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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

       엘리스의 왕자 필레스.

       

       

       과거 20년 전에 엘리스를 다스렸던 젊은 현왕의 동생이자. 생사불명으로 실종되었던 왕자. 그가 철의 방패 원년 멤버 디그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었다.

       

       

       물론 심증밖에 없는 추측이었지만. 생각보다 그럴듯한 추측이라서 기억하고 있었는데. 설마 그 추측이 진짜였다니. 속으로 감탄하는 아이작이었다.

       

       

       지금 이곳도 추측글을 참고해서 찾아온 장소였다. 엘리스의 빈민가를 그린 지도에는 뒷산의 일부분이 있었는데. 거기에 이름없는 무덤이 하나 있었다.

       

       

       [원작이 야마토급 완결이 난 뒤에 이 무덤도 맥거핀으로 남아버렸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무덤은 필레스의 형인 젊은 현왕의 무덤일 가능성이 크다.]

       

       

       어떻게 원작은 물론, 설정집에서도 짧게 지나가는 정보의 조각들만으로 거기까지 추리할 수 있었을까. 혹시 작가였나라고 생각하며 아이작은 말했다.

       

       

       “잘도 길드의 돈을 훔쳐 갔군요.”

       

       

       정확히는 말을 하려고 했었다. 바로 옆에 붙어있는 지크가 선수를 치지 않았다면 말이다. 그러나 아이작과 다르게, 지크는 아주 뿔이 나있는 상태였다.

       

       

       “그렇게 큰 돈도 아니잖아.”

       

       

       “뭐라는 거야. 이 새끼가.”

       

       

       “진정해라, 지크.”

       

       

       상상 이상으로 격한 반응에 아이작은 물론이고.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길드원들까지 당황할 정도였다. 물론 길드원들도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아이작의 성향을 알고 있기에 참은 것뿐이었다. 물론 지크가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상대가 디그라서 그런가.

       

       

       안 그래도 평소에 거지 같은 행실로 인상이 좋지 않았는데. 거기다 마스터의 돈까지 들고 튀어버렸다? 당연히 지크가 그것을 참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돈은 다시 벌면 된다. 이건 신뢰의 문제지.”

       

       

       “…….”

       

       

       “나는 너에게 무슨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역시 당신은 빌어먹을 정도로 사람이 좋네.”

       

       

       필레스는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보통 길드의 공금을 훔쳐가면 추적해서 모든 재산을 압류하는 것은 기본이고. 최악의 경우에는 목숨을 빼앗기게 된다.

       

       

       사실, 그렇게 해도 딱히 할 말은 없다고 필레스는 생각했다. 오히려 저런 온건한 반응이 말도 안 되는 것이지. 필레스는 바로 품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마스터의 만류로 말은 하지 못하고,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필레스를 노려보고 있었던 지크는 그걸 보고 검을 뽑으려고 했으나, 아이작이 지크를 말렸다.

       

       

       “검은 뽑지 말거라. 위협은 전혀 느껴지지 않으니.”

       

       

       “하지만……!!”

       

       

       “그 말이 맞아. 나는 오히려 빚을 갚으려고 하는 거라고.”

       

       

       짤랑.

       

       

       보석끼리 부딪치는 영롱한 소리가 자루에서 울려퍼졌다. 필레스가 꺼낸 것은 작은 자루였다. 필레스는 미련없이 낡은 자루를 아이작을 향해서 던졌다.

       

       

       아이작은 어렵지 않게 낡은 자루를 손으로 낚아챘다. 그 뒤에 확인해본 자루에는 옅게 빛나는 마석들이 잔뜩 들어있었다. 필레스는 조소를 머금었다.

       

       

       “요즘 시세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훔친 돈의 10배는 될 거다. 그 정도면 충분히 갚았다고 보는데.”

       

       

       “10배나 되는 금액이라고?!”

       

       

       “하지만…… 그렇다면 왜 굳이 돈을 훔친 거지?”

       

       

       “텔레포트를 이용하지 않고 최대한 빠르게 엘리스까지 가려면 돈이 필요했거든. 노잣돈이라고 해야 할까.”

