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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

       *** ***

         

       아침의 폭풍이 지나가고 당도경은 낭인들 전체를 불러 모아다가 권법을 시연하고 구결을 불러주었다.

         

       당도경은 사천낭인에게 그냥 맹호권법 전체를 풀었다.

         

       [[맹호권법]의 전반 7식을 이해했습니다.]

       [맹호권법의 일초식 [무공:가호출수]를 습득했습니다.]

       [맹호권법의 삼초식 [무공:맹호난격]를 습득했습니다.]

       [맹호권법의 사초식 [무공:경하칠타]를 습득했습니다.]

       [맹호권법의 오초식 [무공:반연지투]를 습득했습니다.]

       [맹호권법의 육초식 [무공:팔격일맹]를 습득했습니다.]

       [맹호권법의 칠초식 [무공:호후격타]를 습득했습니다.]

         

       나도 열심히 배웠다. 사실 이 맹호권법은 초절정 무공이라고 보기에는 여러 가지로 손색이 있었으나 현재 내가 배울 수 있는 무공에 비하면 아득히 격이 높은 것이었으니 못 먹어도 습득해 놓는 것이 맞았다.

         

       이초식 [무공:쌍호권두]는 이전에 배워두었으니 맹호권법의 전반 7식을 모두 습득한 셈이다.

       

       “이 당 모가 부족해 맹호권법은 고작해야 전반식만이 있는 부족한 무공일 뿐이오. 그러나 낭인분들의 길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구려.”

         

       낭인들이 분분히 포권해 보이며 감사를 표했다.

         

       낭인들과 마주 포권해보이며 훈훈한 담화를 나누고 있는 당도경을 보면서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지금도 당도경의 선택이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선배.”

         

       “아, 왜 안 그래도 심란해 죽겠구만.”

         

       “당도경의 개인사 궁금하지 않아요?”

         

       나는 흑묘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느 새 뻥튀기도 치우고 조금은 진지해 진 기색이었다.

         

       “뭐 좀 아는 게 있냐?”

         

       “선배가 원하는 정보 정도는요.”

         

       나는 잠시 흑묘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흑묘가 나름대로 음지에서 한 가닥 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짐작하고 있었다. 초절정 혹은 초절정에 가까운 절정이니 당연히 한 끗발 하겠지.

       

       당도경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도 이상하지는 않다.

         

       흑묘에게 이야기를 듣는 것도 나쁜 선택지는 아니었지만 고개를 저었다.

         

       “이런건 확실히 해야지. 들으러 가자고.”

         

       *** ***

         

       소요객잔의 골목에서 흑묘를 시켜 내공을 풀었다.

         

       어제 보았던 당가의 초절정 고수 한 명이 나타나 염탐을 하는 가 싶더니 당독기가 골목에 나타났다. 안색이 어두워 보이는 것이 딱 봐도 당도경 걱정이 심한 듯 보였다.

         

       “자네도 담이 참 크군. 그때 객잔주와 함께 나온 게 그 일의 당사자일 줄이야.”

         

       당독기는 유사연과 함께 만났을 때의 나를 기억한 모양이다.

         

       흑립으로 얼굴이야 가리고 있었지만 어차피 고수들이라면 체형과 내 몸에 들은 버릇을 읽으면 그만이니까.

         

       당독기는 굳이 자신을 만나러 찾아온 내 의중을 전혀 짐작하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몇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어 이리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하…자네 참으로 뻔뻔하군.”

         

       당독기의 눈에 살기가 돌았다.

         

       “자네가 그때 황금가 앞에서 소란만 일으키지 않았더라면…! 아니…아니지…후…그저 벌어질 일이 벌어졌을 뿐인 게야.”

         

       당독기가 말없이 손을 저었다. 할 말이나 하고 가라는 뜻일까.

         

       “절연을 하게 된다면 당가에서는 당형을 어찌할 생각이신지요.”

