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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

    이러니저러니 해도 길면 4년간은 살아야 하는 보금자리인 만큼 적당히 쓱 훑었다

    널찍한 거실과 깔끔한 주방. 3개의 방과 화장실, 창고, 배란다 등이 마련되어 있다.

    또 기본적으로 일상에서 사용할 가구나 제품도 구비되어 있었다.

    이 세상의 에너지원은 전기가 아니라 마력이다. 그래서인지 제품 등등에 마력이 특정 패턴으로 뭉쳐있었다.

    저게 가정마법일까. 패턴이 어떤 방식으로 얽혔는지는 느껴지는데… 아직 문외한이라 잘 모르겠다. 나중에 배운 뒤에 다시 확인해 볼 예정이다.

    특히나 마음에 드는 부분은 베란다였다. 크기가 널찍한 것이 화초를 기르기에 넉넉해 보였다.

    집 자체도 널찍하고, 혼자 살기엔 넉넉하다 못해 커 보인다. 두세 명이 함께 살아도 문제없을 만한 크기다.

    더불어 수영장, 사우나, 헬스장 등등의 편의시설을 생각하면 최고급 시설이라는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여기가 학교 기숙사인지 관광지 호텔인지 구분이 어려울 지경.

    외관은… 안 보인다. 아마 공을 들이지 않았을까 싶다. 일러스트 상으로 최상급 호텔 못지않았으니까.

    이마저도 바득바득 긁어모은 세계의 인재들에겐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기에 이보다 좋은 기숙사 건물도 존재한다.

    물론 이 이상의 건물은 성적에 따라 선택이 가능하다.

    최상위권 성적은 아예 부지 내 주택을 받거나 기숙사 건물 꼭대기 층의 펜트하우스를 받아 갈 수도 있다.

    ‘따가워.’

    천장에 달린 해바라기 샤워기에게 물대포(화속성)를 직격당한 탓에 저절로 비명이 터졌다.

    어떻게든 참으려 했는데, 조금 튀어나온 비명에도 반응하더라…

    덕분에 침묵의 저주까지 더블로 얻어맞아 버렸다.

    대충 옷을 걸치고 화상 연고를 사 와 몸에 덕지덕지 발랐다.

    몸이 허약하긴 해도, 초인은 초인이라는 건지 다행히 큰 화상 같은 건 입지 않았다. 이 정도는 약 바르면 나을 거라고 관리소 직원이 말해줬다.

    몸에 약을 골고루 펴 바르던 중, 화상이라는 생각에 오른손을 매만졌다. 정상적이지 않은 감촉. 어릴 적에 입은 화상의 흔적이다.

    오른손 끝부터 팔뚝을 덮는 크기.

    보육원에서 불이 났을 때 입은 화상인데, 의사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로 이상하게 입은 화상이다.

    의사 왈, 이런 화상 흉터는 본 적이 없다고.

    내가 봐도 인상을 찡그릴 정도로 흉측하게 생기긴 했다. 벼락을 맞아 바싹 타버린 고목나무 같은 모양새다.

    그래서 지금도 밖을 돌아다닐 때는 양손에 검은 팔토시를 끼고 다닌다. 이런 걸 밖으로 내보이고 다녔다간 시선이 안 좋은 쪽으로 집중될 거다.

    게임 속 세상에 들어온 것과는 별개로, 몸뚱이 자체는 본래 세계의 몸뚱이라는 게 아이러니일 따름.

    푹신한 침대에 걸터앉았다.

    가뜩이나 바닥을 기던 컨디션이 물대포를 맞고 지하에 처박혔지만, 미래를 위해서는 이런 짤막한 시간에 머리를 굴렸다.

    전이된 지 대략 열흘.

    첫날에 머리가 터져 뒈질뻔한 뒤 기절했고, 사흘째에는 굶어 죽어 변사체가 될 뻔했다.

    방금은 게이트 사이에 무언가를 봐버려 또 머리가 터질 뻔했다…

    일단 ‘눈’의 역할을 하는 공간지각을 빠르게 정상화하는 것이 급선무라 판단했다.

    오늘이 되기까지는 공간지각을 가지고 조율하면서 시간이 소비했다.

    지금은 지름 30m 가량의 범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색깔은 똑같지만, 그래도 범위가 꽤 넓어진 덕분에 속이 트이는 느낌이다.

    또 공간지각이 뭔가 간질간질하는 것이, 게이트 사이에 무언가를 본 뒤 더더욱 가속화됐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머리가 터질 뻔한 대신 공간지각에 영향을 주긴 했나 보다.

    슬슬 내가 원하는 대로 시점 변화가 가능할 듯한 느낌이다.

    또한, 슬슬 목표를 정할 시간이다.

    사실 정할 것도 없다.

    ‘게임 같은 플레이는 포기하자.’

    메인스토리 1장은 주로 시요람이 배경 무대가 된다. 설정상 이곳의 방비가 방비인지라 습격 같은 이벤트는 모조리 불발로 끝난다.

    하지만 시요람이 아닌 세계에서는 당연히 여러 사건·사고가 발생한다.

