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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

       어떤 컨텐츠로, 어떻게 방송을 해야 할까?

        

       방송 그 자체에 대한 고민을 위한 시간이 길지 않았던 내게는 답을 내놓기 쉽지 않은 난제였다.

        

       첫 방송은 아크의 용서 덕분에 무난한 흥행에 성공했지만. 이건 내 역량이라고 할 수도 없고, 지속가능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사전 조율도 없이 타 스트리머를 무단으로 저격하는 방송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매번 다른 스트리머를 저격하는 방송을 하면, 어그로야 잘 끌리겠지만- 그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도적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불쾌감이 더 크게 와닿겠지.

        

       그러한 불쾌감과 분노는 들불과도 같다. 나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도적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에게, 그리고 나아가 도적 그 자체에까지 쉬이 옮겨붙을 위험이 있는 것이다.

        

       시청자로서 시청자 참여를 하는 것과, 방송인으로서 방송 컨텐츠로 저격을 하는 것은 위험의 정도가 다르다. 

        

       ……그래도, 도댓을 저격하는 건 정당한 소비자 권리 행사이지 않을까.

        

       응, 분명 그럴 거야.

        

       감히 도적을 배신한 횟수……그러니까, 11번 정도까지는.

        

       아마 판사님도 고개를 끄덕이시겠지.

        

       머릿속 한 켠의, ‘면죄부 받은 행동’ 목록에 도댓 저격을 적어두었다.

        

       하지만 도댓은 이미 방종한지 오래고- 방송을, 굳이 도댓이 방송을 켤 때까지 미루고 싶지는 않다.

        

       벌써 도적방송의 부재가 며칠 째란 말인가.

        

       일단, 오늘은…….

        

       진지한 랭크게임에서 도적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진중한 실력방송을 하며, 시청자들과 소통을 하는 것도 필요하겠지.

        

       마침 새 컴퓨터와 옛 컴퓨터가 각자 게임용, 송출용을 맡는 안정적인 환경도 구축되어, 게임 화면에만 집중할 수 있는 퀄리티 높은 방송도 가능하니까.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님이 방송 중입니다!]

       [도적부흥운동 – 최고에요 도적도적]

       .

       .

       .

       .

       .

       .

        

       [작성자: ㅇㅇ]

       [제목: 오 아따먹 방송 ON]

       [근데 얘 언제까지 아이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로 하는 거지

        

       어차피 모두가 아따먹이라고 부르는데]

       –     걔 방송 멀미나서 못 보겠던데

       –     오늘은 컴터인거같은데?

       –     ㄹㅇ?

       

       그렇게 방송을 켜고, 바탕화면을 띄워둔 채 갤러리를 살펴보며 시간을 보낸지 약 5분.

        

       어느새 50여명의 시청자가 방송에 들어와서 채팅을 치고 있었다.

        

       『캠 어디감』

       『오 화면 정상이네』

       『캠 ㅇㄷ』

       『가슴 ㅇㄷ』

       『이거 뭐하는 방송임』

       『도적부흥운동이 뭐야』

        

       슬슬, 방송을 시작해도 되겠지.

        

       -톡톡.

        

       구매 버튼을 누르기까지 제법 고민을 했던 마이크는, 책상 한 켠에서 제법 위엄있는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도적의 멋짐을 보여주는데 마이크 따윈 필요 없다-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기왕 스트리머가 되기로 한 거, 동료 스트리머와 교류를 할 때는 마이크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질러버렸다.

        

       지난번 방송에서, 시청자들과 소통하는게 생각보다 재밌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포장을 뜯자마자 이렇게 방송에 사용하게 되었으니- 좋은 판단이었다고 자평해도 되겠지.

        

       정상적으로 마이크가 작동하는 것까지 확인하고 나니, 총 시청자는 100여명.

        

       첫 방송의 1,600명에는 한참 못 미친다지만, 특별한 어그로도 없이 새벽 4시에 킨 방송에는 과분한 시청자다.

        

       “아. 아. 안녕하세요.”

        

       이런 저런 표현으로 내 인사를 받아주는 채팅창을 잠시 바라보았다. 너 누구냐,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지난주의 어지럽던 채팅창에 비하면, 평온하다못해 고요하기까지 하다.

        

       채팅을 하나 하나 차분히 읽을 수 있을 정도.

