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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

       “우와아앗! 디안 님! 저것 좀 보세요!”

       

       올리시아가 갑판 난간 너머로 상체를 내밀고 흥분해서 소리쳤다.

       

       파도를 가르며 힘차게 전진하는 함선의 진행 방향에 장대한 도시가 모습을 드러냈다.

       

       해안절벽을 따라 늘어선 높고 견고한 성벽. 그 위로 수많은 깃발을 휘날리는 보루들이 굳건하게 서있다.

       

       항구 도심지에는 각양각색의 지붕을 가진 건물들이 빽빽하게 늘어섰고 크고 작은 여러 함선들이 들어오거나 나가는 중.

       

       좌우로 길게 늘어선 부두에는 온갖 나라의 배들이 정박해 저마다의 위용을 뽐내며 넘실거렸고 선원과 상인들이 하역작업으로 굉장히 분주하다.

       

       앞바다에 뜬 연안경비선들은 수상쩍은 배들을 막아섰으며 그 와중에 몸싸움이 번져 몇 명이 갑판 아래로 떨어져 내리기도 한다.

       

       마치 도시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처럼 스스로 살아 움직이는 듯한 모습. 마왕군에게 짓밟혔던 전쟁의 상흔은 이제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위대한 제국의 수도 칼바사르. 대륙의 모든 문화와 기술과 유행의 발원지. 10년 전 내가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났던 곳이다.

       

       “저렇게 큰 도시는 생전 처음이에요! 세상에! 사람들도 엄청나게 많아요!”

       “제국 수도니까 당연하지. 저건 일부야. 육지쪽은 더 커.”

       “히이익?!”

       

       우리가 탄 배는 민간상선들이 정박한 곳에서 조금 더 안쪽에 있는 별도의 부두로 들어갔다.

       

       그곳은 제국 제3함대사령부로 지금 우리가 타고 온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은 크기의 거함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마왕군에게 모조리 수장당한 함대를 그 사이에 이렇게나 재건했을 줄이야.

       

       “무슨 배의 돛대가… 신전 종탑보다도 더 높아요….”

       

       올리시아는 멍하니 입을 벌린 채 우리 좌우로 스쳐 가는 전함들의 돛대를 올려다 봤다.

       

       “이제 내리자, 디안. 올리시아 양도.”

       

       라이너스와 함께 하선하자 때마침 저편에서 네 필의 말이 끄는 고급마차가 달려와 우리 앞에 멈춰섰다. 마중하러 온 황성의 마차인 듯하다.

       

       “히야, 이런 마차를 다 타보다니….”

       

       푹신한 쿠션을 탁탁 두드리며 올리시아가 연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우리가 있던 브룬스웰은 도시 자체가 그리 크지 않아 마차를 탈 일이 아예 없어서.

       

       “그런데 라이너스. 궁금한 게 있는데. 지금 아카데미 교장이 무슨 문제라도 있냐?”

       “좀 복잡한 사정이 있어. 일단 개인기량 자체는 아주 뛰어나지만 관리감독능력 면에서는 조금 미흡한 점이 있다 평가받는 인물이다.”

       “성격이 개차반인가 보지?”

       “그게….”

       “헉! 황성이다!”

       

       막 라이너스가 대답을 하려는데 갑자기 올리시아가 비명 비스무리한 것을 질렀다.

       

       창밖을 보니 어느덧 황성의 도개교 앞. 10년 전 라이너스와 내가 헤어졌던 곳이다. 여기는 어째 벽돌 하나 바뀐 것 없이 그대로냐.

       

       미리 언질을 받았는지 검문검색 없이 곧바로 도개교를 지나 내달린 마차는 내성 앞에 멈춰섰다.

       

       “올리시아 양은 별도의 대기실로. 마부를 따라가요. 디안, 너는 이쪽으로 와라.”

       “이따 만나요, 디안 님.”

       

       올리시아와 헤어진 나는 라이너스를 따라 내성의 웅장한 정문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십시오, 라이너스 경.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디안 씨.”

       

       막 문을 지나자마자 정갈하게 차려 입은 사용인 한 명이 다가와 우리에게 인사했다.

       

       “2황녀께서는 집무실에 계십니다. 그쪽으로 모시겠습니다.”

       

       2황녀라고? 그냥 이번 일과 관련된 장관 정도를 만날 줄 알았는데…. 차라리 황제라면 모를까 뜬금없이 2황녀는 어디서 튀어나온 거냐?

