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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

       딜로포사우루스.

         

        내가 상대할 괴수의 이름이다.

         

        그동안 상대했던 놈들과 격이 다르다.

         

        중형 공룡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상대.

         

        바리오닉스에 비한다면 그 크기는 확실히 작다.

         

        하지만 나와 비교한다면 절망적인 수준이다.

         

        내가 두 발로 선다면, 키는 비슷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게의 차이가 압도적이다.

         

        놈은 400kg. 하지만 아직 성체가 아닌 거 같으니 더 가벼울 거다.

         

        상태창으로 알 수 있는 내 무게는 15kg.

         

        물론 크기가 더 커져 그것보단 무겁긴 하겠지만, 그래도 절망적인 차이가 난다는 건 변하지 않았다.

         

        쉽지 않은 상대다.

         

        싸우기 전에, 방해되는 걸 치우자.

         

        촤악!

         

        꼬리를 밀듯이 휘둘러 당소영을 후려졌다.

         

        이 정도는 해줘야지 잠에서 깨지.

         

        당소영은 정신을 차렸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상태로 나와 딜로포사우루스를 번갈아 가면서 쳐다봤다.

         

        움직임이 굼뜬 걸 보면 아직 독의 효과가 남아 있는 거 같다.

         

        말하지도 못하고.

         

        날 도와주려고 하는 거 같은데, 필요 없다.

         

        “크르르르….”

         

        오히려 옆에 있는 게 방해다.

         

        찰싹!

         

        한 번 더 꼬리로 당소영을 밀었다.

         

        그녀는 그제야 투스와 푸스를 챙기고 주춤주춤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래.

         

        눈치 하나는 역시 좋네.

         

        최대한 멀리 도망가라.

         

        “크아아아아!”

         

        딜로포사우루스가 매서운 속도로 달려간다.

         

        놈이 노리는 건 내가 아니라 당소영이었다.

         

        눈앞에 이 악어왕도마뱀이 있는데, 다른 걸 노려?

         

        건방지다.

         

        양발로 지면을 딛고 일어났다.

         

        촤자자작!

         

        빠른 속도로 대지를 박차며 놈에게 접근했다.

         

        그린 바실리스크의 다리는 초당 20번 수면을 찬다.

         

        악어왕도마뱀이 된 나는, 그린 바실리스크의 특성 역시 가지고 있다.

         

        그때보다 더 강하고 빠르게.

         

        왕도마뱀류 특유의 폭발적인 힘으로 단숨에 놈에게 접근했다.

         

        날카로운 발톱이 노리는 건 적의 머리.

         

        촤아악!

         

        하지만 녀석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숙여 내 공격을 피해냈다.

         

        “끼기기긱!”

         

        예상은 했지만 역시 쉽지 않다.

         

        본질적인 덩치의 차이가 문제였다.

         

        카이만은 사족보행을 해, 어떻게든 차이를 좁힐 수 있었다. 그러나 놈은 이족보행을 한다. 내가 두 발로 선다고 해도 차이를 좁힐 수 없다는 거다.

         

        공격을 실패한 대가는 당연하게도 놈의 반격이었다.

         

        발톱으로 할퀼까, 이빨로 물까.

         

        그것도 아니라면….

         

        독!

         

        촤악!

         

        놈의 볏이 순식간에 펴졌다.

         

        그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십 가지의 독.

         

        한 가지 독으론 날 쓰러트릴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대응을 달리한 거 같다.

         

        향을 맡기만 해도 정신이 혼미해지는 기분이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고작 수십 가지의 독으로 뭘 하려고.

         

        「백독불침」

        백 가지 독이 몸에 감히 침범할 수 없습니다. 독에 매우 강한 내성을 갖습니다.

         

        난 백독불침이다.

         

        곧바로 손톱을 움직여 놈의 머리를 노렸다.

         

        촤악!

         

        이번에도 놈이 민첩하게 움직여 목표를 맞추지 못했다.

