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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0

       바이크를 타려다 금지당한 클레어였기에, 혹시 뚜껑이 열리는 차를 사고 싶어 할까 생각했다.

        

       사실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했다.

        

       보통 그런 차는 외제차였고, 당연히 비싸기도 비싸고, 보험료나 혹시 고장 났을 때 부품 비용도 많이 나가니 길게 본다면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니다. 나는 고작 복권에 당첨되었을 뿐, 1년에 돈을 수억 원씩 벌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나가는 비용과 들어오는 비용을 생각했을 때 마이너스가 되는 것은, 여기서 길게 살 것을 생각하고 있다면 큰 문제였지만…… 어차피 우리는 돌아갈 생각이지 않은가. 차에 돈 좀 쓴다고 해도 그렇게까지 큰 문제는 아니었다.

        

       “이건 어때?”

        

       하지만 정말로 기특하게도 클레어가 보여준 차량은 국산 SUV였다. 그렇다고 가격이 엄청나게 비싼 브랜드도 아니었다. 음, 중산층 가정이라면 구매를 고려해볼 정도의, 그런 자동차.

        

       “처음부터 이런 차를 사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클레어는 금방 얼굴에 환한 미소를 떠올렸다.

        

       “운전은 내가 해도 돼?”

        

       “저는 상관없습니다만, 괜찮겠습니까?”

        

       사실 운전이라는 게 처음 할 때는 꽤 재미있지만, 하면 할수록 지겨워지는 법이다.

        

       20대에 처음 차를 뽑은 내 친구들도 처음에는 날 포함한 자기 친구들을 열심히 태우고 다녔지만, 보통 1년 정도 뒤부터는 그런 말을 꺼내지 않게 되었다. 우리가 공짜로 타는 것도 아니고, 보통 함께 놀러 가면 그 친구가 내는 돈은 빼고 계산해도 말이다.

        

       뭐, 클레어는 조금 다를 것 같긴 했다. 그 특유의 성실한 성격 때문인지, 하고 싶은 것은 오랫동안 진득하게 하는 성격이었으니까. 뭔가 질리는 성격이었다면 언제나 새벽에 일어나 의뢰부터 수행하는 버릇은 없었으리라.

        

       그리고 그랬으면 내가 고생을 좀 덜 했었겠지.

        

       “사실 두 대를 사는 것도 고려하고 있었습니다만, 이 차를 사게 된다면 굳이 그럴 필요는 없게 되겠습니다.”

        

       여자 다섯 명 정도는 쉽게 태울 수 있는 차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두근거리네요.”

        

       옆에서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있던 샤를로트도 웃으며 말했다.

        

       “직접 말을 몰아본 적은 있지만, 이런 식으로 친구들과 함께 모여서 어딘가 갈 생각을 해보는 건 처음이니까요.”

        

       “하긴, 샤를로트는 공주님이니까. 분명 어딘가 가려고 할 때마다 이런저런 사람이 붙었겠지.”

        

       “바로 그 말이죠.”

        

       “저, 정말로 그냥 타고 다니기만 해도 괜찮을까요? 저도 운전을 배우지 않아도 되는 건가요?”

        

       본인은 운전을 배울 생각이 없다고 했지만, 막상 우리가 이렇게 전부 면허를 따고 나자 조금 불안해진 모양인지, 미아가 그렇게 물었다.

        

       우리 세 사람은 말없이 그런 미아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으아!? 잠깐, 잠깐만요!? 역시 이거 면허 따라는 건가요? 따라는 거죠!?”

        

       이렇게 당황하는 것도 귀엽네.

        

       “그런데, 앨리스는 어디 있습니까?”

        

       “응? 아, 걔라면 아까 방송 방에서 뭔가 하는 것 같던데. 컴퓨터로 할 게 있나 봐.”

        

       클레어의 말에 나는 몸을 일으켰다.

        

       앨리스가 굳이 반대할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다 같이 쓸 차라면 모두의 동의를 받는 것이 좋을 테니까. 말없이 갑자기 덜컥 질러버리면 그것도 너무하잖아.

        

       컴퓨터를 사둔 방송 방으로 다가가자, 클레어의 말대로 안쪽에서 마우스를 딸깍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앨리스, 뭐 하고 있습니까?”

        

       방 안으로 들어가자, 턱을 괴고 진지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들여다보던 앨리스가 이쪽을 돌아보았다.

        

       “아, 왔어? 그럼 잠깐 이것 좀 볼래?”

        

       앨리스는 의자를 살짝 돌려서 앉으며 모니터를 보여주었다.

        

       모니터에는 쇼핑몰 사이트가 표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쇼핑몰 사이트에서 보여주고 있는 상품은—

        

       “텐트입니까?”

        

       그렇다. 텐트였다.

        

       텐트뿐만이 아니다. 옆으로 긴 화면에는 그것 말고도 다른 사이트 창도 몇 개 떠 있었는데, 하나는 랜턴이었고, 하나는 침낭이었다.

        

       “응.”

        

       앨리스는 여전히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우리가 지금까지 놀러 간 곳이 전부 도심지였잖아. 물론 그게 싫다는 건 아니야. 엄청 좋고 재밌었어. 그렇지만…… 기왕 차도 산 거, 조금 멀리, 일반적인 대중교통이 가기 힘든 곳으로 가보는 건, 어떨까 싶어서.”

        

       과연.

        

       차를 산 사람의 로망이기도 했다.

