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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

       호흡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스으으 –

       

       

       바람의 방향도 완벽했다.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가 당장에라도 화살을 날려 보낼듯 긴장하고 있었다.

       

       

       ‘지금!’

       

       

       저 앞에서 물을 마시며 경계를 풀어 버린 사슴을 향해 화살을 쏘아 보내려는 순간.

       

       

       팅 –

       

       

       활시위가 끊어져 버렸다.

       

       

       “미친….”

       

       

       비록 내가 했던 건 아니지만 기억상으론 이 활시위가 끊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궁핍한 크리스의 삶에서 유일하게 돈 꽤 들인 활이었다.

       

       

       시위가 끊어지는 소리에 사슴이 내 쪽을 바라보며 잔뜩 몸을 움츠렸다.

       

       

       “푸르륵?”

       

       

       곧 나의 존재를 확인한 것인지 재빠르게 도망가는 사슴.

       

       

       하지만 이미 나는 저 사슴이 도망갈 것이라는 것도 예상했다.

       

       

       사슴이 도망칠 만한 곳에 미리 덫을 설치해놨던 것이다.

       

       

       “잡을 수 있다!!”

       

       

       사슴 몰이를 하기 위해 빠르게 달려 나갔다.

       

       

       “푸르륵!!”

       

       

       “푸르륵이고 나발이고 넌 죽었다.”

       

       

       타타탓 – !

       

       

       사슴은 정확하게 내가 유도한 곳으로 도망갔다.

       

       

       ‘저기다!’

       

       

       내가 설치해 놓은 덫의 바로 앞까지 달려갔을 때.

       

       

       사슴의 앞으로 열매가 하나 떨어졌다.

       

       

       툭.

       

       

       “푸르륵!!”

       

       

       긴장해 있던 사슴은 당연히 곧바로 방향을 바꿔 경로를 이탈했고 내 덫은 덩그러니 남겨지고 말았다.

       

       

       “씨발거….”

       

       

       절로 욕이 나왔다.

       

       

       오늘만 해도 세 번째 였다.

       

       

       이런 식으로 세상의 억까를 당해 사슴을 놓친 일이.

       

       

       “이건 아니지!!!”

       

       

       더 화가 나는 건무엇인지 아는가?

       

       

       “설마 또?”

       

       

       덫을 향해 걸어간 나는 곧 그곳에 벌어진 참상을 확인하고야 말았다.

       

       

       판타지 세계에 사는 쥐를 본적이 있는가?

       

       

       거짓말 안치고 사람 허벅지 만 했다.

       

       

       “이 쥐 새끼가 진짜….”

       

       

       커다란 쥐 새끼는 벌써 세 번째 내 덫을 파괴하고 있었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밧줄을 이빨로 갉아먹으며.

       

       

       “어차피 사슴 못 잡았겠네….”

       

       

       나는 제법 익어가고 있는 사냥꾼이다.

       

       

       물론 내 기억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다.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덫이 이런 식으로 파괴되는 일이 없었다.

       

       

       한 달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었다.

       

       

       “그런데!!!”

       

       

       “오늘만!!!!”

       

       

       세 번째였다.

       

       

       사냥만 실패한 게 아니다.

       

       

       평소에 드문드문 발견되던 약초는 신기하게도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가 않았다.

       

       

       “한 번 더 씻어야 하나?”

       

       

       기억을 뒤져 약초가 자라는 곳으로 찾아가면…

       

       

       “이런….”

       

       

       그곳은 산짐승들이 파헤쳐 놓은 땅이 되어 있었다.

       

       

       “오늘도 텄네…”

       

       

       하루 종일 먹은 것이라곤 나무 열매 몇 개.

       

       

       그조차도 아직 익지도 않은 내 주먹보다 작은 열매들이었다.

       

       

       그리고 산에 흐르는 물 몇모금.

       

       

       “배고파…..”

       

       

       속이 쓰려왔다.

       

       

       스승님께서는 그런 말을 하셨다.

       

       

       ‘무당은 무당 짓 말고는 아무것도 못하니 생각도 하지 마라.’

       

       

       회사에 다니는 무당을 본 적이 있는가?

       

       

       아니면 노가다를 하는 무당이라든가.

       

       

       아무도 본 적이 없을 것이다.

       

       

       무당이란 게 그렇다.

       

       

       오로지 신이 허락한 일만 할 수 있는 것이다.

       

       

       “사냥이 직업이냐고! 먹고는 살아야 할 거 아니야?”

       

       

       아마 이런 식으로 계속 사냥을 해봤자 잡을 수 있는 건 없을 것이다.

       

       

       또 온 세상이 억까를 시전하며 사슴들을 풀어 주겠지.

       

       

       “더러워서 안 한다. 더러워서.”

       

       

       집 방향으로 발을 돌리며 끝없이 구시렁 거렸다.