         

       “모른다. 나 역시도..! 당가의 역사에 처음 있는 일을 내가 어찌 짐작할 수 있겠나. 그저 처벌만은 없도록 혼신의 힘을 다 해서 막아볼 수밖에.”

         

       당가의 역사에서도 처음 있는 일인가. 절연 자체는 큰 일이지만…죄질 자체는 가벼워서 어떻게 될 지 모르겠군. 

         

       “무례한 질문일지는 모르나 왜 당형이 저토록 가문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하하, 정말로 무례한 질문이로군. 자네 나에게 와서 이러는 이유가 뭔가?”

         

       “원인을 알아야 대책을 세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당형의 마음을 돌리려면 마음이 돌아선 원인부터 알아야겠지요.”

         

       나는 당도경의 개인사는 모른다.

         

       그러나 당도경의 특성과 능력치와 무공목록은 안다. 당도경의 전투 패턴도 빠삭하지.

         

       내가 아는 당도경은 절대로 절연이라는 선택지를 고르지 않을 자였다.

         

       그래서 혼란스러웠다.

         

       이 혼란스러움을 해결하기 위해서 나는 당도경이라는 인물을 좀 더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내가 아는 인간 당도경이 내린 선택과 내가 알고 있는 당도경의 정보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이 이야기는 절대 외부로 발설치 말아야 할 것일세.”

         

       흑묘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가의 이야기를 퍼트리고 다녀 봐야 남을 것 하나 없었기에. 그리고 어차피 흑묘는 알고 있다는데 뭐.

         

       “당가의 직계 방계 그리고 무계 제도에 대해서 아는가?”

         

       “예.”

         

       보통의 가문들은 가주의 혈통이 곧 직계다. 그리고 나머지가 방계의 혈통이 되고.

         

       그러나 당가는 다르다.

         

       당가는 그런 수직적인 구조에 갇혀 있기에는 당씨 성을 쓰는 자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렇기에 당가는 직계를 [선발]한다.

         

       당가는 오직 당씨 성을 가진 구성원들로만 이루어져 있지만 조직의 형태는 세가라기보다는 문파에 가깝다. 수천 당씨들 중에서 무에 재능있는 이들만 모아서 당문이라는 문파를 구성하는 셈이었다.

         

       일반적인 세가에서는 부족한 머리수를 채우기 위해 외부 인원을 받는데 당문은 당씨 일족만 해도 충분한 인원을 보유한 당가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셈이다.

         

       거기에 당가의 주 무공이 암기술과 용독술이라는 특이점까지 더해진다. 암기술과 용독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독과 암기를 제작해야만 하고 암기와 독을 많이 소비하면 소비할수록 개개인이 뽐낼 수 있는 위력도 높아진다.

         

       그냥 양산품들 말고 진짜 당가의 비전(祕傳) 암기나 비전 독을 사용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암기술과 용독술을 전문적으로 익히는 이들이 당가의 진신무공을 이어받는 직계다.

         

       그리고 방계라 함은 당가의 비전암기나 비전맹독을 사용할 수는 없지만 당가의 무공을 익히는 것을 허락받는 일반 무인들이다.

         

       무계라는 것은 당씨 성을 지니기는 했지만 무공을 전문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자들을 말한다.

         

       무계라고 하나 이들 역시 당가의 중요한 역군들이다. 독을 만들기 위한 재료를 수집하는 채집꾼, 각종 재료를 사들이기 위한 상인, 암기를 만들기 위해 제철기술을 익힌 장인, 독이나 약을 조합하는 약사 등.

         

       단순히 무공만을 다루는 문파와 다르게 당가는 종합적인 역량을 지녔기에 호족이며 스스로를 당문(唐門)이 아닌 당가(唐家)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직계 방계를 나누는 것은 재능의 고하도 있었지만 직계와 방계의 성질의 차이를 고려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당가의 비전기술에 어울리는 재능을 가진 자들은 직계가되고 당가의 비전기술에 어울리지는 않았으나 일반적인 무의 자질을 타고난 자들을 방계로 분류하기도 했지.”

