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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

       * * *

       

       

       독일에서 혁명이 일어났다.

       

       근데 그렇게 탄생한 나라는 바이마르 공화국이 아니었다.

       

       독일 자유 사회주의 공화국.

       

       로자 룩셈부르크와 카를 어쩌고의 혁명으로 세워진 독일 자유 사회주의 공화국.

       

       자유와 사회주의가 같이 있는 것도 우스웠다.

       

       

       “독일 혁명이라. 대체 뭔 일을 어떻게 하면 혁명이 일어나는 거지.”

       

       

       로자 룩셈부르크. 원래는 그 여자의 혁명은 실패하고 마는데.

       

       여기서는, 독일 제국도 유지되는 와중에 혁명이 터져버렸다고?

       

       얼마나 개 짓거리를 했으면 그렇게 된 거야.

       

       

       “카이저가 베를린 밖으로 쫓겨났다고 합니다.”

       

       

       올라오는 소식이 하나 같이 처참하다.

       

       1차 세계대전이 허무하게 끝나버리고.

       

       적백내전에서 백군이 승리하면서 바이에른 공화국이 아니라 준비 잘한 공산 혁명이 터지고 말았다.

       

       

       “이번엔 좀 심각한 모양인데.”

       

       

       뭘 어떻게 영향을 주면 바로 제압당하는 사건이 이런 식으로 벌어지는 거지.

       

       로자 룩셈부르크는 원래 바로 진압당하고 조리돌림당하며 처형당하는데. 이상하네.

       

       하긴 로자 룩셈부르크가 늦게 들고 일어나긴 했다.

       

       이 과정에서 준비도 철저히 해, 독일 정규군까지 포섭한 건가.

       

       실제 역사와 달리 군축도 심각한 것도 아니었고.

       

       이거 그러면 원래 역사와 다르게 독일이 공산주의 종주국이 되려나.

       

       트로츠키가 독일에 있나?

       

       

       “프랑스를 또 공격하려다가 혁명이 일어난 거라 합니다.”

       “패전국이, 그것도 협상국 자비로 살아남은 주제에 또? 카이저는 나와 같은 시대에 사는 게 맞나?”

       

       

       아니, 뭐 히틀러도 파산엔딩 피하려고 전쟁으로 따갚되하려 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그래도 이건 좀.

       

       사정을 보면서 해야지.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역시 독일은 독일하다가 이렇게 망해야지. 암.

       

       그럼 이거 내전이 어떻게 돌아가느냐에 따라 받아먹은 거 다 꿀꺽해도 되는 건가.

       

       그냥 그대로 빨갱이가 장악하면 독일에서 받은 거 다 꿀꺽해도 되고.

       

       문제는 그렇게 되면 우리의 콧수염 씨는 어떻게 될지가 문제인데. 2차 세계대전은 어떻게 되려나.

       

       공산주의 특성상 대공황 피해도 덜 볼 테고.

       

       소련 대신해서 공산주의 전파를 위해 싸우려나.

       

       나중에 내가 독일을 정당하게 두들겨 팰 수 있게 되려나?

       

       패튼 그 양반이 지금 미하일 드로즈돕스키와 운게른과 함께 러시아 기갑부대를 만들고 있다던데.

       

       2차 대전이 결국 중요하다.

       

       우리가 상대할 독일이 나치독일이 될지, 공산 독일이 될지 모르지만, 결국 독일과는 터질 거 같다.

       

       

       “흠.”

       

       

       기회만 보자면, 지금 개입하는 것이 나을 텐데. 이제 막 내전을 끝낸 처지에서 내부 단속도 힘든 판국에 독일 내전에서 카이저를 지원할 수는 없는 일이다.

       

       

       “황녀님?”

       “지금 동원 가능한 백군 병력이 얼마나 됩니까?”

       “빨갱이 잔당 소탕, 치안 확보 등에 빠진 병력을 생각하면 당장 서부에서 동원 가능한 병력은 50만 정도 됩니다. 설마.”

       

       

       50만 명이라. 역시 인구가 많기는 많구나.

