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4

       파스텔은 롱소드를 껴안고 방안을 빙빙 돌았다. 겨울 원피스가 흔들렸다.

         

       “나의 친구~.”

         

       흥얼거렸다.

         

       “너라면 빚보증을 서줄 수 있을 거 같아~.”

         

       새 방도 죄다 비었지만 딱히 불만이 들지 않았다. 막혔던 속이 풀렸다.

         

       제대로 된 무기를 얼마나 염원했던가. 이가 나가긴 했지만 어엿한 무기였다.

         

       힘들 때 노력해 준 탁자 다리에겐 미안해. 난 이 나간 롱소드가 더 좋은 거 같아.

         

       파스텔은 방 한가운데서 롱소드를 쥐었다. 검날을 황홀하게 살펴봤다.

         

       이 날카로움!

         

       가죽도 살도 찢어버릴 강력함!

         

       공격에 체중을 싣겠다고 별짓을 다 하던 파스텔은 더 이상 없었다. 괴물은 식전 디저트로 해치울 파스텔만이 남았다.

         

       걸으며 몸을 회전했다.

         

       “휘리릭!”

         

       검을 회전하며 벴다.

         

       “슈왁!”

         

       검격이 넓게 공간을 점령했다.

         

       가슴이 벅찼다.

         

       이제 무엇이든 잡을 수 있어. 덤벼보라고. 나의 엄청난 검술 실력으로 깍둑썰기 해줄 테니까.

         

       당당한 걸음으로 현관홀인 듯한 곳으로 다가갔다. 거울을 조심스럽게 내밀어 사각지대를 살펴봤다.

         

       여긴 3층이었다.

         

       큰 계단이 2층을 거쳐 현관홀로 내려갔다.

         

       2층 층계참에 검은 기운의 형상이 비쳤다.

         

       후후, 전혀 안 무서워.

         

       어떤 어리석은 괴물이 디저트가 될 것인가?

         

       두 다리로 직립 보행한 인외.

         

       낯설지만 익숙한 모습이었다.

         

       중세의 전차라 불리는 것.

         

       기사.

         

       인외의 손에 검은 롱소드가 들렸다. 판금 갑옷이 전신을 검게 덮었다.

         

       파스텔은 그만 정신이 멍해져 버렸다.

         

         

         

       #

         

         

         

       파스텔은 바닥에 엎드렸다. 기사의 시야에 닿지 않을 모습으로 현관 너머로 기어갔다.

         

       나는 굼벵이다.

         

       굼벵이.

         

       반대편 복도에 당도해 일어났다. 시린 몸을 떨고 겨울 원피스를 털었다.

         

       아 정말 판금 갑옷은 아니라고 생각해. 롱소드도 이 나간 내 거보다 좋잖아. 야만적인 위험 생물이면 문명의 이기는 안 쓰는 게 맞지 않아?

         

       툴툴대며 방들을 수색했다. 아래층 계단이 있긴 했지만 기사의 시야에 닿을 위험을 감수하진 않았다.

         

       복도 모퉁이엔 늑대가 한 마리 있었다. 새 친구의 맛을 보여 줬다.

         

       늑대의 도약을 피하며 검을 벴다. 거친 저항감이 있었지만 그대로 그어졌다.

         

       가죽이 베이고 늑대가 검은 기운을 흘렸다. 비틀거리는 늑대에게 달려가 찌르자 가볍게 절명시킬 수 있었다.

         

       “가뿐하지! 넌 식전 디저트야!”

         

       파스텔은 흥얼거렸다. 시원하게 썰리는 게 힘이 세진 기분이다. 기분 탓이 아닌가?

         

       고기 푸딩을 냠냠하고 나머지 방을 수색했다.

         

       3층 전체에 괴물은 없었다.

         

       완전 탈환.

         

       덕분에 가산이 죄다 털린 방들을 보며 원 없이 몸을 떨 수 있었다.

         

       “아버지……!”

         

       선량하고 아름다운 어머니만 살아 계셨다면 집안이 이 꼴이 아닐 텐데.

         

       유일하게 발견한 가구는 한쪽 벽면을 차지한 큰 책장이었다. 책장 빼곤 이 방도 비어있었다.

         

       바닥의 변색되지 않은 가구 자국을 살폈다. 추측하자면 가주 집무실 같다.

         

       “와, 내 집무실이잖아?”

         

       있어야 할 집무용 책걸상은 있지도 않네? 이럴 줄 알았어.

         

       파스텔은 서적을 둘러봤다.

         

       크래프트 가문의 역사, 전통, 관습, 지침.

         

       각종 분야를 포괄하고 때론 세부적으로 다루는 제목들.