       

       “라이너스. 왜 2황녀를 봐야 하는 거냐?”

       “2황녀께서는 현재 제국의 안보실장을 겸하고 계신다. 첩보부와 감찰대가 모두 그분의 지휘를 받고 있지.”

       “아, 그런 거냐. 영양가 있는 것들을 혼자 독식하고 있네.”

       “첩보부와 감찰대는 특수임무 아카데미의 졸업생들의 수요가 가장 많은 곳이기 때문에 2황녀님께서 직접 관여하고 계시는 것이고.

       

       잠깐만. 가만 있어보자. 2황녀가 어떤 인간이었더라….

       

       전쟁 당시에 2황녀는 다른 전선의 사령관으로 나가 있었기에 한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다. 듣기로는 굉장히 유능해서 불리한 전투를 역전시킨 전적이 몇 번이나 된다고.

       

       대부분의 황족 및 귀족 출신 장군들이 헛발질로 패배를 거듭하며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냈으니 종전 후 2황녀가 핵심요직을 꿰차고 있는 게 이해가 되네.

       

       “각하. 라이너스 경과 그의 친우 디안입니다.”

       

       으리으리한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젊은 여자 한 명이 의자에서 일어나 우리를 맞이했다.

       

       “어서 와라. 먼길 오느라 수고 많았다.”

       

       처음 2황녀의 얼굴을 본 나는 약간 놀랐다.

       

       회색에 가까운 은발이야 황족 특유의 것이니 놀랄 것도 없다. 키가 상당히 큰 것도 개인마다 편차가 있으니 그럴 수 있고.

       

       내가 놀란 것은 눈.

       

       2황녀는 왼쪽 눈꺼풀이 짓뭉개져 감겨 있었다. 이마에서 턱까지 길게 이어지는 흉터가 지나가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흘러넘치는 기품과 미모를 가리기에는 역부족. 입가의 여유로운 미소 때문인지 황녀는 마치 장난스럽게 윙크를 하고 있는 것만 같다.

       

       사령관이었다고 들었는데, 그게 아니었나? 어떻게 저렇게 큰 상처를?

       

       “뭘 그리 놀라지? 이 눈 때문인가?”

       

       황녀가 낮게 웃으며 자신의 얼굴 절반을 잠식한 흉터를 가리켰다.

       

       “내 듣기로 너 역시 라이너스 경과 함께 특임대 소속이었다고 하던데. 사지가 절단되고 으깨어지는 것 정도는 숨쉬듯 봐왔지 않나?”

       “그렇습니다, 각하. 다만 이렇게 높으신 분께서 그렇게나 큰 상처를 입으신 것은 처음 보기에 좀 놀란 것입니다. 대부분은 밑에 부하들 갈아넣고 자기는 도망치기 바빴으니까요.”

       

       별도로 격식을 차리지 않는 답변에 옆에 서있던 사용인의 눈알이 튀어나오려고 했고 라이너스는 미간을 짚으며 옅은 한숨을 쉬었다.

       

       “하하하하하하!”

       

       반면 황녀는 목젖이 보일 정도로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시원시원해서 좋군. 앉아라.”

       

       우리가 소파에 앉자 맞은편에 앉은 황녀가 등받이에 편하게 몸을 기대며 입을 열었다.

       

       “그래, 디안. 라이너스 경이 추천을 하기에 너에 대해 약간 알아봤다. 전적이 아주 화려하던데.”

       “죽기 싫어서 라이너스랑 이리저리 뛰어 다니다 보니 운이 좀 따라줬습니다.”

       “그런가. 혹시 전투의 신 할라의 화신은 아니겠지?”

       “농담이시라면 그렇고, 진담이시라면 아닙니다.”

       

       황녀는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또 웃음을 흘렸다.

       

       “아주 마음에 들어. 라이너스 경 네 판단이 매우 적절했다. 경력도 그러하고 배짱도 두둑한 것이 충분히 아카데미를 맡을 수 있을 듯하다.”

       “과찬이십니다, 각하. 그런데…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라이너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자 황녀가 묻는 눈빛을 보냈다.

       

       “사실 디안은 교장이 아니라 교수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황녀가 말없이 다음 말을 기다리자 라이너스는 여기 오기 전 우리가 나눴던 이야기들을 찬찬히 설명했다.

