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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

       40. 여긴 내 구역이야

       

       

       드래곤은 영역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다른 생명체가 자신의 영역에 침범하는 행동을 굉장히 불쾌하게 느낀다.

       그런 의미에서 화련이는 자신의 구역, 놀이터에 들어온 아이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여기는 내 구역이야! 당장 나가!”

       

       화련이는 달려오는 까까머리 남자아이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드래곤 펀치!”

       

       퍼억-!

       

       남자아이는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풀썩-

       

       “흥, 약해 빠졌어!”

       

       화련이는 쓰러진 남자아이를 발로 툭툭- 건드렸다.

       남은 아이는 총 3명.

       화련이의 기세가 심상치 않자, 아이들은 걸음을 주저하고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남자 아이 둘, 여자 아이 하나였다.

       

       “…우리 어떻게 하는 게 좋지? 쟤 생각보다 강한 것 같아. 우리로는 이길 수 없어.”

       “그럼 지금 대장을 두고 도망치자는 소리야? 준이도 쓰러졌어. 난 맞서 싸워야 한다고 봐.”

       “그냥 선생님한테 이르자. 봉 선생님이 혼쭐을 내줄 거야!”

       

       속닥속닥-

       아이들은 머리를 모아 서로 의견을 냈다.

       그러나, 정작 의견을 결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리더를 잃어버린 단체의 말로였다.

       화련이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 참다 못해 소리쳤다.

       

       “야! 그냥 덤벼! 내 구역을 침범한 주제에 말이 많아!”

       “구역을 침범했다… 그 말은 넘어갈 수 없겠는걸?”

       

       그에 한 아이가 손가락으로 안경을 올리며 화련이의 앞으로 나와 반박했다.

       

       “너 여기서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여기는 우리가 먼저 놀던 구역이었어.”

       “그래서 뭐!”

       “여기는 원래부터 우리 구역이었다. 이 말이지.”

       

       침입자는 우리가 아니라, 바로 너야.

       안경 쓴 남자아이는 쿨하게 말을 내뱉고 속으로 생각했다.

       

       ‘훗, 나 좀 똑똑해 보였던 것 같은데?’

       

       안경을 쓴 아이는 썩소를 지으며 폼을 잡았다.

       자기가 생각해도 똑똑한 모먼트를 잘 보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화련이는 그 말을 듣고 앞으로 걸어 나가 소리쳤다.

       

       “어쩌라구! 여기는 내 구역이야!”

       “뭣?”

       “드래곤 펀치!”

       

       퍼억-!

       

       안경 쓴 남자아이는 주먹에 맞아 쓰러졌다.

        까까머리의 바로 옆 자리였다.

       다행히 안경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화련이는 모래에 쓰러진 세 명을 내려다보며 코웃음 치며 말했다.

       

       “흥, 순서가 뭐라고! 말이 너무 많아!”

       “…”

       

       그 잔혹한 모습에 남은 두 아이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건 말이 통하지 않아…’

       

       말로 해결할 수 없는 존재야.

       대화라는 선택지를 머리에서 지웠다.

       아무래도 상대를 잘못 골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하다. 친구들아. 우리라도 살아야지.’

       

       남은 아이들은 눈물을 참으며 어쩔 수 없이 모래에 무릎을 꿇었다.

       

       털썩-

       

       “미안… 다음부터 이 놀이터에 얼씬도 하지 않을게…”

       “우, 우리는 봐줘.”

       “흥, 이제야 내 힘을 알았나 보네! 그래, 나처럼 강한 존재를 앞에 두면 무릎을 꿇어야지! 앞으로 나를 그렇게 올려다 보도록 해!”

       

       화련이는 무릎을 꿇은 아이들을 보며 우쭐거렸다.

       마음 같아서는 더 싸우고 싶었지만, 드래곤 펀치는 넣어두기로 했다.

       약자를 용서하는 건 강자의 권리였으니까.

       

       “역시 나는 최고야!”

       

       우하하-

       민간인을 이기고 나서 신이 난 화련이.

       그러나, 그런 행복한 순간도 잠시.

       화련이의 귀에는 분노에 찬 고함이 들려왔다.

       

       “이화련!!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쓰러져 있는 3명의 아이.

       무릎을 꿇고 있는 2명의 아이.

