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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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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칵,찰컥……철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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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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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끼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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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이 맥없이 열려버렸다. 네로와 노아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머쓱한 기분에 무표정한 얼굴로 조용히 문을 닫고 다시 잠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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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력 안 죽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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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문을 뚫어본 건 배울 때 한번, 오늘로 두 번이 전부였지만 코 아래를 쓱 훑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주방으로 돌아온 나는 식은 수프를 데우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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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걸로 증명된 건가? 개그 애니 세계의 법칙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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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보글보글 끓는 수프에 허브를 넣으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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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면 이거 장르가 어떻게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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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빙의한 세계는 꿈도 희망도 거의 제로에 수렴하는 다크 판타지였다. 그런 세계에 개그 애니 세계의 법칙이 첨가되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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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끔찍한 결과만 상상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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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가늘게 뜬 채 머리를 굴린 끝에 새로운 답을 내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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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면…나한테만 적용될 걸 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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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정말 다크 판타지에 개그 애니 세계의 법칙이 풀렸다면 절대 원작처럼 흘러가지 않았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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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 용사가 머리를 긁적이면서 일어나서 마왕이랑 친구로 지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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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이 혼미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역한 개그 애니 세계였기에 원작 전개는 절대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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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확히 확인하려면…어떡하지? 워낙 개그 세계에서 오래 살아서 익숙해져 버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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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민을 하는 사이 음식이 완성되었다. 우선 오딜에게 따뜻한 음식을 가져다주었다. 슬쩍 견과류를 빼 방구석에 놓아두자 까마귀가 날개를 촥 펼치며 엄지 모양을 만들어냈다. 나 또한 오딜 몰래 엄지를 보여준 후 방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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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 애니 세계의 법칙에 대한 확인은 나중에 -…아 말이 너무 기네. 그냥 개그 필터라고 하자. 개그 필터가 적용되고 있는지는 나중에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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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 생각하며 지하로 내려가 수프를 나눠주었다. 아이들은 환한 얼굴로 수프를 싹싹 비웠다. 아주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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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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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노예가 들어왔다. 그 말은 곧 기존에 있던 노예가 소모될 것이라는 말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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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벅벅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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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 중 몇몇이 두려움을 감추지 못하고 제 몸을 벅벅 긁어댔다. 달아오른 피부에 피가 뚝뚝 떨어질 때까지 아이들은 멈추지 않았다. 릴리 또한 그런 아이들과 다를 바 없었다. 릴리는 붉게 달아오른 피부를 긁적거리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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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끌려가는 건 누구일까?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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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이 아무리 감옥에 갇힌 아이들에게 정을 준다고 해봤자, 그들의 입장이 변하는 건 아니었다. 그들은 언젠가 흑마법사에게 끌려가 끔찍하게 실험을 당해 죽임을 당하거나, 아니면 그보다 못한 삶을 살게 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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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앞으로 우리 어떻게 해?”
   “걱정하지 마. 네로는 무슨 일이 있어도 형이 지켜줄 테니까.”
   “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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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 감옥에서 들려오는 작은 목소리에 릴리는 고개를 들어 피아를 찾았다. 피아는 멍한 얼굴로 낡아빠진 천을 끌어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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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찮아. 언니가 지켜줄게. 언니가,언니가 옆에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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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마치 자신이 안고 있는 더러운 천이 제 동생이라도 되는 것처럼 계속해서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과거 동생을 눈앞에서 잃었던 충격으로 피아는 종종 지금처럼 정신을 놓을 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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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 언니..”
   “응? 아, 동생 왔구나. 이리와 언니가 지켜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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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릴리가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걸자 피아가 두 팔을 벌렸다. 릴리가 품에 안기자 피아가 아플 정도로 팔에 힘을 줬다. 너무 꽉 끌어안아 아팠지만, 릴리는 내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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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생, 내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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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는 한참 동안 릴리를 쓰다듬으며 점차 정신을 차렸다. 흐리멍덩하게 풀려있던 눈에 초점이 잡히고 팔에 힘이 천천히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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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 추워.”
   “이거 같이 덮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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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릴리는 피아가 자신을 통해 다른 사람을 투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릴리에겐 자신을 안아줄 누군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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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언제 찾아올지 모를 죽음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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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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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흠, 이번에 흑마법사 회의에 참여하게 되었으니 절대로 새벽에 내 방을 들여다보지 말도록.”
