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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

        

       괴담이 돌았다.

         

       아주 작은, 별 것 아닌 괴담.

       찻잔 속의 태풍처럼 아주 잠깐 화제가 되었다가 사라질, 그런 도시 괴담.

       하지만 계속해서 퍼져나가며 아는 사람은 알고 있을 이야기.

         

       누군가가 말하길, 이 이야기를 퍼뜨리지 않으면 저주받는다고 했다.

         

       『 어떤 부자가 기르는 소에게서 쿠단(件)이 태어났다고 한다. 』

       『 쿠단은 태어나자마자 숨을 헐떡이며 예언을 말했는데, 가고시마현에 조만간 커다란 재앙이 닥칠 것이라 했다. 』

         

       누군가 말하길, 이 이야기는 사실이라고 했다.

         

       『 나는 규슈에 사는 사람인데 우리도 쿠단이 태어났다는 소문을 들었어. 태어나자마자 다른 말은 없고 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합심을 해야 한다고만 했는데, 아마 가고시마현에 태어난 쿠단과 짝을 이루는 녀석인 것 같아. 』

         

       누군가 말하길, 이 이야기는 그저 정치권에 일어난 추문을 감추기 위한 것이라 했다.

         

       『 요즘 정치권에서 스캔들이 끊임없이 터지고 있어. 캬바쿠라(キャバクラ)에 매일매일 드나들면서 아가씨 끼고 놀다가 들키는 건 예사고, 별장에서 난교 파티를 벌였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고. 』

       『 연예인 성 접대 이야기도 암암리에 돌고 있다고. 듣자 하니 AV 배우들을 호텔로 부르기도 하고, 아나운서들을 난교 파티에 초대하기도 했다던가? 』

       『 유명한 능력자들끼리 사교 모임이라고 모여서 광란의 파티를 즐긴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

         

       누군가 말하길, 요새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했다.

         

       『 나는 어릴 적 후시미 이나리 신사(伏見稲荷神社)에 갔다가 여우를 보고 영능력이 생기게 되었어. 그 후로는 뱍코상(白狐)을 가끔 볼 수 있었어. 뱍코상은 하얀 털을 가진 여우인데 털이 샴푸랑 린스를 한 것처럼 부드럽고 윤기가 돌아. 그리고 가끔씩 모습을 보였다가 투명하게 변해서 사라지곤 해. 엄청 귀엽다고. 』

       『 그래서 힘든 직장생활을 하는 와중에도 신사에 들러서 뱍코상을 보는 게 내 일과였어. 뱍코상은 귀엽고, 귀여운 걸 보면 힘이 나잖아. 』

       『 그런데 요새 뱍코상들이 평소와 달라. 뭔가 쫓기는 듯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고, 뭘 찾는 것처럼 바쁘게 움직이기도 하고 그래. 혹시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말을 걸어도 대답도 안 해주고 무시를 해. 이나리신(稲荷神)이 급한 심부름을 시키기라도 한 걸까? 』

         

       누군가 말하길.

         

       『 대체 일본에 무슨 일이 일어나려 하는 거야? 』

         

         

         

         

        * * *

         

         

         

         

       나라마다 유명한 예언자들이 있다.

         

       프랑스에서는 미셸 드 노스트르담(Michel de Nostredame), 라틴어 이름으로는 노스트라다무스(Nostradamus)라 불리는 예언자가 유명하다. 노스트라다무스는 기록에 남지 않은 어떤 초월종과 계약해 세상의 비밀을 알았고, 어떤 주술 도구를 손에 넣어 미래까지 엿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도선(道詵)이라 불리는 예언자가 유명했는데, 이 예언자는 지기(地氣)를 읽는데 재주가 있어 풍수지리를 기가 막히게 잘 보았다고 하며, 땅의 이치를 통달하여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수준까지 다다랐다고 한다. 도선은 수행과 구도를 거듭하고 거듭해 이러한 힘을 얻었다고 하는데, 이 힘이 어찌나 대단한지 나라의 흥망성쇠와 새로이 나라를 건국할 왕의 존재마저 예언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예언자는 누구일까?

