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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

       

       

       

       

       “월튼 씨…? 저기요?”

       

       내가 뒤늦게 월튼 씨를 불러 보았지만, 그는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 뒤였다. 

       

       “…아니, 모든 서비스 무료라니. 이게 무슨….”

       

       나는 내 손에 쥐어져 있는 열쇠 두 개를 내려다보았다. 

       

       열쇠에는 현대의 찜질방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손목이나 발목 쪽에 착용할 수 있는 고무 링이 달려 있었다.

       

       ‘이 구조는 진짜 찜질방 국룰인가. 그럼 혹시 계산 같은 것도 이걸로?’

       

       물론 현대의 찜질방들처럼 바코드를 찍거나 NFC 인식으로 전산 입력을 통해 계산을 하는 건 아닐 거고…. 

       

       월튼 씨가 말하는 뉘앙스로 짐작하건대 안에서 뭔갈 이용하거나 살 때 열쇠 번호를 불러 준 뒤 추후 카운터에서 일괄 계산하는 방식인 것 같았다. 

       

       카운터에 말해 놨다고 한 건 우리가 받은 열쇠의 번호를 말해 놨다는 뜻인 것 같고. 

       

       ‘들어가지도 못하고 입구컷 당할 뻔했는데, 그게 하루 동안 모든 서비스 공짜로 바뀌다니…. 정말 극과 극이구만.’

       

       아르가 야시장에서 그 많은 제비 중 1등상 당첨 제비를 뽑고, 그 상품이 월튼 씨의 사촌인 마이어 씨가 기부한 이용권이었으며, 마침 호위 임무로 마이어 씨를 호위한 것, 이 셋 중 하나만 어긋났어도 일어나지 못했을 일이다. 

       

       나는 패스츄리 빵처럼 촘촘하게 겹친 행운에 다시금 속으로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들어오게 해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말이야.’

       

       아까 월튼 씨가 말한 사역마 거울 박치기 소동만 들어 봐도, 그간 얼마나 월튼 씨가 골머리를 앓았을지 알 수 있었다.

       

       ‘나라도 그런 일 겪으면 금지시키겠다.’

       

       게다가 우리 아르가 특이한 거지, 사역마들 대부분이 온천 같은 휴양 시설에 들어오기에는 흉험한 외모를 하고 있으니 손님들의 컴플레인도 꽤나 많았을 거고.

       

       ‘기껏 피로를 풀러 온 손님들이 사역마 때문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도 경영자로서 두고 볼 수만은 없었을 테니.’

       

       하지만 이해가 되는 것과는 또 별개로, 아르만은 제발 들여보내 줬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아르는 귀엽잖아!’

       

       …진짜 내가 생각해도 진상 같은 마인드긴 한데.

       

       원래 자기 애는 예뻐 보이는 법이라고, 수많은 진상들이 ‘우리 애가 어때서’ 같은 마인드를 갖고 있기에 노 키즈 존 같은 게 생겨난 거 아니겠는가. 

       

       하지만….

       

       아르는 진짜 귀여운 게 맞는데….

       

       나는 그런 생각을 하다가 정신을 차리기 위해 고개를 힘차게 저었다. 

       

       그리고 내 품에 안겨 있는 아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르야, 어쨌든 진짜 잘 됐다. 그치?”

       “쀼우…!”

       

       아르는 아직도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잘 모르겠다는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들여보내 주겠다는 월튼 씨의 말에 최선을 다해 감사 인사를 하긴 했지만, 그 전까지 느꼈던 절망감과 서러움이 너무 컸던 탓인지 조금 혼란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쀼우…?”

       

       진짜 온천 들어갈 수 있는 거 맞느냐는 듯 묻는 아르에게 나는 다시 한번 확실하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럼. 들어가서 씨워어언하게 몸도 담그고, 나와서 쉬면서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구경하면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같은 것도 맘껏 이용하자.”

       

       그렇게 말하며 내가 아르의 엉덩이를 토닥여 주자, 아르의 눈에 다시 말간 눈물이 차올랐다. 

       

       “아, 아르야?”

       “…쀼우!”

       

       아르의 눈에서 눈물이 똑똑 떨어졌다. 

       

       하지만 곧 나는 알 수 있었다. 

       이건 아까처럼 서러워서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 안도감과 기쁨에서 나오는 눈물이라는 걸.