       

       디안은 성향의 문제로 인해 모든 것을 버리고 홀연히 제국을 떠나 한적한 항구도시에서 10년간 조용히 살아 왔다. 때문에 갑자기 제국 특수임무 아카데미의 교장이라는 막중한 직책을 맡는 것에 굉장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오랜 전우 사이인 라이너스의 부탁을 차마 매몰차게 거절하지 못하고 대신 타협안으로 교장이 아닌 교수이 되겠다고 한 것. 

       

       라이너스의 개인의견으로, 디안은 대륙 어느 누구보다 뛰어난 전투능력을 지녔지만 한번도 관리직의 경험이 없어 제국 입장에서도 이쪽이 여러 모로 이득이 될 것이다.

       

       차라리 기존의 교장은 그대로 두고 디안이 교수임무를 수행하며 적절히 보좌 및 조언을 해주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을 듯하다.

       

       사용인이 내온 음료를 홀짝이며 끝까지 라이너스의 말을 경청한 황녀는 가만히 있다가 입을 열었다.

       

       “확실히 나쁘지 않은 방법이군. 다만 나는 거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하고 싶군.”

       “그게 무엇입니까?”

       “그렇다면 디안 저자를 교수로, 라이너스 경 너를 교장으로 앉히면 더욱 더 좋은 그림 아닌가?”

       “각하. 저번에도 말씀드렸다시피….”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라이너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여기 온 건 라이너스가 교장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듣고 돕기 위해서였습니다. 황녀님 말을 들으니 제가 여기 있을 이유가 없네요.”

       

       황녀가 나를 보며 느긋하게 물었다.

       

       “여기서 나갈 수 있을 것 같나?”

       “못 나갈 것 같습니까?”

       

       집무실에 차가운 물을 끼얹은 듯한 침묵이 내려 앉았다.

       

       “죄송합니다, 각하.”

       

       가만히 있던 라이너스가 입을 열었다.

       

       “디안은 제가 마중하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라이너스는 내 팔을 잡아 끌었다.

       

       “가자, 디안. 내가 미안하다. 집으로 돌아갈 배편을 알아봐 주마.”

       “아니야. 이왕 수도에 왔으니 며칠 머물면서 구경하다 갈게. 여관비나 내줘.”

       “잠깐.”

       

       막 문을 나서는데 등 뒤에서 황녀가 우리를 불러 세웠다. 돌아보니 황녀는 여전히 소파에 앉은 채로 말했다.

       

       “그 제안, 받아들이도록 하지.”

       “정확히 어떤 제안을 받아들이시겠다는 것인지 말씀을 해주셔야죠.”

       “지금 교장은 유임하고 디안 네가 교수가 되어라. 라이너스 경은 청원대로 집으로 돌아갈 것. 그러나 퇴직은 아니다.”

       

       거기에 대해 반박하려 하자 황녀가 손가락을 들었다.

       

       “아이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의 육아휴직이다. 기한은 10년. 봉급은 그대로.”

       “와우.”

       

       나도 모르게 감탄이 흘러 나왔다. 10년간의 유급휴직이라니, 이거 진짜 미친 거 아니야?

       황녀 저분, 아까의 인상과는 달리 의외로 굉장히 쿨하고 훌륭하신 분이었네.

       

       “어떤가, 라이너스 경. 내 조건이.”

       “과분한 성은입니다, 각하. 감사합니다.”

       

       라이너스가 허리를 깊게 숙여 감사의 예를 표했다.

       

       “좋아. 그럼 디안 너는 당장 아카데미로 가라. 한시라도 빨리 교수임무에 적응하도록.”

       “지금 바로요? 예, 알겠습니다.”

       “라이너스 경은 나중에 따로 이야기 나누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각하.”

       

       디안에게 억지로 뒤통수를 눌려 인사를 한 후에 우리는 마차가 기다리는 정문으로 나섰다.

       

       “야, 라이너스. 저 여자 뭐냐?”

       “말씀을 저리 하시지만 사실 굉장히 마음 따뜻하신 분이다. 나를 봐서라도 기분 풀도록 해라.”

       “그런가. 잘 모르겠네. 그런데 잠깐. 그러면 저 여자가 이제 내 상사의 상사의 상사냐?”

       “그런 셈이지.”

       

       스읍, 이거이거….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판단이 안 서네. 그래도 라이너스가 좋은 사람이라고 했으니 한번 믿어 보자고.

