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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

       [올리비아의 호감도가 +50 상승했습니다.]

         

         

       ‘뭐야?’

         

         

       평화롭게 아침 햇살로 광합성을 하던 나는 갑자기 오른 호감도를 보고 아가씨의 방으로 뛰어왔다.

         

         

       비트코인도 이렇게 떡상해 본 적이 없는데.

         

         

       좋은 꿈이라도 꿨나.

         

         

       알다가도 모르겠는 아가씨를 생각하며 방에 도착한 나는 열이 펄펄 끓는 방주인을 볼 수 있었다.

         

         

       [데스문트 올리비아 Lv. 0.5]

       [직업 : 백수]

       [호감도 : 50]

       [좋아하는 대화 주제 : 미하일]

       New!

       [싫어하는 대화 주제 : 미하일]

         

         

       흐음.

         

         

       새로운 무언가가 생겨 버린 호감도.

       자고 일어난 사이에 뭔가가 생겨 버렸다.

         

         

       근데,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게 겹치는 건 무슨 상황이냐. 아침부터 머리가 아팠다.

         

         

       ***

         

         

       물수건은 금방 뜨거워졌다.

         

         

       나는 골골거리는 아가씨를 보며 생각했다.

         

         

       ‘이불을 안 덮고 잔 게 분명해.’

         

         

       평소에 귀에 딱지가 붙도록 이불을 덮으라고 잔소리 했는데, 여름에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를 걸려 버린 올리비아가 미웠다.

         

         

       “콜록콜록. 호에에엑! 코코콜록!”

         

         

       격정적으로 기침을 시전하는 아가씨.

       1~2일로 안 끝날 것 같았다.

       병원이라도 가야 하나.

       밖에 나가기 싫어하는 아가씨를 데리고 병원에 갈 수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의사를 부르기에는 돈이 장난 아니고.

         

         

       “콜록. 콜록…. 나 물.”

       “네.”

         

         

       현실과 타협한 나는 아가씨의 옆을 지켰다.

         

         

       출근한 하녀는 저택 청소를 시켰다. 혹시라도 하녀가 감기라도 걸려 버리면 골치가 아프니까.

         

       

       아파서 하녀가 휴가를 써버리면 아가씨의 수발과 청소 두 가지 일이 내 몫이 되어 버리는데, 하루는 가능할지 몰라도 이틀은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특히나 목욕은 더 그렇고.

         

         

       새로운 하녀를 고용하는 것도 불가능. 사교계에서 쫓겨난 악녀의 집에서 일해 줄 사람을 찾는 건 불가능했다.

         

         

       모두 우리 저택에서 일하기 꺼렸다.

       다른 저택보다 월급을 더 쳐준다고 해도 거절하는 게 태반이었다.

         

         

       악녀의 집에서 일한 경력은 쌓고 싶지 않다나 뭐라나. 오히려 좋은 경력이 아닐까. 지랄 맞은 우리 아가씨를 보필했다고 하면 오히려 인정해 줄 텐데.

         

         

       아쉬움이 계속해서 늘어갔다.

         

       꼴깍.

         

         

       물을 다 마신 악녀님은 컵을 탁자에 조신히 놓았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모양.

         

         

       숨을 크게 들이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리카르도.”

       “예. 오늘 저녁은 죽입니다.”

       “죽 싫은데….”

         

         

       죽이라는 비인륜적인 저녁 식단에 편식을 시전하려는 올리비아는 반사적으로 투정을 부린 뒤, ‘아차’ 하고는 본론을 이야기했다.

         

         

       “그게 있지, 내가 아팠던, 그날 말이야.”

       “아팠던 그날이요? 흐음….”

         

         

       나는 손으로 입술을 만졌다.

         

         

       아팠던 그날이라.

       그날….

       여자가 아프다.

         

         

       ‘아!’

         

         

       나는 여자의 마법의 날을 떠올렸다.

         

         

       “아직 좀 남았지 않습니까?”

         

       

       올리비아의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

         

         

       “콜록…! 뭔 소리 하는 거야. 변태야! 그리고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나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집사의 의무 아니겠습니까. 이 정도는 기본입니다.”

       “닥쳐!”

         

         

       얼굴이 붉어진 올리비아.

       안 그래도 열 때문에 붉은데, 터질 것 같았다.

       올리비아는 이마에 올려놓은 물수건을 내 얼굴에 던졌다.

         

         

       “으헷!”

         

         

       철퍽. 소리와 함께 주르륵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물수건. 나는 얼음물이 담긴 양동이에 넣고 자연스럽게 다시 빨았다.

         

         

       올리비아는 씩씩거렸다.

         

         

       “음침한 변태. 머릿속에 든 건 그런 것밖에 없어서”

       “23살 건장한 청년의 머리는 이게 맞습니다. 그리고 뭐가 불건전합니까. 아주 당연한 생리현상 아니겠습니까!”

       “닥쳐!”

       “힝…”

         

         

       파르르 떠는 그녀.

         

         

       아니나 다를까 머릿속에 청명한 알림 소리가 들렸다.

