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40

       음. 주술을 뜯어고치고 개량한 것은 좋지만, 이렇게 달라진 주술을 테스트 해볼 방법이 없는건 곤란한걸.

       

       그렇다고 이렇게 테스트 해보지도 않은 것을 함부로 가르칠 수 없고 말이지.

       

       뭐든 일단 만든 뒤에 테스트와 디버깅은 빠질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음… 테스트베드…. 테스트베드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내가 써보는 것으로는 리자드맨이 썼을때와 동일한 환경이 나오지 않을텐데. 음…. 이를 어쩌지.

       

       내가 리자드맨이었다면 간단하게 해결될 일이었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리자드맨이 아닌지라….

       

       음? 잠깐.

       

       내가 리자드맨이 아니라면…. 리자드맨이 되면 되는거 아닌가?

       

       폴리모프로 변해서 하는건…. 그건 모습만 바뀌는거라 본질은 변하지 않아서 같은 결과를 내기 힘들테고.

       

       차라리 분신을 만드는 것을 해봐야하나? 분신…. 음…. 좋아.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창조하는 능력으로는 못만드는 것이 없었으니, 리자드맨을 하나 만들도록 하자.

       

       거기에 내 의식을 연결하여 분신으로 만들어버리면 되지 않을까?

       

       다행히 설계도가 되어줄 리자드맨들은 얼마든지 있었으니까. 대충 골라서 복사한 후 만들면 되는 일이리라.

       

       

       – – – – – – – – – – – – – – – – – – – –

       

       

       나는 그렇게 한 리자드맨을 만들었다. 은색의 비늘을 가진 날렵한 모습의 리자드맨은 그럴듯한 모습으로 완성되었다.

       

       좋아. 육체는 준비 완료. 이제 이 육체에 내 정신을 연결하면…. 음…. 마력으로 본체와 분신을 이어붙인다. 이건 정신동기화 마법이라 이름붙여둘까.

       

       잠든것처럼 눈을 감고 있던 리자드맨은 천천히 눈을 떴고, 그 앞에는 내가 있었다.

       

       아니, 나의 앞에 나의 모습이 보인다. 음. 둘 다 나라는 인식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하나의 정신. 두개의 육체. 흐으음….

       

       같이 움직이는 것은 쉽지는 않구만. 특히 본체가 쉽지 않다.

       

       분신을 움직이는 것은 별로 부담이 되지 않는데…. 본체를 움직이면 분신을 움직일 리소스가 부족하다고 해야하나? 본체를 움직이는데 집중하느라 분신에 소홀해진다고 해야하나.

       

       뭐, 지금 당장은 본체와 분신 둘 다 움직일 필요는 없으니까, 일단 넘어가자. 개량이 필요하면 다음에 고치도록 하고.

       

       그런데 내 창조의 능력으로 재현한 육체지만, 잘 하면 창조의 능력이 없어도 순수한 마력으로 육체를 형성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어째서일까?

       

       물론 적지 않은 마력이 소모되니 보통의 생물체는 쓸 엄두도 못낼 기술이고, 그렇게 만들어진 육체는 소모되는 마력량에 비해 훨씬 부족한 능력치를 가지고 있어서 사용하느니만 못한 능력 같지만….

       

       생물을 뛰어넘은 존재라면…. 정령왕 취급을 받고 있는 아이들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흠. 그러고보면, 에레보스를 제외한 다른 아이들에게 비늘을 빼앗은지 오래이니…. 비늘을 돌려주는건 곤란하더라도, 이정도는 알려줘도 괜찮지 않을까?

       

       이 방법이라면 육체를 만들어도 능력적인 제약은 많을테니 이전과 같은 난장판은 일으키지 못할테고 말이지.

       

       대량의 마력을 소모해서 육체를 형성하고, 정신을 연결해서 분신을 만들어내는 마법…. 마법? 이걸 마법이라고 부를 수 있나? 소모되는 마력량이 어마어마해서 인간은 커녕 엘프도 쓰지 못할 것 같은데.