         

       신통력을 가진 것으로 유명한 쇼토쿠 태자(聖德太子)?

       노래에 예언을 숨겨놓았다는 귀 없는 호이치(耳なし芳一)?

         

       물론 그 둘도 유명하긴 하다.

       하지만 정말 유명한 것은 이름 없는 고승이었다.

         

       헤이안 시대에 있었다는 이름 없는 고승은 고행을 거듭하고 거듭해 신통력을 손에 넣었다고 한다. 신통력을 통해 꿈으로서 하늘의 이치, 천기(天氣)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는 이 고승은 자신이 꾼 꿈을 상세하게 적어 서적으로 만들었다. 그리곤 혹세무민(惑世誣民)을 이유로 파기될 것을 두려워해 사찰에 숨겨놓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발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고승이 만든 서적, 몽중미래시(夢中未来視)에는 여러 가지 꿈이 기록되어 있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태양 이야기였다.

         

       「 모월 모일 꿈을 꾸었다. 꿈에서는 온갖 비탄과 절규가 함께 하였고 세상은 어둠으로 뒤덮여 지장보살께서도 연민에 한숨을 쉬고 있었으니 참으로 끔찍한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그때 하늘에서 태양과 같은 밝은 빛이 퍼져나가 온 세상을 밝히었고 그 빛에서 나온 뜨거운 불줄기가 사방으로 퍼지며 매우 찬란하였다. 」

       「 이 찬란함에 온갖 삿된 것은 사라지고 세상이 정화되며 모든 이들이 미소를 띠게 되었으니 지장께서도 흡족해하셨더라. 빛은 퍼지고 퍼져 마침내 하얀 빛이 되어 모든 것을 지우니 참으로 길몽(吉夢) 같았다. 」

         

       찬란한 길몽이라는 글귀를 본 사람들은 이것을 토대로 깃발을 만들었고, 이는 훗날 일본제국을 상징하는 욱일기(旭日旗)가 되었다. 일본제국 사람들은 이 깃발을 내걸고 수많은 나라를 침략하며 번영을 누렸으니 이 승려의 예언은 맞아떨어졌다.

         

       그리고 그 끝에 미국이 폭격기를 끌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하여 땅에 태양을 만들었으니, 이 역시 승려의 예언과 같았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 모월 모일 꿈을 꾸었다. 꿈을 보아하니 바다 건너에서 금빛 바람이 불어 천하(天下)를 감쌌고, 온 국토에 그 빛이 서려 집을 높게 자라게 했다. 그 모습이 돌로 만들어진 대나무와 같았는데, 네모난 형태로 하늘을 뚫을 듯 자라난 그것은 번쩍번쩍 빛을 발하니 참으로 그 모습이 귀해 보였다. 다만 그것이 자라다 바람이 그치자 먼지처럼 금이 흩어져 바닥에 가라앉았고, 사람들의 허리가 굽고 순식간에 늙어버리니 이것이 길몽인지 흉몽인지 알 수가 없다. 」

         

       일본의 버블 경제 역시 예측했으며.

         

       「 모월 모일 꿈을 꾸었다. 온 하늘에 하얀 신기루가 떠 있었는데 그 형상이 참으로 끔찍하고 흉해 차마 잊을 수 없었다. 절규하듯 소리치는 아귀의 형상을 한 그것들은 희끄무레한 무명천이 바람을 타고 날 듯 온 천하를 누비었는데 그 모습이 무리 지어 다니는 새 떼와 같았다. 무명천은 한 줄기 번개와 함께 땅에 내려앉아 온갖 것들에 씌워졌는데 동물에 씌면 동물이 두 발로 걸어 다니며 사람을 물어뜯고 다녔고, 사물에 씌면 츠쿠모가미(付喪神)가 되어 사람을 해치는 요물이 되었다. 」

       「 하도 끔찍하고 요악(妖惡)하여 그 모습을 보아하니 수를 불리고 떼로 몰려다니며 밤을 떠들썩한 것이 참으로 기이하다. 수를 세어보니 그 숫자가 일백(一百)에 달했고, 무리가 뿔뿔이 흩어져 몸집을 불리니 거대한 괴물이 셋이다. 」

         

       일본 전역을 공포로 물들인 백귀야행(百鬼夜行) 현상 역시 예측했다. 또한, 첫 백귀야행 이후 나타난 대악귀(大惡鬼) 셋의 출현도 예측했으니, 참으로 신통방통하다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이 신통방통함이 저주로 다가오기도 했으니.