       

       당장 동원 가능한 병력이 그 정도고 백군 전부 동원한다 치면 몇 배는 되겠지.

       

       러시아 땅은 워낙 넓기 때문에 병력이 많다고 해서 전부가 아니지.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냥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하자는 겁니다. 도움받았다고 해서 카이저를 지원할 생각은 없어요.”

       

       

       적당한 보상을 주는 거면 모를까.

       

       딱히 내전을 지원할 이유가 없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독일 쪽을 경계하면서 내부를 수습하는 일이지.

       

       내전의 피해가 생각보다 꽤 크거든.

       

       넘쳐나는 게 인구라지만, 인구 외에도 도시도 재건하고 하려면 좀 걸린다.

       

       애초에 독립 선언한 아제르바이잔도 역사가 바뀌어 친영으로 붙었다가 영국이 우리에게 내주면서 편입시키기 위해 군을 움직이는 상황이고. 조지아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럼 이쪽은 이쪽대로 할 일해야겠네요.”

       “할 일이라시면.”

       “이번 전투의 피해가 큰 지역은 제가 직접 돌아다녀야겠습니다.”

       

       

       일단 지금, 이 페트로그라드.

       

       그다음은 모스크바, 차리친, 예카테린부르크를 중심으로 다시 돌아다니면서 좀 민심 좀 모아야지.

       

       마치 유세활동 벌이는 정치인처럼 말이다.

       

       페트로그라드는 피난민들도 많이 돌아왔고, 기존에 볼셰비키의 압제에 시달리며 살던 시민들까지 있었다.

       

       이들을 적당히 달래면서 미래를 약속해주기로 해야 한다.

       

       차르를 떠나 기껏 믿은 볼셰비키마저 차르와 다를 것이 없었다.

       

       그리고 다시 그 자리를 이름만 바꾼 거 같은 새로운 차르가 나타난다.

       

       그러니까. 민심 토닥토닥은 해야 하지 않냐는 거지.

       

       어쨌든 볼셰비키 치하에 있던 곳은, 비록 그들의 폭정에 시달렸다고 해도 공산주의 영향은 받았을 테니 말이야.

       

       한동안은 결국 원조받은 것으로 민심 좀 다스릴 필요가 있다.

       

       나는 페트로그라드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시민을 달랬다.

       

       

       “성녀님이 직접 우리 딸아이를 어루만져 주셨더니 벌떡 일어났다!”

       “노모께서 일어나셨어요!”

       “굶주린 지 오래되었는데, 배가 불러요!”

       

       

       원래 사람이란 힘들 때 어디든 의지하는 법이다.

       

       사람은 마음먹기에 따라 달렸다.

       

       그렇게 한동안 원효대사 해골물은 계속되었다.

       

       

       * * *

       

       

       이 무렵, 아직 협상국은 끝내지 못한 전쟁이 있었다.

       

       바로 해체한 오스만제국에서 일어난 튀르키예 독립전쟁.

       

       아주 잘게 찢은 것처럼 싹싹 찢긴 튀르키예에서 민중들이 발발한 것이 시작이었으며 지금은 갈리 폴리 전투의 영웅이자, 대전쟁에서 오스만 제국의 영웅으로 떠오른 인물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지금은 튀르키예 대국민의회(독립군)를 이끌며 열강들에 엿을 먹이고 있었다.

       

       소련의 지원도 없고, 실제 역사보다 열악한 상황임에도 아타튀르크는 놀랍게도 열강들을 두들겨 패며 독립의 기운을 풀풀 풍기고 있었다.

       

       심지어 메갈리 이데아를 외치며 기세 좋게 앙카라까지 진격했던 그리스군은 튀르키예 군대에 두들겨 맞고 공세 종말점에 도달했다.

       

       

       “이래서야 아타튀르크가 날뛸 텐데.”

       “동로마 영토를 수복한다 하더니 그리스도 여기까지로 군.”

       “독일도 지금 저 난리인데.”

       “이러면 튀르키예의 독립을 차라리 용인해주는 것이.”

       

       

       튀르키예의 독립을 차라리 용인해주자.

       

       열강들은 이쪽으로 기울고 있었지만.

