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4

       주술이란 참으로 기이한 학문이다.

         

       가장 오래된 힘이면서, 가장 체계화가 되지 않았다.

       가장 사용이 많이 되었음에도, 가장 이해할 수 없는 힘이라고들 한다.

         

       항상…. 어쩌면 인류의 기원부터 사용되었을지 모르는 이 신비로운 학문은, 학문이라기에는 기록이 터무니없이 적고, 학문이 아니라고 하기에는 인류와 너무 친숙한. 마치 사막에 피어난 신기루와 같이 어딘가에 실체가 분명히 존재하나 접근할 수 없고, 접근했다 하면 손끝에서 빛과 함께 부서져 내릴 아지랑이 같은 힘이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 기묘한 학문은 수많은 사람을 매료했다는 것.

         

       선의 얼굴을 하고, 악의 얼굴을 하고, 더없이 친숙한 얼굴을 하고, 밀교라는 이름 아래 그 무엇보다도 은밀하게 얼굴을 감추고…. 사람들을 홀리고 또 홀리며 인류와 함께했다.

         

       그렇기에 진성은 주술에 매료되었다.

       어쩌면 이 주술이란 것이 진성을 이루는 목적이며, 삶의 모든 것이 되었을지 모른다.

       중학교 시절 그가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을 때 인터넷에서 우연히 접했던 저주 주술을 시작으로 빠져든 주술의 세계는 진성에게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세상이었으니까.

         

       채소를 깎아 사람 모양의 인형을 만들고 거기에 저주 대상의 피를 바른 뒤 간단한 의식을 치르면 되는 저주.

       그가 인터넷에서 보았던 저주는 ‘주술’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저급하고 체계화되지 않은 기술이었다. 괴담 좋아하는 사람이 대충 30분 만에 지어낸 것 같은 이 저주는 대부분이 신선한 괴담이었다며 그냥 웃어넘겼지만 한창 괴롭힘에 지쳐있던 진성은 기어이 이 주술을 사용했다.

       괴롭힌 주동자에게 용기를 내어 주먹질해서 코피를 터트렸고, 그 코피를 인형에 묻혔다.

         

       그렇게 용기를 내 사용한 그의 인생 첫 주술은 당연하게도 실패했다.

         

       주술이라는 것이 아무리 기기묘묘한 학문이라고 할지라도 대충 지어낸 주술이 효과를 보기는 어려운 법. 그 괴담은 많은 사람의 추측대로 한 사람이 대충 지어낸 주술이었고, ‘미워하는 사람을 엿먹이는 주술’이라는 이 가짜 주술은 제대로 된 힘도 발휘하지 못한 채 진성에게 좌절감을 심어주었다.

         

       하지만 그 좌절감이 진성에게 오기를 불렀다.

       아주 오랜만에, 어쩌면 태어나서 처음 용기를 내어 주먹질까지 했고, 주동자의 코뼈가 내려앉을 정도로 주먹질로 후려쳤다. 그 대가로 린치를 당해서 온몸에 시퍼렇게 멍이 들었고, 왼쪽 다리에 실금까지 내려앉았다.

       그렇게 큰 대가를 치르고 사용한 주술이 알고보니 가짜 주술이었다?

         

       납득할 수 있을까.

         

       진성은 그 사건 후로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주술이라고 이름 붙은 것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재미로 하는 강령술부터, 일본에서 사용했다는 온갖 음험한 주술들, 주술에 관한 괴담, 문자 스킬 같은 유치한 주술까지….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수많은 이야기가 진성의 머리를 메웠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진성은 진짜 저주 주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괴담이라는 이름으로 퍼져있는 이야기 중에는 아주 드물게 진짜들이 있었고, 자연스레 안목이 넓어진 진성은 그 진짜를 어느 정도 구별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진짜 주술은 흥미본위로 떠돌던 가짜 주술과는 비슷하지만 달랐다.

         

       의식을 치르는 것은 맞지만 그 의식이라는 것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간단했다.

       재료도 채소를 이용한 인형이나 지푸라기로 만든 인형이 아니라 시중에서 판매하는 사람 모양 인형이면 족했다.

       저주 대상자의 피도 필요가 없었고, 저주 시전자의 피도 필요 없었다.

         

       5만 원.

         

       진성은 단돈 5만 원에 그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주술을 사용했다.