       그것은 바로 파멸의 예언이었다.

         

       「 모월 모일 꿈을 꾸었다. 꿈이 참으로 기기괴괴하며 정신을 흔들어놓으니 그 끔찍함에 일어나자마자 구토를 하였다. 」

       「 국토에 커다란 제단이 만들어져 온갖 제물이 올라가 연기를 피웠다. 그 연기는 뱀과 같아 색색으로 빛나며 꿈틀거리며 하늘을 비행하였는데 그 모습이 얼핏 용과 같았다. 다만 그것의 몸은 상서로움 대신에 끔찍하고 역겨운 미물들이 모여 만들어져 떼를 이루니, 그것이 내려앉으면 필시 큰 재앙이 될 것이 분명해 보였다. 」

       「 제단에 타오른 불꽃은 온갖 꼬리의 형상이 되어 온 국토로 퍼져 땅으로 스며들었는데 그 모습이 여우가 굴을 파고 숨은 것과 같으니 여우가 꼬리를 찢어 땅에 재앙으로 만든 말뚝을 박은 형상과 같았다. 」

       「 연기는 하늘을 비행하며 꼬리를 끄집어내 불씨로 조각내어 세상에 뿌렸고, 모든 이들은 불씨를 몸에 붙인 채 서서히 타들어 가며 천하를 밝히니 그 모습이 참으로 괴기하였다. 」

       「 천하에 어둠이 내려앉으니 사람들이 품은 불씨가 채 꺼지지 않은 잔불과 같았고, 몸이 부유하고 또 부유해 별의 시선으로 천하를 보니 그 모습이 다 타고 남은 숯과 같으니, 이는 분명한 흉몽(凶夢)이다. 」

         

       제단이 만들어지고, 끔찍한 일이 일어나리라 예언하는 꿈.

       다른 이가 말했더라면 그냥 개꿈이라 넘길 수 있었겠지만, 온갖 예언을 맞춘 이름 없는 고승의 꿈이기에 무시할 수 없는 파멸의 예고.

         

       이 끔찍한 파멸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본의 능력자들은 수많은 대책을 마련했다.

       초월종의 도움을 받았고, 계약자의 도움을 받았고, 온갖 천재들의 도움을 받았다.

       나라가 기울 재물을 투입하였고, 감시의 눈을 놓치지 않았다.

       대를 잇고, 세월을 이어가며 울타리를 짜 올렸다.

         

       잔인한 늑대가 천하(天下), 일본 국토 내로 들어올 수 없도록 촘촘하고 철저하게 짜올렸다.

         

       그렇게 만들어진 거대한 울타리는 완벽할 것만 같았다.

         

       완벽.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이 그 자체로 완성되었다.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다.

         

         

         

        * * *

         

         

         

       “더할 나위 없이 좋구나!”

         

       진성은 자신에게 찾아온 두 남자를 바라보며 웃었다.

         

       두 남성은 퀭한 두 눈과 홀쭉해진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정기(精氣)가 쪽 빨린듯한 얼굴과는 다르게 나이에 걸맞지 않은 탄탄한 근육을 가지고 있었다.

         

       “어찌, 약효 대신에 갖게 된 정력이 마음에 들었나 보구나.”

         

       둘은 진성에게 극상의 공경을 표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고대 주술사에게 예를 표하는 이들의 모습과 같았다.

         

       둘의 얼굴에는 행복이 서려 있었고, 진성의 얼굴에도 만족이 서려 있었으니.

         

       그 모습이 참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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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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