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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

        나는 방금 쓰러트린 캐릭터를 확인하다 물었다.

       

        “이번에도 그 파밍이라는 것을 해야 하느냐?”

       

        = “어…… 아뇨? 후반엔 딱히 할 필요 없습니다.”

       

        – 미쳤네.

        – 몇판 하더니 이젠 날아다니네.

        – ㅎㄷㄷ

        – 이 정도면 헌터 전용 서버로 가야 하는거 아님?

        – ㄹㅇㅋㅋ

       

        어느새 시각은 저녁 시간대를 바라보는 때.

        나와 함께 게임을 하며 이것저것을 가르쳐 주던 최강물소는 나에게 솔로 플레이를 제안했고, 그는 관전 모드로 들어가 나의 플레이를 하나하나 지도해 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 게임이라는 것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나는, 최강물소의 지시가 없어도 어느 정도 스스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어디 보자…… 이제 10명이 남았구나.”

       

        – 어흐흑!

        – 라나님의 실력이 이렇게 ‘성장’하다니.

        – 감격스럽달까…….

        – 그런데 겨우 5시간 만에 이렇게 된 게 좀 부담스럽달까…….

        – 갸아아아악!! 씹덕체 그만!

       

        방금 내가 사냥한 플레이어가 11번째 플레이어였던 듯하다.

        이제 남은 플레이어들은 나를 포함하여 10명.

        즉, 최대 9명의 플레이어들을 쓰러뜨려야 이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플레이하는 캐릭터.

        메디언의 고유 스킬 중 하나인 ‘호크아이’ 스킬이 발동하며 흐릿하게 표현되던 원거리가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아직 금지구역이 되지 않은 지역을 살피며 정찰하고 있을 때였다.

       

        띠링!

       

        {그런데 라나님. 라나님 정도면 스킬 안 써도 원거리가 잘 보이시지 않나요?}

       

        도네를 통해 시청자 한 명이 질문을 한다.

        이게 궁금했던 것인가?

       

        “그래. 이것이 진짜 풍경이었다면, 굳이 스킬을 사용할 것도 없겠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은 진짜 풍경이 아닌, ‘풍경 그림’이다.

       

        “아무리 내 눈이 좋다고 하더라도, 단순히 그림만을 통해 볼 수 있는 것은 그림뿐이란다.”

       

        예를 들어서.

        내가 시력을 높여서 컴퓨터 화면을 본다고 해 보자.

        그 경우, 내가 보게 되는 것은 컴퓨터 화면 너머의 다른 플레이어 캐릭터가 아닌, 컴퓨터 화면을 이루는 최소 단위인 ‘픽셀’을 볼 뿐이다.

        그 게임이 ‘픽셀’ 단위로 표시되도록 잘 만들어진 게임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겠으나, 일반적인 게임은 일정 거리가 넘어갈 경우에는 다른 플레이어 캐릭터를 아예 표시해 주지 않았다.

       

        “때문에 내 시력이 아무리 좋다고 한들, 일정 거리 밖에 있는 다른 플레이어들을 찾기 위해서는 캐릭터의 스킬을 사용해야 한단다. 그렇지 않으면 내 화면에 아예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지.”

       

        – 오호

        – 그렇구나.

        – 그러니까 샷발 제외하면 다른 조건은 우리랑 비슷하다는 거 아님?

        – 할 만한데? (할 만하지 않음)

        – 아! ㄹㅇㅋㅋ만 치라고!

        – ㄹㅇㅋㅋ

       

        시청자들의 궁금증도 해결해 줬겠다.

        이제는 슬슬 게임에 집중해야 한다.

       

        [마지막 금지구역이 설정되었습니다]

       

        [크리처가 폭주합니다]

       

        크워어어어어!!

       

        그런 메시지와 함께 사방에서 괴성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들어왔던 크리처라 부르는 몬스터보다 좀 더 묵직한 느낌의 괴성이다.

       

        = “라그나님! 이제 마지막입니다. 제 설명은 기억하시고 계시죠?”

       

        “그래.”

       

        남은 플레이어가 10명 이하가 된 순간 딱 한 구역을 남겨두고 나머지 구역들은 금지구역으로 설정된다.