       

       

       “남들은 귀족집에 빙의해서 잘만 먹고 살던데….”

       

       

       “사냥을 안 하면 뭘 해 먹고 사나?”

       

       

       판타지 세계에도 무당이란게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굴락만 하더라도 샤먼이라는 걸 말 했었으니까.

       

       

       하지만 내 기대와는 달리 무당 비슷한 직업도 존재하지 않았다.

       

       

       영혼을 다루는 직업이 있기는 했다.

       

       

       “흑마법사나…네크로맨서 같은 거….”

       

       

       딱 봐도 악당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직업들.

       

       

       하기도 싫거니와 난 마법이라고는 쓰는 방법조차 몰랐다.

       

       

       “염병할 팔자.”

       

       

       사냥을 하지 않는다면 용병 생활이라도 해야겠지만.

       

       

       용병이 어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지원했다가는 초행길에 비명횡사 할게 뻔했다.

       

       

       아마 그조차도 세상의 억까를 당하겠지.

       

       

       “결국 점집을 차려야 하나….”

       

       

       판타지 세계에서 점집이 가능할까?

       

       

       “허 참….”

       

       

       제법 산 깊은 곳까지 들어와 있었기 때문에 또 집까지 가려면 한 세월이었다.

       

       

       어제부터 굶은 내 배가 자꾸만 신호를 보내 왔다.

       

       

       꼬르륵.

       

       

       “어디 잘 익은 열매라도 없…?”

       

       

       열매를 찾아 고개를 돌리는 순간 무언가 이질감이 느껴졌다.

       

       

       나무가 우거지고 풀들이 자라난 곳.

       

       

       산속이라면 당연하다 싶은 풍경.

       

       

       뭐가 내 신경을 건드린 걸까?

       

       

       “흐음….”

       

       

       이질감을 따라 발을 옮겼다.

       

       

       “여긴가?”

       

       

       눈으로 보기에도 몸으로 느끼기에도 주변과 똑같은 풍경.

       

       

       하지만 그곳부터 무언가 비틀려 있었다.

       

       

       “귀신의 장난은 아닌 것 같고…”

       

       

       귀신이 장난질했다기에는 흐르는 기운이 굉장히 정순했다.

       

       

       자연을 빼다박은 느낌이랄까?

       

       

       도를 닦는 도사들이 무언가를 할 때 이런 느낌이 들고는 했다.

       

       

       “흐음….”

       

       

       주변에 보이는 영혼은 없었다.

       

       

       그렇다고 원한이 느껴지지도 않았다.

       

       

       “신기한 일이네.”

       

       

       생각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내 손이 허리춤으로 가 있었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방울의 감촉.

       

       

       마치 오래된 버릇처럼 방울을 만지작거리던 나는 곧 방울을 손에 쥐며 뽑아 들었다.

       

       

       “이 무슨 장난질 일꼬?”

       

       

       딸랑 –

       

       

       방울을 손에 쥔 것만으로 말투가 바뀌었다.

       

       

       “길인 것이 길도 아니고 참 요상한 일이구나.”

       

       

       딸랑 –

       

       

       방울 소리를 따라 감각이 차분해져 갔다.

       

       

       눈으로 봐서 알 수가 없다면 다른 눈으로 보면 될 일.

       

       

       영안이라는 것은 오감을 초월한 감각이다.

       

       

       때로는 눈으로 보이기도 하며, 피부로 느껴지기도한다.

       

       

       소리로 보여주기도 하며 어떨때는 맛이 느껴질 때도 있었다.

       

       

       상식적으로 표현 할 수 없는 감각이다.

       

       

       딸랑 –

       

       

       그리고 영안이 보여주는 것은 단순히 영혼만이 아니었다.

       

       

       딸랑 –

       

       

       방울이 한 번 더 흔들리는 순간 눈앞의 광경이 바뀌었다.

       

       

       바람이 선명해지고, 나무들이 살아 숨 쉬는 게 들렸다.

       

       

       자연이 품고 있는 생명력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비틀고 꼬아 놓았구나.”

       

       

       막대기에 매달린 방울이 그곳을 향해 내밀어졌다.

       

       

       그리고 저절로 입이 열리며 말이 내뱉어졌다.

       

       

       “열어라.”

       

       

       딸랑 –

       

       

       그 순간.

       

       

       화악 –

       

       

       내 눈앞에 있던 그곳이 갈라지며 새로운 길이 나타났다.

       

       

       마치 커튼을 걷은 듯 열린 그곳.

       

       

       풀이 있던 자리가 일그러지며 다른 풍경이 드러난 것이다.

       

       

       “쯧쯧…”

       

       

       아직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그 안으로 슬픔들이 가득했다.

       

       

       “누가 이리 원통할꼬…”

       

       

       몸이 저절로 움직이며 땅을 디뎠으나 소리가 나지 않았다.

