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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

       새로운 아침이 밝았다.

         

       힘차게 떠오르는 내일의 태양과 함께 지난밤의 피로, 기억과 감정들까지 말끔하게 씻겨져 나갔으면 좋겠지만 미처 씻겨나가지 못한 것들을 몸에 덕지덕지 붙인 채 하루를 시작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대연무장으로 향하는 백우진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이제부터 신예화가 어떤 행동을 보일까에 대한 것이었다.

         

       사랑을 고백한다는 건 도박과도 같은 느낌이다. 성공하면 보다 깊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지만 실패할 경우 기존의 사이보다 못한 아니,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버린다.

         

       그녀는 도박에 실패했다. 처절하게 고백했지만, 그 고백에 답해야 할 상대는 이미 떠나갔으니 성공 확률이 0인 판에 승부수를 걸었다가 대차게 말아먹은 셈이다.

         

       그녀가 집착을 시작한 이유는 모든 걸 잃었기 때문이다. 연인 관계로의 발전이 막힌 것은 물론이고, 누구보다 친했던 소꿉친구에서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게 생겼으니 그것이 끔찍하게 싫었던 탓이다.

         

       “집착을 안 할 확률은….”

         

       이미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사실 검선 대신 주선의 무공을 이어받은 그때부터 많은 것들이 소설과는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신예화의 고백 또한 마찬가지다. 고백하는 방법, 시기 모두 달랐으며 그 고백을 거절하는 대답 또한 더욱 단호했다.

         

       그러니 조금 행복 회로를 돌려보면 그녀가 집착을 하지 않고 순순히 포기하는 것 또한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않을까.

         

       “아, 안녕 우진아…!”

         

       …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비무대 근처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아는 체하며 다가오는 신예화의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나 너, 너한테 부탁할 게 하, 하나 있는데!”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말까지 더듬어가며 할 부탁이란 건 대체 무엇일까.

         

       “어, 어제 일은 어…, 없었던 일로 하지 않을래?!”

       “오.”

         

       신선해.

         

       없던 일로 해버리는 제 3의 방식을 들고 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 그게… 내가 어제는 너무 성급했던 것 같거든? 어떻게 고백해야 할지도 조금 더 생각을 했어야 했고, 어…,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라던가 그런 것들을 좀 더….”

         

       변명을 하다 본인만의 세계에 빠져 횡설수설하는 그녀의 모습에 백우진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자 그녀가 곧장 고개를 숙였다.

         

       “미, 미안.”

         

       다시 들어 올려진 얼굴은 톡 건드리면 울음보를 터뜨릴 것만 같았다.

         

       “내가 너무 생각없이 들이댔어. 나, 고백이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지 같은 건 조금도 생각 안 했단 말야….”

         

       넋이 나간 채 기숙사로 돌아간 신예화에게 처음 든 생각은 백우진과의 관계였다.

         

       고백을 거절당했으니 이제는 어떻게 되는 걸까. 그냥 친구 사이로 다시 남으면 되는 걸까.

         

       남녀 사이에 고백까지 해놓고 친구로 돌아간다니, 있을 수 없는 얘기였다.

         

       꺽꺽거리며 한참을 울던 그녀가 간신히 생각해낸 건 고백을 없었던 일로 되돌리는 것이었다.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백우진이 허락만 한다면 그녀는 다시 한번 친구 사이로 돌아가고 싶었다.

         

       “말도 안 된다는 건 알아. 그치만….”

         

       기어코 눈물이 쏟아졌다.

         

       “너 없이 사는 내 모습이 전혀 상상이 안 돼…!”

         

       그녀가 상상하는 미래 속에는 언제나 백우진이 함께였다. 그것은 백무혁을 좋아한다고 착각하고 있던 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백무혁과의 달콤한 미래를 그려봤던 순간에도, 그림 어딘가에는 꼭 백우진이 있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다양한 미래에서 백우진이라는 존재를 지우는 순간, 숨이 턱 막혀왔다. 그런 미래는 존재할 수가 없다는 듯이.

         

       완전히 망가진 얼굴로 물줄기를 뽑아내는 그녀를 보며 백우진은 생각에 잠겼다.

         

       만약 여기서마저 그녀의 제안을 거절하면 어떻게 될까.

         

       평소처럼 말하려 애쓰고 있지만 그녀는 어제 백우진이 비무대에서 내려가기 전 마지막으로 보았던 것처럼 생기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눈을 하고 있었다.

         

       “없었던 일로 하기 싫다면?”