         

       가주를 위한 지침서를 꺼내고 대강 훑어봤다.

         

       “오, 제왕학인가?”

         

       동맹 가문의 뒤통수를 잘 치는 법이 대놓고 적혀 있네.

         

       “배신은 성공보다 후속 처리가 더 중요하다. 원하는 걸 손에 넣은 다음 내부 분열을 유도하라. 그리고 한쪽 편을 들며 다시 동맹을 권유하라.”

         

       우와아.

         

       파스텔은 경악하며 실무 지침으로 넘어갔다. 실제 사례와 함께 역대 가주의 경험담과 노하우가 쫙 정리됐다.

         

       “강력한 방법은 현 가주가 배신하고 후대 가주가 진심 어린 사과로 재동맹을 권유하는 것이다. 최종 생존한 후계자와 세대를 거친 모략을 꾸며라. 상대는 속절없이 당할 것이다.”

         

       어째 책 내용이 대부분 나쁜 짓 하는 법 같았다. 더 훑어보니 착각이 아니었다.

         

       오오, 우리 가문 완전 사악해 보여.

         

       분열과 배신이 취미인가?

         

       어째 전통 놀이가 외견과 안 어울리지 않아? 분홍분홍과는 백만 광년 떨어졌잖아.

         

       오히려 외견이 이래서 편했나?

         

       맙소사.

         

       상냥하고 긍정적인 내 마음씨와는 안 어울려.

         

       책을 다시 꽂았다.

         

       방은 전부 둘러봤다.

         

       이제 어쩌지.

         

       “판금 갑옷과 싸우는 게 맞나?”

         

       아무리 그래도 그건 자살 행위 아니야?

         

       우회할까? 우회가 맞겠지.

         

       내가 뭐 고기푸딩에 눈이 먼 것도 아니고.

         

       고기푸딩을 생각하자 침샘이 찌릿했다. 정신이 몽롱해졌다.

         

       서둘러 털어냈다.

         

       아니야 아니야.

         

       난 이상한 디저트에 중독되지 않았어. 그냥, 맛있고 도움 돼서 먹는 거라고.

         

       2층은 포기하자. 계단을 타고 바로 내려가는 거다. 아마 주방은 1층이겠지.

         

       굶주린 배를 문질렀다.

         

       체력은 괜찮은데…….

         

       영혼이 공허한 느낌이다.

         

       누가 영혼을 쪽 빨아먹고 도망친 거 같아.

         

       몸 상태가 괴상하네. 제대로 된 식품을 먹든지 해야지.

         

       문을 열며 고개를 돌린 파스텔은 멈칫했다. 검은 형상이 복도 끝에 보였다.

         

       판금 갑옷의 기사가 고개 숙인 채 바닥을 살피며 걸어왔다. 흔적을 따라오는 듯한 모습이었다.

         

       정작 바닥엔 아무 흔적도 없었다. 아니, 과학적 상식엔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걸까.

         

       고기 푸딩이 떠올랐다.

         

       검은 기운이 풀풀.

         

       아, 망할.

         

       기사가 고개를 천천히 들며 먼 곳의 흔적을 빠르게 훑었다. 그리고 그 끝에 있는 파스텔을 발견했다.

         

       투구에서 붉은 광채가 번뜩였다.

         

       검은 기사가 달려왔다. 육중한 무게감이 소리를 냈다.

         

       으아아……!

         

       파스텔은 빠르게 문을 닫았다. 황급히 잠금장치를 걸었다. 직후 문이 걷어차였다. 잠금장치가 거칠게 요동쳤다. 나무 부서지는 소리가 미세하게 났다.

         

       나무 문이 못 버틴다.

         

       창가로 달렸다. 괴물로 가득한 지상을 훑어봤다.

         

       벽 타기와 기사 중 뭐가 덜 위험하지?

         

       인외 하나가 창문으로 돌덩이를 집어 던졌다. 빗나갔지만 둔탁한 소음이 머리카락을 쭈뼛 서게 했다.

         

       둘 다 자살 행위잖아.

         

       문이 걷어차였다. 바깥면이 일부 부서졌는지 나무 쪼개지는 소리가 확연히 났다.

         

       와와와와.

         

       정신 없이 방안을 살폈다. 여기 가주 집무실이잖아. 비상용 안배가 있을 거 아니야. 비상구라던가.

         

       비상구?

         

       책장에 시선이 갔다. 가구가 죄다 팔린 상황에 멀쩡히 보존된 책장.

         

       서적은 가문 프라이버시라 못 팔았겠지. 책장은? 혹시 건물과 결합된 배치였다던가?

         

       문이 걷어차였다. 나무 쪼개지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머리카락이 쭈뼛거렸다.

