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40

       

       

       

       

       결국 설소영의 악마의 유혹 캐스팅 건은 불발이 되었다.

         

       나랑 문자를 주고받은 바로 다음 날, 그녀가 먼저 화이트박스 측에 거절의 의사를 표했다고 한다.

         

       화이트박스 측은 매우 아쉽다며 설소영의 다음 행보를 응원한다는 말을 건넸으며, 설소영 역시 악마의 유혹의 흥행을 기원하며 캐스팅 건은 훈훈하게 끝이 났다.

         

       그래… 이로써 그녀에게 일어나는 불의의 사건은 모두 끝이 났다.

         

       이화영 여사가 수술을 받지 않은 미래도, 마약 사건에 연관되는 미래도 사라졌지.

         

       그렇기에 이제 그녀의 앞날에는 꽃길밖에 없다.

         

       분명 좋은 일이 맞긴 하지만, 덕분에 나는 그녀에게 엄청난 미움을 사버렸다.

         

       사실 내가 생각해도 마지막 문자는 조금 극단적이었다.

         

       뭔가 여기서 강하게 나가지 않으면 그녀가 악마의 유혹에 출연하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 같아서 막 저지르긴 했는데…….

         

       다짜고짜 내 말을 듣지 않는다면 앞으로 자신의 작품에 출현할 생각을 하지 말라니 사실상 이건 협박 아닌가?

         

       내가 그녀의 입장이었다면 그 문자를 받고 얼마나 당황스러웠을지 가히 상상이 안 된다.

         

         

       [……진짜 너무 하시네요. 당분간은 연락하지 말아 주세요.]

         

         

       그로부터 3일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설소영에게서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다.

         

       솔직히 이 정도 반응이면 약과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배우의 작품 출현을 제한하는 미친 작가가 어디 있냐고…….

         

       근데 그 미친놈이 여기 있었네. 시발.

         

       나는 그녀의 원한이 담겨 있는 것 같은 문자를 다시 읽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서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어느 정도 필요하겠지.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기에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그저 그녀의 화가 빨리 풀리기를……

         

       

        “음?”

         

         

       그때였다.

         

       지이이이잉-

         

       들고 있던 휴대폰에서 갑자기 문자 하나가 왔다.

         

       발신자는……?

         

         

       [설소영]

         

         

       그녀의 이름을 확인하자마자 몸이 오뚜기마냥 일으켜졌다.

         

       아니… 이렇게 빨리?

         

       적어도 일주일은 더 걸릴 줄 알았는데?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문자를 확인했다.

         

       그리고 문자의 내용을 확인하고 더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죄송해요. 그때는 제가 너무 흥분했나 봐요. 작가님의 말씀대로 악마의 유혹은 저랑 안 어울리는 드라마인 것 같아서 확실하게 거절했어요.]

         

         

       ……뭐지?

         

       분명 잘못은 내가 저질렀는데 되려 사과를 받는 입장이 되어버렸다.

         

         

       [돌이켜보면 제가 이렇게 성공할 수 있는 것도 모두 작가님 덕분이었고, 솔직히 다른 작품이 아니라 작가님의 작품에 출현하는 게 저도 제일 좋아요. 그러니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게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는 말을 끝으로 그녀의 문자는 거기서 끝났다.

         

       쓰으읍…….

         

       무슨 애가 말을 이렇게 예쁘게 하냐.

         

       솔직히 이 문자만으로 아직 그녀의 화가 풀렸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지금도 꽤나 응어리가 쌓여있을 수 있는데 나 때문에 억지로 괜찮은 척을 하는 것일 수도 있지.

         

       그럼에도 저렇게 먼저 사과를 건네오는 것을 보면 설소영은 참……

         

         

       “천사인가?”

         

         

       여러 의미로 마음이 넓은 여자인 것 같았다.

         

         

       “이게 아니었는데…….”

         

         

       한편.

         

       설소영은 그에게 문자를 보내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 그녀의 계획은 좀 더 시간이 흐른 뒤에 이쪽이 문자를 보내거나 저쪽이 먼저 말을 걸어오는 미래를 그렸다.

         

       하지만 그날로부터 하루가 지나고, 이틀, 삼 일이 지난 오늘에서야 그녀는 깨달았다.

         

       그 그림을 위해선 엄청난 인내심이라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루의 일과와도 같았던, 매일 그와 대화를 주고받는 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설소영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솔직히 처음에 설소영 본인은 그럭저럭 그것을 견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잠깐만…. 애초에 그가 협박해온 것은 나를 위해서였잖아.’

         

         

       다만, 그녀의 상태가 본인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중증이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원래 사랑에 빠진 소녀는 상당히 맹목적이고, 호구적이다.

         

       그렇기에 설소영은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먼저 사과의 문자를 보냈다.

         

       덕분에 그와의 대화는 예전처럼 다시 이어졌지만, 스스로의 꾀에 넘어간 소녀는 자신의 경솔한 행동을 반성하였다.

         

       그렇게 어느덧 시간은 흘러……

         

       문제의 그 사건이 터져 버렸다.

         

         

         

         

       [속보입니다! 배우 유병민이 프로포폴을 상습투약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프로포폴뿐만이 아니라 잇달아 다른 마약도 양성 반응이……]

         

         

       설소영은 뉴스에서 중계해주는 소식을 듣고 차마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가 유병민이라는 배우를 모를 리가 없었다.

         

       그때 화이트박스의 캐스팅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함께 호흡을 맞췄을 배우의 이름이었으니까.

         

       참고로 이 소식은 커뮤니티에서도 엄청난 화제가 되었다.