       

       

       텔레포트를 이용하지 않아도 빠르게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방법은 꽤 있다. 이를테면, 하늘을 날아간다던가. 어쨌든 길드원들은 전부 입을 다물었다.

       

       

       사실, 필레스가 철의 방패에서 훔친 돈도 절대로 적은 돈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 돈의 무려 10배나 달하는 돈을 줬으니까. 당연히 할 말이 없을 수밖에.

       

       

       “단언컨대, 그 정도면 적당한 영지 정도는 살 수 있을 거다. 이 정도면 충분한 보상이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필레스의 목소리에서는 오만함까지 느껴지고 있었다. 그러나 반박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사실이니까. 그러나 단 한 명, 아이작만은 바로 대답했으니.

       

       

       “아까도 말했지만, 돈은 중요하지 않다.”

       

       

       “…….”

       

       

       “필레스, 혹시 도움이 필요한가?”

       

       

       “마스터는 참 내가 아는 어떤 사람과 닮았어.”

       

       

       정말 보고 싶은데. 그게 원망스러워서 보고 싶은 건지. 아니면 그냥 가족으로서 다시 보고 싶은지 모를. 어떤 멍청한 사람을 말이야. 필레스는 대답했다.

       

       

       “필요 없으니까 이제 그만 꺼져.”

       

       

       * * *

       

       

       “그 새끼는 대체 뭔가요!!”

       

       

       엘리스의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여관에서 지크는 때아닌 성질을 부리고 있었다. 화풀이라고 하기에는 자리에 모인 길드원들의 심정이 지크와 비슷했었다.

       

       

       정작 아이작은 아무렇지도 않게 식사를 하고 있었지만. 기분이 나쁘지도 않았던 것일까. 옆에서 조용히 아이작을 지켜보고 있었던 소피아가 입을 열었다.

       

       

       “마스터는 기분 나쁘지도 않아? 그런 대접을 받았는데?”

       

       

       “맞아요! 마스터! 이건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구요!”

       

       

       “격한 반응이지만. 나 또한 여기에 동의한다, 마스터.”

       

       

       마스터의 위상은 길드의 위상이나 다름 없다. 그런데 그런 마스터가 무시를 당했으니. 당연히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아니, 애초에 그 이유를 제쳐두더라도.

       

       

       소중한 가족이 개무시를 당했는데.

       

       

       화를 내지 않을 사람은 당연히 없다.

       

       

       그러나 아이작은 길드원들의 성화에도 태연한 표정을 지우지 않았다. 다른 길드원들과 다르게, 아이작은 필레스의 사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미워하지는 마라. 고슴도치 같은 녀석이다.”

       

       

       “고, 고슴도치?”

       

       

       “털처럼 가시가 돋아난 동물이야. 근데 그게 왜 나와?”

       

       

       “우와! 저 한 번 보고 싶어요!”

       

       

       “아마 녀석은 우리를 생각해서 그런 말을 했을 거다.”

       

       

       아이작에게서 돌아온 뜻밖에 대답에 다들 얼탱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도저히 남을 생각하는 말투는 아니었으니까.

       

       

       “그게 우리를 생각하는 말이었다고요?”

       

       

       “그래.”

       

       

       “대체 어딜 봐서요?”

       

       

       “우리가 빨리 이곳을 벗어나기를 바랬겠지. 엘리스를 상대로 반란을 일으킬 생각이니까.”

       

       

       디그와 필레스가 동일인물이라는 설정은커녕. 디그에 관련된 자세한 설정조차 나오지 않았지만. 필레스의 최후는 짧막하게나마 원작에서 소개되었다.

       

       

       [그러나 모두가 엘리스를 외면한 것은 아니었다. 젊은 현왕은 골렘을 이용하여 부작용을 없애려고 했고. 그의 동생 버려진 왕자 필레스는 힘으로 엘리스를 되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두 왕족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젊은 현왕은 본인이 그렇게 아꼈던 백성에게 배신당했고. 필레스는 엘리스를 되찾기에는 힘이 너무나도 부족했다.]

