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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0

    화창한 봄의 어느 날.

    따스한 햇살 아래의 평화 속에서, 두 남자가 검을 맞대고 있었다.

    하지만 두 남자의 체급은 한 눈에 보아도 정당한 결투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한 쪽은 제법 여리여리한 인상의 청년이었고, 다른 한 쪽은 마치 곰처럼 큰 덩치의 노련한 용병 같은 인상의 사내였으니.

    그러나 결투는 묘하게도 쉽게 결판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느 한 쪽이 봐주고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 그들이 쥐고 있는 검이 목검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다면, 누구 한 쪽을 반드시 죽이려고 한다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정도의 접전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진검 대신 목검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고, 피 대신 땀방울이 튀기는 결투 끝에, 결국 승리를 거머쥔 쪽은 덩치가 훨씬 큰 쪽의 남성이었다.

    -탁-, 타악!

    그는 서로 맞대고 있던 검을 비틀며, 측면을 강하게 쳐낸다.

    어찌나 강하게 쳤는지, 상대가 목검을 놓쳐 저만치 날려버릴 정도였다.

    “이번엔 반응이 늦었어.”

    “읏…….”

    목검을 강하게 쳐내는 힘에 검을 손에 놓친 청년은, 사내의 목검이 자신의 목젖에 정확히 위치해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한숨을 쉬었다.

    “하아. 케일, 역시 검으론 못 당해내겠군.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했는데 말이야.”

    케일이라 불린 사내는 목검을 어깨에 걸치며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그렇겠지, 루크. 넌 마법사니까.”

    마법사가 이 정도 거리에서 소드마스터와 이토록 길게 접전을 벌였다는 것만 해도 굉장한 것이다.

    원래 군사교리에서 마법사라는 자들은 원거리, 다인전에 특화된 전략병기이고, 소드마스터는 원거리 대응능력은 떨어지지만, 근접전에서는 제왕이라 불리우는 병과니까.

    능력치의 특화가 다른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루크라 불린 청년은 아쉬워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나는 오늘을 위해 근접전용 아티팩트도 개발했고, 새로운 서클 운용법까지 생각했단 말일세. 거기에 온갖 강화 마법까지 때려박은 데다, 그대의 전투성향 분석도 철저히 했지. 헌데, 그럼에도 졌군.”

    루크의 말에 케일은 격분하여 외쳤다.

    “뭐야, 넌 내가 가니텔에 파견돼서 좆빠지게 구르고 있을 시간에 그런 거나 하고 놀고 있었다고?”

    “놀다니, 연구일세. 그대를 이기기 위한 연구.”

    “헛소리! 대련 생각하면서 혼자 연구실에 앉아서 어떻게 하면 대련에서 날 골탕먹일까 시시덕거린 거겠지!”

    안 봐도 뻔하다, 그는 항상 그랬으니 말이다.

    하지만 루크는 들어보라는 듯 말했다.

    “하지만 케일, 나의 연구가 진전이 있다면 마법사도 소드마스터의 기습에 무력하게 당하지만은 않게 된다는 것 아닌가? 그 말은, 마법사의 약점인 근접전에 취약하다는 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거잖나. 지금 같은 상황에서 그 차이는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만.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이 지식은 차후에 어떤 식으로든 분명히 큰 도움이 되겠지.”

    “…….”

    그렇게 말하면 또 할 말은 없지만…….

    하지만 이거, 분명히 전에 미리 생각해둔 대답일 거다.

    “하아, 됐고. 그래서 그랬나, 오늘은 꽤 까다롭더만. 내가 아니라 다른 소드마스터였으면 당했을 지도 모르겠어.”

    케일은 한숨을 쉬었다.

    뭐, 루크가 자신의 검을 아는 만큼이나 자신 또한 루크의 검을 아니까 대처도 간단했던 것이다.

    게다가, 왕국 내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하는 소드마스터인 자신이 아니라 다른 녀석들이라면 아마 루크의 검술에 당했을 가능성이 높겠지.

    그런 케일의 평가에 루크는 씨익 웃으며 즐거운 듯이 대꾸했다.

    “하하, 그런가? 다행이군, 내 연구가 헛된 노력은 아니어서.”

    마법사로서의 성취감이 느껴진 순간이었다.

    -털썩-.

    그러나 대련으로 완전히 지쳐버린 루크는 근처 풀밭으로 다가가 나무에 등을 대고 주저앉았다.