       그 참혹한 현장을 목격하고 인상을 찌푸린 채로 다가오는 이하준.

       그에 화련이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찔- 떨었다.

       

       “뭐, 뭐가! 내가 뭐 했다구!”

       “너 이게 뭐하는 짓이야?”

       “내 잘못 아니야! 쟤들이 먼저 내 구역에 들어왔다구!”

       

       잔뜩 당황하며 항변하는 화련이.

       아무리 드래곤이라 해도, 부모에게 혼나는 건 두려웠다.

       그건 몸에 새겨진 본능과 같은 것이었다.

       

       “나 아니야!!”

       

       

       ***

       

       

       초련이랑 너무 신나게 미끄럼틀을 탔던 걸까.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화련이가 대형 사고를 쳤다.

       심지어 사고 중에 심각한 수준에 속하는 민간인 폭행을 저지르고 말았다.

       

       “너 임마! 이화련 당장 사과해!”

       “내, 내가 왜! 쟤네가 먼저 내 구역에 들어왔단 말이야!”

       

       이 사태를 만들고도 사과하지 않는다니.

       나는 화련이가 만든 참상을 녀석에게 직접 보여줬다.

       

       “저기 코피를 흘리고 있는 애들이 셋이야! 나머지 둘은 너한테 맞기 싫어서 살려달라고 무릎까지 꿇었어!”

       “흥, 강자에게 약자가 무릎을 꿇는 건 당연한 일이야! 애초에 쟤네들이 내 구역을 침범했어!”

       

       화련이는 휴지로 코피를 틀어막은 아이들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처음 보는 애를 저렇게 만들어 놓고, 자기는 당당하다 이 말인가?

       부모가 된 입장에서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

       

       “애초에 놀이터가 왜 네 구역이야. 놀이터는 모두가 놀 수 있는 공공장소인데.”

       “내, 내가 내 구역이라 하면, 내 구역인 거야! 놀이터도 내 구역이야! 드래곤이 그렇다면 그런 거야!”

       

       화련이는 공공장소를 자기 구역이라 땡깡부렸다.

       얘가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이해하기 힘든 순간.

       옆에서 수련이가 다가와 조용히 말을 거들었다.

       

       “드래곤은 영역을 중요하게 생각해. 그만큼 영역에 대한 소유욕도 강해. 드래곤은 한 번 가진 걸 절대 놓지 않아.”

       “그럼, 화련이가 놀이터를 자기 영역이라 생각하고 있다. 이 말이야?”

       “응, 자신의 영역이라 선포하면. 드래곤은 절대 물러서지 않아.”

       “영역 전개를 해버렸다 이 말이구나.”

       

       드래곤 키우기는 참 어렵네.

       화련이의 입장에서는 침입자를 제거했을 뿐이려나.

       그렇다고 해서 화련이가 저지른 폭력을 정당화할 수 없지만.

       나는 화련이 뒤에서 녀석의 어깨를 잡고서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래도 놀이터는 공공장소야. 놀이터는 모두가 함께 노는 공간이야, 화련아.”

       “그런 게 어디 있어!”

       “여기에 있어.”

       “아빠 완전 유치해!!”

       

       화련이는 불만을 토해냈다.

       그러나, 나는 이 기세를 몰아 이어서 말했다.

       

       “쟤들한테 고개 숙여서 사과해.”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네가 때렸잖아. 사람을 때리면 안 되지.”

       “왜 안 되는데!”

       “맞으면 아프잖아. 쟤들을 봐. 코피까지 흘리고. 몸이 모래로 뒤덮였잖아.”

       

       화련이는 내 말에 드래곤 펀치에 당한 피해자를 쳐다봤다.

       녀석들은 화련이의 시선을 피하며, 몸에 묻은 모래를 털고 있었다.

       얻어맞은 코에서는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애들이 저런 상태인데도 네 잘못이 없어?”

       “…”

       “사과해. 안 그러면 벽 보고 서 있기 3시간이니까.”

       “아, 알았어! 하면 될 거 아니야!”

       

       화련이는 입술을 삐쭉이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움츠러든 아이들을 향해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말을 건넸다.

       

       “미, 미미…”

       “미?”

       “미, 미안…하지 않아!! 너희들이 먼저 내 구역을 침범했잖아!!”

       

       이 녀석이.

       나는 화련이의 머리를 꾹 눌렀다.