         

       “문제는…그래 문제는 아마 사천에서 사파들과의 전쟁이 일어날 때부터 발생했네.”

         

       당독기는 한숨을 내쉬었다.

         

       “당가에서 생산할 수 있는 비전암기의 수량은 한정적이니 사파와의 전쟁에서 힘을 늘리기 위해서는 직계가 아닌 방계를 대폭 늘릴 수밖에 없었지. 사파와의 전쟁이 끝나고 우리 당가의 영역은 크게 늘어났네. 감당을 못 해서 다른 문파들에게 영역을 떼어 줄 정도였지. 그러나 어디 세력권이 점령만 한다고 끝이든가?”

         

       “그렇지는 않겠지요.”

         

       “잡다한 소란이 계속해서 일었다네. 그렇기에 방계들이 열심히 일했지. 직계들은 편을 다룰 수 있으나 어디까지 암기와 용독이 주 특기. 잡다한 소란에 특수한 암기를 던지기도 독을 풀기도 어려운 입장이었으니 방계들이 출동할 수밖에.”

         

       “시일이 지나고 안정이 되니 당가에서 이름난 고수 하면 다들 방계들을 떠올리더군. 당도경의 아비이자 내 친우였던 당문기 역시 그런 방계 중 한 사람이었네. 방계 중에 권장각이 뛰어난 이들은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문기는 독보적이었지.”

         

       “사파와의 대전이후 사천은 수많은 격변이 이루어졌지. 사천낭인. 사천성. 낭야검. 종남파의 봉문…온 사천을 들썩거리게 만든 다른 소문에 묻혔을 뿐 우리 당가 역시 다른 문파와 다를 것 없이 들썩이고 있었지. 그저 당가타 바깥으로 새어 나가지 않았을 뿐.”

         

       “그건 바로 당문기의 직계도전 선언이었네.”

         

       당독기가 꼭 꼬집어 말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이해했다. 당문기의 도전은 방계들의 불만을 대표하는 사건이었을 것이다.

         

       “사천에 사파가 모두 뿌리 뽑혔으니 직계들이 나설 일은 극도로 줄었고 폭발적으로 늘어난 당가의 영역에서 고생하는 자들은 방계였으니…”

         

       “문기는 시대가 바뀌었다고 역설했지. 권장각을 다루는 본인일지라도 충분한 자격만 갖춘다면 직계로 인정해달라 말하며 직계와의 비무를 요구했네.”

         

       “그리고 패하셨군요.”

         

       “하하, 그렇지.”

         

       당문기가 얼마나 강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진심이 된 직계와의 비무에서 이길 리는 없다.

         

       문파와 세가를 대표하는 무공은 왜 그 집단을 대표하는가? 가장 강하기 때문이다. 화산의 매화검법이 매화장법보다 약하면 왜 화산이 검문이 되었겠어 장문이 되었겠지. 당가도 마찬가지다.

         

       거기에 암기술에는 특징이 있다.

         

       돈지랄을 하면 강해진다는 것이다. 당가에서 온 힘을 다해 육성한 장인들이 끽해야 일주일에 하나 한달에 하나 만들어내는 비전암기가 과연 약할까? 그만한 가치를 하니까 당가에서도 일주일에 하나밖에 못 만들어도 뽑아 내는 것이다.

         

       당가에서 난 권룡이였다고 하더라도 당가의 권장각은 당가의 암기술에 비해 깊이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을 테고. 암만 재능이 좋아도 무공의 격차와 돈지랄의 위력 앞에서는 속절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겠지.

         

       “문기에게는 뼈아픈 패배였지. 허허…도경이의 성정이 어디에서 나왔겠는가? 다 문기에게 물려 받은 것이야. 직계에게 패배한 문기는 무공의 뜻을 꺾고 무계로 돌아갔고…도경이는..그런 아버지의 모습에 충격을 많이 받았다네.”

         

       “그렇게 된 것이었습니까.”