       

       다만 실제 역사와 달리 적 백 내전이 백군의 승리로 끝나면서 열강들은 다른 생각을 품게 된다.

       

       대전쟁이 너무 허무하게 끝내버렸다.

       

       이들은 대전쟁의 승리의 상징은 필요했다.

       

       오스트리아는 적당히 찢어 놨고, 독일은 많이 봐준 시점이다.

       

       러시아 내전이 백군의 승리로 이렇게 빨리 끝날 줄 알았으면,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더 찢어둘 걸 하고 후회도 했지만.

       

       이미 늦었고.

       

       이렇게 되면, 오스만이라도 갈기갈기 찢어야 했다.

       

       그렇게 고심하던 끝에 협상국들은 다시금 러시아로 눈을 돌렸다.

       

       그래. 내전이 끝나긴 했지만, 얼마 전에 끝난 러시아는 여전히 수백만의 군대가 있다.

       

       그들을 끌어들여서 힘껏 아타튀르크의 옆구리를 찔러준다면?

       

       특히나 역사 대대로 로마의 후계자임을 주장하며 오스만을 두들기던 러시아가 아닌가.

       

       최근에는 민족의 자긍심을 위해서인지 로마의 후계자. 로마 3 제국이라고 까지 불리고 있던데.

       

       지금이 기회가 아니고 무엇일까?

       

       

       “러시아가 내전이 끝나지 않았나? 병력 수백만이 남아 있지 않던가?”

       “아나스타샤 황녀에게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아나스타샤 황녀는 예카테리나 2세의 환생이라고 불리는 몸입니다. 우리 사정을 알면, 맨입으로 돕지는 않을 텐데요.”

       

       

       백계 러시아인들 사이에서 황녀는 예카테리나 2세의 화신이라고 까지 불렸다.

       

       물론 예카테리나 2세가 농민을 억압하고 폭군으로 비난받기도 한 것을 고려하면 의아한 칭호긴 하지만. 그녀의 업적만을 두고 봤을 때, 영토를 넓힌 여자 군주란 공통점에서 예카테리나 2세의 화신이라 떠받들었다.

       

       여자 군주. 내전 등으로 위치가 불안정할 아나스타샤에게 있어서 동로마 제국의 영토수복은 매우 혹할 만한 제안이 아닐까.

       

       심지어 빨갱이들과의 전투로 정예화된 백만이 넘는 백계 러시아 군대가 있다.

       

       

       “끄응. 하지만 아나스타샤 황녀도 내전으로 제위에 오르게 되는 몸입니다. 심지어 여인의 몸. 정통성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군침을 흘릴 만한데.”

       “브레스트-리토프스크 조약을 수정하거나 콘스탄티노플을 비롯한 엣 비잔티움의 영토를 넘긴다면?”

       “안 그래도 벨라루스를 먹고, 은근슬쩍 아나키스트 자유지구랍시고 우크라이나 동부에 자기들 영향권을 만들었습니다. 이 이상의 조약 수정은 안 됩니다.”

       

       

       방심하다가 벨라루스까지 넘어가고. 우크라이나 동부도 일단 아나키스트들에게 넘기는 짓을 해 버렸다.

       

       물론 그 속을 파헤치면 일단 아나키스트들에게 넘기고 영국의 영향권에서 벗겨 낸 다음, 나중에 그곳을 합병하겠다는 생각인 것을 모르지 않았다.

       

       다만 대영제국도 우크라이나 전부를 관리할 만큼 사정이 녹록지 않아 친영 정부를 우크라이나 서부에 박은 것이 최선인 마당에, 동부를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을 수도 없었다.

       

       

       “그거야 영국 사정이고 우리 프랑스는 다르오. 카이저가 개 짓거리를 해 버려서 우리도 코뮌이 들고 일어나려 한다 이 말이오. 아니면 지금 독일 문제도 있는데, 아타튀르크에게 시간이 계속 끌릴 셈이오?”

       

       

       실제 역사와 달리 프랑스는 오스만에서 발을 못 빼고 있었다.

       

       어떻게든 나라 하나는 조져야 한다.