         

         

       -아니 그럼 유병민 지금까지 진짜 약 빨고 악역 연기한 거임? 직업 정신 미쳤네 ㄷㄷ

       ㄴ어쩐지 수상할 정도로 리얼하더라.

       ㄴㅇㅇ. 유병민 출연한 영상 돌려보면 눈빛이랑 손 떨림도 약 부작용 때문인 듯

       -그럼 악마의 유혹은 어떡함? 어제 2화 방영하지 않았나?

       ㄴ그거 유병민 때문에 방영 중단됨 ㅋㅋ

       ㄴ아, 아… 2분기 기대작이 이렇게 갑니다

       ㄴ지금 이 소식 듣고 오열하고 있을 화이트박스면 개추요~

       -속보! 악마의 유혹에 출현한 다른 배우들도 대마 양성 반응 떴다는데? 들어보니 유병민이 회식 자리에서 담배라고 건넨 거 호기심에 폈다고 함

       ㄴ여기서 더 무서운 점은 배우들에게 대마 건넨 사실을 유병민이 본인 입으로 직접 수사 중에 밝힘

       ㄴ와… 절대 혼자서는 절대 안 간다는 마인드네

       ㄴ유병민 이 새끼 진짜 사탄 들린 듯 ㅋㅋ

         

         

       설소영은 커뮤니티를 통해 뉴스에서 전해주는 소식뿐만 아니라 다른 진실까지 추가로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해했다.

         

       그가 왜 자신에게 그런 협박(?)을 해왔는지.

         

       ……그렇구나.

         

       악마의 유혹의 출연을 그렇게까지 해서 막고 싶었던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구나.

       

       지금 저 드라마에 출연한 다른 배우들처럼 혹여나 자신이 마약 사건에 휘말릴 게 걱정될까 봐……

         

       혼자서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까……

         

       그것도 모르고 나는…….

         

       설소영은 주먹을 꽉 쥐었다.

         

       지금의 설소영에겐 그가 어떻게 그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을까? 라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그가 자신을 또 도와줬다는 것.

         

       아무런 대가 없이, 심지어 이번에는 스스로가 미움받는 극단적인 선택지까지 고르면서…….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의 캐스팅 건부터 지금까지. 만약 이 모든 과정이 당신이 설계한 작전이라면 아주 제대로 통한 거다.

         

       덕분에 이제는 조금 참기 힘들 것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 커져만 가는 이 감정과 심장 소리가……

         

       설소영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지금까지 그녀는 은연중에 계속 자신의 마음을 그에게 고백해왔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그는 대답을 회피한다.

         

       아마 이대로 계속 간다면 앞으로도 상황의 진전은 없겠지.

         

       ……하지만 말이다.

         

       소녀의 순수한 마음을 이렇게 헤집어놓고선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

         

       이제 설소영은 그 과정을 반복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

         

       직접 그의 앞에 서서 확실한 대답을 얻어내고야 말 것이다.

         

       물론.

         

       ……무조건 긍정적인 쪽으로.

         

         

         

       ***

         

         

         

       “에, 엣취!”

       “뭐야. 감기냐?”

       “아니… 그냥 코가 조금 간지러워서.”

       “야, 야! 근데 갑자기 내 교복은 왜 잡아당겨!”

       “콧물 닦으려고.”

         

         

       농담으로 그렇게 말했는데 나를 미친 새끼 보는 것마냥 쳐다보는 친구 놈.

       

       음… 사실 농담이 아니긴 했어. 하하.

         

         

       “어쨌든 이번 사건, 설소영의 입장에서 운이 좋았네.”

       “아, 유병민 마약 사건?”

       “그래. 악마의 유혹 캐스팅 목록에 원래 걔 이름도 들어가 있었는데 자신이랑 조금 안 어울리는 드라마라며 직접 거절했다더라. 이 정도면 행운의 여신도 그 여자의 편인 거 아니냐?”

       “뭐… 행운의 여신도 그녀에게 반해서 편을 들어준 거겠지.”

       “오, 그럼 여신이 아니라 남신이겠네.”

         

         

       차무식과 의식의 흐름대로 대화하다 보니 저절로 씨익 웃음이 지어졌다.

         

       뭔가 요즘 들어 마음에 여유가 다시 생긴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이제 당분간은 별다른 큰 사건이 일어날 일이 없었기에 하루하루가 그저 평안하게만 느껴졌다.

         

       그래. 이게 평범한 중학생의 라이프지.

         

       솔직히 작년은 사건 사고가 너무 잦았던 비정상적인 해였다.

         

         

       “그나저나 이제 어떡하냐 927 작가.”

         

         

       오랜만에 찾아온 평안을 만끽하고 있던 그때, 차무식이 마치 남 일이라는 듯 대수롭지 않게 입을 열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쉽게 말해 927 작가가 다음 작품을 계속 안 내놓아서 사람들이 단체로 뿔이 난 거지. 어… 아마 전 세계적으로?”

         

         

       ……하?

         

       이건 또 뭔 개소리야.

         

       차무식은 무언가 생각이 난 듯 자신의 휴대폰을 내게 보여줬다.

         

       그것은 국민동의청원사이트였다.

         

       그리고 그곳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었다.

         

         

       [927 작가님의 다음 작품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이런 뻔뻔한 요구를 청원사이트에 대놓고 하는 것도 어이가 없는데, 어째서인지 최다 동의 순으로 정렬해보니까 싹 다 927 작가의 이름으로 도배되어있었다.

         

       고작 하나라면 모를까 이렇게 많으니까 당황스러울 지경이다.

         

       이거 아무래도……

         

       상황이 단단히 잘못 돌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