         

       파스텔은 책장으로 달렸다. 쓰러트리려다가 불가능해서 양손으로 책들을 거칠게 쏟았다. 한 라인을 비우고 다른 라인을 비웠다.

         

       안 빠지는 책 하나가 발견됐다.

         

       뭐야 이거.

         

       책장에 고정된 책이었다.

         

       안으로 힘껏 밀자 손가락이 따끔거렸다. 아야? 핏방울이 책에 묻고 무언가 달칵였다.

         

       책장 너머에서 톱니바퀴 소리가 연달아 났다. 책장이 밀려났다. 어둑한 통로가 드러났다.

         

       내려가는 회전 계단이었다.

         

       와우.

         

       파스텔은 검과 방패를 서둘러 챙겼다. 회전 계단으로 몸을 던졌다. 문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책장이 닫혔다.

         

       회전 계단은 수직으로 내려가는지 가팔랐다. 어둡기도 해서 발광도료에 의존해야 했다.

         

       파스텔은 정신없이 계단을 내려갔다. 쫓는 소리가 없다는 건 뒤늦게 깨달았다.

         

       “흐아, 살았다…….”

         

       호흡을 가다듬었다. 퀴퀴한 공기가 맡아졌다. 어둑한 공간이 그제야 정신에 들어왔다.

         

       근데 뭐 하는 곳이지? 정말 비상구인가? 기왕이면 저택 밖으로 연결됐으면 좋겠다. 그게 안 되면 주방으로라도.

         

       한참을 내려가자 지하실이 나왔다. 벽면 촛불이 저절로 켜지며 내부를 밝혔다.

         

       “와아.”

         

       한쪽 벽면을 책장이 채웠다. 그 앞으로 탁자와 의자가 조촐하게 있었다.

         

       맙소사.

         

       가구 배치가 멀쩡해……!

         

       파스텔은 감동해선 안 될 부분에 감동해 버렸다.

         

       책장에 얹어진 가죽 주머니가 눈에 띄었다.

         

       엇, 저건?

         

       후다닥 가서 열어보자 보석과 화폐가 반짝였다.

         

       뭔지 모를 보석, 금화, 은화.

         

       “흐억.”

         

       이러면 롱소드가 몇 자루야?

         

       충격적이다.

         

       나는 거지가 아니었어.

         

       주머니를 들고 무게감을 만끽했다. 비상금인지 생각보단 가벼운 양이었다.

         

       그래도 당분간 밥은 안 굶겠다. 귀족다운 품위 유지는 불가능해도.

         

       주머니를 소중하게 내려놨다.

         

       책장 반대편엔 웬 철창이 있었다. 검 한 자루가 감옥 안에 꽂힌 채였다.

         

       파스텔은 롱소드와 감옥의 검을 힐끔힐끔 비교했다.

         

       오늘 사귄 친구보다 월등히 좋은데?

         

       직접 비교를 해보고 싶었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철창에 문이 없었기 때문이다. 뭐야 이거. 장식용인가.

         

       파스텔은 촘촘한 창살을 흔들어 보다가 포기했다.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지하실을 마저 둘러봤다.

         

       남은 벽면은 그냥 벽.

         

       음.

         

       고개를 끄덕이다가 멈칫했다.

         

       “어?”

         

       빠르게 지하실을 훑었다.

         

       아무리 봐도 막힌 공간이다.

         

       나가려면 회전 계단을 다시 올라가야 한다.

         

       머리카락이 쭈뼛거렸다.

         

       투구의 붉은 광채가 떠올랐다.

         

       설마 나…….

         

       독 안에 든 쥐 신세?

         

       “으아아.”

         

       어쩐지 이름이 파스텔 러브 크래프트더라. 사주팔자가 보여. 자기합리화했지만 정말 이상했다니까.

         

       결국 이름대로 돼 버렸다.

         

       “내 인생이 코즈믹 호러야, 허윽.”

         

       앞으로 누가 파스텔 러브크래프트라 잘못 불러도 반박할 여지가 없다. 불러줄 누군가도 없지만.

         

       그런데 그 누군가가 이곳에 존재했나 보다.

         

       혼자인 지하실에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린 크래프트가 무슨 일이지?』

         

       감옥의 검이 있던 자리엔 어느새 남자가 서 있었다. 넥타이 없는 헐렁한 정장 차림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삐딱한 시선을 보내왔다.

         

       파스텔은 입이 벌어졌다.

         

       사, 사람이야.

         

       검은 머리, 붉은 눈동자.

         

       진짜 사람이네?

         

       “우와아.”

         

       이것이 해외에서 동포를 만난 기분?