       

       “당장 사과해!”

       “싫어! 때린 건 미안한데! 구역은 내 잘못 아니야!”

       

       그르릉-

       화련이는 절대 사과하지 않겠다며 기를 쓰기 시작했다.

       저 단단한 고집을 지금 당장 깨기는 힘들 것처럼 보였다.

       나와 화련이가 그렇게 기 싸움을 시전하자, 초련이가 옆에서 조심스레 말했다.

       

       “다, 다들 싸우지 마세요…! 싸움은 좋지 않아요…!”

       

       맞는 말이다.

       괜히 우리끼리 싸울 필요는 없다.

       나는 화련이의 머리를 꾹 누른 채, 우리를 가만히 구경하던 아이들을 향해 화련이를 대신해서 말했다.

       자세히 보니 저번에 마주쳤던 부모가 없는 아이들이었다.

       

       “얘들아, 내 딸이 이 모양이라 미안하다. 그래도 때린 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해. 용서해주겠니?”

       “이, 이거 놔! 내가 왜 용서받아야 하는데! 놓으라구!”

       “그리고, 얘가 드래곤이니 뭐니 했었던 것 같은데.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니까 잊어주렴.”

       

       아이들은 내 말을 듣고 자기들끼리 속삭였다.

       그리고, 생각의 정리를 끝냈는지.

       대표처럼 보이는 아이가 당당하게 나와 말했다.

       

       “저희가 자기를 드래곤이라 말하는 바보들을 한 두 번 본 줄 알아요? 저희 병신 아니거든요?”

       “어, 그래. 안 믿어줘서 고맙다.”

       “그리고, 저희 사과 안 받아요. 저 빨간 머리 말대로. 오늘은 사과할 일이 아니에요.”

       

       그리고.

       

       “다음번에는 저희가 이겨요.”

       

       그 남자아이는 그리 말하고는 등을 돌려 동료에게 외쳤다.

       

       “얘들아, 가자!”

       

       녀석들은 쿨하게 뒤를 돌아 놀이터에서 벗어났다.

       

       ‘너무 시원한 거 아니냐고.’

       

       나와 같은 후드 출신이라 그런가.

       오늘 패배한 일을 치욕스럽게 생각하고, 어떻게든 만회하려는 모양이다.

       부모가 없이 자란 아이는 원래 자존심이 지독하게 강하긴 하다.

       나는 구역 싸움에서 패배한 녀석들의 뒷모습을 보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이런 결말이라면 내가 굳이 끼어들 필요가 없었던 거 아니야?’

       

       자기들끼리 장구 치고 북 치고 다 하네.

       내가 끼어들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다고 해서 이걸 혼내지 않을 수도 없는데…’

       

       화련이가 인간들 두들겨 패놓은 걸 봤다.

       여기서 칭찬을 할 수도 없고, 무반응을 보일 수도 없고.

       어린이 사이에서 덩그러니 놓인 이방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래도 할 건 해야겠지.’

       

       나는 떠나가는 아이들을 보며 기세등등해진 화련이를 들어 올렸다.

       

       번쩍-

       

       화련이가 당황하며 발버둥쳤다.

       

       “아빠, 갑자기 왜 그러는데! 내가 이겼잖아! 어디 가는 거야!”

       “진실의 집으로.”

       

       나는 화련이를 들고, 집으로 향했다.

       결과가 어찌 됐든 부모가 된 입장에서 싸운 자식을 혼내지 않을 수 없는 법.

       

       “집 가서 벽 보고 1시간 반성해.”

       

       싸움에 버릇 들면 안 되니까.

       주먹부터 나가는 깡패로 키울 수 없으니까.

       나는 부모의 입장에서 화련이를 혼내지 않을 수 없었다.

       

       “으아아! 이거 놔아! 난 잘못 없어!”

       “연행 당하는 범죄자처럼 소리 지르지 말고. 조용히 해.”

       

       단호할 때는 단호해야만 했다.

       그래도 내 자식이 다치지 않고 이겨서 다행이란 생각이 머리에 맴도는 건.

       부모의 입장에서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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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Dragon Egg

I Picked up a Dragon Egg

드래곤의 알을 주웠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picked up an Egg from the Dragon’s Nest. “Shakk!!!!” “Should I just sell?” I should have picked some other trea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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