        

       『캠켜주세요』

       『핸드폰 방송 안 하나요?』

       『팔에 진짜 문신이었음?』

       『오늘도 저격함?』

       『뒤지기 싫으면 캠 켜라』

        

       시청자가 적은 것도 나름의 매력이 있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나오나 클라이언트를 클릭했다.

        

       “오늘은 나오나를 할 거예요.”

        

       『채팅 보고 계신거 맞죠?』

       『캠 켜주세요 2트』

       『캠 어디갔어요』

       『목소리 개쩌네』

       『성우임?』

        

       다양한 질문들로 가득한 채팅창.

        

       “그러면, 게임을 해야하니 채팅창은 잠시 내릴게요.”

        

       『??』

       『?』

       『???』

       『아 이새1끼 또 지1랄이네』

       『혼자 대회하냐고』

        

       어서, 이전처럼 다 함께 도적을 좋아하는 모습으로 변했으면 좋겠다.

        

       저번 방송의 채팅창이 참, 아름다웠는데.

        

       .

       .

       .

       .

       .

        

       아.

        

       이걸 지나……?

        

       [쿠크다스(마법사): 걍 서렌 치죠]

       [밍밍(사제): 아]

       [밍밍(사제): 제발 도적 삭제 좀]

       [쿠크다스(마법사): 이걸 도적 탓을 해?]

       [쿠크다스(마법사): 기억상실증이라도 오셨나]

       [쿠크다스(마법사): 사제새끼들은 지가 *같이 한 건 아주 이 악물고 잊어버리네]

       [축신두(성기사): 법사 도적이랑 듀온가]

       [축신두(성기사): 민경아 그냥 채팅 꺼]

        

       =패배=

        

       ……이걸 지네.

        

       수호병을 잡아내고, 법사를 수 차례 끊었는데도 이렇게 패배하는 건 드물지만- 없는 일은 아니다.

        

       내가 상대를 끊어내는 속도보다 우리편이 알아서 사지로 들어가는 속도가 빠르면, 게임은 이길 수 없으니까.

        

       당연한 얘기다.

        

       굳이, 스쳐지나가는 팀원들에게 남탓을 할 이유도 없을 정도로.

        

       [아따먹(도적): 지지요.]

        

       첫 게임을 지는 것보다야 이기는 편이 더 보기 좋았겠지만, 뭐……승패는 병가지상사 아니겠는가.

       

       중요한 건 승패가 아니다.

        

       “음……도적은 좋았죠?”

        

       『양심 어디?』

       『도적 무죄』

       『캠 켜주세요 12트』

       『사제 기사 둘다 개역겹네 진짜』

       『듀오 없애야 됨 ㄹㅇ』

       『손캠이라도 켜줘』

       『캠 언제 키나요』

        

       우수수 올라오는 채팅들.

        

       한 게임을 하는 사이에 입소문이 조금 났는지, 시청자는 150명으로 늘어 있었다.

       

       흥미를 찾아 철새처럼 들어온 시청자들.

        

       게임이 끝나고 새 게임을 찾는 시간 동안, 잠깐이라도 루스하다는 생각이 들면 다시 우수수 나가겠지. 이제 겨우 2일차 방송인이라지만 방송을 본 경력은 나름 짧지 않다.

        

       이럴 때 시청자들을 붙잡는 방법은……역시, 소통이다.

        

       그리고, 이렇게 시청자들과 소통할 때는 스트리머와 자연스레 대화를 하는 느낌이 들도록, 채팅을 읽어줘야 된다는 정도는 잘 알고 있다.

        

       방송을 본 경력은 나름 짧지 않으니까.

        

       “도적 무죄……네, 맞아요. 도적은 항상 무죄입니다.”

        

       『캠 좀 켜』

       『여기 도적 보러 온 사람 없어요』

       『지금 티어 어디임?』

       『도적 잘하네』

       『목소리 너무 좋아요』

        

       “도적 잘하네……아니요, 제가 잘 하는게 아니라 도적이 좋은 거예요. 다음 판 가보겠습니다.”

        

       『나 채팅 쳐지고 있는 건 맞지?』

       『텐련 채팅 ㅈㄴ 골라 읽네』

       『도적이란 단어가 안 들어가면 블라인드되는 채팅』

       『캠 켜주세요 13트』

       『저거 일부러 저러는 거지?』

        

       “도적이란 단어가 안 들어가면 블라인드……그럴리가요. 채팅 다 보고 있어요.”