       

       아무튼, 이 방법에 이름을 붙이기를…. 화신. 아바타로 정했다.

       

       소모되는 마력량을 생각하면 신이라 불릴 정도의 존재가 아니라면 사용조차 할 수 없을테니까.

       

       나는 분신인 리자드맨과의 연결을 끊은 후, 리자드맨을 이리저리 수정해보기 시작했다.

       

       종족을 변경하여 인간으로도 만들어보고, 엘프나 드워프로도 만들어보고. 음. 수인도 가능하군. 마치 게임의 캐릭터를 커스터마이즈 하듯이 수정할 수 있네.

       

       외모도 바꿀 수 있고…. 성별은 불가능한건가? 흠…. 뭐, 딱히 상관 없나.

       

       어째서인지 인간의 모습인데도 폴리모프때처럼 머리에 뿔은 기본적으로 들어가긴 하지만, 빼려면 얼마든지 뺄 수 있고…. 뿔이 빠지면 묘하게 화신이 낼 수 있는 힘의 총량이 더욱 더 줄어드는 것 같지만.

       

       뭐, 분신으로 힘을 쓸 일이 얼마나 있겠어? 힘을 쓴다면 본체로 쓰겠지. 아무렴.

       

       아무튼 분신을 다시 리자드맨으로 바꾼 후 내가 개량한 주술을 테스트하기 시작한다.

       

       정령 그 자체를 육체에 빙의시키는 주술. 내 말에 상당히 고분고분하게 따르는 불꽃의 정령을 리자드맨의 육체에 빙의시킨다.

       

       

       「육체! 신선한 육체!!」

       

       

       정령. 특히 본래 드래곤이었던 상급의 정령들은 본능적으로 육체를 가진 시절인 그때를 그리워하는 것인지, 내가 만든 리자드맨의 육체를 갈구하며 그 육체에 고스란히 흡수된다.

       

       그러자 리자드맨의 육체는 불타는듯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흐음…. 정령이 빙의하는 것으로 육체 자체가 정령에 가까워지는거구만.

       

       일단 성능 자체는 훌륭하다. 육체가 반정도 정령이 되어버려서 물리적인 공격을 거의 대부분 흘려버릴 수 있었으니까.

       

       음… 어느 해적 만화의 자연계 열매 같은 느낌? 물론 정령 본체에도 피해를 입힐 정도로 강력한 공격에는 어쩔 수 없지만.

       

       거기다가 빙의시킨 정령의 속성이 완벽하게 묻어나와서, 불의 정령을 빙의시킨다면 모든 움직임에 불꽃이 일어나니까.

       

       바람의 정령을 빙의하여 하늘을 날아오를 수 있을 정도인건 넘어가자.

       

       그래도 뭐, 정령이 육체를 뺏지 않을 정도로 친해진다면 문제는 없을 것 같고. 아니면 정령을 완벽하게 제압해서 거스르지 못할 정도로 굴복시켜도 가능하긴 할테고.

       

       정령과의 교류가 충분하지 않으면 정령이 호시탐탐 육체를 노린다거나, 빙의시키는 정령이 가진 힘에 따라 편차가 심하다거나 하는 문제가 있지만. 썩 괜찮은 기술임은 틀림없었다.

       

       리자드맨들의 마력량이 적어서 빙의시킬 수 있는 정령의 강함에 한계가 있다거나 하는 사소한 문제가 있긴 했지만…. 그런 사소한건 내가 리자드맨들에게 간단한 명상법 같은 걸로 마력을 모으는 방법을 전수하면 될 일이지.

       

       만약 사용자가 여러 정령과 친밀한 관계라면…. 음, 한꺼번에 여러 정령을 빙의시킬 수 있으려나? 그건 좀 궁금한걸.

       

       하지만 여러 정령들 모두와 친하는게 그리 쉽진 않을텐데. 정령들은 철 없고 변덕스러운 아이들과 같아서 쉽사리 말을 듣지 않으려 할테니까.

       

       잠깐. 정령들이 말을 들어…?