       

       

       스윽.

       

       

       마치 구름위를 걷듯 흔적이 남지 않는 신기한 발걸음이었다.

       

       

       드러난 길을 따라 들어 갈수록 영혼들이 헤매는 게 눈에 보였다.

       

       

       한둘이 아니었다.

       

       

       족히 수십은 될 법한 영혼들이 멍하니 서 있었다.

       

       

       “나이들 깨나 먹은 어르신들이 여기서 뭘 바라보고 있으신가.”

       

       

       조금 더 들어가니 조각상들이 주변에 즐비했다.

       

       

       칼을 쥐고 있는 조각상.

       

       

       창을 쥔 조각상.

       

       

       말을 타고있는 조각상.

       

       

       누군가 정성 들여 깎은 듯 보이는 그 조각상들은 길을 따라 갈수록 더 정교해졌다.

       

       

       그리고 안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캉 –

       

       

       까득 –

       

       

       “저 지랄을 하고 있으니 이 양반들이 갈 길을 못 가는구나.”

       

       

       그곳에는 나이가 지긋한 노인이 망치와 정으로 돌을 조각하고 있었다.

       

       

       캉 –

       

       

       손짓 하나하나에 정성이 가득했다.

       

       

       망치질 한 번에 수많은 감정이 실려 있었다.

       

       

       슬픔, 기쁨, 아픔, 애증.

       

       

       보기만 해도 복잡해질 정도로 뒤엉킨 감정들이었다.

       

       

       “쯧쯧….팔도 없는 사람 팔을 깎아서 무엇하누?”

       

       

       “음?”

       

       

       노인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갑작스레 나타난 나를 무척이나 경계하는 듯하였다.

       

       

       “자네는 누구인가? 여기는 어떻게 들어왔지?”

       

       

       노인이 말을 하건 말건 내 입은 계속해서 움직였다.

       

       

       “춥겠구나. 눈 속에서 얼어 죽었어…쯧쯧…”

       

       

       턱짓으로 조각상을 가리키니 노인의 눈이 천천히 크게 뜨여졌다.

       

       

       마치 그만이 알고 있는 비밀을 들킨 듯 그 표정엔 당황과 경계심이 뒤섞여 있었다.

       

       

       “다시 묻지. 여기는 어떻게 들어왔으며, 방금 그것은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이지?”

       

       

       

       “영감 그거 휘두르시게?”

       

       

       턱짓으로 망치를 가르키니 노인의 표정이 한층 더 굳어졌다.

       

       

       “필요하다면.”

       

       

       노인은 당장에라도 망치로 나를 부술 듯한 기세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또 다른 조각상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떨어져 죽었구만.”

       

       

       또 다른 조각상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 사람은….”

       

       

       조각상의 옆에 서 있는 영혼에 얽힌 업이 느껴졌다.

       

       

       “영감 손으로 죽였구만.”

       

       

       이 영혼 뿐만이 아니었다.

       

       

       노인의 손에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영혼들이 많았다. 그렇지 않은 영혼들도 노인과 많은 것들이 얽혀 있었다.

       

       

       “보아하니 영감을 원망하는 것 같지도 않고….”

       

       

       내 말에 동조하듯 영혼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통을 줄여 준 건가? 음, 그렇군.”

       

       

       내가 물으니 맞다는 듯 영혼들이 다시 한번 끄덕였다. 

       

       

       말이 이어질수록 노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져 갔다.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영감, 기다려 보시오.”

       

       

       노인을 멈춰 세운 이유는 간단했다.

       

       

       그 옆에 서 있던 영혼이 무언가를 말하려 했기 때문이다.

       

       

       이미 말을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는 듯 그 영혼은 크게 입을 벌려가며 나에게 모양을 보여 주었다.

       

       

       “…빌레…노프?”

       

       

       “그 이름을 어떻게…!”

       

       

       영혼은 무언가 불만이 있는 듯 자기를 꼭 빼닮은 조각상 앞에서 이리저리 손을 휘젓고 있었다.

       

       

       “음음….검 모양이? 허어…그랬구만.”

       

       

       “그 이름을 어떻게 아냐고 물었네!!”

       

       

       옆에서 소리를 치는 영감을 무시하며 영혼이 말하는 걸 그대로 전달했다.

       

       

       “이 사람 검 모양이 이게 아니구만.”

       

       

       조각상에 있는 칼의 손잡이 끝에는 방패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방패 옆에 음….풀?”

       

       

       노인의 눈이 크게 치켜떠졌다.

       

       

       머릿속으로 한 음성이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 단장님!! 전쟁이 끝나면 월계수를 넣어달라고 할 참입니다.

       

       

       “그걸…어떻게….”

       

       

       노인이 쥐고 있던 망치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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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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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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