   “헉! 그,그…흑마법사 협회에서 손꼽히는, 인정받은 흑마법사만 참여할 수 있는 회의에 참여하신단 말입니까?!”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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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딜의 입꼬리가 삐죽거렸다. 딱 봐도 기분이 좋아 보였다. 나는 처음 면접을 보러 나가는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시선으로 오딜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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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지금부터 빠르게 준비해야겠군요!”
   “뭐? 뭘 준비해?”
   “그야 오딜님의 위대한 모습을 보다 더 전달하기 위한 준비요!”
   “그런게…가능하다고?”
   “그럼요! 저를 믿어보세요! 분명 오늘 참가한 흑마법사 중 가장 품격있고 우아한 흑마법사가 되실 수 있으실 거예요! 오늘의 흑마법사, 최고의 흑마법사로 뽑힐 수 있을 거라고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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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한 듯 귀를 씰룩거리는 모습에 나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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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
   “으흠…그럼 한 번 맡겨보도록 하지. 하지만 -…괜히 망신이라도 당하게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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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딜이 눈을 번뜩이며 새카만 아우라를 풀풀 풍겼다. 나는 몸을 움츠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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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대 망신당하시는 일은 없도록 만들겠습니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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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휙 몸을 돌려 실험실로 들어가는 오딜을 보며 나는 속으로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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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으, 다행히 잘 넘어간 거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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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일부러 나서서 일을 만든 건 전부 머릿속에 남아있는 기억 때문이었다. 내 몸주인, 리안이 실험체이던 시절 리안과 함께 감옥에 갇혀있던 나이 많은 남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경고를 해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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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마법사 회의가 열리는 날을 조심하라고, 그날이면 항상 흑마법사가 다른 흑마법사에게 개무시를 당해 기분이 나빠져 화풀이로 실험체를 산산조각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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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능하면 그런 일은 없애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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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이 오기 전까지 이곳에서 도망칠 방법은 마땅히 없었기에 얌전히 있어야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험당하는 아이들을 방치할 수는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지킬 수 있으면 지키는 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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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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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잠시 원작을 더듬어 흑마법사 회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떠올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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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상회의 같은 느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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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자리에 전부 모이기엔 전부 뿔뿔이 흩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화상회의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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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보이는 걸 고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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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소매를 걷어 올리는 척을 하며 오딜의 옷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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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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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감하게 옷장 문을 열고 안에 있는 옷을 훑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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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쯧쯧, 전부 새카만 통짜 옷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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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빼빼 마르고 예민한 얼굴을 가진 오딜에게 이런 옷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자칫 형이나 아빠의 옷을 빌려 입은 어린아이의 모습처럼 우스꽝스러워 보일 뿐이었다. 나는 그중 잘 입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옷 몇 개를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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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는 곧바로 오딜의 실험실에 고개를 삐죽 내민 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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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딜님 이 옷들을 보다 멋지게 수선해도 괜찮을까요?”
   “뭐? 음…그 옷들이라면, 상관없어. 어차피 안 입으니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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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딜은 나에게 신경을 끄고 불길해 보이는 책을 넘겨보며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때 난 주머니에 챙겨온 견과류를 빼 들어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리고는 까마귀 쪽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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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옷 수선할만한 기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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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심히 몸으로 의사를 전달하자 까마귀가 견과를 바라보다가 휙 고개를 돌렸다. 주어진 양이 적다는 표시였다. 나는 혀를 차며 견과류를 더 떨어뜨렸다. 까마귀는 흘긋 견과류를 보곤 고개를 다시 휙 돌렸다. 나는 견과류 양을 더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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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마귀는 고민하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슬쩍 손을 내밀어 견과류를 가져가는 척을 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이 거래는 없는 것이오!’라는 뜻이었다. 그러자 까마귀가 날개를 조용히 펼쳐 보이며 고개를 끄덕이곤 날개로 엄지를 드는 척을 했다. 나도 마주 보며 엄지를 들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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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툭,투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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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가 나지 않게 조용히 횟대에서 내려온 까마귀는 온갖 물건이 쌓인 책장에서 무언가를 물고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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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고마워.”
   “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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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히 감사 인사를 건네자 까마귀가 작게 울음을 흘리곤 바닥에 떨어진 견과류를 쪼아먹었다. 나는 까마귀가 안겨준 물건을 들고 내 방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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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오, 신기하게 생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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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귿자 형태의 기계는 재봉틀의 역할을 하는 듯 실을 꿰고 천을 홈에 넣고 움직이자 실이 박혔다. 정확한 용도는 마법진을 편하게 그릴 수 있는 도구였지만, 지금은 한낱 재봉틀이 되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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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 이거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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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추천은 사랑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다음화 보기