         

       “문기의 도전은 당가에서도 하나의 변환점이었지. 직계와 방계의 거리가 좁혀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으며 방계의 활약과 목소리를 수뇌부에서 듣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지. 그러나 도경이는 두각을 보이고 있었던 암기 수련도 멈추고 갑자기 권장각으로 길을 틀었네.”

         

       그 뒤로 지금의 투견 당도경이 되었나.

         

       “도움이 되겠나?”

         

       “예. 말씀 감사합니다.”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하고자 권장각의 길에 뛰어든 어린 당도경. 그러나 당도경이 성장하는 사이에 아버지의 일은 그저 [과거의 일]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직계와 방계의 거리가 좁혀졌으니 당연히 방계의 불만도 사그라졌을 것이고 당도경은 그야말로 당가의 애물단지가 되었겠지.

         

       이미 잘 마무리된 과거의 사건을 자꾸만 끄집어내는 천방지축. 그게 수뇌부가 당도경을 보는 시선이었을 것이다.

         

       당도경의 입장에서는 어땠을까. 해가 갈수록 화합해가는 당가를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어렸을 적 세운 뜻을 이루기 위해 독문무공을 개발하고 그 목표에 일로매진해온 당도경은 과연 가문의 뜻도 모르는 치기 어린 어린아이일까. 아니면 어릴 적부터 확고한 뜻을 세웠던 대인일까.

         

       바뀐 당가가 잘못인가. 굽히지 않은 당도경이 잘못인가.

         

       어려운 일이었다.

         

       당독기는 자신이 머무는 객잔으로 돌아갔고 그런 뒷모습을 보며 나는 생각에 잠겼다.

         

       “선배.”

         

       “…왜?”

         

       “선배 입장에서는 이번 일은 이상적으로 끝나지 않았나요?”

         

       흑묘의 말은 어떤 의미로는 정곡을 찌르고 있었다.

         

       “당도경이 절연 선언을 했으니 선배에 대한 소문 같은 자잘한 것들은 다 쓸려 나갈 테니 선배 입장에서는 일이 잘 풀린 셈인데 이제 선배는 굳이 나설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뭐.”

         

       처음에 당도경을 하루라도 빨리 낭인객잔에서 내보내려고 했던 이유가 무엇인가? 당도경이 나랑 야바위로 겨루기 위해서 객잔에 드나든다는 소문이 돌면 하루가 다르게 명성치가 올라갈 테니까.

         

       그리고 이제 더 이상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되게 생겼다.

         

       당도경의 내기 같은 건 이제 중요한 게 아니다. 당도경이 당가에 절연선언을 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지. 낭인객잔에 드나는것도 낭인이 좋다고 당당히 밝혔으니. 도박을 위해 낭인객잔을 드나든다는 소문 역시 사그라 들 것이고.

         

       이젠 혈옥비의 행방이나 그를 둘러싼 야바위 같은 건 전혀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한번 퍼진 소문이야 어쩔 수 없지만 한동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소식은 당도경의 파문 선언이지 혈옥비를 둘러싼 내기가 아니다.

         

       그러니까 이제 당도경이 일주일 뒤에 절연을 당하든 말든 내가 손해볼 일은 없었다.

         

       일반적으로 무림세가에서 절연이라 함은 다른 문파로 치면 파문이나 다름 없고 다시는 문파나 세가에서 배운 무공을 펼칠 수 없게 몸을 훼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온건한 조치라고 해도 단전을 폐하는 것이 기본이다.

         

       물론 보통 파문에 처하는 상황은 도무지 세탁 불가능할 수준의 죄를 짓는 상황에서 내려지는 판결이라는 점을 감안해 보면 별 죄라고 할 것이 없는 당도경은 그냥 정말 성씨만 박탈 될 지도 모르는 일이긴 하다.

         

       설령 과한 처벌을 받아 당도경이 폐인이 되어 어떤 생을 살아가건 당도경이 스스로 선택한 길이고 나와는 관련이 없다.

         

       “무공.”