       

       마치 생일 선물로 받기로 했던 한정판 게임기를 사기 위해 며칠 동안 잠을 설친 뒤 버스를 타고 막히는 고속도로를 건너 원정 구매를 하러 갔더니 바로 앞에서 품절이 된 걸 보았다가 기적적으로 물량 하나를 구해 갖게 된 아이처럼, 아르는 내가 내민 온천 라커 열쇠를 쥔 채 품에 꼬옥 안았다. 

       

       “뀨우…. 뀨…!”

       “그래, 그래. 아르야. 이제 아무도 아르한테 나가라고 할 사람 없어. 열쇠 아무도 안 뺏어갈 거야.”

       “뀨우…!”

       

       그렇게 엉덩이를 토닥이며 아르를 달래자, 곧 아르는 눈물을 그쳤다.

       

       “쀼우!”

       

       기운을 차린 아르를 데리고 탈의실에 도착한 나는 열쇠 번호와 일치하는 라커를 찾아 열쇠를 넣고 돌렸다. 

       

       찰칵.

       

       ‘크으, 드디어.’

       

       내가 라커를 열자 아르가 고개를 갸웃했다.

       

       “쀼우?”

       “응. 이게 라커라는 건데, 우리가 받은 열쇠 번호랑 맞는 보관함을 열어서 옷이나 갖고 있는 물건 같은 걸 보관할 수 있는 거야.”

       “쀼우…!”

       “아르도 열쇠로 열어 보고 싶어?”

       “쀼!”

       

       뭐든 온천 안에서 처음 보는 건 다 해 보고 싶은 듯 아르가 열쇠구멍 쪽으로 손을 뻗었다.

       

       물론 아무리 쭉 뻗어도 닿지 않았기에, 내가 아르의 몸통을 잡고 열쇠구멍 앞에 데려다 주었다. 

       

       “쀼우.”

       

       찰칵.

       

       “쀼!”

       

       열쇠가 돌아가고 문이 열리자 아르의 표정이 밝아졌다. 

       

       ‘역시 호기심이 많아. 귀여워.’

       

       나는 흐뭇한 표정으로 아르를 바닥에 내려놓고 천천히 옷을 벗어 내 라커에 넣었다. 

       

       옷을 걸어 놓고 아래쪽에 가방을 넣은 내가 문을 닫으려는데, 아래쪽에서 아르가 작게 쀼 소리를 냈다.

       

       “쀼우….”

       “응? 왜, 아르야?”

       

       아래를 내려다 보자, 아르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자신의 빈 라커 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잠시 그 시선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다가 입을 벌렸다.

       

       ‘…설마 자기는 벗을 옷이 없어서 그런 건가?’

       

       나를 따라 라커를 이용하고 싶은데 막상 넣을 게 없어 어깨를 조금 늘어뜨린 채 하염없이 라커 안을 들여다보는 모습.

       

       ‘진짜 너무 귀여운데.’

       

       그 자체로 뽀송 말랑한 해츨링이 벗을 옷이 없다고 시무룩해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내 입꼬리가 참을 수 없이 마구 올라갔다. 

       

       하지만 여기서 대놓고 웃으면 상처를 받을 수 있으니….

       

       나는 웃음을 삼키며 쪼그려 앉아 아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르도 여기에 뭔가 보관하고 싶어?”

       “쀼우!”

       

       아르가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그럼 우리 가방은 아르 보관함에 넣어 둘까? 아르가 타고 온 가방도 같이 넣으면, 아르의 옷을 넣은 거랑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

       

       나는 그렇게 말하며 내 라커에 넣었던 백팩과 아르용 가방을 꺼내 들어 보였다. 

       

       “쀼우…! 쀼!”

       

       가방을 본 아르의 표정이 대번에 밝아졌다. 

       

       “그래, 그럼 가방은 아르한테 맡길게.”

       

       나는 짐이 든 무거운 가방은 직접 아르의 라커에 넣고, 빈 아르용 가방은 아르가 직접 넣을 수 있도록 아르에게 내밀었다. 

       

       “쀼!”

       

       아르는 두 손을 쭉 뻗어 가방을 받아, 직접 라커 안에 밀어 넣었다.

       

       찰칵.

       

       마지막으로 직접 보관함을 잠글 수 있게 해 주자, 아르는 중요한 미션 하나를 클리어한 것처럼 활짝 웃었다.