찰칵,찰컥……철컥.

“아.”

끼이익.

문이 맥없이 열려버렸다. 네로와 노아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머쓱한 기분에 무표정한 얼굴로 조용히 문을 닫고 다시 잠가버렸다.

‘실력 안 죽었네.’

사실 문을 뚫어본 건 배울 때 한번, 오늘로 두 번이 전부였지만 코 아래를 쓱 훑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주방으로 돌아온 나는 식은 수프를 데우며 생각했다.

‘이걸로 증명된 건가? 개그 애니 세계의 법칙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거.’

나는 보글보글 끓는 수프에 허브를 넣으며 생각했다.

‘그러면 이거 장르가 어떻게 되는 거지?’

내가 빙의한 세계는 꿈도 희망도 거의 제로에 수렴하는 다크 판타지였다. 그런 세계에 개그 애니 세계의 법칙이 첨가되었다니?

‘…끔찍한 결과만 상상되는데.’

눈을 가늘게 뜬 채 머리를 굴린 끝에 새로운 답을 내릴 수 있었다.

‘아니면…나한테만 적용될 걸 수도 있어.’

만약 정말 다크 판타지에 개그 애니 세계의 법칙이 풀렸다면 절대 원작처럼 흘러가지 않았을 터였다.

‘분명 용사가 머리를 긁적이면서 일어나서 마왕이랑 친구로 지냈겠지.’

정신이 혼미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역한 개그 애니 세계였기에 원작 전개는 절대 불가능했다.

‘정확히 확인하려면…어떡하지? 워낙 개그 세계에서 오래 살아서 익숙해져 버렸는데..’

고민을 하는 사이 음식이 완성되었다. 우선 오딜에게 따뜻한 음식을 가져다주었다. 슬쩍 견과류를 빼 방구석에 놓아두자 까마귀가 날개를 촥 펼치며 엄지 모양을 만들어냈다. 나 또한 오딜 몰래 엄지를 보여준 후 방을 빠져나왔다.

‘개그 애니 세계의 법칙에 대한 확인은 나중에 -…아 말이 너무 기네. 그냥 개그 필터라고 하자. 개그 필터가 적용되고 있는지는 나중에 확인하자.’

그리 생각하며 지하로 내려가 수프를 나눠주었다. 아이들은 환한 얼굴로 수프를 싹싹 비웠다. 아주 만족스러웠다.

***

새로운 노예가 들어왔다. 그 말은 곧 기존에 있던 노예가 소모될 것이라는 말과 같았다.

벅벅벅.

아이 중 몇몇이 두려움을 감추지 못하고 제 몸을 벅벅 긁어댔다. 달아오른 피부에 피가 뚝뚝 떨어질 때까지 아이들은 멈추지 않았다. 릴리 또한 그런 아이들과 다를 바 없었다. 릴리는 붉게 달아오른 피부를 긁적거리며 생각했다.

‘이번에 끌려가는 건 누구일까?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까?’

리안이 아무리 감옥에 갇힌 아이들에게 정을 준다고 해봤자, 그들의 입장이 변하는 건 아니었다. 그들은 언젠가 흑마법사에게 끌려가 끔찍하게 실험을 당해 죽임을 당하거나, 아니면 그보다 못한 삶을 살게 될 터였다.

“형,앞으로 우리 어떻게 해?”

“걱정하지 마. 네로는 무슨 일이 있어도 형이 지켜줄 테니까.”

“으응.”

옆 감옥에서 들려오는 작은 목소리에 릴리는 고개를 들어 피아를 찾았다. 피아는 멍한 얼굴로 낡아빠진 천을 끌어안고 있었다.

“괜찮아. 언니가 지켜줄게. 언니가,언니가 옆에 있잖아.”

그녀는 마치 자신이 안고 있는 더러운 천이 제 동생이라도 되는 것처럼 계속해서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과거 동생을 눈앞에서 잃었던 충격으로 피아는 종종 지금처럼 정신을 놓을 때가 있었다.

“피아 언니..”

“응? 아, 동생 왔구나. 이리와 언니가 지켜줄게.”

릴리가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걸자 피아가 두 팔을 벌렸다. 릴리가 품에 안기자 피아가 아플 정도로 팔에 힘을 줬다. 너무 꽉 끌어안아 아팠지만, 릴리는 내색하지 않았다.

“동생, 내 동생.”

피아는 한참 동안 릴리를 쓰다듬으며 점차 정신을 차렸다. 흐리멍덩하게 풀려있던 눈에 초점이 잡히고 팔에 힘이 천천히 풀렸다.

“언니 추워.”

“이거 같이 덮자.”

릴리는 피아가 자신을 통해 다른 사람을 투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릴리에겐 자신을 안아줄 누군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언제 찾아올지 모를 죽음을 기다렸다.

***

“크흠, 이번에 흑마법사 회의에 참여하게 되었으니 절대로 새벽에 내 방을 들여다보지 말도록.”

“헉! 그,그…흑마법사 협회에서 손꼽히는, 인정받은 흑마법사만 참여할 수 있는 회의에 참여하신단 말입니까?!”

“..그래.”

오딜의 입꼬리가 삐죽거렸다. 딱 봐도 기분이 좋아 보였다. 나는 처음 면접을 보러 나가는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시선으로 오딜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았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빠르게 준비해야겠군요!”