       

       “디안. 아카데미로는 너 혼자 가도록 해라. 나는 휴직 전에 마쳐야 할 업무가 많아서 따라가지 못할 듯하다.”

       

       올리시아와 함께 마차에 오르자 라이너스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괜찮아. 내가 애도 아니고. 셀린느한테 안부 전해줘. 조만간 초대하고.”

       “그렇게 하마. 정말로 고맙다, 디안. 이번에도 네 덕분에 살았다.”

       

       라이너스와 헤어진 우리는 곧바로 그 특수임무 아카데미라는 곳으로 향했다.

       

       

       # # # # #

       

       

       집무실 창가에 선 2황녀는 도개교를 지나는 마차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름이 디안이라고 했던가. 라이너스의 친우라고 해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저 정도일 줄은 몰랐다.

       

       제국의 황녀 앞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는 것도 그렇고 자신이 황성을 못 나갈 것 같으냐 묻는 디안의 눈빛을 본 황녀는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

       

       전선에 있을 때 건너건너로 말도 안 되는 전적을 올리는 자들이 있다고만 들었지 그 됨됨이와 성향까지는 몰랐던 황녀였다.

       

       라이너스가 아이를 돌보고자 퇴직의사를 표하며 디안을 추천했을 때 그의 이력을 본 황녀는 이미 라이너스에게 10년간의 유급휴직을 주기로 정해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디안이 교장이 아니라 교수로 가고자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아주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던 차였다.

       

       디안은 아카데미에 가기 싫은 마음보다 라이너스가 가정을 돌보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큰 상태. 그 점을 잘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굳이 디안을 도발한 것은 그저 용사의 친구라는 자가 얼마나 대단한 자인지 그 기개가 궁금했기 때문이었는데, 이거 오히려 되로 주고 말로 받은 격이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으려나.

       

       황녀는 손에 쥐고 있는 서류로 시선을 내렸다. 그것은 디안의 군복무 경력서. 상하단에는 1급 기밀이라는 선명한 도장이 찍혀 있다.

       

       최초 계급: 하전사 / 최종 계급: 중령(특임) / 복무기간: 3년 1개월

       상훈이력(군사령관 이하 표창 생략)

       삼등무공훈장: 낙타령 방어전에서 전우조와 적 포로를 획득해 아군의 작전판단에 기여한 공로.

       삼등무공훈장: 데르비온 지구 전투에서 전우조와 적 선봉대의 오거를 사살한 공로.

       이등무공훈장: 칼리아스 초원에서 전우조와 반란군의 보급선을 차단한 공로.

       이등무공훈장: 라조람 공방전에서 전우조와 우회습격하는 적 침투조를 다수 섬멸한 공로.

       일등무공훈장: 적에게 공격당하는 민간마을을 전우조와 저지 및 방어한 공로.

       특등무공훈장: 검은늪지대 전투에서 전우조와 적 군단장을 사살한 공로.

       특등무공훈장: 오랑디르 전투에서 전우조와 적 군단장을 사살한 공로.

       특등무공훈장: 이브로니크성 탈환전에서 전우조와 성벽을 등반해 성문을 개방한 공로.

       특등무공훈장: 핀룩 전투에서 전우조와 적 군단장을 사살한 공로.

       특등무공훈장: 펜시미안 전투에서 전우조와 적 지휘부 다수를 사살한 공로.

       특등무공훈장: 티라엘렌 전투에서 적 군단장을 사살한 공로.

       제국최고무공훈장: 드래곤 힌드라스타의 기동을 전우조와 지연시켜 아군 후퇴여건을 보장한 공로.

       제국영웅상: 마왕 사살에 기여한 공로.

       

       이런 경력직 신입이라니, 교장도 상당히 난처하겠어. 과연 이러고도 그 자리에서 계속 버틸 수 있을까?

       

       황녀는 낮게 웃으며 책상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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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tired Supporting Character Wants To Live A Quiet Life

The Retired Supporting Character Wants To Live A Quiet Life

The Retired Supporting Character Wants to Live Quietly 은퇴한 조력캐는 조용히 살고 싶다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causing chaos with my knowledge of the original work, I assisted the protagonist.

I successfully completed the story and now planned to retire and live peacefully.

However, it seems the protagonist still needs my help.

An academy professor? That’s nothing much.

But why is the state of the academy so st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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