    “흐아, 오랜만에 몸을 격하게 움직이니 덥구나.”

    “그러게.”

    그 곁으로 케일이 다가와 앉자, 루크가 물었다.

    “그나저나 케일, 검술이 굉장히 늘었더군. 그럼 성창은 이제 익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됐나?”

    케일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평생을 검만 파고 달려왔더니, 새로운 무기에 정신 못 차리고 있다.”

    “느낌이 많이 다른가?”

    “존나 달라.”

    케일이 투덜대기 시작했다.

    “대체 왜 성검이 아니라 성창인데, 여신 이 새끼 대체 뭔 생각이야. 여신이 준 게 성창이 아니라 성검이었으면 지금 쯤 마왕 대가리는 내 발 밑에 있었을 거라고.”

    “뭐, 애초에 여신에게 우리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으니까.”

    “하아, 그러게나 말이다.”

    케일은 성창의 용사의 손을 이식한 제 손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는 강제적으로 용사의 자격을 이식한 것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성방패를 이용해 만든 성해포를 붕대마냥 둘러둔 것이다.

    한 번의 알선 실수로 두개의 온전한 성유물이 열화되고 말았으니, 누군가 여신은 제대로 하는 일이 없다고 불평을 토하더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나저나, 또 수염 밀었네. 너 이번엔 또 뭐 만들었냐?”

    “아, 이거. 그대를 이기기 위한 아티팩트들을 만드는데 썼다. 이 장갑과 옷을 강화하는 데에 사용했지.”

    수염이 난다는 건 나이가 들면 생기는 몇 안되는 좋은 점 중에 하나였다.

    그 때는 아무래도 머리카락 외엔 선택지가 없다는 점이 달갑지가 않았는데, 나이가 들어 수염이 나기 시작한 뒤로는 선택지가 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천적으로 몸에 털이 자라는 시기가 늦었던 루크에겐 어쩌면 평생 수염이나 털이 자라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꽤 심한 스트레스였다.

    자신은 머리를 제물로 이용하기 위해 자르고 나면, 결국 그 다음이 없다는 거니까.

    그래서 루크는 수염이 나지 않을 무렵에는 자연스레 머리카락을 제물로 하는 인챈트나 마법등을 사용하기를 꺼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수염이 나기 시작한 뒤로는 이제 그런 연구를 해도 그다지 거리낄 것이 없었다.

    그렇다보니 생각 할 수 있는 마법의 종류도 더욱 폭넓어지고, 고려할 수 있는 것 들도 매우 다양해졌다.

    또한 수염을 잘라도 유사시에 사용할 수 있는 보험이 있다는 생각에 그동안 미뤄두었던 연구와 인챈트를 몰아서 하는 등의 이유로 수염은 비교적 자주 깎는 편이었다.

    뭐, 저번에 케일이 파견나가기 전날 까지는 정성껏 기르고 있던 중이었지만 말이다.

    “흠.”

    헌데 케일은 꽤 미심쩍은 눈초리로 루크를 쏘아보고 있었다.

    그에 루크는 그를 슬쩍 올려다보며 물었다.

    “날 왜 그렇게 빤히 보는 거지? 혹, 내 얼굴에 흙이라도 묻은 건가?”

    케일은 고개를 저었다.

    “그냥, 넌 역시 수염이 없으면 존나게 도련님같아서.”

    “그건 무슨 뜻이지? 칭찬인가?”

    루크의 천연덕스러운 표정에 케일은 과장된 억양으로 대꾸했다.

    “아뇨, 보는 사람이 존나게 재수없다는 뜻입니다, 도련님. 어떻게 처 늙지를 않나요.”

    서로 40대를 바라보는 나이인데, 한쪽은 벌써 아저씨 소리를 듣는 쪽이고, 다른 쪽은 수염을 깎았을 때 한정으로는 아직도 오빠 소리를 듣는다.

    세상은 참 불공평하지 않은가?

    “뭐어, 나는 어렸을 때부터 관리를 열심히 했으니까. 마법사 아닌가.”

    당연한 소리다.

    마법사로서 철저한 자기관리를 바탕으로 한 삶을 살아온 루크와, 전사로서, 외모보다는 육신과 힘을 위주로 단련한 케일은 당연히 그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나이를 먹지 않는 것이 아니니 결국 자신도 늙겠지만, 단지 그 시기가 좀 늦을 뿐이다.