         

         

       [올리비아의 호감도가 10 하락했습니다.]

         

         

       역시 떡상도 예술답게.

       떡락도 예술이다.

       오늘부터 네 이름은 도지리아다.

         

         

       올리비아는 목청을 다듬었다.

       갑자기 훅 들어온 드립에 적잖이 놀랐나보다. 나는 나름 진심이었는데, 크흠 거리면서 ‘장난하지마.’라고 하는 모습이 예술이었다.

         

         

       동영상을 따서 아카데미 학생들한테 보여주면 민심 회복을 노려볼 수 있을 텐데 아쉽네.

         

         

       “내가 흑마법 썼던 날 말이야.”

       “아. 그날이 그날이 아니었구나.”

       “너 이 씨….”

       “죄송합니다. 타격감이 좋아서 그만.”

         

         

       올리바아가 그날을 이야기하는 건 처음이었다.

         

         

       갑자기 뭔 바람이 분 거지.

       내가 그날 이야기를 꺼낸다 싶으면 몸을 돌려 누웠고, 크게 화를 냈었는데, 본인이 직접 말할 줄이야.

         

         

       꿨다는 악몽이 그건가.

       언제나 그렇듯 미하일한테 차이는 꿈을 꿨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조금 의외였다.

         

         

       올리비아의 시선을 내게 꽂혀 있다.

       뜨거운 숨결을 뱉으면서 답을 듣겠다는 강렬한 의지.

         

       

       그날의 기억이 잠깐 떠오르자 나는 소매로 가린 팔뚝을 쓰다듬었다.

         

         

       1년 전 기억이라 아직 생생했다.

         

         

       그때가 마지막 호감도 퀘스트였었지.

         

         

         

       [메인 퀘스트 ‘두 개의 동아줄’]

       ◈보응 받지 못한 사랑에 올리바아가 흑마법을 시도하려고 합니다.

         

         

       1. 2층으로 가서 올리비아를 구한다.

         

       보상

       1. 올리비아의 생존

       2. 올리비아의 호감도 +1

       3. 특성 〈흑마법 내성 Lv.3〉

         

       페널티 : 50% 확률로 사망.

         

       2. 무시한다.

       보상

       1. 모든 캐릭터 호감도 +10

       2. 마력 능력치 +30

       3. 특성 〈백마법 Lv.3〉

       

       페널티 : 올리비아 사망.

         

         

         

       그날 올리비아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나는 당연히 올리비아를 선택했다.

         

         

       그게 전부였다.

         

         

       자세한 건 올리비아가 알 필요는 없었다. 그날의 일은 나만 알고 있어도 충분했으니까.

         

         

       “갑자기 그날은 왜요?”

       “아니 갑자기 궁금해서.”

         

         

       올리비아는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예전부터 거짓말을 하거나 말하기 껄끄러운 일이 있으면 고개를 돌리곤 했다.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올리비아가 꾼 악몽이 그날의 기억이구나.

         

         

       “우리 아가씨가 어떤 게 궁금해서 이 이야기를 하셨을까.”

         

         

       제법 대답하기 껄끄러운 질문이다.

         

         

       말하는 나도.

       물어보는 올리비아도 그럴 거다.

       그것 때문에 지금 우리가 이렇게 있는 거니까.

         

         

       올리비아는 다리를 잃고.

       나는 물주를 잃었다.

         

         

       그럼에도 올리비아는 궁금했나 본지 내게 물었다.

         

         

       “너 나를 어떻게 구했어?”

         

         

       나를 바라보는 올리비아의 눈은 날카로웠다. 뭔가 집히는 게 있는지, 아니면 그때 내가 흑마법을 방해해서 아직도 화가 나 있는지.

         

         

       그날 일로 자주 원망하던 올리비아였기에 말하기가 조심스러웠다.

         

         

       “그냥 들어갔습니다.”

       “새벽 4시였어. 네가 자고 있을 시간일 텐데?”

       “제가 언제 자는지 아십니까?”

       “사람이라면 새벽 4시에 자.”

       “사람이 아닐 수도 있지 않습니까.”

       “장난치지 마.”

         

         

       물수건을 이마에서 내려놓았다.

       올리비아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세웠다. 나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한 음절씩 또박또박 말했다.

         

       

       “곰곰이 생각해봤거든. 내가 분명히 밖에서 사일런스 마법을 완벽히 걸어놓았단 말이야.”

         

       “실수한 것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아니. 나는 기초적인 마법에 실수 따위 안 해.”

         

         

       올리비아의 마음을 알 방법이 없다.

       나를 혼내려고 하는 건지.

       진짜로 궁금해서 말하는 건지.

         

         

       어느 쪽이 됐든 올리비아는 나한테 물어보고 있다는 사실이고, 나는 그녀에게 말해 줄 생각이 없었다.

         

         

       괜히 안 좋은 기억 꺼내면 뭐 하냐.

       좋은 게 좋은 거 아닌가.

         

         

       나는 올리비아의 이마를 꾹 눌렀다.

