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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

       채팅창의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려니 어느새 엔리와 천마 유저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다른 모든 것을 배제하고서 보면 저것은 권사와 창수의 싸움이다.

       

       이 전투의 방향을 정하는 것은 결국에 거리다.

       

       창수가 권사에게 거리를 허용하느냐 마느냐.

       

       거리를 허용하지 않고 피해를 누적시킨다면 창수가 이기는 것이고 그러지 못한다면 권사가 이기는 것이다.

       

       엔리는 지난 번 내 가르침을 의식한 듯 천천히 뒤로 물러나며 상대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허나 그것은 상대방도 마찬가지였다. 천마 유저는 거리를 벌린 채 가만 엔리를 지켜보기만 했다.

       

       섣불리 다가가기보다는 상대가 조급해지기를 기다리는 것인가.

       

       “나쁘지는 않군.”

       

       자신이 상대보다 잘한다는 확신이 있다면 급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지.

       

       창수의 간격보다도 먼 거리가 벌어진 이상 승부의 향방은 둘 중 어느 쪽의 집중력이 먼저 떨어지느냐로 결정 될 터.

       

       다른 이들이 어찌 생각하는가는 모르겠다만 나는 이런 대치전을 좋아했다.

       

       서로가 서로의 수를 살피며 벌이는 치열한 신경전은 곧 무인의 실력을 증빙하는 것이나 다름 없었으니까.

       

       그런데 저 둘은 도대체 무얼 하는 것인지.

       

       “왜 저 둘은 그냥 서로 구경하기만 하는 것이더냐.”

       

       저래서야 거리를 둔 의미가 없지 않으냐.

       

       들어가겠단 위협을 주고, 언제든 공격을 나서겠단 위협을 줘야 거리를 둔 것에 의미가 생기지 않느뇨.

       

       그래야 상대방의 생각이 더 복잡해지고, 더 나아가 심리전을 펼칠 수 있게 되는 것인데.

       

       가만히 서있기만 해서야 대치를 하는 의미가 없지 않느냐.

       

       보고 있자니 답답해서 절로 침음성이 새 나왔다.

       

       – 골드에 뭘 기대하는 거야.

       – 무작정 닥돌 안하는 것만으로도 잘하는 편 아닌가?

       – 원래 천마 유저 국룰이 그거잖음. 닥돌 후 산화.

       

       “다른 천마 유저들은 그런 식으로 싸우는 것이냐.”

       

       – ㅇㅇ. 그래서 천마충 별명이 천나방임.

       

       머리가 지끈거렸다.

       

       저게 내 몸만 아니었어도 이만큼 심경이 복잡하진 않았을 터인데.

       

       엔리와 천마 유저 중에서 먼저 움직인 쪽은 엔리였다.

       

       그녀는 쫓아오는 시간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먼저 앞으로 발을 내딛었다.

       

       “하아.”

       

       저 바보가.

       

       조급해 질수록 불리한 쪽은 그대가 아니라 권사다.

       

       거리를 좁혀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압박인지를 모르는 모양이구나.

       

       들어갈 틈만을 찾고 있던 천마 유저는 상대의 접근에 반색을 했다.

       

       그녀는 엔리와 같이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딛었다. 그러자 천마 유저와 엔리 사이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상황이 이리 되니 당황한 엔리가 상대를 떨쳐내기 위해 창을 휘둘렀다.

       

       허나 평정을 잃은 상황에서 나온 창은 너무도 뻔했고, 그 창의 종착지가 어디가 될 지는 아이조차 예상할 수 있을 정도였다.

       

       창이 허공을 가르며 천마 유저와 엔리의 거리가 또 다시 좁혀졌다.

       

       “졌구나.”

       

       엔리의 패배는 기정사실이었다.

       

       창수가 권사에게 거리를 내주고도 이기려면 창수의 경지가 아득히 높던가, 권사가 지독히 무능한 이여야 했는데 내가 보기에 저 둘은 비등비등한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엔리가 승리를 거두기란 거의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대체 무엇에 쫓긴 것일까.”

       

       이 점은 나중에 따로 물어봐야겠구나.

       

       당장은 엔리가 어찌 대처하는지를 볼까.

       

       거리가 좁혀지자 엔리는 완벽하게 침착함을 잃어버렸다.

       

       겁에 질려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창에는 생각도 이치도 그 무엇도 담겨 있지 않았으니.

       

       갈수록 커져만 가는 동작 속에서 천마 유저의 과녁이 되어버린 엔리는 누적되는 피해를 좁히지 못했다.

       

       [패배]

       

       랭크 매치에서 빠져나온 엔리는 눈에 띌 정도로 침울해져 있었다.

       

       저기에 대고 한 소리를 해야 한다니 마음이 아프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가르치는 자의 역할인 것을.

       

       “일단 물어보겠다만 무엇을 실수했는지는 아느냐?”

       “네. 먼저 달려가 버렸어요.”