         

       그렇다면 넌 어쩔 테냐.

         

       단순한 물음이었다. 그러나 신예화에겐 전혀 아니었는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몸을 바르르 떨어대기 시작했다.

         

       “모, 모르겠어. 몰라.”

         

       하아, 하아!

         

       그녀의 호흡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머릿속이 물감으로 칠한 듯, 온통 새까매졌다. 아랫입술을 강하게 깨문 탓에 피가 새어나왔다.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해.’

         

       단순한 상상만으로 자신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이대로 방치하면 벌어질 일이 눈에 그려졌다. 그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자신을 향해 과도한 집착을 드러내거나.

         

       어느 쪽이든 좋은 결말을 볼 수 있는 그림은 아니었다.

         

       “진정해.”

         

       이대로 두면 과호흡까지 올 것 같아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호흡을 유도했다.

         

       어느 정도 안정이 찾아오자 신예화는 자신의 어깨에 올려진 백우진의 손을 붙잡았다.

         

       “미, 미안해. 내가 정말 잘못했어. 그러니까….”

         

       없던 일로 해줘. 응?

         

       손을 타고 그녀의 떨림이 그대로 전해졌다.

         

       집착도, 그녀의 죽음도 바라지 않는다면 정답은 이미 정해진 거나 다름없다.

         

       “그래. 없던 일로 하자.”

         

       그토록 바라던 말이 백우진의 입에서 나오자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던 신예화의 안색이 급속도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 그럼 우리 그대로 친구인 거야. 맞지? 하나뿐인 소꿉친구 맞지?”

       “그렇다니까.”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를 보며 백우진은 어떻게든 친구 사이라도 되찾아 보려 애쓰는 그녀의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본인이 가장 잘 알 텐데.’

         

       이미 깨진 사이는 다시 이어 붙여도 예전과 같아질 수는 없다는 걸 말이다.

         

       언제가 됐든 스스로 깨달을 것이다. 그리고 알아서 멀어지겠지.

         

       자신은 적절하게 맞장구를 쳐주며 그날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될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집착은 피하면서 적당히 거리감 있는 관계로 고정시킬 수 있을 테니.

         

       “헤, 헤헤.”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신예화.

         

       ‘이제 다시 기회가 생겼어!’

         

       그녀가 이토록 매달린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백우진이 없는 미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또한 친구로 지내며 백우진이 다른 여자와 사랑을 나누는 모습 또한 죽기보다 싫다.

         

       ‘철저하게 준비하는 거야.’

         

       준비성이 부족했다. 고백하기에 앞서 백우진이 자신을 여자로 보고 있는지, 보고 있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기초적인 것들조차 고려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심했다.

         

       친구라는, 붙어 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관계 아래에 숨어 백우진의 취향을 철저히 조사하고, 그의 취향대로 자신을 온전히 물들이리라고.

         

       다시 한번 기회를 얻을 수만 있다면 창피함 따위는 얼마든지 무릅쓸 수 있다. 이제 자신의 눈에는 오직 백우진만이 맺혀 있기에.

         

       ‘역시 우진이야.’

         

       결국 원하는 대로 기회를 얻어낸 그녀는 변한 백우진에게 여전히 바뀌지 않은 부분도 있구나 하고 안심했다.

         

       자신을 안쓰럽게 내려다보고 있는 백우진을 보며 그녀는 예전처럼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이번만큼은, 절대 서두르지 않으리라.

         

       동상이몽(同床異夢).

         

       서로 비슷한 듯, 전혀 다른 생각을 품은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했다.

         

         

       * * *

         

         

       64강을 지나 32강 그리고 16강에 이르기까지.

         

       하루에 볼 수 있는 비무의 수는 줄었으나 관객 중 누구 하나 아쉬워하는 이 없었다.

         

       이유인즉, 살아남은 이들의 비무가 날을 거듭할수록 더욱 치열하고, 흥미진진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리라.

         

       특히나 관객들은 오늘의 비무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었다.

         

       “오늘이 드디어 용봉이 정해지는 날이군!”

       “어떤 얼굴들이 용과 봉이 될지 너무 궁금한걸.”

         

       오늘의 비무에서 승리하는 이들은 일차적인 목표인 용봉의 자리에 안착하기 때문이다.

         

       한 학년에 정해지는 용과 봉의 자리는 열 자리다. 8강에 올라선 이들 여덟 명이 자동적으로 용봉의 자리에 오르게 되고, 16강에서 떨어진 이들 중 두 사람이 패자전을 통해 용봉에 올라 열 자리가 모두 채워진다.