         

       후다닥 철창에 다가갔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성함? 이봐.』

         

       남자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더니 철창 가까이 다가와 손을 뻗었다. 손이 창살에 닿자 번개가 번뜩였다. 피부가 터져나갔다.

         

       파스텔의 볼에 피가 튀었다.

         

       남자의 손이 반발을 무시하며 창살을 강하게 부여잡았다. 번개가 격렬히 작렬했다. 핏물이 창살을 타고 흘렀다.

         

       『어린 크래프트, 너도 날 조롱하려는 거냐.』

         

       붉은 눈동자가 노려봤다.

         

       『나는 대악마 데모니우스. 너희가 배신하고 검에 봉인한 존재다. 봉인만 풀면 크래프트를 모두 찾아내 하나씩 찢어 죽일 오래된 복수귀지.』

         

       악마가 감정을 참듯 숨을 거세게 내쉬었다.

         

       그러더니 창살에서 손을 뗐다. 번개가 그쳤다. 상처가 연기처럼 흩어지며 치료됐다.

         

       『그러니 엄마 젖이나 더 먹고 와라. 위험한 데 들쑤시지 말고.』

         

       악마가 원래 자리로 걸어갔다.

         

       정적이 흘렀다.

         

       파스텔은 볼에 튄 핏방울을 손가락으로 훑었다. 손가락이 붉게 물들었다.

         

       정장 차림의 악마가 어서 돌아가라는 양 대충 손을 휘저었다. 피로에 찌든 회사원 같은 인상이었다.

         

       파스텔은 방긋 웃었다.

         

       와아.

         

       아이에게 착한 사람.

         

       피 묻은 창살에 달라붙었다.

         

       “악마님! 악마님! 칼에 맞아도 죽지 않는 법 아세요? 갑옷을 단칼에 베는 법은요? 손으로 강철을 찢는 법도 좋아요!”

         

       판타스틱하고 그레이트한 해결법이 하나쯤 있겠지?

         

       악마가 황당해했다.

         

       『내 말을 귓등으로 들은 거냐?』

       “아! 제 소개를 안 했네요! 저는 파스텔 러브 크래프트라고 해요. 파스텔이라 불러주세요!”

         

       악마의 표정이 구겨졌다.

       

       『파스텔?』

         

       악마가 거칠게 다가와 노려봤다.

         

       기존과는 다른 확연한 적의였다.

         

       『사정 다 아는 후계가 여기까지 와서 뭐 하는 짓거리지? 이번 크래프트는 후계 살육전이 만만하나? 하긴 네 어미부터가 질색하긴 했어. 그래 놓고 승자가 된 걸 보면 네 역겨운 혈통을 알 수 있지.』

         

       파스텔의 눈이 동그래졌다.

         

       “어머니를 아세요?”

       『잘 알다마다.』

         

       악마가 즐겁다는 듯이 웃었다.

         

       『가장 먼저 찢어 죽일 작자라는 건 확실히 알지. 바로 네 눈앞에서.』

         

       오, 오우?

         

       얼떨떨하던 파스텔은 사실 하나를 정정해 줬다.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셨는데요.”

         

       웃던 악마가 멈칫했다.

         

       『뭐, 뭐?』

         

       악마는 혼란스러운지 시선을 딴 곳에 뒀다. 그러다 얼마 뒤 돌아봤다.

         

       『그러면 네 눈앞에서 아비를 죽일 거다. 그 샌님 자식이 가주 대행 중이겠지?』

       “아버지는 가산을 팔아 한몫 챙기더니 지금 안 보여요. 한탕 해서 튀었나 봐요.”

         

       완전 결혼 사기꾼이야.

         

       『어…….』

         

       파스텔은 창살에 찰싹 달라붙었다.

         

       “칼에 맞아도 죽지 않는 법 아세요? 갑옷을 단칼에 베는 법은요? 손으로 강철을 찢는 법도 좋아요!”

         

       악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붉은 눈동자가 그제야 소녀의 꾀죄죄한 모습을 훑었다.

         

       헝클어진 머리와 다림질 안 된 옷차림.

         

       『너, 너 몇 살이냐?』

       “13살이요!”

       『아니.』

         

       악마의 말문이 막혔다.

         

       빠밤.

         

       악마는 진솔한 대화가 가능해졌다!

         

       야호.

         

       “악마 계약인가요?!”

         

       드디어 인생 치트가?

         

       『세상은 동화가 아니야. 검술을 가르쳐 주마. 스스로 노력해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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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It’s Mental Immunity

No, It’s Mental Immunity

Status: Ongoing Author:
The guardian demonic sword is troubled and in distress, believing it has been ruined because of me. Does striving for advancement through consuming demonic energy seem too ev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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