     

    루크는 케일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나는 그렇다 쳐도 말이지. 그대는 너무 자신의 몸을 험하게 굴리는 경향이 있어.”

    “뭐, 소드마스터니까.”

    “또 상처가 늘었군.”

    “아, 뭐. 마수가 좀 긁었어.”

    케일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었다.

    대륙에 손꼽히는 그랜드 소드마스터가 되어서, 마수에게 상처를, 그것도 얼굴을 긁혔다는 사실이 꽤나 부끄러웠던 것이다.

    “제 몸을 그렇게 조심성 없이 다루면서 무슨…….”

    루크는 한숨을 푹, 쉬었다.

    팔뚝의 상처는 옷으로 가린다 쳐도, 얼굴에 난 상처를 보면 레니에가 꽤 걱정을 할 것이다.

    그녀는 그런 여자니까.

    루크는 케일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이리 와보게, 흉 안지게 회복시켜줄 테니.”

    마법사이지만, 루크는 꽤 수준높은 지식과 권한을 소유한 대마법사였기 때문에 신체의 변형을 응용하면 그 정도 상처를 복구시키는 것 정도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어, 그럼 나야 고맙지.”

    케일 역시 레니에의 잔소리를 듣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으므로, 순순히 루크의 손길을 받았다.

    다른 평범한 치료사들은 그랜드 소드마스터라 불리는 케일의 상처를 치료할 수 없는데다, 치료에 특화된 성국의 사제들은 성녀인 레니에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케일의 흉터에 대한 정보 또한 그녀의 귀에 들어가고 말 테고, 그렇게 되면 또 그녀에게 상당한 잔소리를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케일은 루크의 치료를 받으며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날씨 좋구만.”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렀다.

    높고 청명한 하늘은 사람으로 하여금, 막연히 올려다보게 하는 힘이 있었다.

    그것이 가슴 속에 답답함을 품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 때였다.

    “케일, 무슨 걱정 있나?”

    “응?”

    루크의 입에서 들려온 말의 내용에 케일은 꽤 당황했다.

    이 공감능력 결여된 마법사가 어떻게 자신이 걱정이 있는 줄 알았단 말인가?

    설마, 그 정도로 티가 났나?

    “어떻게 알았어?” 

    케일은 부끄러움을 담아 물었다.

    그러자 루크는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대꾸했다.

    “그냥, 그대의 한숨소리가 들려오는 빈도가 평균적인 빈도보다 약 2.4배가량 높았고, 가끔 먼 곳을 바라보며 동공의 움직임이 멈추는 빈도 또한 평소보다 잦았다. 또한 결정적으론 그대가 공연히 하늘을 바라보며 날씨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유추할 수가 있지.”

    “…….”

    누가 마법사 아니랄까봐, 상당히 분석적이시다.

    뭐, 아무튼 그 루크가 사람의 감정을 분석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합격인걸까?

    어찌되었든, 일단은 좋은 게 좋은 거겠지.

    “그냥, 휴일이 없다는 생각 때문에. 지친다, 지쳐.”

    “흠, 하긴, 그대는 며칠 뒤에 또 로랜드로 파견을 나가야 한다고 했지.”

    거의 쉴 틈이 없었다.

    “진짜 좆빠지게 바빠서 죽겠다. 어떻게 소드마스터가 되기 전보다 더 바빠.”

    그의 투덜거림에 루크는 꽤 냉정하게 대꾸했다.

    “어쩔 수 있나, 우리 같은 힘 있는 자들이 나서지 않으면 이 대륙은 그날로 끝장인 것을.”

    “그건 그렇지만.”

    노블레스 오블리주, 그것이 강요되다시피 하는 시대다.

    어쩔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가 사이좋게 멸망하고 말 테니.

    그만큼 궁지에 몰린 상태라고나 할까.

    “그 짧은 휴가를 지금 남정네랑 보내고 있다니, 진짜 뒤질거같아.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도 모자랄 판인데.”

    케일의 한탄에 루크는 꽤 흥미를 보였다.

    “오, 그대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나?”

    “없어, 그냥 지껄여 본 거야.”

    “그래?”

    루크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하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얘기는 남녀노소 즐거운 대화주제니까…….

    라고 생각하던 케일은 정신이 바짝 들었다.

    ‘아니 잠깐만, 이 새끼가 입맛을 왜 다시지?’

    루크는 마법사다.

    그 족속들은 감정은 격리하다못해 거세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 정도로 감정에 무관심한 존재들.