       

       그 순간, 머리속에 번쩍! 하는 전류가 흐르며 한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대주술사의 재능. 그건…. 정령과 소통해서 금방 친해질 수 있는, 이른바 인싸력이 아닐까?

       

       아니, 인싸라고 하니 뭔가 이상하긴 한데. 금방 친밀해지는 성격? 재능? 카피바라 같은? 음….

       

       아니, 어쩌면 아이들을 돌보는 재능일지도? 변덕스럽고 제멋대로 하려고 하는 정령들을 잘 다독여 친해져야 하니까….

       

       그렇게 정령들을 쉽게 다독일 수 있다면 주술을 더욱 뛰어나게 사용할 수 있을테지.

       

       나는 작게 헛웃음을 흘리며 생각했다.

       

       주술사에 대한 적성이 인싸력이라니. 어째서 이렇게 된걸까…? 싶지만, 정령과 가까워지면 여러가지로 좋은 점이 많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어느정도의 큰 힘을 가진 정령이면 환경이나 날씨에도 힘을 쓸 수 있을테고. 뛰어난 주술사라면 그런 정령들을 다독이며 필요한 것을 얻어갈테니.

       

       음. 기우제 같은 것에도 괜찮을지도 모르겠네. 가뭄을 해소한다거나, 홍수가 일어나려 할때 비를 멎게 한다거나. 리자드맨 개인이 가진 마력은 적을테지만, 친한 친구를 위해서라면 정령들은 얼마든지 힘을 써줄테니까.

       

       좋아. 대충 이렇게 정했으니 리자드맨들 중 뛰어난 인싸력을 가진 녀석을 정해 대주술사로 지명해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갓톡을 열었을 때, 신경쓰이는 부분이 떠올랐다.

       

       갓톡 하단에 자리잡고 있는 버튼 몇개. 그 중 하나는 말풍선 모양이기에 지금 띄워진 메시지 창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그 옆에 별 모양은 뭐지?

       

       나는 손가락으로 별 모양을 눌렀고, 메시지 목록이 다른 창으로 변하는 것을 보았다.

       

       이그드라실. 사가르마타. 그리고 샤마쉬의 이름이 떠있는 화면. 마치 메신저에서 다른 사람의 명단을 보여주는 듯한 화면.

       

       과연. 그렇구만. 세계수로서 엘프들에게 신으로 모셔지고 있는 이그드라실과 드워프들에게 성스러운 산으로 추앙받고 있는 사가르마타. 그리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자리잡고 있는 샤마쉬.

       

       대충 알겠군. 이 화면에서는 신들의 목록이 띄워지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샤마쉬? 다른 둘은 몰라도 샤마쉬? 저 아이가 왜 떠있는거지?

       

       음…. 인간들 사이에서 샤마쉬에 대한 신앙이 퍼져나가고 있는건가? 어둠을 밝히는 빛을 신성시 하는건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크흠, 딱히 상관 없나. 인간을 돌볼 신이 더 있다는건 나쁘지 않으니까.

       

       

       편애? 편애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걸.

       

       이런 편애를 하지 않으면…. 인간들은 다른 종족에게 밀려서 사라질지도 모르니까.

       

       장점이라고는 세계 곳곳에 넓게 퍼져 있는 것과 인구수가 많은 것 외에는 없는 인간들을 멸종되도록 내버려 둘 순 없으니까.

       

       육체도 나약하고, 정령술 같은 기술도 없고, 하루 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나약한 인간들을 차마 두고볼 수 없었으니까.

       

       먼 옛날에는 인간이었던 나의 일부가, 그들을 도우라고 말하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나는 인간들을 편애하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반응이 없다. 평범한 미라인듯 하다.)

    정말로 한계까지 쥐어짰습니다. 더 짜면 죽어요…. 조금 늦긴 했지만…

    잠도 제대로 못자고 새벽에 일어나서 이동하느라 머리가 어질어질하니… 잠깐 죽은듯이 자야겠네요.

    내일 글은 내일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 꼴까닥.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다음화 보기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