    보통 플레이어가 큰 사건에 연루된다면 외부 활동을 벌이다가 발생한다.

    그 과정에서 빌런과 엮이고, 변종 몬스터와 맞닥뜨리고, 변이 던전에 갇히고…

    온갖 사건·사고를 찾아가 클리어하고, 보상받아 스펙업을 이루는 것이 2회차 이후 내 주된 플레이였다.

    ‘이건 접어야 해.’

    당연히 현실에서 저따위로 나댕기는 건 미친 짓이다. 게임에서야 HP 깎이고 말지 현실에선 그냥 또라이짓이다.

    굳이 외부에서 스펙업을 도모한 것은 욕심을 부린 탓이지 필수적인 사유가 아니다.

    시요람에서 충분히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오히려 시요람에서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성장의 탑이 내리는 축복.

    긍정적인 부문의 적용되는 성장 보정.

    원작에서는 그 배율이 최소 5배였던가.

    이런 사기 같은 성능이 어디 있는가? 최소한 여기서 어떻게든 버티면 밖에서보다 최소 5배는 빠른 성장을 이룩할 수 있다.

    이 상황에서 내가 굳이 밖을 쏘다닐 필요는 없었다.

    또 외부사건을 통한 스펙업의 기본 전제는 상태창의 보상 측정이 있어야… 잠깐만.

    순간 뇌리에서 반짝인 생각에 속으로 탄성을 내뱉었다.

    ‘난 상태창 없나?’

    보통 게임이 그렇듯 〈세이비어〉에도 캐릭터의 능력치를 객관적 수치로 정리한 상태창이 존재하고, 퀘스트와 보상 따위를 던져주는 퀘스트도 존재한다.

    근데 상태창이란 것이, 허공에 떠오른 홀로그램이라고 묘사되었는데…

    잠시 침묵하다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상태창? 스테이터스?’

    아무런 변화가 없다.

    손을 뻗어 허공을 휘저어봤다. 아무것도 없다. 공간지각으로 살펴봐도 마찬가지. 그냥 허공으로만 감지된다.

    ‘없는 거 맞지?’

    진짜 없는 거지? 내가 못 보는 거 아니고 진짜 없지?

    눈을 직접 떠서 봐야만 보이는 거 아니지…?

    솔직히 있었으면 공간지각에 감지됐을거다. 분명히.

    어쨌든.

    외부 활동을 통한 스펙업은 폐기. 시요람에서 정석적으로 성장하는 것으로 채택.

    또한 메인스토리 또한 가능한 개입하지 않을 예정이다.

    ‘사실 스토리에서 플레이어는 불필요해.’

    주인공이 아닌 플레이어다.

    〈세이비어〉에선 플레이어가 딱히 아무 짓도 하지 않는다고 하여 세상이 멸망하진 않는다.

    뭐, 전개에 따라 어느 국가가 망하는 수준은 되지만, 주연들에 의해 어떻게 해결되기는 한다.

    플레이어의 개입이 미치는 여파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막거나, 사건의 피해를 줄이거나, 오히려 피해를 늘리는 정도가 끝.

    딱히 플레이어라는 것이 필수적인 존재가 아니다. 이 부분만큼은 다행일 따름.

    또한 확인해 본 바, 이번 기수로 입학하는 주연은 모두 존재했다. 이전 기수도 대부분 일치. 세계에서 초인으로 활동 중인 이들도 대부분 아는 이들이다.

    몇몇 인선이 바뀌긴 했는데… 게임이 아닌 현실인 이상 어쩔 수 없는 변수는 있을 수밖에 없다.

    세상이 게임 스토리 그대로 진행되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골자는 엇비슷한 것이 아닌가.

    즉 가만히 있어도 스토리는 알아서들 진행되는 나는 내 할 일을 하면 된다.

    당연히, 내 주된 목표는 내게 걸려있는 제약의 해지.

    내게 걸려있는 제약은 셋.

    후각, 미각, 시각을 앗아간 「감각봉인의 저주」

    젊은 나이에 픽 죽어버리는 「단명의 저주」

    대화를 틀어막은 「침묵의 저주」

    제약의 해지 방법 하나는 기억하고 있으니 이쪽으로 갈피는 잡아야겠다.

    ‘…그래도 최소한 하나는 더 풀어야 해.’

    반드시 풀어야 하는 것이 있다면 분명 단명의 저주가 맞다. 하지만 예전에 생각했듯 감각봉인의 저주를 가지고 살라면 즐겁게 살 수 없으니 이것도 무조건 풀어야 한다.

    …솔직히 침묵의 저주는 어쩔 수 없다면 놔둬도 될 듯싶다.

    원래의 지구에서도 사실 입 여는 일이라 해봐야 혼잣말 말고는 거의 없을 지경이니 그냥 벙어리로 살아도 괜찮을 거 같다…

    더불어 기억상 침묵의 저주를 간접적으로 회피할 수 있는 아티팩트도 수집할 방도가 있고.

    ‘성장 루트는 어떻게 짜지?’