        그 후 더욱 강화된 크리처들이 사방에서 나타나기 시작해, 우승자가 나타나기 전까지 플레이어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고 하던가?

       

        “그렇다면 저것들이 그 강화된 크리처라는 것들이로구나.”

       

        크르륵!

       

        살점이 뒤룩뒤룩 씬, 종양 덩어리 거인이 무리를 지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외형을 보니 오거와 변이체를 적절히 뒤섞은 것 같은 모습이다.

        뭐랄까? 생각했던 것보다…….

       

        “생각보다 귀엽게 잘 만든 것 같구나.”

       

        – ?

        – ?

        – 에?

        – 뭐라고요?

        – ?

        – 헐?

       

        = “네? 저게요?”

       

        “저 정도면 귀엽지 않느냐.”

       

        내가 여러 차원들을 돌아다니면서 별의별 생물들을 다 만나 봤다.

        그중에서는 진짜 보는 순간부터 정신력을 테스트하는 기괴한 생물들도 많았다.

        심지어 외신들에게 침략당한 차원도 있었다.

        정신을 공격하는 외신들을 하나하나 사냥하던 재미가 있었던 차원이었다.

       

        – 도대체 썰이 몇 개나 되는 걸까?

        – 그냥 게임 방송 말고 썰풀이나 마저 해주시면 안 되나요?

        – 궁금해! 궁금해!!

        – 저번의 무협 이야기나 마저 해 달라고요!!!

       

        “그래. 내일 해 주마.”

       

        이상하다?

        인간들은 웹캠 방송이나 게임 방송을 굉장히 좋아하던데…….

        왜 내 방송에서는 내 웹캠 방송이나 게임 방송보다 다른 게 더 인기가 많아 보이는 것일까?

       

        어쨌든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강화된 크리처들을 피해, 캐릭터를 안전 구역 한가운데를 향해 움직였다.

        그와 동시에 안전 구역의 한 건물에서 빼꼼 튀어나오는 다른 플레이어의 총구.

       

        투다다다!!

       

        팅! 팅! 팅!

       

        순식간에 쏘아진 총알이 내 캐릭터의 실드를 두드린다.

        물론 플레이어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부터 나는 움직이기 시작했기에, 내 캐릭터는 최소한의 공격만을 허용한 채 엄폐물 뒤로 숨을 수 있었다.

       

        = “맥스네요. 기관총 특화 캐릭터입니다.”

       

        – 똥쟁이다!

        – 어우!

        – 자리 잡은 맥스는 까다로운데.

        – 저거 상대하기 쉽지 않음.

       

        “상대하기 힘든 캐릭터냐?”

       

        = “요새화 아시죠? 그걸 메인으로 쓰는 놈입니다.”

       

        “그렇구나.”

       

        대충 무슨 소리인지는 알겠다.

        한 자리에 자리 잡고서 움직이지 않는 것이 더 이득인 캐릭터라는 소리지 않는가.

        그리고 그런 특성을 가진 존재들의 특징은, 방어할 때는 정말로 자기 한계 이상으로 강해진다는 데 있다.

       

        – 하필 저기가 마지막 안전구역이네.

        – 위치 진짜 잘 잡았네.

        – 와씨. 이건 어렵겠는데?

        – 힘내요!

        – 파이팅!

        – ㄹㅇㅋㅋ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으며, 어떻게 이 게임에서 승리를 가져갈지 고민해 본다.

        남아 있는 9명의 상대방…….

       

        타앙!

       

        [남은 플레이어 : 9명]

       

        ……아니, 8명의 다른 플레이어들을 쓰러뜨리고 승리할 수 있는 방법.

        안타깝게도 이 게임을 오늘 처음 시작한 나에게 기막힌 작전이 있을 리가 없다.

        그러니 할 수 있는 것은 정공법뿐.

       

        탕! 탕!

       

        투다다다다!

       

        콰광!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를 들으며, 남은 8명의…….

       

        [남은 플레이어 : 7명]

       

        ……6명의 위치를 가늠해 본다.

        그리고 이미 위치를 확인한 맥스라는 캐릭터를 제외하고, 남은 5명의 위치를 대략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선은 저 맥스라는 캐릭터부터 쓰러뜨려야 하겠구나.