       “지난 번에 가르칠 때 무슨 일이 있어도 먼저 움직이지 말라 그랬거늘.”

       “죄송해요.”

       “왜 그랬느냐.”

       

       말해보거라.

       

       그래야 내가 그대를 도울 수 있으니까.

       

       엔리는 내게 잘못을 고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는지 우물쭈물거렸지만 결국 기어갈 듯 작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화령 씨가 보고 있다고 생각을 하니까 급해졌나 봐요.”

       “네가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주고 싶었느냐?”

       “네.”

       “그를 통해 나를 기쁘게 하고 싶었느냐?”

       “네.”

       “그렇다면 창수로써 기본을 다 하거라. 내가 가르친 걸 충실히 따르는 걸 보여준다면 그 어떤 때보다 기쁠 것 같으니.”

       

       내 말에 엔리가 고개를 숙였다.

       

       “다시 해보자꾸나.”

       

       이쯤하면 엔리도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알았을 것이다.

       

       더 자세한 교정은 나중에 차차 해가면 되는 것이니 일단은 한 번 더 랭크게임을 해서 제대로 된 실력을 평가해 봐야지.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그래. 그래.”

       

       이번에야 말로 멋진 모습을 보여주겠다 다짐하던 엔리는 매치가 잡히자마자 입을 꾹 다물었다.

       

       저리 의지가 넘치는 걸 보면 방금과 같은 실수는 하지 않겠지.

       

       않겠지?

       

       [매치가 준비되었습니다.]

       [용사냥꾼 VS 그림자사냥꾼]

       

       “큰일이구나.”

       

       그림자 사냥꾼은 흑색의 두건을 두른 암살자다.

       

       자신의 기척을 감추며 그림자에 숨어 기습적인 일격만을 노리지.

       

       저런 놈을 상대로 내가 엔리에게 가르친 정석적인 싸움은 의미가 없다.

       

       대처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엔리에게 일러 가르치지 않은 내용인지라.

       

       거기에 장소도 운이 없구나.

       

       멸망한 유적지라니. 태양이 내리 쬐는 사막 위에 펼쳐진 수많은 건물들 사이에는 숨을 곳이 너무나도 많다.

       

       “혹여나 싶어 묻는 것이다만 엔리가 이전에도 그림자 사냥꾼을 상대한 일이 있느냐?”

       

       – 여러번 있음.

       – 어제만 해도 세 번은 만난 듯?

       – 그림자 사냥꾼이 날먹하기 좋은 캐릭이라 수가 좀 많긴 함.

       

       “승률은?”

       

       – 10퍼?

       – 그래도 20퍼는 되지 않을까?

       – 엔리의 그림자 사냥꾼 상대 전적은 103전 8승 95패로 약 7퍼센트다. 승리를 거둔 장소는 모두 다 투기장 같은 개활지였고, 다른 장소에서는 모두 패배했다.

       – 고마워요! 정보봇!

       

       묻자마자 저런 정보가 튀어나오다니. 그대는 얼마나 엔리에게 진심인 것인가.

       

       약간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지만 내 일이 아니기에 외면했다. 저런 녀석은 건드려서 좋을 것이 없다.

       

       그와는 별개로 그가 말해준 정보는 내 예상과 정확히 일치했다.

       

       정면전에 대한 감을 간신히 잡아가는 중인 엔리다. 저런 변수 투성이를 상대하는 것은 버거울 수밖에 없다.

       

       “하나만 더 묻자꾸나. 유적지에도 이상한 아이템 같은 게 있느냐?”

       

       -없음.

       – 그냥 더럽게 복잡하기만하고 아무것도 없는 노잼맵임.

       

       그나마 희망적인 정보구나.

       

       나는 하얀 창을 조작해 엔리에게 목소리가 들리도록 조정한 후 입을 열었다.

       

       “엔리.”

       “…네!”

       

       엔리는 내가 부르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목소리를 냈다.

       

       벌써부터 잔뜩 겁을 먹고 있구나. 마음 속으로는 이미 졌다 생각하고 있는 것일테지.

       

       “상대는 암살자고 주변에 숨을 곳이 넘쳐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아느냐?”

       “아뇨.”

       “주변을 직접 개활지로 만들어버리면 된다.”

       

       마침 주변 건물들은 하나 같이 낡아서 툭 건드리면 부서져 버릴 것 같지 않으냐.

       

       몇 개 정도 박살을 내고 그 곳에서 암살자가 오기를 기다리면 상대도 분명 좋아할 것이야

       

       “그러다 건물에 깔리지 않을까요?”

       “그럼 지는 것이지.”

       “남의 일이라고 너무 쉽게 말하시는 거 아니에요?!”

       

       어차피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도 아니다. 도박을 해서 이길 수 있다면 도박을 해야지. 잃을 것도 없는데.

       

       무서워서 못 할 것 같다는 엔리에게 맘대로 하라 말을 전하고는 통신을 끊었다.

