고작이었다.

         

         

        “다녀오겠습니다.”

         

        “모르지. 다녀올지, 그대로 가버릴지.”

         

        “돌아올 겁니다. 약속하죠.”

         

        “너 따위 필요없어!”

         

        “꼭 돌아오겠습니다.”

         

         

        루시도 린이 지극정성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가 씻지 않는 것도, 옷을 갈아입지 않는 것도 모두 자신을 잠시라도 혼자 두게 하지 않기 위한 것임을 알고 있었다.

         

        다만 식량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짐꾼의 낭은 그저 넓고 커다란 인벤토리 주머니일 뿐이었다.

         

        음식물을 넣어 놓고 시간이 지나면 부패한다.

         

        더군다나 마왕과의 결전을 앞두고 짐꾼은 컨디션 관리를 해야한다며 용사 파티를 배불리 먹였고, 정말 결전 직전에는 모든 식량을 다 털었다.

         

        애초에 얼마 남지도 않았었지만.

         

        따라서 현재 짐꾼의 낭에 남아있는 식량은 이미 동나고 없었다.

         

        린이 어떻게 해서든 루시의 기력을 유지하고 되찾게 하기 위해 식량을 구하러 나가면 지금처럼 혼자가 된다.

         

        혼자가 되면 루시는 린에 대한 미안함이 몰려왔다.

         

        예민해졌다고는 하지만 본디 동료를 아끼는 그녀의 성정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린을 동료로 인식하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지만 루시는 자신의 태도가 잘못되었다는 걸 안다.

         

        알면서도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진정으로 믿었던 동료들에게 배신당한 그녀는 심각한 인간불신에 빠져 있었고, 사지 잘린 병신인 몸이기에 짐짝처럼 이리저리 옮겨지는 것에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

         

        그녀가 불편을 호소하면 린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불편하지 않게 만들어 주려 했다.

         

        그녀가 짜증을 내면 린은 묵묵히 받아주었다.

         

        그녀가 화를 내면 린은 몸을 회복시킬 수 있고 자신은 포기하지 않을 거라며 달랬다.

         

        루시는 린에게 의지하고 싶어지는 자신이 싫었다.

         

        린이라면 다르지 않을까 하고 마음 한구석에서 외로움과 함께 고개를 드는 의존감이 싫었다.

         

        린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자신이면서 그를 막대하는 것도 싫었다.

         

        그럼에도 쓸데없는 자존심과 예민함이 루시를 고집스럽게 만들었다.

         

        이러니 동료들이 배신을 하지.

         

        스스로 서글픔을 곱씹다보면 마음까지 지쳐버린 루시의 눈꺼풀은 어느샌가 스르르 감기고 말았다.

         

         

         

        —

         

         

         

        “라인폴드!”

         

         

        한참을 헤매고 나서야 루시는 약혼자를 찾을 수 있었다.

         

        밤인데도 달빛에 비치는 금발은 눈이 부셨다.

         

        그 안에 자리 잡은 푸른 눈빛은 그윽하고 이지적이었다.

         

         

        “루시.”

         

        “회의가 늦게 끝났네. 높으신 분들은 어쩜그리 말이 많은지 몰라. 제대로 된 결론은 내지도 않으면서.”

         

        “그래서 그런지 이번에는 황태녀님께서 주도하셨어. 쓸데없는 군말들은 다 쳐내주신 덕분에 오늘 안에 끝날 수 있었어.”

         

        “흐응~.”

         

         

        루시는 라인폴드가 황태녀를 언급하는 게 싫었다.

         

        어쩐지 그녀의 약혼자는 리나시엔을 떠올릴 때면 묘하게 미소를 머금었다.

         

        그 미소도 그답게 멋있고 두근거림을 주었지만 자신에게 보여주지 않던 류의 것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능력 있나 보네.”

         

        “당연한 소릴. 차기 제국의 태양인 걸. 능력이 없으면 후계로 책봉되지 못해.”

         

        “그건 단순히 형제가 다 죽고 이을 사람이 없어서….”

         

        “루시!”

         

        “알았어알았어.”

         

         

        리나시엔에 관한 이야기는 항상 이런 식으로 끝났다.