         

         

       힘없이 침대에 풀썩 누워 버리는 악녀님. 열도 나는데 너무 무리하시는 것 같다.

         

         

       “텔레파시입니다.”

       “아니, 알려달라고.”

       “13년간 제가 모시지 않았습니까. 우정·사랑·월급! 이 모든 게 아름답게 이루어지니까. 제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 거 아니겠습니까?”

       “아니…!”

         

         

       철퍽.

         

       나는 수건을 올리비아 얼굴 전체에 덮어 버렸다.

         

         

       입을 닫아야겠다. 환자한테 흥분은 금기니까.

         

         

       “우으아아아아으아!”

         

         

       버둥거리며 소리치는 아가씨.

       나는 알빠노를 시전하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나중에. 나중에 알려드리겠습니다.”

         

         

       ***

         

         

       그 시각 올리비아의 저택.

         

         

       정원 관리사는 파업을 해버렸는지. 울창하게 자라난 정원수가 가득한 정문 앞.

         

         

       교복을 정갈하게 입은 두 남녀가 서 있었다.

         

         

       “귀신의 집이냐.”

       “조용히 하세요. 선배.”

         

         

       차마, 사람이 사는 집이라고 할 수 없는 풍경에 여자는 남자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여자 옆에 선 남자는 건들거리며 말했다.

         

         

       “이 정도면 우리가 아니라 모험가를 불러야 하는 거 아니야. 아무리 봐도 던전 같은데? 집주인도 몬스터 맞잖아.”

         

         

       껄렁이는 모습이 양아치와 다름없었다. 누가 저 모습을 보고 학생회라고 생각할까.

         

       여자는 남자를 한심하게 생각했다.

         

         

         

       “조용히 하시라고 했어요.”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저택을 비꼬는 연두색 머리카락의 남자는 황실 아카데미의 학생이자. 마탑주의 제자 루인이었다.

         

         

       “실례입니다. 루인 선배님”

         

         

       딱딱하게 대꾸하는 그녀.

       그녀는 그와 마찬가지로 황실 아카데미를 다니는 학생이었다.

       1학년 검술 학부의 수석이자.

       학생회에서 서기를 담당하는 한나였다.

         

         

       두 학생이 퇴학생의 집에 온 이유는 간단했다.

         

         

       학생회장이 시켜서.

         

         

       휴학 신청을 한 리카르도라는 학생의 복학 의사를 파악하기 위해서 학생회 임원인 둘이 귀한 걸음을 한 것이었다.

         

         

       정문 앞에 선 한나는 저택의 담벼락을 흘겼다.

         

         

       [사악한 악녀를 수도원으로 추방해라.]

         

         

       껄끄러운 문구.

       소문대로 악녀가 사는 집다웠다.

         

         

       선배들한테 익히 들었다.

         

         

       최악의 악녀가 학교에 있었다고.

       보이는 사람마다 뺨을 때리고.

       평민과 귀족을 나눠서 차별하고 무시하는 악독한 여자가 있었다고 했다.

         

         

       특히 미하일 선배를 지독하게 괴롭히고 따라다녔다고 했는데…. 미하일을 짝사랑하는 그녀로선 상당히 거북했다.

         

         

       솔직히 그녀도 이곳에 오기 싫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선배.

       성자라고 불리는 그 미하일 선배가 ‘최악’이라고 말할 정도의 여자가 자신에게 어떤 짓을 할지 모르니까.

         

         

       대뜸 욕을 할 수도 있고.

       오물이 가득한 양동이를 사용인을 시켜 자신에게 뿌릴 수도 있기에 발걸음이 무거웠다.

         

         

       그렇지만 어쩌겠나.

       자신은 학생회의 막내이자. 1학년 나부랭이인데.

         

         

       짬이 낮은 1학년은 잠자코 따라야했다.

         

         

       ‘하아…. 가기 싫어.’

         

         

       한나는 손에 든 편지를 꼭 쥐었다.

         

         

       ‘원래는 미하일 선배랑 같이 와서, 내가 그 여자를 멋지게 혼내주는 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미하일 선배는 오기 싫다고 했었다.

       대신 같이 온 게, 옆에 있는 루인 선배.

         

         

       괴팍한 성격으로 학생회에서 그리 평이 좋지 않지만, 마법 학부의 수석인 만큼 실력은 확실했다.

         

         

       회장님이 혹시 모르니까 붙여주긴 했는데,

         

         

       “히히 빨리 들어가자. 꼽주고 싶단 말이야.”

       

         

       그리 믿음직하지 않았다.

         

         

       한나는 결심했다.

         

         

       한시라도 빨리 이런 저택에서 나오자고, 그리고 그 악녀한테 한마디 해주고 오자고.

         

         

       그녀는 긴장한 손으로 저택 문을 두드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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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13년간 모신 악녀가 쓰러졌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t’s a story about a man who got transported into a novel and possessed a slum boy. He met a noble girl and served her as a butler for 13 Years. Now the girl has already fallen from her noble life and lives in an abandoned mansion with paralyzed legs. Why did she become like that? Of course because she is the villainess in the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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