       

       조언을 들을지 말지는 어디까지나 엔리의 선택이기에 강요하진 않았다.

       

       – 창을던지는엔리님이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천마님. 엔리가 건물에 깔려 죽을지 안 죽을 지로 배팅 열면 안 됨?]

       

       – 좋다. 좋다.

       – 재밌을 듯?

       

       “포인트 배팅? 그것은 무엇인고?”

       

       이미 엔리와의 통신은 끊어져 버린 지 오래였기에 나는 시청자들이 말하는 것에 따라 방송의 설정을 조작해보려 했다.

       

       허나 방송설정을 조작하는 창에는 너무도 기능이 많았다.

       

       대체가 말이다.

       

       이 많은 기능들을 다 쓰기는 하느냐? 왜 이리 글자를 많이 넣어서는 본인을 힘들게 만드는 것이냐.

       

       “됐느냐? 이번에는 성공했느냐?”

       

       – 또 무고한 밴의 희생자가…

       – 이사람 틀딱임? 왤케 이해를 못해.

       – 천마님.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마요.

       – 배팅 이야기 처음 꺼낸 놈 누구야. 책임지고 말려봐.

       

       – 창을던지는엔리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천마님. 제가 괜한 소리를 지껄여서 죄송합니다. 그냥 엔리 게임하는 거나 보죠. 뭐 건드리지 말고.]

       

       “아니! 좀 헤메일 수도 있지!”

       

       너희들도 말이다. 이 나이를 먹고 현대에 떨어져 봐라.

       

       무림과는 전혀 다른 문물에 적응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 줄 아느냐?

       

       한 달이 지났을까 말까한 시간 동안 이만큼이나 적응을 한 것도 본인이라 가능한 일이다. 다른 녀석들이었다면 아직 스마트폰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했을 것이야!

       

       이대로 굴욕을 안은 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 천마의 자존심을 걸고 반드시 포인트 배팅을 열고 말 것이야.

       

       – 김곤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제발. 그러다 방송 터지면 어떡해. 돈 줄 테니까 그만 해줘.]

       

       “본인이 설마 실수로 방송 종료 버튼을 누르기라도 하겠느냐! 그 정도 분별은 있다!”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리고 이 녀석. 돈으로 이 몸의 마음을 돌리려 하는 것이 괘씸하구나.

       

       안 되겠다. 이래서야 이 몸의 위엄이 사라져 버린다. 이번에야 말로 배팅을 여는 데 성공 할 테다.

       

       – 일부러 도네 더 받으려고. 일부러 도네 더 받으려고.

       – 얼마야. 얼마면 가만 있을 건데.

       – 천마님. 해설이나 해주시면 안 될까요?

       – 기계치 부분까지 무림인 컨셉을 잡을 필요는 없잖아.

       – 넌 저게 컨셉으로 보이냐. 저게 연기면 이 사람은 VR이 아니라 드라마에 출연해야 돼.

       

       반발이 거셌지만 어디 내가 하는 일마다 반발이 생겨나는 게 하루 이틀 일이던가.

       

       나는 다른 이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에 한해서는 달인이나 다름없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신교 장로들의 헛소리에 속이 터져서 죽었을 테니까.

       

       – 누가 저거 좀 멈춰봐!

       – 비상 초오오오오비상!

       – 으아아아. 방송 터진다.

       

       – 클르멘타이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도네 더 받으려고! 도네 더 받으려고! 도네 더 받으려고!]

       

       무슨 소리를. 본인이 그런 속물로 보이더냐.

       

       “이 기회에 말해두겠다만 본인은 돈에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니 돈으로 회유하려 해봐야 의미가 없을 터.”

       

       – 그럼 어쩌라고!

       

       “나를 막고자 한다면 나보다 강한 이를 데려오거라.”

       

       세상은 본디 강자존으로 이루어진 법. 내 발걸음을 막고자 한다면 나를 제압할 수 있는 이를 데려와야 할 것이야.

       

       – 엔리. 큰일 났어! 돌아와!

       – 이 사람 싸울 때랑 이미지 차이 너무 심하잖아!

       – 내 고고한 천마님을 돌려줘! 이 악귀야!

       

       시청자들의 말을 무시한 채 방송창을 건드리려던 중 엔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떡하지. 부숴? 진짜 부술까?”

       

       어느새 게임이 시작되어 있었다.

       

       조금만 더 하면 정말 포인트 배팅을 열 수 있을 것 같지만, 당장 내가 해야 할 일은 엔리가 싸우는 모습을 보는 것이니.

       

       “이것은 일단 나중에 할까.”

       

       – 나이스! 엔리!

       – 이것이 프로 방송인의 감?

       

       엔리는 어느 건물 안에 있는 기둥을 보며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몬가. 몬가 사람들이 많아져서 기쁩니다.
    이 기세면 in 100안에 들 수 있을 지도 몰라요!

    꾸준히 봐주시던 분들. 새로 오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독자분들이 봐주시는 덕택에 이 소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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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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