    그리고 그런 존재의 정점에 선 자가 루크 이루시다.

    자신이 지껄인 말에 관심이 생길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곧 케일은 굉장히 흥미롭다는 표정을 짓게 되었다.

    과연 이 차가운 마법사의 가슴에 불을 지핀 멋진 여인이 대체 누굴까에 대한 기대감과 호기심으로.

    “뭐야, 너. 설마 사랑하는 사람 얘기에 관심 있었냐?”

    “뭐, 요즘 부쩍 궁금해져서 말이지. 사랑이란 게 대체 뭔가 하고.”

    “휘우!”

    케일은 크게 휘파람을 불었다.

    보나마나 엄청나게 빠졌구만!

    “케일, 그대는 사랑이 뭔지 아나?”

    루크의 간절한 듯 보이는 목소리에 케일은 싱글벙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대충은?”

    “나에게 설명해 줄 수 있나?”

    케일은 입꼬리를 크게 찢어 올리며 대답했다.

    자신역시 독신으로 생활한 기간이 길어 사랑에 대해 잘은 몰라도, 그동안 겪고 들어온 이야기들이 있으니 답을 꺼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이 마법사보다 감정을 모르겠는가.

    “으음, 사랑이란 건, 어딜 가나 그 사람 생각이 나고, 뭘 하든 그 사람의 모습이 떠오르고, 같이 있으면 마냥 좋고. 뭐 그런 거아니겠냐! 그런데 뭐야, 그런 사람 있냐?”

    “오호……. 그런가?”

    케일의 대답에 루크는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케일은 ‘마법사의 사랑 이야기라니, 굉장히 즐거운 대화주제가 될 것 같구만!’하고 생각하며 웃었다.

    곧 이어질 충격적인 대사는 생각지도 못 한 채.

    “그럼, 나는 그대를 사랑하고 있는 모양이군. 요 몇 달 그대가 파견에 나갔을 때에 그대의 생각만 했으니.”

    “쿨레헥!”

    케일은 침을 삼키다 목에 걸려 연신 기침을 해 댔다.

    “뭔 개소리야!”

    “그렇잖은가. 나는 그동안 그대를 이기기 위해 연구하면서 한시도 그대를 떠올리지 않은 적이 없었고, 이렇게 만나 대화하니 즐거운데. 그럼 사랑하는 게 아닌가?”

    “개소리 하지 마!! 죽여버린다!”

    “왜? 이 사례는 그대가 말한 조건에 정확히 부합하는데.”

    루크가 어리둥절하게 묻자, 케일은 길길이 날뛰며 외쳤다.

    “사랑은 임마, 그런 게 아냐! 그건 시발, 그, 뭐냐! 그래! 경쟁심이랑 우정 같은 거고! 사랑은 좀 더, 어? 낭만적인, 어? 그런 분위기가 있다고, 분위기가! 넌 시바 고추새끼랑 그렇고 그런 걸 하고 싶을 것 같아!!”

    “으음, 어렵구만.”

    케일의 외침에 루크는 곤란한 듯 인상을 찌푸렸다.

    누가 전사 아니랄까봐, 목청이 참 좋은 사내다.

    아무래도 루크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내용의 이야기는 절대 이어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케일은 분노를 삭히며 말을 이었다. 

    “아니, 존나 뜬금없이 물어보길래 뭔가 했더니만, 개소리나 하려고 떡밥 던진 거였냐? 너 설마 그딴 소리 밖에서도 하고 다니는 건 아니지?”

    “당연하지, 내가 이런 이야기를 대체 누구와 나누겠다고.”

    자신이 아는 마법사들 중에 사랑에 대해 아는 마법사는 당연히 없었다.

    마탑에 커플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정치적 필요에 의해서 교제를 할 뿐이지 그들 사이에도 사랑은 없다.

    그러니 누구에게 물어볼 수 있는 내용의 문제는 아니었다, 적어도 루크에게는. 

    “뭐, 그럼 다행이고. 하아. 안 그래도 요즘 좆 같은 소문이 돈단 말이지, 몇몇 여식들 사이에서.”

    “무슨 소문?”

    “아까 니가 나한테 한 얘기, 새끼야.”

    루크와 케일은 서로 그렇고 그런 사이다, 뭐 그런 얘기가 뒤에서 돌고 있다고 하더라.

    어떤 년이 퍼트린 소문인지, 걸리기만 하면 그대로 참수형이다.