       

       그런 마인드였다.

       

       

       “동로마제국의 영토를 러시아에 준다고 치면. 세브르 조약을 수정하자는 것인데 그리스는 어찌합니까?”

       “자기들이 실패한 걸 왜 우리가 책임져야 합니까? 차라리 러시아를 끌어들입시다.”

       “내전이 막 끝난 러시아가 다시 외부의 전쟁에 끼어들게 된다면 그에 맞는 보상은 줘야 할 텐데.”

       

       

       당장 내전의 후유증을 치료하기도 바쁠 텐데. 또 다른 전쟁에 끼워주려고 하면 러시아가 받아들이겠나.

       

       그 슬라브 놈들이 빨갱이에게 망할 뻔한 것을 구명해준 걸로 은혜를 갚으려고 하지는 않으리라.

       

       그럼 보상을 줘야 할 터인데, 

       

       이미 경제적으로 도움은 주고 있으니 그건 제외하고.

       

       

       “그럼 병력 수송을 도와주고 콘스탄티니예를 포함한 동트라키아 전역은 어떻소?”

       “나쁘지 않겠군.”

       

       

       결정되었다.

       

       동로마의 정통성은 러시아가 챙기리라.

       

       이 무렵. 안톤데니킨은 남러시아의 캅카스 군구를 맡아 사실상 남러시아 일대의 병력을 담당하고 있었다.

       

       내전은 백군의 승리로 끝나고, 그는 남러시아 집단군 사령관의 지위를 유지 중이었으나.

       

       그에게 한 가지 불만이 있었다.

       

       휘하에 있던 표트르 브란겔이 자신보다 잘 나가고 있다는 것.

       

       명색이 남러시아에서 볼셰비키를 위협하며 모스크바 남부를 모조리 함락한 자신이다.

       

       그런데 자기 명성이 검은 남작보다 못한 거 같아 불만이 많았다.

       

       자신은 이곳에서 우크라이나 동부를 장악한 마흐노 자식을 감시하는 것이 최선인데 말이다.

       

       그럴 때. 안톤 데니킨의 귀를 솔깃하게 해 줄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영국과 프랑스놈들이 우리를 오스만으로 끌어들이려고 한다고?”

       

       

       그래. 이건 기회다.

       

       차리나에게 로마의 정통을, 제2의 로마를 바칠 기회!

       

       볼셰비키 때문에 더럽혀지고 긁힌 러시아인의 자존심을 회복할 기회!

       

       어딜 감히 그리스 같은 약소국 따위가 동로마를 주장하는가? 어림도 없다!

       

       안톤 데니킨은 백군을 이끌고 아나톨리아로 가기를 갈망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세브르 조약: 1차 대전에서 패배한 오스만 제국을 해체한 조약.

    적백내전의 피해가 실제 역사보다 꽤 큰 편입니다.

    적백내전이 심화되면서 적군의 발악도 상상 이상이었고, 볼셰비키가 적군 징병과 물자를 얻기 위해 볼셰비키에 따르지 않는도시와 마을을 파괴하기도 했습니다.

    백군 승리 후에도 러시아 전역에 있는 남아있는 노동자 볼세비키들 역시 백군의 분노로 다 숙청 당했고. 여기에 경제 정책 등이 있어서, 실제 역사에서 대전쟁으로 인한 인력난과 국토가 전장이 되어 대공황 피해도 크지 않던 프랑스나 고립된 처지였던 소련처럼 피해는 최소화할듯합니다.

    이왕가 관련 언급이 나오긴 했는데. 개인적으로 작가는 나라 말아 먹은 이왕가를 싫어해서신생 한국은 군주정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마 국호도 대한제국이나 지금의 대한제국을 계승한 대한민국 국호와도 다를 거로 생각합니다.

    원래 오늘 일본파트까지 넣으려고 했는데. 그러면 끊기가 애매해지고 분량이 너무 많아져서 교정기 기준 5400자 정도로 끊었습니다..

    그리고 노피아에선 오늘 무려 대역 1위를! 옆동네에서도 대역신작 14위까지 올랐네요!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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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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