       

       

       여기서 굳이 필레스에게 힘이 부족했다는 묘사를 넣은 것으로 보아하니, 아마 높은 확률로 군사를 일으켜서 힘으로 엘리스를 되찾으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지금의 엘리스를 상대로 반란을 성공시킬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겠지. 실제로 계란으로 바위치는 수준으로 묘사되었으니.

       

       

       “반란이라고요?!”

       

       

       “쉿, 목소리를 낮춰.”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터무니없군.”

       

       

       길드원들의 반응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당장 엘리스에 도착한 순간, 그들을 맞이했던 골렘만 하더라도. 충분히 병사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일 터.

       

       

       아니, 오히려 그 이상의 힘을 가진 막강한 병기로 개조되었을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심지어 엘리스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길드와 성기사단도 있었다.

       

       

       “자살 행위에 가깝군.”

       

       

       “맞아, 계란으로 바위치기 수준이야.”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전장을 경험해왔던 한스와 소피아는 냉정하게 결론을 내렸다. 설령 상당한 병력을 모았다고 해도, 질적으로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끝났군.”

       

       

       “내일 이른 새벽에 출발하자.”

       

       

       “네?! 아직 제대로 구경도 못 했는데요?!”

       

       

       “이야기를 듣긴 들은 거니?”

       

       

       “율리나, 내일 광경은 별로 좋지 못할 거야.”

       

       

       만약 마스터의 말이 사실이라면. 가까운 시일에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그건 일방적인 학살로 끝나게 되겠지. 그건 썩 유쾌한 모습은 아닐 터.

       

       

       특히 그 안에 익숙한 얼굴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러니 차라리 그 전에 여기를 떠나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길이다.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정작 율리나는 정말로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걸 본 카인이 다시 설명하려고 했던 찰나에, 율리나가 먼저 의문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마스터가 가족을 두고 그냥 갈 리가 없잖아요?”

       

       

       그리고 그건 지극히 당연한 말이었다. 순간 모두의 시선이 아이작을 향했다. 아이작은 길드원들의 시선을 하나하나 눈에 담으며,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끄덕.

       

       

       “아니, 끄덕이 아니잖아요!”

       

       

       “알고 있나? 엘리스에게 대적한다는 것은 성기사단과 기드온을 통째로 대적하는 것과 같다.”

       

       

       “이번에는 상대가 별로 좋지 않아, 마스터.”

       

       

       당연한 반응이다. 물론 마스터가 무력으로 패배할 거라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일단 싸움에 끼어버리면 철의 방패 길드 대외관계가 크게 망가지게 된다.

       

       

       일단 엘리스에서 꾸준히 마석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고. 기드온의 다른 길드와도 척을 지게 되고, 최악의 경우. 법국의 정화 명단에 오르게 될 수도 있다.

       

       

       “그 녀석은 아직 선을 넘지 않았어. 아직은 돌아올 수 있다.”

       

       

       잘못을 한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것이 살인처럼 돌이킬 수 없는 죄인가? 거기까지는 아니다. 오히려 녀석은 전쟁에 휘말릴까봐 우리를 피난시키려고 했다.

       

       

       모두와 대적하게 될 것을 알면서도, 아이작은 태연하게 길드원들에게 대답했다. 단순히 말뿐이 아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모두를 따르게 하는 힘이 있었다.

       

       

       “그렇다면, 우선 구한 다음에 천천히 이야기를 한다.”

       

       

       단지, 그것뿐이다.

       

       

       의외로 전과 같은 반향은 없었다.

       

       

       다들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이게 우리들의 마스터라는 것을.

       

       

       ‘일단 구해낸 다음에 내가 직접 조진다.’

       

       

       그러나 아이작의 뜻은 그들의 생각과 많이 달랐다.

       

       

       까도 내가 깐다.

       

       

       남이 까게 두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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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Status: Ongoing
I possessed the body of a guild master who ruined the guild. "We are all family." Since I was already possessed, I decided to stick to the concept hard. The guild members' obsession is no joke. Help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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