         

        하지만 소득이 없는 건 아니었다. 내 발톱이 놈의 볏 가장자리를 베어냈으니까.

         

        “끼에에엑!”

         

        다른 부위와 달리 볏은 내구성이 그리 높지 않았다.

         

        그만큼 고통스러운지 마구 꼬리와 다리를 이용해 나를 어떻게든 잡으려고 난동을 피웠다.

         

        눈먼 공격이라도, 맞으면 위험하다.

         

        일단 빠지자.

         

        호흡을 가다듬었다.

         

        놈이 가진 독으론 내게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순 없다.

         

        줄 수 있더라도, 긴박한 상황에서 바로 쓸 수준은 아닐 거다.

         

        다만 내 독공도 놈에게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

         

        서로의 독은 배제.

         

        남은 건 순수한 육탄전이다.

         

        “크라아아아!”

         

        놈이 포효하면 내게 달려왔다.

         

        빠르다.

         

        그것도 엄청나게.

         

        재빨리 몸을 뒤로 날려 회피했다.

         

        파밧.

         

        놈이 아직 움직임을 멈추지 못한 지금.

         

        타닷.

         

        공중으로 도약 후, 손에 힘을 주었다.

         

        지금이 기회다.

         

        카이만의 가죽도 뚫은 용조수다.

         

        놈에게 피해를 주지 못할 리가 없다.

         

        카아앙!

         

        내가 용조수를 사용하자마자, 놈이 발톱으로 내 손톱을 내리쳤다.

         

        “끼기긱.”

         

        방금의 그 자세.

         

        그리고 저 강도.

         

        너무나 익숙한 초식이었다.

         

        용조수였다.

         

        쿵.

         

        딜로포사우루스가 빠른 속도로 쇄도했다.

         

        양팔을 크게 벌린 이후, 한 점을 향해 교차시켜 가른다.

         

        확실하다. 저 공격은 용조수의 그것과 매우 흡사했다.

         

        이건 위험하다.

         

        재빨리 몸을 숙인 이후, 오히려 빠른 속도로 놈에게 달려갔다.

         

        갑작스럽게 타점이 낮아진 탓에 놈의 손톱은 허공을 갈랐을 뿐이다.

         

        반면에 나는 놈의 취약한 곳을 노릴 수 있었다.

         

        아까 노렸던 볏.

         

        그 중심부에 있는 심장.

         

        발끝에서부터 힘을 주어 강하게 찔렀다.

         

        콰득!

         

        단단하다.

         

        하지만 본래 용조수는 찌르는 동작이 아니다.

         

        용의 발톱으로 적을 잡아챈다.

         

        촤자작!

         

        할퀴듯이 놈의 가슴을 베어냈다.

         

        붉은 선혈이 흐른다.

         

        하지만 얕다.

         

        고작 이 정도 상처로 만족해선 안 된다.

       

        다시 한번….

         

        콰드드드득!

         

        내가 놈의 가슴팍을 내려침과 거의 동시에, 녀석의 날카로운 발톱이 내 옆구리를 강타했다.

         

        촤자자작!

         

        놈의 힘 때문에 멀리 밀려났지만 넘어지진 않았다.

         

        그러나 받은 피해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머리가 아찔해진다.

         

        용조수.

         

        참으로 흉악한 무공이었구나.

         

        단 한 번 허락했다고 정신이 아득해지는 격통을 느낄 줄이야.

         

        감탄할 때가 아니었다.

         

        놈이 곧바로 내게 달려들었으니까.

         

        쿠당탕!

         

        빠르게 몸을 굴려 후속타를 피해냈다.

         

        딜로포사우루스는 곧바로 공중으로 도약한 후 앞발톱을 밑으로 내리찍었다.

         

        쩌어어엉!

         

        몸을 굴렸기에 간신히 피할 수 있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놈의 공격.

         

        독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놈은 너무나 유연하게도 공격을 이어 나갔다.