       

       “쀼웃!”

       “그래, 잘했어. 아르.”

       

       나는 아르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뒤, 내 라커도 마저 잠갔다. 

       

       “아, 참. 열쇠는 내가 둘 다 가지고 있을게. 이게 고무 링이 네 손목에는 안 맞을 거라, 잃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쀼우…! 쀼!”

       

       아르는 살짝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말에 나에게 얼른 열쇠를 내밀었다.

       

       나는 그렇게 양쪽 손목에 열쇠를 차고, 온천 입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가자, 아르야. 씨워어어언하게 몸 담그러!”

       “쀼우우웃!”

       

       내가 먼저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자, 아르는 신이 나서 쀼 소리를 내며 도도도 달려 먼저 입구 문 쪽으로 갔다. 

       

       “쀼웃…!”

       “푸흣, 같이 들어가자, 같이.”

       

       나는 온기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만든 찜질방 특유의 무거운 철문을 미느라 낑낑대는 아르를 도와 문을 열었다. 

       

       “쀼!”

       

       그리고 바로 온천 쪽으로 뛰어가려는 아르를 탁, 잡아 먼저 근처의 의자에 앉혔다. 

       

       “쀼?”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이용하는 온천탕이니까, 먼저 깨끗이 씻고 들어가야 하거든.”

       

       안타깝게도 샤워기 같은 신문물은 없었기에, 나는 물 바가지로 앞쪽의 소형 수조에서 물을 떠 나와 아르의 몸을 깨끗이 씻었다. 

       

       “뀨우. 뀨.”

       

       비누로 거품을 내서 아르의 머리, 몸, 팔, 다리를 차례로 마사지하듯 문지르자 아르가 기분 좋은 듯 눈을 감은 채 뀨우 소리를 냈다. 

       

       나는 그런 아르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진짜 부드럽고 말랑말랑하네….’

       

       씻겨 주는 사람이 힐링이 될 정도로 아르의 볼과 배, 손, 발은 말랑말랑했고, 나는 깨끗이 씻겨 준다는 명목 하에 아르의 젤리를 마음껏 만지고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뀨.”

       

       특히 앞발의 젤리를 꾹 누를 때 나오는 쬐그만 해츨링의 발톱을 보고 있노라면 온천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행복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어이구, 저건 뭐지?”

       “쬐그만 걸 씻기고 있는데?”

       “얌전히 뀨 소리 내는 거 봐라, 아주 귀염둥이구먼? 허허허.”

       

       나보다 먼저 씻고 있던 사람들, 그리고 나중에 들어온 사람들은 구석에 앉은 우리를 바라보며 저들끼리 소근거렸다. 

       

       특히 연세가 조금 있으신 분들은 흐뭇한 표정으로 껄껄 웃으며 아르를 한참 바라보다가 온천으로 들어갔다.

       

       “자아, 마무리할까?”

       

       촤아악.

       

       잠시 행복에 젖어 있던 나는 곧 물을 뿌려 마무리를 하고 내 몸도 깨끗이 씻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보자, 탕이 되게 많네?”

       

       몸을 씻는 커다란 공간 앞쪽으로는 문이 여러 개가 있었다. 

       

       ‘실내 탕도 물의 종류에 따라 여러 개로 나뉘어 있고…. 아, 이쪽이 실외 노천탕인가 보네.’

       

       나는 망설임 없이 노천탕 쪽으로 아르를 데리고 갔다. 

       

       끼익.

       

       문을 열자마자 시원하게 불어 오는 바람. 

       그리고, 동시에 그 바람에 실려 온 습하고 따끈한 증기.

       

       “와아….”

       

       안전을 위해, 그리고 남탕과 여탕을 분리하기 위해 쳐 놓은 나무 울타리 위쪽, 그 너머로 펼쳐진 녹빛 풍경에 나는 순간 넋을 잃었다.

       

       꿀꺽.

       꼴깍.

       

       나와 아르는 침을 한 번 삼킨 뒤,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온천을 향해 잰걸음으로 걸어 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온천탕에 몸을 담갔다. 

       

       그리고 온몸을 적시는 뜨끈한 물을 한껏 느끼며, 단전에서부터 나온 감탄사를 내뱉었다. 

       

       “크으, 씨워어어언하다!”

       “삐유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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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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