    이윽고 다시 고민에 빠져버린다.

    하나의 제약을 풀기 위해선 어떤 던전을 클리어해야 하니 힘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 성장치에 도달해야 클리어가 가능할 터.

    제약 셋과 함께 받은 능력이 셋.

    전 방향 레이더 역할이 가능한 「공간지각」

    대마법사 저리 가라 하는 수준의 마력 친화력을 가져다주는 「마력친화」

    온갖 방면에 평균 이상의 자질을 가지는 「팔방미인」

    ‘아… 이럴 거면 감각봉인이랑 팔방미인 말고 딴 거 가져오는 건데.’

    한순간에 오감 중 절반을 앗아간 감각봉인의 저주.

    좋게 말해야 올마스터 전용 능력이지 나쁘게 말하면 어정쩡한 잡탕 스킬인 팔방미인.

    감각봉인의 저주를 택한 이유는 그래봤자 감각 스텟의 폭락이 리스크의 전부이고, 이마저도 공간지각으로 커버 이상이 되기 때문이었다.

    또한 이번에도 솔로잉이 목표였기에 극한까지 성장하면 탱딜힐 모두 어느 정도 가능한 팔방미인을 택한 거였는데.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라면 팔방미인을 잘 활용할 자신이 없었다…

    ‘이렇게 될 거면 단일 자질로 가져왔지…’

    최소한 검성의 자질 같은 거라도 가져왔다면 그쪽으론 확실히 대성할 수 있었는데.

    팔방미인은 기껏 해봐야 수재 정도일까.

    세계의 온갖 천재가 모이는 시요람에선 수재 정도로는 하위권이 고작일 텐데.

    ‘믿을 건 공간지각이랑 마력친화 뿐인가.’

    인간 레이더 그 자체인 공간지각과 어느 직업을 골라도 좋지만, 특히 마법사 루트에서 극상의 성능을 발휘하는 마력친화.

    ‘마법사 쪽으로 가야 하나…’

    솔직히 흉기를 쥐고 몬스터와 근접전으로 싸우라고 하면… 할 수야 있을까…

    잘 할 수 있을지 없을진 몰라도 특성상 마법사 쪽으로 가는 것이 베스트다.

    ‘머리 아파…’

    고민이 끝나자 탈력감이 찾아와 몸을 꾹 짓눌렀다. 그에 거스르지 않고 침대에 몸을 뉘었다.

    잠들기에는 이른 시각이지만 너무 피곤했다.

    공간지각의 과잉 정보 덕분에 잠을 설치기야 하지만 영 잠들고자 하면 못 자는 것은 아니다.

    신입생 축하연은 다음 주나 되어야 한다. 입소를 일찍 한 만큼 여유시간은 충분하다.

    원래부터 감겨있던 눈이기에 조금씩 수마가 찾아왔다.

    동시에 마음 한구석에 구겨둔 불안감도 함께 찾아왔다.

    내가 알고 있는 딱 한 번 제약을 해지하는 법.

    특정 던전에 묻혀있는 아티팩트를 활용한 방법이다. 던전 자체가 오지에 숨겨져 있긴 하다만, 던전을 찾아다니는 헌터들이야 오지를 기본으로 이 잡듯 뒤지고 다닌다.

    만약 누가 먼저 발견하면 어쩌지?

    만약, 내가 좀 늑장 부렸다가 찰나의 순간으로 늦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

    가뜩이나 최소 둘은 필요한데, 유일하게 알고 있는 방법 하나를 날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수마를 밀어냈다.

    ‘에이 씨.’

    오만상을 찡그리며 몸을 일으켰다. 방에 구비된 책상에 앉아 스마트워치를 조작했다.

    [ 「기초마력 운용(하)」를 열람합니다. ]

    신입생 축하연까지 일주일.

    그 전에 이론은 좀 외우고 가야겠다.

    .

    .

    .

    [─주장된 마력의 기원설은 무수하다. 자연에너지에서 발생했다는 자연설, 별에서 비롯되어 인간에게 전해, 지, 지, 지, 지지지─]

    ‘이거 왜 이래.‘

    – 띠링!

    – 띠링!

    [알림. 마력 잔량 3% ]

    ‘아.’

    * * *

    – 띠링!

    [관측… 성공.]

    [소환… 성공.]

    [동기화… 성… 공…]

    [‘플레이어 보정 시스템’이 준비되었습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 상태창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Ilham Senjaya 님! 선작과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큰 원동력이 됩니다!

    2024-01-08 용어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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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Academy’s Disabled Student

I Became the Academy’s Disabled Student

아카데미 장애인 전형 생도가 되었다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created a game character.
Instead of taking several perks, I added restrictions.

▶Restriction (I): “Curse of Sensory Seal”
─Permanently seals a chosen sense.
─Choice: Sight, Taste, Smell

▶Restriction (II): “Curse of Short Life”
─You are born with a body doomed to a short life.

▶Restriction (III): “Curse of Silence”
─Speaking causes you pain.

When the next day came, I couldn’t se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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