         

        라인폴드가 먼저 꺼내고 루시가 질투로 빈정거리면 다시 라인폴드가 눈썹을 찌푸리고 그에게 미움 받는 게 싫은 루시는 불퉁하게 입술을 내민다.

         

         

        “아무리 그래도 역량이 없으면 책봉될 수 없어.”

         

        “알았다니까.”

         

         

        루시는 삐진 티를 내며 테라스로 나갔다.

         

        그러면 라인폴드는 살짝 늦게 따라와 자신을 달래줄 터였다.

         

        늘 그랬듯이

         

        그녀를 안심시켜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콰드드드득-!

         

         

        “어…?”

         

        “루시에나 에스텔, 반란분자, 체포, 처단.”

         

         

        테라스에서 티그리아가 나타나 그녀의 팔을 날린다.

         

        으직!

         

         

        “넌 뭐가 그리 잘나서 하고 싶은 말 다하고 사냐?”

         

         

        아르셀이 신성력과 괴력으로 루시의 다리를 잡아뜯었다.

         

        쐐애애애액-!

         

         

        “자중이라는 걸 좀 하도록 하세요. 이미 늦은 것 같지만.”

         

         

        화살이 먼저 날아온 다음에 나이드리안이 나타나 면박을 주었다.

         

         

        “라인폴드!!! 구해줘!!!”

         

         

        애타게 불러본다.

         

        또 애타게 불러본다.

         

        이쯤되면 루시도 안다.

         

        다 소용없다는 것을.

         

        왜 자꾸 라인폴드를 찾는지 본인도 이해할 수 없었다.

         

        이미 그에 대한 마음은 증오심 밖에 없는데도.

         

        습관이겠지.

         

        지독하게 나쁜 습관.

         

         

        “마왕이 쓰러진 이상 제국의 유일한 위협은 바로 너다. 루시에나 에스텔.”

         

         

        콰직!

         

        남은 팔을 라인폴드가 방패로 짓이겨 끊어낸다.

         

        무력하게 사지를 뜯기던 루시는 생각했다.

         

        아, 인물 순서는 맞는데 뜯기는 부위가 틀려.

         

        하도 많이 반복하다 보니 다 외웠다.

         

        어처구니가 없어 웃고 있자 그녀의 곁에 뜯겨나간 왼팔이 다가왔다.

         

         

        “이년 웃고 있는 거 보소? 얌마, 나는 처음부터 쓸모없었다 이거냐?”

         

        “그게 무슨….”

         

        “마왕 없앴으니 필요없다는 거 아냐.”

         

         

        그러자 오른쪽 다리가 딴지를 걸었다.

         

         

        “아냐아냐, 얘 자체가 필요없어져서 동료들한테 버려진 거야.”

         

        “아니 필요없어진 건 자긴데 왜 우리를 뜯어?”

         

        “모르지, 그건.”

         

         

        오른팔이 말을 거들었다.

         

         

        “그 정도로 얘가 싫었나 봐.”

         

         

        마지막으로 왼쪽 다리가 불만을 토했다.

         

         

        “하긴 실질적으로 수발 들던 애는 사람 취급도 안해줬잖아. 맨날 무시하고.”

         

        “수발? 누구?”

         

        “짐꾼.”

         

        “아~ 걔.”

         

         

        뜯겨나간 팔다리들이 소곤댄다.

         

        악몽은 원래 이렇게 이어지지 않았다.

         

        배신당하고 나면 항상 짐꾼이 나타나 그녀를 안고 아득한 높이에서 떨어지며 그 부유감에 잠에서 깨어나곤 했다.

         

        그러나 이번 꿈에서 짐꾼은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짐꾼!”

         

        “와, 이제서야 찾는 거 실화야?”

         

        “그러게, 평소에는 부르지도 않더니.”

         

        “왜? 알아서 오던 애가 안오니까 이상해?”

         

        “이상한 건 너지. 왜 오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그러게.”

         

        “없으니까 소중해?”

         

        “우리처럼 없어지니까 소중해?”

         

        “그런데 왜 그딴 식으로 구니?”