    “너, 진짜 동성애자는 아니지?”

    케일의 물음에 루크는 어깨를 으쓱할 뿐이다.

    “나야 모르지, 누굴 사랑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으니. 내가 어찌 확신을 하겠나.”

    “그래, 제발 나는 아니길 빈다. 난 동성애에 관심 요만큼도 없으니까.”

    “그럼 앞으로도 그대를 사랑하지는 않도록 노력해보지.”

    “아나, 진짜! 하아, 뭐. 그래…….”

    뭐라고 화를 내려던 케일은 그러기도 지쳐 한숨을 쉬며 고개를 떨궜다.

    “그나저나, 갑자기 왜 사랑에 관심이 생긴 거야? 사람 감정은 좆도 모르면서.”

    “케일, 설마 못 들었는가?”

    “뭘? 마법사인 건 알겠는데, 제발 좀 주어를 말해.”

    케일이 답답하게 대꾸하자, 루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케일, 로랜드에 파견된다고 들었다. 그러니 당연히 그대도 아는 줄 알았는데.”

    “막 전장에서 돌아온 거라 아무것도 몰라, 대체 뭔 얘긴데?”

    케일의 답답함이 절절히 묻어나오는 목소리에, 루크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시가르마타 이야기 말일세.”

    광휘룡이라 불리우는 성룡, 시가르마타.

    그녀는 최근 대륙에서 마족을 몰아내는 데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었다.

    드래곤은 기본적으로 중간계의 전황에 일체 간섭하지 않는다는 율법을 어기고서 말이다.

    뭐, 이차원의 침공이 잦은 지금 같은 시대에 그런 율법은 유명무실한 것이긴 하지만.

    그리고 로랜드는 그 시가르마타가 전투를 직접적으로 돕는 영지다.

    처음엔 그저 그녀의 레어와 가깝다는 이유였지만, 이후 점차 그녀의 도움을 받은 로랜드가 다시 그녀를 지원하면서 그들의 관계가 일종의 계약처럼 변했다.

    그렇기에 그동안 로랜드에는 별다른 지원이 필요하지 않았다.

    헌데, 이번에 케일이 바로 그곳으로 파견되기로 한 것이 아닌가?

    그 말은, ‘시가르마타라는 전력에 공백이 생길 일’이 로랜드에 벌어진다는 얘기다.

    “이는 아마도 그녀의 약혼자인 아타나시스가 잠에서 깨어났기 때문이겠지.”

    “아타나시스? 그 드래곤로드?”

    “그래, 그는 그녀가 로랜드를 돕는 것을 굉장히 탐탁치 않아했다는군. 그는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그녀에게 당장 자신의 레어로 돌아올 것을 명했다고 하네.”

    “흐음, 로드의 아내라는 신분으로 율법을 어겨서?”

    “글쎄, 그 부분에 대한 건 이미 여신이 신탁을 통해 문제삼지 않겠다 언급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이성적인 이유로는 부족해.”

    루크의 말에 케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여신의 대리인이라 불리우는 드래곤이다. 

    그러니 그들의 주인인 여신이 신탁을 내린 시점에서 마족을 몰아내기 위해 협력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확언을 받은 셈.

    그러니 이성적으로는 일단 문제를 제기할 일이 없다.

    “그렇네, 그럼. 너는 이게 감정적인 이유가 분명하다?”

    “그래, 정치가들이 그러더군. 그런데 내가 생각해 보기에도 그래. 그리고 그 둘은 마침 부부이기도 하니까. 이는 아마도 사랑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말이지. 그래서 나도 궁금했던 것이라네. 사랑이라는 게 뭔지.”

    “흐음.”

    케일은 턱을 긁으며 중얼거렸다.

    “뭐, 확실히. 사랑하는 아내가 위험한 데서 싸우는 게 별로 좋게 보이지 않았을 수도 있겠네.”

    “흠, 역시 그런 걸까?”

    루크는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며 턱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잠시 후, 케일이 물었다.

    “야, 잠깐만. 그럼 시가르마타는 언제 돌아온대냐?”

    “그건 나도 모르지.”

    “씨이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특집때가 아니면 옛날 멤버가 얼굴을 비출 일이 없다보니 정말 쉽지가 않네요!
    케일도 꽤 괜찮은 놈인데 말이죠.

    그나저나, 5000년 전에도 부녀자는 있었다는 모양입니다.
    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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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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