        

       동영상 사이트 같은 데서 보여지는 캠핑은 정말 정겹고 즐거워 보인다. 설령 ‘이거 개고생이다’라고 하는 스트리머도, 막상 캠핑 자체는 꽤 즐겁게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취업하고 나서 한동안은 캠핑하는 법을 열심히 검색해보긴 했다. 하지만 들어가는 돈이야 어떻다 쳐도, 혼자서 텐트를 치고 주변을 세팅하고 밥 먹고 자고 일어나서 다시 판을 접어 돌아올 생각을 하니 정신이 아득해져서 포기했었다.

        

       그리고 가족끼리 캠핑을 하러 가는 사람이라도 보통은 몇 번 가보고는 다시 가지 않게 된다는 사람도 많았고.

        

       하지만…….

        

       “괜찮지 않겠습니까?”

        

       그렇다.

        

       여기서 지내는 나의 논리는 ‘어차피 돌아갈 거’였다.

        

       캠핑용품, 까짓거 그냥 사다가 몇 번 쓰고 방치하더라도 상관없지 않나? 어차피 돌아갈 건데.

        

       어차피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귀족에 황족에 왕족이다. 이럴 때 이런 감성을 즐기지 못하면 돌아가서는 더욱 즐기지 못한다. 현대에서는 나이 먹고 즐길 수 있는 평범한 취미가, 저쪽으로 돌아가서는 체면 때문에, 그리고 일에 치여서 즐기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정말?”

        

       앨리스가 눈을 반짝였다.

        

       “마침 클레어와 어떤 차를 살지 상의 중이었습니다. 클레어도 커다란 차를 사고 싶다고 했으니, 공간적인 문제는 없을 겁니다.”

        

       아예 텐트와 차박용 물건을 모두 사다가 조금 더 넓게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르고.

        

       아니, 기왕 이렇게 된 거 캠핑카…… 아니,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지나치게 너무 나간 것 같다. 그냥 캠핑용품을 따로 사다가 싣는 것으로 만족하자.

        

       “캠핑이라. 바깥에서 자는 걸 말씀하시는 거죠?”

        

       샤를로트는 턱에 손을 댄 채 말했다.

        

       “그냥 바깥에서 자는 게 아니야. 거기서 당연히 요리도 해 먹지. 집 안에서는 해 먹기 어려운 바베큐 같은 거.”

        

       “바베큐!”

        

       앨리스의 설명에 미아가 바로 반응했다.

        

       “좋네, 정말로.”

        

       클레어는 바로 상상이라도 했는지, 조금 먼 곳을 바라보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기왕사는 거, 효율보다는 기분을 중시하도록 하죠. 화목 난로 같은 것은 없습니까?”

        

       내가 아예 한술 더 떠서 그렇게 말하자, 앨리스의 얼굴이 아까 전보다 더 밝아졌다.

        

       “아, 봐둔 게 있는데, 한번 볼래? 이거 어때?”

        

       우리는 그렇게 한동안 어떤 용품을 살지에 대해서 한참을 토론했다.

        

       *

        

       [그거 브이로그로 만들어서 올리는건 어때요?]

        

       “브이로그 말입니까?”

        

       음.

        

       확실히, 우리는 여기 오고 나서 두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줄기차게 실시간 스트리밍만 하고 있었다.

        

       녹화본은 있다. 방송하면서 녹화해둔 영상은 고스란히 다 저장해두었다.

        

       그저 편집 배우는 게 귀찮아서 하지 않았을 뿐.

        

       편집자를 따로 써도 되겠지만, 그건 그거대로 조금 껄끄러웠다. 뭐랄까, 지금 상태가 황금비율 같다고 해야 하나, 일 때문에 사람을 끌어들여 지인을 늘리는 건 왠지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 다른 애들 생각은 어떨지 아직 모르겠지만.

        

       “간단한 편집 정도는 배우면 할 수 있겠습니다만, 영상으로 만들어도 그렇게 길지는 않을 겁니다. 저희는 놀고 싶어서 가는 거지, 방송하고 싶어서 가는 건 아니니까요.”

        

       [이해합니다]

       [쉴때는 쉬어야죠]

        

       [그래도 영상으로 남겨두면 나중에 추억이 될 수 있어요. 저도 가족들이랑 영상만든거 사이트에 백업해놨음]

        

       띠리링.

        

       채팅을 보는데 도네가 왔다.

        

       과연. 추억인가.

        

       스마트폰이니 그런 것들을 가지고 돌아가더라도 오래 사용하지는 못할 거다. 아무리 열심히 배터리를 아껴도 자연스럽게 방전될 테니 길게 잡아도 2년이 채 되지 않겠지.

        

       하지만, 그 2년이 아니라 1년, 아니, 몇 개월이라도 추억을 공유할 수 있다면 좋은 일 아닐까? 보조배터리를 몇 개 챙겨가거나, 아니면 아예 태양열 충전기 같은걸 가지고 가는 방법도 있고…… 가지고 갈 수 있는 물건의 한계가 어느 정도가 될지는 모르겠다만.

        

       뭐, 충전 방법이야 조금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더라도, 우리와 함께 있지는 못했던 다른 아이들과 추억을 공유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남는 장사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정말로 영상을 찍을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만.”

        

       채팅창의 반응은 여러 가지였지만, 대부분은 기대된다는 반응이었다.

        

       나는 슬쩍 시선을 옮겨 같은 방에 모여있는 아이들을 보았다.

        

       다들 별로 개의치 않는 모양이다.

        

       음.

        

       그럼, 본격적인 브이로그보다는 1분에서 2분 정도로 만들어볼까.

        

       ……기왕 이렇게 된 거, 카메라라도 사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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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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