         

        “진짜로 없어지기 전에 잘해.”

         

         

        팔다리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유일한 네 편이잖아.””

         

         

         

        —

         

         

         

        “아아아아악!!”

         

         

        비명을 질렀다.

         

         

        “하아… 하아…!”

         

         

        눈을 떴다.

         

        아무도 없었다.

         

        푹신한 침구류와 타닥거리는 장작불만 있었다.

         

         

        “짐꾼…!”

         

         

        처음이었다.

         

        꿈이건 현실이건 라인폴드가 아닌 짐꾼을 불러보는 게 처음이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다.

         

         

        “짐꾸운-!!!!”

         

         

        없어진 거야? 가버린 거야? 내가 못되게 굴어서?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내가 아무리 나쁘게 굴어도 곁을 지켜주던 사람이었잖아.

         

         

        “짐꾸운-!!!!!!!!!!”

         

         

        진짜로 안 와.

         

        쇳소리까지 섞어가며 외친 부름 뒤에는 소름 끼치는 적막감이 그녀를 핥았다.

         

        숨이 안 쉬어졌다.

         

        너무나도 무서웠다.

         

        비로소 깨닫는다.

         

        그가 얼마나 감사한 존재였는지.

         

        그는 당연한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이 그렇게 대할 사람이 아니었다.

         

         

        “미안해…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제발 돌아와….”

         

         

        패닉에 빠진 루시는 몸을 떨며 사죄하기 시작했다.

         

         

        “고맙다는 말도 못했잖아… 그 말은 듣고 가… 제발… 그러니 돌아와…!”

         

         

        서러웠다.

         

        뭐 때문인지는 몰랐다.

         

        그저 서러웠다.

         

         

        “날 버렸어…! 너마저 날 버렸어!”

         

         

        이놈의 비상한 머리는 제멋대로 이른 판단을 내버렸고 루시에게 빨리 납득하라고 강요했다.

         

         

        “내가 못되게 굴어서 가버린 거야? 그런 거야?”

         

         

        신기하게도 그를 잃어버렸다는 자각이 들자 여태까지 건조했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뜨겁고 아픈 눈물이었다.

         

         

        “그랬으면 안됐는데… 내가 잘못했어…! 내가… 내가…! 흐윽… 흑… 흐어어어엉…!”

         

         

        고운 얼굴이 일그러지며 눈물이 흘러내린다.

         

        이 눈물을 닦아줄 자신의 손은 이제 없다.

         

        이 눈물이 부끄러워 자리를 벗어나게 해줄 다리도 이제 없다.

         

        아 난 정말 혼자구나.

         

         

        “흐어어어어어엉-!!!!”

         

         

        서러움에 목놓아 울던 그때,

         

         

        “돌아왔습니다.”

         

         

        작은 그녀의 몸을 굳센 팔이 들어올렸다.

         

        그의 손은 보드라운 천을 들어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의 다리는 그런 그녀를 안고 있는 그의 몸을 든든히 지탱해주었다.

         

         

        “악몽을 꾸셨군요.”

         

         

        품에 안고 토닥이는 손짓에 루시는 울음 섞인 한숨을 토해냈다.

         

         

        “죄송합니다. 예상보다 늦어버렸네요.”

         

        “거짓말! 날 버렸다가 다시 온 거잖아!”

         

        “아닙니다.”

         

        “갔다가 불쌍해서 다시 돌아온 거겠지!”

         

        “아닙니다.”

         

        “그럼… 왜 늦었는데…?”

         

         

        참았던 눈물이 다시 터졌다.

         

        불합리하게도 루시는 서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왜 오랫동안 혼자 있게 한건데…?”

         

        “이것 때문입니다.”

         

         

        린이 들어서 보여준 건 꿀벌집이었다.

         

        꿀이 똑똑 떨어지는 벌집을 갈무리하며 린은 루시에게 사과했다.

         

         

        “식사를 힘들어 하시기에 꿀이라면 나을까 싶었습니다. 찾는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시는 혼자 오래 있게 하지 않겠습니다.”

         

        “…그깟 꿀이 뭐라고.”