       

        “연막탄으로 시야를 가리고 돌진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 “아마 함정이 쫙 깔려 있을걸요?”

       

        “으음.”

       

        본체였다면 함정 따위는 그냥 무시한 채 달려갔을 터인데, 그렇지 않으니 신경 써야 하는 것이 너무 많구나.

        그렇다면…….

       

        달깍!

       

        연막탄을 던져 시야를 가린다.

        어쨌든 내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저 맥스라는 캐릭터의 기관총이 내 캐릭터를 공격할 것이고,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연막탄으로 시야를 가릴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상대도 내 위치를 기억하고 있다가 공격하면 큰일이겠으나, 지금까지 게임하면서 느낀 것은, 대부분의 인간들은 그와 같은 일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최강물소에게 물어보니, 그것은 헌터나 나 정도여야 가능한 일이라고 했던가?

       

        – 연막으로 시야를 가려 봐야, 들어갈 수가 없을 텐데?

        – 어떻게 하실려나?

        – 이건 라나님이라도 힘들듯?

       

        “어디 보자.”

       

        연막탄을 던졌으니, 이번에는 폭탄을 꺼내 든다.

        가지고 있는 모든 종류의 폭탄을 꺼내 단축키에 등록하기 시작하자, 당황한 듯한 최강물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라, 라그나님? 설마 그걸 다 던지시게요?”

       

        “그럴 생각이란다.”

       

        지금 상대는 한 장소에 숨은 채 기관총이라는 무기를 들고 있다.

        게다가 근처에도 함정을 잔뜩 설치했을 거라고 했으니, 사실상 접근하는 것 자체가 힘든 상황이다.

       

        내 경험상.

        서로의 능력 차이가 심하게 나는 것이 아닌 이상, 저런 상대는 직접 맞상대하면 안 된다.

        내가 상대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 상대를 밖으로 끄집어내야 한다.

        그리고 이 게임에서 한 자리에 버티고 있을 상대를 밖으로 끄집어내는 방법이 하나 존재한다.

       

        “그게 바로 폭탄이 아니더냐.”

       

        = “어…… 맞는 말씀이긴 한데…….”

       

        – 엌ㅋㅋㅋㅋ

        – 맞는 말임ㅋㅋㅋㅋ

        – 폭탄이 그런 용도기는 함ㅋㅋㅋㅋㅋ

       

        = “그런데 연막으로 시야를 가렸는데, 통하겠습니까?”

       

        “걱정 말거라. 위치는 확인했으니.”

       

        상대가 숨어 있는 위치 정도는 이미 파악되었다.

        게다가 상대와 나 사이의 거리도 생각보다 가까운 덕분에, 상대 캐릭터가 움직이는 소리도 어느 정도 들리는 상황이다.

        주변에서 크리처의 괴성 소리와 총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지지만, 내 청각 능력이면 그 소음들 사이에 섞인 작은 소리 정도는 쉽게 잡아낼 수 있다.

       

        휘이이익!!

       

        콰아아아앙!

       

        그리고 연막 속을 향해 내 캐릭터가 던진 폭탄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연신 연막 속에서부터 터져 나가기 시작하는 폭탄들.

       

        쨍그랑!

       

        “흠.”

       

        그 폭음들 사이로, 실드가 깨지는 소리를 포착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끝이구나.”

       

        콰아아아앙!!

       

        [남은 플레이어 : 4명]

       

        내 말과 동시에 5명이던 숫자가 4명이 된다.

        그래도 폭탄이 터지기 시작하면 밖으로 도망쳐 나올 줄 알았건만, 그대로 건물 안쪽에서 쓰러질 줄은 몰랐다.

        자존심은 있다는 것인가?

       

        – 캬!

        – 사장님! 나이스샷!

        – 시원하네!

        – 예술은 폭발이다!!

       

        “그럼 계속 가자꾸나.”

       

        = “어…… 네.”

       

        그리고 남은 3명까지 쓰러뜨리고, 나는 마침내 1등을 차지할 수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골골골…… (지쳐 쓰러져 골골거리는 작가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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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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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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