         

       그러나 당도경에게 개입해야 할 이유는 있다.

         

       내가 무림천하에서 보아왔던 당도경과 지금 현실이 된 무림의 당도경의 결정이 너무나 달랐기 때문에.

         

       깨달음을 얻은 당도경은 새로이 특성을 얻는다.

         

       그 특성은 [가족애].

         

       당씨 성을 지닌 다른 동료와 함께 활동할 때 능력치가 상승하거나 호감도가 높은 동료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가끔 암기를 던져 구해주는 특성이기도 했다.

         

       깨달음을 얻으면 그런 특성을 각성하는 당도경이기 때문에 당연 그 내면에는 가족에 대한 애정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라 여겼다. 그렇기에 가족과 극렬 대립하는 상황이 오면 어쩔 수 없이 고집을 꺾고 그에 응할 것이라 여겼다.

         

       “뭐요?”

         

       “무공을 배웠잖냐.”

         

       그러니 나는 당도경에게 깨달음을 주고 확인해 볼 것이다. 깨달음이라는 건 무엇일까. 깨달음의 힘은 사람을 어디까지 바꿀 수 있을까. 정말로 게임처럼 그저 몇 글자의 글귀를 이해하는 것만으로 절연을 선택한 당도경이 가족애에 눈을 뜰 수 있을까.

         

       당도경에게 깨달음을 줄 것이라고 선언할 수는 없었기에 나는 무공 핑계를 댔다.

         

       “흐흥~”

         

       나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조악한 변명인지라 가소롭지도 않다는 듯이 코웃음을 치는 흑묘 앞에서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뭐, 그런 걸로 해둘까요.”

         

       나는 당도경에게 깨달음을 주기로 정했다.

         

       그렇다고 당도경에게까지 은원패를 받을 생각은 없었다.

         

       은원패란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건네 주어야 비로소 의미가 있다. 은원패라는 것 자체 거의 백지수표이니만큼 미리미리 천명해 두어야만 거침없이 일을 처리할 수 있으니까.

         

       이번 일에서까지 깨달음을 주었다는 꼬리가 밟히면 정말 돌이킬 수 없다.

         

       그러니 내가 줬다고 생각 못하게 상황과 환경을 조성해야지.

         

       낭인객잔들의 협조도 받고 유사연도 부리고 하다 보면 깨달음을 전해주는 일은 마냥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았다.

         

       이름하여 당도경이 깨달음 소매넣기 작전이다.

         

       “왜 아닌 척 하나 몰라. 그냥 당도경한테 호감 가면 간다고 하면 되지.”

         

       “하.”

         

       흑묘의 오해는 가당치도 않았기 때문에 코웃음만 쳤다. 나는 그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깨달음이 사람을 바꾸어 놓을 수 있을지 궁금한 것 뿐이었다.

         

       그 성난 와중에도 깔끔하게 물러섰던 당도경의 모습이 기억난다든가.

         

       결코 당도경의 대협스러운 면모에 감탄하거나 혼자서 만든 맹호권법을 익히며 당도경이 그 안에 녹아있는 열정을 느끼거나.

         

       당도경과 당독기의 대화에서 당도경의 내심을 듣고 그를 응원하게 되었다든가.

         

       혹여나 당도경이 단전이 폐쇄되거나 힘줄이 끊기면 두고주고 잠 잘 때마다 생각날 것 같다든지.

         

       나에게 배포가 좋다고 칭찬해준 당도경의 말을 전혀 신경 쓰고 있지 않다.

         

       “흐응~ 그렇구나~ 아무 호감이 없구나~.”

         

       아무 사심 없이 그저 순수한 호기심으로 당도경에게 깨달음을 주기로 한 나를 음해하는 흑묘의 놀림을 뒤로 하고 낭인객잔으로 향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당도경 특: 사천낭인의 호감을 삼.

    호천안 특: 본인이 사천낭인 아닌 줄 알지만 맞음.

    *어제 실패한 낭낭한 한편으로 준비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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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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