         

         

        루시는 마음과 다르게 나쁜 말을 내뱉는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꿀만 먹으면 화장실을 가는 일이 극도로 적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

         

        “혹시나 도움이 될까 해서 구했습니다.”

         

        “너는… 왜 나한테 잘해줘?”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린의 배려와 고생에 얼어붙었던 마음이 녹으면서 생겨난 눈물이었기에 쉽사리 그쳐지지가 않았다.

         

         

        “세상은 곧 당신을 필요로 할 겁니다.”

         

        “왜?”

         

        “용사니까요.”

         

        “그럼… 마왕을 죽였을 때 세상이 날 더 필요로 하지 않았을 거라면, 너도 그녀석들처럼 날 버렸겠네.”

         

        “아니오, 똑같이 구할겁니다.”

         

        “…왜?”

         

         

        기대하면 안돼.

         

        하지만 무리야.

         

        이미 마음이 따스해져 버렸는 걸.

         

        냉정한 답이 돌아올 거라고 굳이 자기 암시를 하는 루시.

         

        그런 그녀에게 린은 진솔하게 대답했다.

         

         

        “저 역시 버려졌던 적이 있거든요.”

         

         

        꼬옥, 그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그의 품속에 더 밀착되어 체취를 맡았다.

         

        싫다고 했지만 실은 적잖이 그녀를 안심시켜 주던 그 체취를.

         

         

        “혼자가 된다는 것은 정말 두렵고 슬픈 일입니다. 크게 뭔가를 잘못한 것도 아닌데 덩그러니 홀로 남아 그 허전함을 감당하는 건 너무나도 잔인합니다.”

         

        “…내가 잘못한 게 많아서 죽이려 했대.”

         

        “아예 없다고 말은 못합니다만, 그러기엔 저쪽도 너무 삽질을 많이 했습니다. 당신이 대신 귀족들에게 화를 낼 때면 저도 속이 시원했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너 밖에 없어.”

         

        “용사님 앞에서 말해준 이가 저였을 뿐입니다.”

         

        “날 구해준 사람도 너뿐이었지.”

         

        “그렇긴 하죠.”

         

         

        눈물이 부끄러워 눈을 감자 린의 심장소리가 들렸다.

         

        규칙적이고 안정된 템포로 박동하는 그 소리를 들으며 루시는 진정되어 가는 걸 느꼈다.

         

        비로소 자신의 상황과 린에 대한 마음을 받아들일 준비를 마쳤음을 깨달았다.

         

         

        “네 이름은 뭐야?”

         

        “그냥 짐꾼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그럴 수는 없어.”

         

         

        그래서 그 마음을 표현해보기로 했다.

         

         

        “넌 내 유일한 아군이야.”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해보려고 한다.

         

         

        “오직 너만이 내 최고의 동료야.”

         

         

        철컹

         

        루시는 흠칫 놀랐다.

         

        방금 그의 가슴에서 심장박동이 아닌 이질적인 것이 들렸다.

         

        마치 사슬이 끌리는듯한 금속의 소리였다.

         

        동시에,

         

         

        “아.”

         

         

        그가 숨을 뱉었다.

         

        놀라서 눈을 뜬 그녀가 보게 된 것은,

         

         

        “린. 린입니다. 성은 이, 평민이라서 이 린 입니다.”

         

         

        작지만 환하고 포근한 그의 미소였다.

         

        처진 눈가가 부드러운 호선을 그리며 루시를 바라보고 있었다.

         

         

        “린.”

         

         

        루시는 짐꾼의 이름을 되뇌었다.

         

         

        “내 유일한 아군, 최고의 동료… 나의 린.”

         

         

        미소 짓는 그를 향해 루시도 방긋 웃어 보였다.

         

         

        “구해줘서 고마워, 린.”

         

         

        다만, 웃음 사이로 흘러내리는 눈물은 막을 수 없었다.

         

         

         

       


           


He Became the Only Ally of the Abandoned Warrior

He Became the Only Ally of the Abandoned Warrior

Abandoned Hero's Only Ally, 버림받은 용사의 유일한 아군이 되었다.
Score 6.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saved the Warrior who used to ignore and bully me and now she is obsessed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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