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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

       5. 그냥, 너니까(4)

       

       

       이상하다.

       아무리 보아도 이해할 수가 없다.

       

       그 소년은 확실히 이질적이었다.

       

       여태껏 지켜본 바에 의하면, 소년은 절대로 멍청하지 않았다.

       

       행동 하나하나에서 그 나잇대에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지성이 느껴진다. 남이 수작을 부리면 곧바로 알아채고, 눈치 또한 빠르다. 

       

       허나, 이상한 점은 그 대처법에 있었다.

       

       상대방이 나를 먼저 공격하면, 당하기 전에 먼저 죽이는 것이 기본이다.

       

       이 3년간 그녀가 유랑하며 본 세상은 그렇게 돌아갔다.

       

       허나, 소년은 언제나 위협. 협박 같은 불편한 수단을 쓰지, 절대로 상대방을 먼저 죽이려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녀는 소년에게 물어보았다.

       

       너라면 저놈을 죽일 계획을 짜는 것도 간단할 텐데. 왜 아무런 보복도 하지 않냐고.

       

       그러자 그 남자는 오히려 이쪽이 더 이상한 사람이라도 되는 듯 이야기했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냐고.

       저런 꼬맹이들을 대체 왜 죽이냐고.

       

       “아니, 뭐 지랄맞은 놈들인 건 사실인데. 그래도 애잖아. 게다가 저놈들도 이런 곳에 있지만 않았으면 저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걸?”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그 남자가 이상하다는 사실만 깨닫게 된다.

       

       아예 다른 세상에 살다 온 사람 같다.

       

       아이니까 당연히 보호해 주어야 한다니.

       

       아이는 가축이다.

       부모가 소유한 재산이다.

       

       키울 돈이 마땅치 않으면 태어나자마자 땅에 파묻거나, 적당히 여유가 있으면 키워서 부려먹거나, 중간에 사정이 안좋아지면 적당한 값을 주고 팔아먹는 재산.

       

       적어도 그녀가 본 세상에서는 그랬다.

       

       허나, 그런 이야기를 하자 소년은 식겁하며 넌더리를 쳤다.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는 건 기본이라고. 지금 세상이 이렇게 된 건…… 아마 세상이 너무 지랄맞아서 그런 것일 거라고 이야기하면서.

       

       그 이야기를 듣자 소녀는 조금 저 남자의 본질을 이해할 것 같았다.

       

       터무니없는 몽상가다.

       대체 저런 무른 정신으로 어떻게 살아왔나 싶은 몽상가.

       

       이 각박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모두를 불신하고, 경계하고, 배신해야 한다.

       

       헌데 이 남자는 진심으로 믿고 있었다.

       

       모두가 평등하게 대우받을 수 있는 세계.

       부모가 아이를 사랑할 수 있는 세계.

       서로 죽고 죽이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세계.

       

       그런 말도 안 되는 세상이 찾아와야 한다고.

       

       그래야 마땅하며, 그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귀족가 자제였나.’

       

       결국 그녀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저런 건 세상 물정을 모르고 자라온 꼬마만 할 수 있는 철없는 이야기다.

       

       아마 어딘가의 귀족가 자제가 모종의 사고에 휘말려 여기에 흘러들어온 것이리라.

       

       ‘분명, 얼마 안 가 현실을 깨닫겠지.’

       

       언젠가 무너질 것이다.

       소녀는 그리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소년은 변하지 않았다.

       

       “…….”

       

       그녀는 멍하니, 자신을 대신해서 채찍질당하는 소년을 보았다.

       

       여린 인간의 몸.

       분명 자신으로써는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이리라.

       

       허나, 소년의 표정은 아무렇지 않았다.

       

       그 이유를 그녀는 알고 있다.

       

       이미 한 번 비슷한 것을 보았기에.

       

       -……괜찮단다 시엘. 진짜야. 엄마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걱정 말고 자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아무렇지도 않으니 신경쓰지 말라고 강한 척을 하는 것이다.