        

       능숙한 소통 덕분이었을까.

        

       시청자가 오히려 소폭 증가한 채, 화면은 어느 새 캐릭터 선택 화면으로 넘어가있었다.

        

       [아따먹: 도적 지하 갈게요]

        

       익숙한 문장을 입력하고,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캐릭터 선택 화면에 도적을 띄웠다.

        

       [코로코로: 아]

       [코로코로: 제가 광전사 가면]

       [코로코로: 시발 그냥 픽을 박네]

       [입닫고게임하자: 하 시발]

       [아따먹: 같이 지하 가요]

       [입닫고게임하자: 아 진짜 씨발]

       [입닫고게임하자: 내가 왜 이 시간에 큐를 돌렸지]

       [입닫고게임하자: 진짜 정신병자밖에 없네]

       [코로코로: 누가 닷지 좀]

        

       사람들은 2지하를 왜 이렇게 싫어하는 걸까.

        

       외눈박이의 세상에선 두눈박이가 비정상이라는 말이 이토록 사무치게 와닿을 수가 없다.

        

       그리고 새삼 다시, 도댓에 대한 실망감이 가슴에 차오른다.

        

       그렇게 주변 눈치 봐가며 비굴하게 도적을 하고 싶다고 할 거면, 차라리 안 하는게 낫다.

        

       남자가 말이야.

       

       나처럼 줏대와 뚝심이 있어야지.

        

       무엇보다,

        

       방송을 보는 사람들은 그걸 보고 무슨 생각을 하겠어.

        

       누가 도적을 픽하면 그렇게 마구잡이로 비난해도 되고, 그런 비난을 들은 도적은 자기 잘못이라는 양 지하를 양보해야한다고 생각하겠지.

        

       최악의 이미지다.

        

       도적혐오운동협회에서 펼치는 프로파간다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겉바속촉: 저거 원래 저러는 새끼임]

       [겉바속촉: 걍 픽 맞춰보죠]

       [겉바속촉: 쟤 그래도 인게임에선 제대로 함]

        

       막상 픽을 하고 나면, 이렇게 잘 조율되는데.

        

       정말 이해할 수 없다.

        

       『고의 트롤 방송인가요』

       『숨쉬듯이 2지하로 협박하네』

       『매크로 설정함?』

       『1: 도적 지하 갈게요 2: 같이 지하 가요』

        

       봐, 봐. 안 그래도 이렇게 잘못된 편견이 쌓인 사람들이 많은데.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틱틱대고 있는 채팅창을 변화시켜나갈 생각을 하면, 조금 설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게임이 로딩창으로 넘어간 것을 확인하고, 채팅창을 닫으려던 순간.

        

       『어?』

       『레바노프스키 저거 레반 부캔데ㅋㅋㅋㅋ』

       『ㅁㅊㄷㅁㅊㅇ』

       『레반 방송 중인가?』

       『레반이 잡히네 ㅋㅋㅋㅋ』

       『지하 멸망이요~』

       『대 저 방 부의 ‘부’』

        

       채팅의 내용이, 급격하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레바노프스키?

        

       로딩창에 떠있는 캐릭터들을 살펴 보았다.

        

       추한 얼굴을 괜히 찌푸려서 더욱 못생겨보이는 광전사의 머리 위에, ‘레바노프스키’라는 글자가 둥둥 떠있었다.

        

       아……레반. 어렴풋이, 기억이 날 듯도 했다. 나오나 갤러리에서 종종 언급되는, 아마추어 챌린저 유저.

        

       아마추어 1등이 누구냐를 두고 리플을 100개씩 달아가며 싸우고 있길래, 조금 궁금해져서 양 쪽에 ‘흠……그 정돈가?’라고 질문했던 기억이 있다.

        

       아무튼.

        

       채팅 속도가 부쩍 빨라진 채팅창에서는, 이미 이쪽의 패배를 점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챌린저 부캐, 광전사, 폭주쌍도끼 창시자…… 여러 키워드들이 반복된다.

        

       그래서 뭐.

        

       그래봤자 광전사잖아.

        

       내가 쓰고 있는 도적 빌드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는 채팅창에 괜히 약간, 심통이 났다.

        

       “도적이 더 좋아요.”

        

       아직 동의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지만, 뭐.

        

       

       보여주면 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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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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