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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

    버스에 탄 루크와 청년.

    사람들이 모여서 기다리던 것은, ‘버스’라고 불리는 초대형 마차였다.

    그것은 또 굉장한 경험이어서, 루크는 눈을 빛내지 않을 수 없었다.

    “저기, 이 마차……. 아니, 자동차는 세계수로 가는 건가?”

    “그래. 이걸 타면 돼.”

    루크는 청년의 말에 감사를 표하며 그를 따라 버스에 탑승했다.

    “꼬마야. 돈은 있니?”

    “그야 당연하다, 돈도 없이 이런 시설을 이용할 수 있을 리 없잖은가. 얼마를 내면 되는가?”

    “어린이는 500길이면 된다.”

    버스 기사의 인자한 말에, 주머니에 고이 넣어둔 용돈을 꺼내 1000길이라고 쓰인 지폐를 펼쳐 사각형의 함에 집어넣고, 떨어진 거스름돈을 받았다.

    그 경험도 신기한 경험이었지만, 루크는 반응을 억제했다.

    아무래도, 아까부터 자신에게 쏠리는 시선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

    “…….”

    하필이면 두 명의 자리에 같이 앉게 된 루크와 청년.

    결국 이어폰을 빼냈지만, 주변의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

    청년은 차라리 신고당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한숨을 푹 쉬었다.

    “그, 미안했다. 내가 이어폰을 놓치는 바람에 네가…….”

    “괜찮아. 괜찮아.”

    사실 거기서 조금만 더 있었으면 이런 버스가 아니라 범죄자호송버스에 타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앞날이 창창한 학생이 겪기엔 너무 받아들이기 힘든 미래였다.

    “이렇게 된 것도 인연인데, 꼬마. 통성명이나 할까? 나는 마르코 알비. 테네간 아카데미의 학생이야.”

    “루크 이루시라고 부르거라. 헌데, 아카데미? 그렇다면 그대는 마법사인가?”

    “뭐, 그렇지는……. 2클래스까지는 의무교육이니까. 특별히 마법사가 될 생각은 없는데.”

    “클래스?”

    루크는 생소한 언어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클래스, 클래스라고? 마법사의 수준을 가르는 건 심장의 고리, 즉 서클일 터다.

    그런데 클래스라니, 이상한 일이다.

    게다가, 마르코라고 칭한 청년의 가슴에는 서클이 느껴지지 않는다.

    “저, 루크? 갑자기 내 가슴은 왜 만지작거리냐?”

    “아, 잠깐 그럴 이유가 있었다. 실례했군.”

    마르코는 당황했지만, 어린애를 이해하려 하면 자기만 피곤해진다는 사실을 명절날 사촌동생들에게 충분히 배운터다.

    또, 루크 정도 나이대의 애들은 다들 이미 자신만의 세계가 있기도 하고…….

    그리고 그 세계에 침범하는 것은 상당한 피로를 동반하는 결과를 낳기에, 이 부분은 그냥 적당히 모르는 척 하고 넘어가는 편이 훨씬 편하게 먹힌다.

    “클래스라는 것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나?”

    “글쎄, 너무 포괄적인 개념인데……. 뭐, 너도 크면 나중에 배울 테지만, 클래스라는 건 말이지, 한 사람이 살아가면서 누릴 수 있는 마법단위를 얘기해.”

    “누릴 수 있는 마법단위?”

    루크는 새로운 마법학적 개념에 흥미가 동했다.

    5000년 후의 마법은 어떤 방식으로 발전하게 되었는가.

    지금 눈앞의 젊은 현자가 그것을 설명해주려고 하는 것이다.

    눈을 빛내지 않을 수 없다.

    반면 마르코는 눈을 빛내며 경청하는 루크의 모습에 기분이 좋아졌다.

    나름 열심히 공부한 게 보람이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

    어쩐지 평소보다 말이 많아지는 느낌이 든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클래스는 마법의 분류야. 1클래스, 2클래스, 3클래스, 4클래스……. 마법의 효과와 범위에 따라 클래스가 높아지고 제약도 많이 붙어.”

    “제약이 붙는다고? 어떤 식으로?”

    “뭐, 벌금을 내거나, 감옥에 가거나……. 그런 거지. 허용되지 않은 마법을 썼으니까.”

    “마법을 쓰면 벌금을 내는가?”

    루크는 충격에 휩싸였다.

    마법을 쓰면 벌금을 무는 세상이라니?

    그는 그 현실에 도리질을 치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말도 안 된다, 이건 마법탄압이다!”

    루크가 갑자기 외치는 바람에 마르코는 깜짝 놀라며 루크에게 쉬, 쉬잇! 목소리가 너무 커! 따위의 말을 하며 진정시켰다.