       

       “괜찮아. 체질 때문에 하나도 안 아프거든.”

       

       몇 번을 맞아 엉망진창이 된 몸으로 그 소년은 그렇게 이야기한다.

       

       분명, 그 상처는 자신 때문에 입은 것이다.

       그러니 자신을 미워하고 증오해야 옳다.

       

       멀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럼에도 왜 그 소년은 자신에게 붙어 있는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행동 하나하나가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

       

       “……이걸 왜 나한테?”

       

       “먹기 싫으면 처먹지 말든가.”

       

       왜 굶어 죽어가는 아이를 지나치지 못하고, 몰래 식량을 나눠주는 것인가.

       

       “양심이 있으면 이번 일은 다른 놈들한텐 말하지 마. 내 식량도 한정되어 있고. 가뜩이나 적도 많은데 호구로 낙인찍혔다간 답도 없으니까.

       

       그리고…… 챙겨주는 건 이번이 끝이야. 알아서 먹고살 방법을 찾아.”

       

       왜 그런 말을 하면서 죄책감 어린 표정을 짓는 건가.

       

       자기 식량으로 남을 살리는 일을 해 놓고서, 왜 나쁜 짓을 한 것 같은 얼굴이 되는 것인가.

       

       무르다.

       너무나도 무르다.

       

       저런 마음가짐으론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다.

       

       평등한 세상이니, 인간의 권리니, 아이들이 아이답게 걱정없이 살 수 있는 세계니. 이런 세상에서 그런 것을 꿈꿔봤자 절대로 이룰 수 없다.

       

       그런데도 소년은 바뀌지 않는다.

       이 2주간, 뭐 하나 바뀌지 않았다.

       

       “……너 먹어라. 오늘따라 입맛이 없네.”

       

       오늘도 소년은 그리 이야기하며 그녀에게 빵을 건넨다.

       

       결국,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도저히 이 소년을 이해할 수가 없다.

       

       헛된 꿈을 꾸고 있는, 바보같을 정도로 상냥한 소년에게 눈을 뗄 수 없는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다.

       

       “왜?”

       

       그렇기에, 그런 말이 입밖으로 튀어나온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을 해주는 거야?”

       

       소녀는 바보가 아니다.

       그렇기에 알고 있다.

       

       이 소년이 며칠 동안 음식을 입에 대지 않았다는 것도. 그걸 항상 자신이나 다른 아이들에게 양보하는 것도.

       

       언제나 자신을 대신해 채찍을 맞는 것도, 항상 자신의 몫을 도와주는 것도.

       

       언제나 자신이 위험에 처하면 나타나서 도와주었다는 것도.

       

       전부 알고 있다.

       

       “아까 먹은 빵이 잘못되기라도 했냐? 팔 아프니까 빨리 가져가기나 해.”

       

       소년은 못 알아들었다는 듯 시치미를 떼며 그리 말한다.

       

       “이건 네가 먹어야 해. 며칠간 아무것도 안 먹었잖아.”

       

       그 반응이 도저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기분이 나쁘다.

       

       그야, 이건 옳지 않으니까.

       그녀는 이런 대우를 받아 마땅한 존재가 아니다.

       

       어머니 때에도 똑같았다.

       어머니는, 그녀 같은 괴물 때문에 죽어도 될 존재가 아니었다.

       

       그러니까.

       

       “왜?”

       

       도저히 납득하지 못하겠다.

       자신에게 이런 일을 해주는 이유를. 자신을 이리도 신경쓰는 이유를.

       

       그녀는 다시금 그 소년을 바라본다.

       소년은 머쓱한 얼굴로 목을 긁적이면서, 조금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냥, 너니까.”

       

       그 말이. 

       도대체 왜 이리도 신경쓰이는 걸까.

       

       *****

       

       소녀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주변이 소란스럽다. 