         

        계속해서 밀린다.

         

        옆구리에 입은 부상이 큰 탓이었다.

         

        피하는 것에 집중하며 계속해서 뒤로 물러났다.

         

        상대방 역시 용조수를 사용하였기에, 발톱으로 승기를 잡을 가능성이 내려갔다.

         

        이빨도 마찬가지다.

         

        놈에게 닿기도 전에 용조수에 잡히고 말 것이다.

         

        꽤 커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덩치가 발목을 잡는구나.

         

        놈은 기세가 올랐다.

         

        내가 아까부터 반격하지 못하고 피하고만 있으니 저럴 만도 하지.

         

        딜로포사우루스는 나를 보금자리가 있는 곳으로 몰아댔다.

         

        쿠당탕!

         

        이곳으로 모는 이유는 뻔했다.

         

        벽에 막힌 곳으로 몬 후, 결정타를 날리기 위해서.

         

        “카르르륵!”

         

        발톱과 이빨은 놈에게 닿지 않는다.

         

        완력 역시 놈에게 미치지 않는다.

         

        상태 또한 내가 더 좋지 않다.

         

        콰당탕!

         

        놈의 연격을 피하다 보금자리에 몸을 날리게 됐다.

         

        쌓아둔 나뭇가지와 기타 잡기들이 와르르 무너졌다.

         

        놈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을 거다.

         

        계획대로 내가 구석에 몰렸으니까.

         

        그것이 내가 유도한 건지도 모르고.

         

        발톱이 짧다. 이빨도 닿지 않는다.

         

        그렇다면 발톱과 이빨을 더욱 길게 만들면 된다.

         

        스릉.

         

        내 옆에 놓여 있는 건 한 자루의 검.

         

        이걸 위해서 여기까지 몰린 거다.

         

        검을 휘둘러 본 적은 없다.

         

        도마뱀의 몸으론 검을 쥐는 것조차 힘들다.

         

        그것이 무슨 문제랴.

         

        콰득.

         

        입으로 검을 물었다.

         

        이 검으로 놈을 상대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익숙하지 않은 무기로 어떻게 나보다 강한 적을 이기겠나.

         

        놈이 온다.

         

       입에 문 검을 잠시 경계하나 싶었지만,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곧바로 아가리를 벌리고 내게 다가온다.

         

        나 역시 전진했다.

         

        오른쪽 앞발이 오므라든다.

         

        놈의 발톱은 날카로운 명검과 마찬가지다.

         

        이 검과 부딪친다면, 검의 날이 나갈 가능성이 더 컸다.

         

        몸을 회전하며 검날로 적의 목을 노렸다.

         

        딜로포사우루스는 검날을 향해 발톱을 휘둘렀다.

         

        콰직!

         

        내 회심의 일격은 용조수에 막히고 말았다.

         

        하지만 놈이 간과한 게 하나 있다.

         

        치이이이이익.

         

        “끼에에에엑!”

         

        이 검은 아까까지만 해도 불판으로 쓰였다는 것.

         

        그걸 맨손으로 잡으니 화상을 입는 건 당연한 거다.

         

        놈은 마구 날뛰면서 늪지의 물을 향해 뛰어 들어갔다.

         

        그래. 화상을 입었으면 물에 들어가야지.

         

        첨벙!

         

        딜로포사우루스의 발이 늪지를 밟았다.

         

        이제, 반격 시작이다.

       

       검을 내려둔 채 놈을 쫓아갔다.

         

        육상 생물은 물 안에서 느려진다.

         

        당연한 이치다.

         

        나를 제외하고선.

         

        촤아아악!

         

        수면을 밟고 놈이 예상하지 못한 궤적으로 용조수를 날렸다.

         

        쩌적!

         

        놈의 오른쪽 뒷다리에 깊은 상처가 생겼다.

         

        “크라아아악!”

         

        놈은 당황한 듯 몸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늪은 당황하면 할수록 깊게 빠지는 법.