    안 그래도 지금 시선이 따가운데, 큰 소리까지 내는 건 큰 민폐이기도 하고.

    마르코의 제지에 곧 감정을 다스린 루크는 헛기침을 하며 사과를 전했다.

    “미안하다. 내가 잠깐 흥분을 하는 바람에……. 흐음, 내가 생각했던 마법사의 개념과는 너무나도 달라서 그랬다.”

    “아냐. 뭐, 그럴 수도 있지…….”

    루크 나이대 아이들이라면, 마법사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품게 마련이니까.

    만화나 동화 같은 곳에서도 마법사는 꽤나 아름답게 묘사되기도 하고.

    곧 루크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마르코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째서 그렇게 제약을 걸어둔 거지? 마법은 자유를 추구하는 학문일 텐데.”

    “마법은 개인이 사용하기엔 너무 강력한 힘이잖아, 만약에, 이런 도시에 어떤 미치광이 마법사가 메테오를 떨군다고 생각해봐, 그런 위험이 존재해선 안 되겠지? 그래서 일반인들은 3클래스 이상은 특별한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어.”

    “그런가.”

    루크는 나즈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해, 이해는 하더라도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은 일이었다.

    “그래도, 경찰이나 군인 같은 경우는 근무 중이라면 4클래스 공격마법까지 허용돼. 또, 만약 마법사가 연구실에서 연구를 위해 사전에 허가를 요청한 특수한 상황이라면 위원회의 판단하에 허용이 되기도 하고.”

    “이해했다. 필요에 따라, 계층에 따라 마법을 허용하는 단위가 ‘클래스’인 거로군.”

    “그렇지. 요약 잘하네. 나중에 공부 잘하겠다, 너.”

    루크는 마르코의 칭찬을 흘려 넘기고는 생각에 잠겼다.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다르다. 내가 알고 있는 마법체계와는 그 전제부터가 틀렸어.’

    말하자면, 서클은 세계에 간섭할 수 있는 권한이자 영향력이었다.

    그러니까, 서클이 영향력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는 사회에서의 영향력이 클래스를 만든다.

    이해하기 어려운 기묘한 구조다.

    하지만 그런 기묘한 구조에 루크는 흥미를 느꼈다.

    서클과는 정반대로 발전한 마법체계다.

    이것은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인지 너무나 궁금했다.

    “그럼, 클래스가 완전히 허용되는 존재들은 누구지?”

    “뭐, 아마도, 대통령 정도일까?”

    “음, 그런가.”

    대통령이라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되어볼까 하고 생각하는 루크를 바라보며, 청년은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나도 저 나이 때엔 대통령이 꿈이었는데.’

    ——-

    마르코와 함께 세계수 근처에서 내린 루크는 마르코와 작별 인사를 나눴다.

    “나는 저쪽으로 가야 해. 그럼 안녕, 세계수 구경 재밌게 하고.”

    “이야기, 정말로 즐거웠다. 나중에 인연이 된다면 다시 보자꾸나, 마르코 알비.”

    젊은 현자에게 보내는, 호의가 가득 담긴 작별 인사였다.

    팔이 짧아서 잘 보이지 않을까 봐 크게 흔들어주자, 마르코가 팔을 크게 마주 흔들며 외쳤다.

    “그래, 루크 이루시. 그리고 나중에 대통령 되면, 나 잊지 마!”

    “물론이지, 나중에 찾아온다면 꼭 대접하겠다!”

    어린아이의 연약한 목청으로 최대한 소리를 질렀지만, 벌써 저만치 뛰어간 마르코의 귀에 들렸는지는 요원할 일이다.

    확성마법이라도 쓸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생각한 루크는 세계수를 향해 몸을 돌렸다.

    방금 이 시대의 마법체계, 클래스에 대한 설명을 들었지만, 그렇다고 그게 서클을 포기하라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아까 마르코에겐 서클이 없기는 했지만, 일단 새로운 마법을 배우기 위해선 그 자신에게 익숙한 마법체계로 기틀을 다지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서클은 일종의 보험.

    그것은 그 앞을 알 수 없는 던전에서 돌멩이 하나라도 손에 집어드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클래스라는 마법체계가 제아무리 전혀 새로운 마법체계라지만, 기존의 서클방식과 충돌하거나 반발을 일으킬 것 같지는 않았다.

    둘 다 마나를 다루는 방식의 차이일 뿐, 결국은 마나를 움직여 마법이라는 현상을 일으키는 의지의 발현이니까.

    오히려 한 몸이 다룰 수 있는 마나량과 조작성을 늘리는 서클시술은 득이 되면 되었지, 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서클은 서클대로, 클래스는 클래스대로 익히면 될 일.

    “좋아, 준비해볼까.”

    그렇게 당당히 세계수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려던 루크는, 앞에서 금방 경비원에게 제지당했다.