         

       인형을 사고, 잉크를 사고, 잘 손질된 돼지고기를 샀을 뿐이다.

         

       거기에 들어간 돈은 5만 원.

         

       그냥…. 그게 전부였다.

         

       돼지고기로 온몸이 뒤덮인 인형은 산속 어딘가에 버려져 혼자서 쓸쓸하게 썩었다. 다만 기이하게도 부패하여 까맣게 변해가는 돼지고기에는 그 어떠한 날벌레도 다가오지 않았다. 당장 들끓어야 할 구더기는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고, 파리는 썩어가는 고기의 냄새를 맡았지만 차마 접근하지 못해 그 주위만을 위성처럼 뱅글뱅글 맴돌 뿐이었다. 냄새를 맡고 다가온 파리는 눈앞의 고기에는 다가가지 못하고 그 냄새만을 탐하는 아귀가 되었고, 이윽고 미련을 버리지 못하며 굶주림에 지쳐 땅으로 하나씩 추락한다.

       떨어진 파리는 새까맣게 쌓이고 쌓여 모양을 이루니….

         

       썩은 고기 인형 주변에 검은 원이 그려지는 순간이었다.

         

       차마 원이라 부르기에는 너무나 찌그러져 있지만, 각이 없고 이어져 있으니 원이라 부를 수밖에 없는 검은 도형은 썩은 인형을 가두는 우리가 되었고, 인형은 울타리 안에서 보호를 받으며 새까맣게 변해갔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주술문(呪術文)을 제외한 모든 부위가 새까맣게 변했을 때. 주술문이 그려진 부분만이 붉은 핏기를 간직한 채 기묘한 형체를 이룩하였을 때.

         

       저주가 발동했다.

         

       하나.

       왕따 주동자가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어린 나이에 자주 일어나는 사고였고, 왕따 주동자는 큰 상처는 입지 않았다. 다만 다리뼈에 실금이 생겨 입원했을 뿐.

       하지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실금이 간 부위에 심한 염증이 생겼다.

       왕따 주동자는 패거리를 끌고 남을 지독할 정도로 괴롭히는 주제에 자신의 고통에는 그 무엇보다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제 손가락 끝에 박힌 가시가 남의 죽을병만 못하다지만 왕따 주동자는 그 정도가 너무 심했고, 아이의 떼를 이기지 못했던 그의 부모는 무통 마법과 진통제 처방을 통해 아이가 고통을 느끼지 못하도록 배려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배려가 독이 되었다.

       왕따 주동자는 고통을 느끼지 못했기에 염증을 눈치챌 수 없었고, 간단한 부상이었기에 부상 부위를 유심히 살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참으로 기이하게도 염증은 마치 암처럼 심각해질 때까지 그 증상을 드러내지 않기까지 하였으니….

         

       그리하여 주동자는 다리에 메스를 대고, 염증을 직접 뼈에서 긁어내는 대수술을 하게 되었다. 거기에 어린 나이에 대수술을 하게 되어 그 후유증이 남을 것은 명약관화했으니, 완벽한 인과응보라 할 수 있었으리라.

         

       둘.

       왕따 주동자에겐 동조자가 있었다.

       남자아이 셋과 여자아이 하나로 이루어진 동조자는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잃고 의기소침해 있던 진성을 괴롭혔고, 그 괴롭힘이란 참으로 음험하면서도 폭력적인지라 진성이 원한을 품을 만했다.

         

       남자아이들은 식중독에 걸렸다.

       학교 급식을 먹은 후에 이상증세를 보여 실려 갔는데, 기이한 것은 전교에서 오직 그 3명만이 걸렸다는 것이다. 병원으로 실려 간 이들은 괴로워하며 몸부림쳤고, 그들이 뒤집힐 듯 난리를 피우는 위장을 이기지 못해 토악질했을 때 나온 것은 거미와 지렁이 같은 징그러운 것들이었다.

         

       그들은 고통받았다.

       끊임없이 굶주렸지만 제대로 된 음식도 섭취할 수 없었고, 오직 혈관으로 꽂히는 영양분에 의지한 채 병이 나을 때까지 그렇게 괴로워해야만 했다. 거기에 더해 음식을 먹을 때마다 자신들이 토했던 해충이 떠오르며 섭식장애에 걸리기까지 했으니.

       이 역시 인과응보였다.

         

       셋.

         

       정신을 괴롭히는 것은 육체보다도 힘든 면이 있는바.