       허나, 마기를 조금 운용하면 주변 상황을 파악하는 것 정도는 간단한 일이다.

       

       “…….”

       

       그리고 시엘은 보았다.

       

       그 소년이 맞이한 결말을.

       

       결국 예상대로다.

       소년은 너무나도 물렀다. 

       

       자신을 가로막는 사람은 모두 죽여버렸어야 한다.

       친절 따위 베풀지 말았어야 한다. 

       

       그건, 이미 진작에 정해던 결과였다.

       

       정신을 잃은 소년이 단상으로 처형을 위해 끌려간다.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던 소녀는…….

       

       “거기 있지?”

       

       처음으로, 늑대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도대체 왜?

       그녀 자신도 도저히 자신의 행동을 납득하지 못했다.

       

       합리적이지 못하다. 

       여기서는 그저 도망치면 된다.

       

       전에도 이런 곳에서 도망친 적은 있었다. 모습을 숨기는 마법 정도는 어머니께 전부 배웠다.

       

       그런데 왜 자신은 이런 짓을 하고 있는가.

       

       저 소년 때문에?

       

       그건 이상하다.

       만난 지 2주밖에 안 된 사이다.

       

       그 소년의 이름조차 모른다.

       

       게다가 저런 꿈을 가지고 있다면, 정말 이미 망해버린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몽상가라면. 

       

       여기서 살려봤자 얼마 안 가 죽을 것이다.

       

       그런데 왜.

       

       “계약할게.”

       

       내 입은 멋대로 움직이는 것인가.

       

       나는 왜, 너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인가.

       왜 나는 이리도 네가 신경쓰이는 것인가.

       

       ‘아…….’

       

       소녀는 그제서야 사랑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그냥 너니까.

       

       그때 소년이 했던 말처럼, 단순한 이야기다.

       

       어머니가 자신을 사랑하면 안 된다 여겼다. 자신도 어머니를 사랑하면 안 된다 여겼다.

       

       부정한 존재니까.

       태어나면 안 되는 생명이였으니까.

       

       허나, 다르다.

       

       사랑은 그런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데에, 이유 같은 건 필요하지 않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데에, 자격 같은 건 필요하지 않다.

       

       그냥 아끼고 싶어서 아낀다. 

       그저 소중하기 때문에 아낀다.

       

       나는, 네가 죽는 것이 싫다.

       

       그러니까.

       

       [영혼의 절반. 확실히 받았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무엇을 희생하더라도 너를 지키고 싶다.

       

       “집어삼켜, 늑대.”

       

       불길한 검은 그림자가 세상에 드리운다.

       사람이었던 것이 고깃덩어리로 변모한다.

       

       피와 살점이 낭자하는 그곳을, 소녀는 유유히 걸어갔다.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시엘?”

       

       품에 들어올린 소년이 그녀를 바라본다.

       아마 무척이나 당황한 모양이다.

       

       그럴 만도 하다.

       

       관리자들은 모두 흔적도 없이 그림자에 집어삼켜졌다.

       

       아이들은 모두 패닉에 빠져 도망치기 바쁘다.

       

       “대체 어떻게…. 아니 그보다……왜?”

       

       소년이 그리 물어온다.

       왜 나를 도왔냐고.

       

       시엘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자신을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누구보다 선한 네가 좋아서.

       

       네가 말하는 그 이상적인 세계가, 나도 보고 싶어져서.

       

       네가, 나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 주어서.

       

       그런 감정들을 한 마디로 전부 표현할 방법을 시엘은 알지 못했다.

       

       그렇기에 시엘은 조그맣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냥, 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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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ccidentally Created a Villainous Organization

I Accidentally Created a Villainous Organization

How did you create a dark organization? 어쩌다 흑막 조직 만들어버림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game spoilers turned out to be fake. The characters I gathered thinking they were heroes are actually all villains. In other words, I accidentally created a villainous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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