    “잠깐, 꼬마야. 여긴 혼자 들어오면 안 돼. 보호자는 없니?”

    루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혼자 왔다. 혹, 보호자가 필요한가?”

    “당연하지. 여긴 너 같은 꼬마한테는 너무 위험해. 보호자가 없으면 안 된다.”

    인공세계수란, 말 그대로 도시 전체에 마력을 공급해야 하는 중요시설이다.

    그런 곳에 미등록인원을 마음대로 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고, 특고압 마나가 흐르는 지역도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어린애가 마음대로 돌아다니게 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루크는 여기까지 와서 그냥 돌아갈 수 없었기에 간절함을 눈빛에 담아 경비원을 올려다보았다.

    루크가 스스로 어린아이의 몸을 이용한다는 자각은 전혀 없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마법사가 되려면 꼭 여길 들어가야 한다. 어떻게, 방법이 없겠느냐? 그……. 돈이라면 얼마 안되지만…….”

    루크는 과거, 경비병에게 뒷돈을 찔러주던 경험을 떠올리며 주머니에 있던 모든 돈을 꺼내들었다.

    아무리 요즘 돈의 단위를 잘 모른다해도 예르나가 어린애 용돈으로 조금 두고 간 것이니 분명 큰 돈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경험상 그거라도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컸으니까.

    하지만 그것이 경비병에게는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

    머리 위에 솟은 뾰족했던 동물귀는 비 맞은 강아지마냥 축 처진 채고,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지폐와 동전들을 꺼내든 그 모습은 너무나도 애처로웠다.

    경비원은 루크의 눈빛에 결국 시선을 피하고 말았다.

    이 어린것이 벌써부터 그렇게나 마법사가 되고 싶은 걸까 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 마법사가 되고 싶단 말이냐?”

    “그렇다. 어떻게 안 되겠는가?”

    “……좋아, 견학 정도라면 가능한지 물어봐주지. 여기서 잠깐 기다리거라.”

    “정말 고맙구나! 그대의 마음씨에 감복했다!”

    “흐음…….”

    수인치고는 책을 꽤나 읽은 모양이지.

    무슨 수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소랑 고양이 혼혈인가? 그래도 참 예쁘네. 이런 딸이 있었으면 딸바보가 되었을지도.

    라고 생각하며 경비실의 전화기 다이얼을 돌리는 그였다.

    ——-

    루크는 잔뜩 긴장한 채로 손님용 벤치에 앉아 종이컵에 담긴 코코아를 홀짝거렸다.

    종이로 만든 컵이라니, 그가 살던 시대에 종이란 사치품이었다.

    양의 가죽을 벗겨내고, 그것을 최대한 무두질해 부드럽고 하얗게 만들어내는 게 종이였던 시기다.

    그런 걸로 컵이나 만들고 있다니.

    이 시대의 종이가 자신이 살던 시대에 비하면야 엄청나게 싸다는 건 예르나의 집에 가득한 종이와 책들 때문에 막연히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사실이었으나, 이렇게 보니 또 감회가 새로웠던 것이다.

    ‘예르나는 어쩌면 귀족이 아닐지도.’

    뭐, 아니라면 또 어떤가.

    그녀의 호의는 진심이었거늘.

    너무 뜨거운 코코아를 후 후 불어가며 아주 조금씩 홀짝거리면서 기다리니, 경비원이 루크를 불렀다.

    “이봐, 꼬마야.”

    “하, 핫! 무슨 일인가? 혹, 불가능하다는…….”

    “그런 건 아니고, 안에서 사람을 하나 보내겠다는구나. 그 사람 잘 따라다녀야 한다. 알겠지?”

    “그리 하겠다! 은혜를 입고 말았어, 내 후에 꼭 보답하겠다!”

    “그래. 꼭 훌륭한 사람이 돼서 내 팔자 좀 고쳐줘라.”

    무심코 루크의 머리를 쓰다듬던 경비원은, 루크가 으응, 하는 소리를 내며 손을 치워내기에 애가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건가 싶었다.

    “……응?”

    헌데, 루크가 들고 있던 코코아의 양이 거의 줄지 않았음을 발견하고는 의아하게 물었다.

    “뭐야, 코코아 별로 안 좋아하니?”

    “아니, 그냥 뜨거워서 천천히 식혀 먹는 중이다.”

    “그러냐……?”

    미안한 말이기는 하지만, 전화는 꽤 오래 걸렸다.

    그래서 코코아에서 올라오던 김도 전혀 없었는데, 척 봐도 다 식은 코코아 특유의 거품기 없는 어두운 표면을 보아 그다지 뜨겁지 않아보인다만…….

    ‘저 귀는 고양이 쪽이 확실하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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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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