         

        촤악!

         

        딜로포사우루스는 볏을 펼친 후 다량의 독을 살포했다.

         

        저걸로 내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곤 믿지 않을 거다.

         

        그렇다면 저건 단순한 눈속임일 뿐.

         

        이 늪지대에서 빠져나기 위해 시간을 번 것이다.

         

        그렇게 둘 순 없지.

         

        스르르르륵.

         

        물속으로 깊게 잠수했다.

         

        놈은 독안개로 시야를 차단했다 생각해, 허둥지둥 뭍으로 올라오려 하고 있었다.

         

        그래.

         

        점점 말려드는구나.

         

        콰카가가가각!

         

        뭍에 발을 디딤과 동시에 물속에서 튀어나와 놈을 덮쳤다.

         

        노린 것은 아까 공격한 다리.

         

        콰각!

         

        정확하게 물었다.

         

        우드득….

         

        그리고 그와 동시에 놈의 발톱이 날아들었다.

         

        콰직!

         

        다리를 물고 있는 탓에 피하지 못했다.

         

        내가 바친 대가는 왼쪽 눈.

         

        눈구멍이 있어 할 장소에 놈의 발톱이 들어갔다.

         

        “끄르르륵….”

         

        정신을 놓아버릴 거 같은 격통이다.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거다.

         

        그래.

         

        까짓거 눈 하나는 주마.

         

        이빨이 부서지도록 세게 물었다.

         

        악어왕도마뱀류, 비기.

         

        데스롤.

         

        콰드드드드드득!

         

        놈의 다리를 물고 미친 듯이 몸을 회전시켰다.

         

        우드드드득!

         

        놈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본능이라도 있는 걸까, 내 움직임에 맞춰 몸을 회전시키려 하고 있었다.

         

        그렇게는 못 두지.

         

        놈의 한쪽 팔은 내 눈을 관통한 상태.

         

        손을 들어 놈의 팔을 꽉 잡았다.

         

        어느 방향으로 회전해도, 팔과 다리 둘 중 하나는 가져간다.

         

        콰드드드득!

         

        우지끈!

         

        퍼억!

         

        놈의 몸부림 끝에 놓치고 말았다.

         

        하지만 성과는 꽤 컸다고 볼 수 있다.

         

        다리는 겨우 형체만 남아 있는 수준이고 왼쪽 팔도 너덜너덜해졌다.

         

        물론 이쪽이 입은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한쪽 눈을 잃고 옆구리에 큰 자상이 생겼으니.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일까, 점점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결착을 내야 한다.

         

        더 늦는다면, 놈을 이기더라도 목숨을 잃고 말 거다.

         

        놈도 같은 생각인지 매섭게 나를 노려봤다.

         

        “크르르륵.”

         

        그래.

         

        이제 제대로 붙어보자.

         

        파바밧!

         

        그렇게 놈을 향해 뛰어간 순간이었다.

         

        딜로포사우루스의 모습이 사라졌다.

         

        아니, 모습이 사라졌다고 생각해도 될 만큼 엄청난 높이를 도약했다.

         

        분명 다리를 다쳤을 텐데, 대체 어떻게?

         

        그런 의문은 중요하지 않았다.

         

        쫙 펼친 놈의 볏.

         

        어느샌가 양손 가득 쥐어져 있는 얇은 암기와도 같은 털들.

         

        “끼기기기긱!”

         

        수많은 암기와 독이 하늘을 가득 메웠다.

         

        사천당가의 비기, 만천화우였다.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진화하는 도마뱀이 되었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as a lizard in a martial arts world. “Roar!” “He’s using the lion’s roar!” “To deflect the Ten-Star Power Plum Blossom Sword Technique! Truly indestructible as they say!” “This is… the Heavenly Demon Overlord Technique! It’s a Heavenly Demon, the Heavenly Demon has appeared!” It seems they’re mistaking me for something e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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