“뭐? 뭘 준비해?”

“그야 오딜님의 위대한 모습을 보다 더 전달하기 위한 준비요!”

“그런게…가능하다고?”

“그럼요! 저를 믿어보세요! 분명 오늘 참가한 흑마법사 중 가장 품격있고 우아한 흑마법사가 되실 수 있으실 거예요! 오늘의 흑마법사, 최고의 흑마법사로 뽑힐 수 있을 거라고요!”

“…정말?”

혹한 듯 귀를 씰룩거리는 모습에 나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으흠…그럼 한 번 맡겨보도록 하지. 하지만 -…괜히 망신이라도 당하게 하면..”

오딜이 눈을 번뜩이며 새카만 아우라를 풀풀 풍겼다. 나는 몸을 움츠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절대 망신당하시는 일은 없도록 만들겠습니다!”

“그래.”

휙 몸을 돌려 실험실로 들어가는 오딜을 보며 나는 속으로 씩 웃었다.

‘휴으, 다행히 잘 넘어간 거 같군.’

내가 일부러 나서서 일을 만든 건 전부 머릿속에 남아있는 기억 때문이었다. 내 몸주인, 리안이 실험체이던 시절 리안과 함께 감옥에 갇혀있던 나이 많은 남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경고를 해줬었다.

흑마법사 회의가 열리는 날을 조심하라고, 그날이면 항상 흑마법사가 다른 흑마법사에게 개무시를 당해 기분이 나빠져 화풀이로 실험체를 산산조각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가능하면 그런 일은 없애야지.’

주인공이 오기 전까지 이곳에서 도망칠 방법은 마땅히 없었기에 얌전히 있어야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험당하는 아이들을 방치할 수는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지킬 수 있으면 지키는 게 좋았다.

‘그럼 우선…’

나는 잠시 원작을 더듬어 흑마법사 회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떠올려보았다.

‘화상회의 같은 느낌이지.’

한자리에 전부 모이기엔 전부 뿔뿔이 흩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화상회의로 진행되었다.

‘그렇다면 보이는 걸 고쳐보자.’

나는 소매를 걷어 올리는 척을 하며 오딜의 옷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벌컥!

과감하게 옷장 문을 열고 안에 있는 옷을 훑어보았다.

‘쯧쯧, 전부 새카만 통짜 옷이네.’

빼빼 마르고 예민한 얼굴을 가진 오딜에게 이런 옷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자칫 형이나 아빠의 옷을 빌려 입은 어린아이의 모습처럼 우스꽝스러워 보일 뿐이었다. 나는 그중 잘 입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옷 몇 개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오딜의 실험실에 고개를 삐죽 내민 채 말했다.

“오딜님 이 옷들을 보다 멋지게 수선해도 괜찮을까요?”

“뭐? 음…그 옷들이라면, 상관없어. 어차피 안 입으니까.”

“감사합니다!”

오딜은 나에게 신경을 끄고 불길해 보이는 책을 넘겨보며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때 난 주머니에 챙겨온 견과류를 빼 들어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리고는 까마귀 쪽을 바라보았다.

이거 옷 수선할만한 기계 없어?

열심히 몸으로 의사를 전달하자 까마귀가 견과를 바라보다가 휙 고개를 돌렸다. 주어진 양이 적다는 표시였다. 나는 혀를 차며 견과류를 더 떨어뜨렸다. 까마귀는 흘긋 견과류를 보곤 고개를 다시 휙 돌렸다. 나는 견과류 양을 더 늘렸다.

까마귀는 고민하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슬쩍 손을 내밀어 견과류를 가져가는 척을 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이 거래는 없는 것이오!’라는 뜻이었다. 그러자 까마귀가 날개를 조용히 펼쳐 보이며 고개를 끄덕이곤 날개로 엄지를 드는 척을 했다. 나도 마주 보며 엄지를 들어 보였다.

툭,투둑.

소리가 나지 않게 조용히 횟대에서 내려온 까마귀는 온갖 물건이 쌓인 책장에서 무언가를 물고 가져왔다.

“오..고마워.”

“깍.”

조용히 감사 인사를 건네자 까마귀가 작게 울음을 흘리곤 바닥에 떨어진 견과류를 쪼아먹었다. 나는 까마귀가 안겨준 물건을 들고 내 방으로 돌아왔다.

“오오, 신기하게 생겼네.”

디귿자 형태의 기계는 재봉틀의 역할을 하는 듯 실을 꿰고 천을 홈에 넣고 움직이자 실이 박혔다. 정확한 용도는 마법진을 편하게 그릴 수 있는 도구였지만, 지금은 한낱 재봉틀이 되었을 뿐이었다.

‘좋아 이거라면..’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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