         

       하나 같이 문파 또는 가문 내에서 기재 소리를 들으며 자란 이들이다. 패자전을 통해 용봉의 자리에 오르는 수모를 겪고자 하는 이들은 없었다.

         

       “흥!”

       “크아악!”

         

       가장 먼저 8강의 자리에 안착한 이는 황보준걸이었다.

         

       백우진과의 비무 이후 호되게 정신을 차린 그는 예선보다 한층 더 강렬해진 움직임으로 상대를 찍어누르고 용의 자리 하나를 거머쥐었다.

         

       두 번째로 용이 된 것은 백우진이었다.

         

       “하아앗!”

         

       상대는 거센 기합과 함께 커다란 도를 휘두르는 하북팽가의 방계 여식이었다.

         

       그녀는 팽가의 절기로 손꼽히는 오호단문도(五虎斷門刀)를 펼치며 강렬한 기세로 공격을 거듭했으나, 백우진에게는 조금도 통하지 않았다.

         

       상성이 최악에 가까웠다. 유능제강(柔能制剛)이라, 주선검결과 취선보에 담긴 유의 묘리는 오호단문도의 강렬한 기세를 모조리 흘려넘기며 상대를 힘 빠지게 만들었다.

         

       “이익!”

         

       조급해진 상대가 평소보다 더 큰 동작으로 도를 휘두르는 순간, 비무는 끝이 났다.

         

       눈앞의 모든 걸 쪼개버릴 기세로 내리쳐진 도가 애꿎은 비무대 바닥을 산산조각 낼 때, 백우진의 검은 이미 상대의 목에 닿은 뒤였다.

         

       “너무 성급했어.”

       “아…!”

         

       잔뜩 분노했던 상대는 비뚜름하게 웃으며 조언을 건네는 백우진의 모습을 보고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저, 저기… 그럼 다음에 같이 후, 훈련이라도…!”

         

       오로지 무공밖에 모르던 그녀의 인생 첫 고백이 전해졌다.

         

       백우진이 곧장 검을 물린 채 뒤로 물러나며 짙은 검미를 좁히며 대답했다.

         

       “그건 좀.”

         

       대차게 까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신예화의 몰래 집착이 시작 되었습니다,,,ㄷㄷ,,,

    그리고 독자분 중 한분께서 작중 초반에 예화가 약혼자가 있음에도 들이대지 않았냐, 라는 의문을 제기해 주셨는데요.

    앞선 서사에서 설명되었듯 예화는 사랑이 무엇인지 모를 무렵 백우진에게 생겨난 약혼자를 보고 마음이 꺾이게 됩니다.

    훨씬 오래 알고 지낸 자신보다 난데없이 생겨난 약혼자에게 좀 더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그 이유였죠.

    그때 그녀는 왜곡된(?) 생각을 지니게 됩니다.

    어차피 난 소꿉친구니까 평생 같이 있을 수 있어, 라고 말이죠.

    그때부터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정말 엄청 붙어다녔고, 모든 행동은 천연적으로(?) 나온 행동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백무혁을 좋아한다고 착각하고 있던 와중에도 마음 깊숙한 곳에는 백우진이 자리잡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다 본격적으로 예,,, 일이 저렇게 벌어진 거고요.

    – 라고 NovelGod2가 후회, 피폐 드리프트를 뒤늦게 넣기 위해 설정을 만들었습니다.

    어느 정도 의문이 풀리셨으면 좋겠습니당 ㅎㅎ,,,!

    자정 전에 한 편 더 올리고 싶기는 한데, 지금 쓰고 있는 중이라 연재가 가능할지는 미지수일 것 같습니다. 일단 노력해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조회수 50만을 넘어섰습니다.

    처음 작품을 쓸 때만 해도 10만 넘기는 게 목표였는데, 무려 다섯 배를 초과하여 기분도 다섯 배나 좋습니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써서 여러분들의 상상력과 열띤 토론을 자극하는(?) 눈작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정말 고생 많으셨고, 저는 내일 찾아 뵙겠습니다!

    가시기 전에 선작,추천,댓글,알람 설정 한번씩만 부탁드립니다 ㅎㅎ,,,!

    P.s 후원 감사의 말씀

    비공개 님!

    후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쓰란 의미로 받아들여 죽어라 쓰겠습니다악!!

    모코코자빠졌네 님!

    두 번째 후원 감사드립니다,,,! 일러에 보태라고 후원해 주셨는데, 최대한 퀄리티 좋은 일러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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