       여자아이에게도 저주는 평등하게 찾아왔다.

       호르몬 이상이라는 이름으로 찾아온 저주는 그녀의 교우관계를 박살 내버렸다. 테스토스테론의 과다 분비로 그녀의 얼굴에는 수염이 나기 시작했고, 어깨는 넓어지고 얼굴에는 여드름이 가득했다. 다리에는 두껍고 꼬불거리는 털이 자라났고, 나중에 이르러선 털북숭이라는 멸칭으로 아이들에게 놀림의 대상이 되기까지 했다.

       호르몬의 힘은 놀라워 반대급부로 그녀에게 우월한 신체 능력을 주었지만, 다만 무언가를 성취하기보다는 사람들을 끌고 다니며 음험한 일을 하기를 즐겼던 여자아이에게는 그 무엇보다 끔찍한 일이었으리라.

         

       하여 모든 과정은 마땅한 대가를 치르게 되었고, 그것은 저주라는 이름의 칼날로서 응보로 돌아왔으니.

         

       그리고 마지막.

         

       진성은 주술의 대가로 위장의 반을 잘랐다.

         

       주술에는 그만한 대가가 필요하다는 것, 특히 저주 주술의 경우에는 지불해야 될 대가와 역류 효과를 고려해야만 했다는 사실을 몰랐기에 벌어진 비극이었다.

         

       하지만 위장의 절반이 갑자기 썩어가고, 배에 칼을 대서 위장의 반을 절제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진성은 주술의 매력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 어쩌면 위장의 절반을 잘라야만 했다는 것이 더더욱 그를 헤어나올 수 없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얼핏 보면 주술의 대가라는 것은 도박의 성질과 닮았으니 더더욱 그랬다.

         

       ‘고작 위장 절반으로 다섯에게 고통을 주었으니, 참으로 운이 좋았도다.’

         

       포커로 치자면 풀 하우스요, 복권으로 치면 2등 정도는 되었다.

         

       특히나 아무 생각 없이 저주 주술을 사용했음에도 고작 그 정도의 대가를 치른 것이니, 정말 운이 좋다는 말 외에는 표현할 말이 없었다. 간단한 저주도 역류해서 시전자를 죽이는 경우가 부지기수요, 보통 행한 주술의 몇 배로 돌려받는 것이 저주의 대가였으니까.

         

       거기에 또 운이 따랐다.

       보통 이런 일이 생기면 당연히 이능으로 인한 보복이 아닐까 조사한다. 5명의 아이가 다쳤는데 그 모든 아이가 진성과 얽혀있었으니 자연스레 그는 용의자로 올라갔고, 조사를 받게 되었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그가 찾아내 사용한 주술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 종류였다. 저주의 잔향을 깊게 남기는 다른 저주와 달리 그 주술은 아이들에게 약한 부상과 트라우마만 만들곤 그 흔적이 대부분 사라졌고, 수준이 낮은 데다가 일에 대한 의욕도 별로 없었던 공무원은 그 흔적을 찾아내지 못하고 그냥 우연의 일치라며 사건을 종결시켰다.

       왕따 주동자에게 일어난 일은 희귀하긴 하나 아예 없는 일은 아니었고, 여자아이에게 일어난 일 역시 보기 드물긴 하나 아예 없는 일은 아니었으니까. 당장 올림픽에 출전하는 여자 선수 중에서도 테스토스테론이 많이 분비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

       거기에 남자아이들이 실려 간 것 역시, 평소에 술 담배는 물론 본드까지 손을 댄다는 소문이 있는 아이들이었기에 약을 빨거나 술을 처먹고 이상한 것을 먹지 않았나 하는 소문이 돌고 끝이었다.

       후에 진성이 입원한 것을 보고 저주 주술이 맞지 않냐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당한 것에 비해 너무나도 작은 대가인 점, 그리고 진성이 아이들에게 계속 괴롭힘을 당하며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점 때문에 스트레스로 인한 병으로 일은 마무리되었다.

         

       모든 면에서 운이 좋았다.

       마치 주술이 진성을 끌어들이려 하는 것처럼.

         

       ‘주술과 연이 닿은 이들은 죄다 이러하겠지. 아니, 세상 모든 업이라는 것이 이렇듯 운명처럼 다가와 이어지게 되니, 이를 직업이라 하노라.’

         

       

       

       

    다음화 보기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