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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0

       

        

        

         

        

        

        

        

       “행어 클리어. 더 이상의 추가 지원은 없는 것으로 추정. 지원 필요한 곳 있는지?”

        

       “빠르군요, 막내. 여기는 3명 정도 남았으니 빠르게 정리하고 합류하지요. 우리 뉴 막내랑 메카 막내 팀이나 도와주도록 하세요.”

        

       “어으, 여기 적 너무 많아요! 절반 정도는 간신히 정리했는데 다른 애들이 죽일 듯이 쫓아오고 있다구요!”

        

       “좌측, 좌측! 우왁! 여기 아직 8명 남았어요! 헬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와중 녹껄룩쉑 절반이나 잡았네 무친련 ㅋㅋㅋ

       -카토야 분발해라!!!!!!!!!!!!

       -못났다 못났어 ㅋㅋㅋ

       -와 40명중 벌써 절반을 쓸었네 무친련들 ㅋㅋ

        

        

        

        레드, 바이올렛, 블루, 그린 팀이 고가치 연구시설에 상륙한 지 5분, 절반이 쓸려나갔다.

        

        어느 쪽이라고 할 것 없이 인컴은 난리 그 자체였다. 총소리와 사람 말소리, 수류탄 폭음과 중간중간 섞인 끔찍한 파열음 및 비명이 양쪽의 귓전을 가득히 메운 것이었다 – 상황은 언뜻 비등하게 흐르고 있었으나, 방어자의 어드밴티지가 조금씩 사라질수록 천칭은 한 방향으로 쏠린다.

        

        아수라장 그 자체인 통신망 내에서 중요한 내용만을 빠르게 캐치한 몇몇이 파편화된 내용을 읽고 머릿속으로 전체적인 그림을 그렸다 – 좌우지간 이번에는 무슨…전기로 작동하는 파일벙커 형태의 작살을 들고 온 로렌티나는 사실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문제는 다른 방향에 있었다.

       

        하모니와 카토-진 팀.

        

        이들에게 지원이 시급히 필요했다.

        

        

        

       ‘메인 홀로 들어온 레드는 정리가 거의 끝났을거고…2층의 카고 통로와 그린 통로에 있는 엘리베이터 쪽으로 들어온 20명이 문제겠네.’

        

        

        

        행어 복도를 가로지르며 귀를 기울였다.

        

        머리를 기준으로 했을 때 오른쪽 귀에서는 메인 홀 방면에서의 교전음이 들려왔고, 왼쪽 귀로는 2층 카고 통로 및 그린 통로에서의 교전음을 들을 수가 있었다. 당연하게도 소리는 왼쪽이 더 컸다. 십수 초 전 통신을 했을 때도 로렌티나 쪽은 거의 다 정리되었다고 했으니.

        

        그리하여 나는 지체없이 그린 통로 방면으로 향했다. 의외로 급한 방면은 하모니 쪽이었다. 그린 룸과 메디컬 계단, 창고, 쌍문과 무균실험실 방면에 트랩을 가득히 설치해놨기에, 오히려 해당 방면으로 들어온 적들은 트랩이 넘쳐나는 방 안으로 기어들어가는 대신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레드, 바이올렛, 블루, 그린. 해당 아르테미스 타격팀의 팀장은 변절한 이카루스 오퍼레이터에, 팀 전원이 엑소스켈레톤까지 장착한 시점. 다시 말해 화력에서 밀리는 순간 순식간에 돌파당할 가능성이 있었으므로, 일단 빠르게 하모니가 있는 방향으로 지원을 가야겠다 싶었다.

        

        

        달리는 속도를 하나도 줄이지 않은 채 정밀한 지원사격.

        

        불행하게도 블루 팀의 두 명 정도가 우회타격을 위해 서버실을 돌아 복도로 나왔고, 다시 말해 이 두 명은 내 먹잇감이란 소리였다. 그리하여 총알이 허공을 날았고, 꼬리로 강하게 집어던진 수류탄이 블루 팀 우회타격조의 한 명의 미간에 적중했다.

        

        찰나의 섬광과 폭음, 그리고 쇠구슬이 합쳐진 콤비네이션이 적군의 눈 앞에서 번쩍였다.

        

        

        

       “아아악-!”

        

        

        

        콰앙!

        

        그리하여 한 명은 너덜너덜해진 채 뒤로 풀썩 쓰러졌고, 수류탄의 충격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허우적대던 나머지 한 명의 얼굴에 다섯 발 가량의 고관통탄이 날아들었다.

        

        그렇게 맵 위를 돌아다니던 두 명 분량의 붉은 점을 지우개로 지워 없앴다.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먼저 지워버렸던 두 명의 소지품을 뒤져 다섯 개 가량의 수류탄을 챙기고, 저 뒤까지 후퇴한 하모니와 합류하여 이를 건네자 표정이 그새 환해진다.

        

        

        

       “믿고 있었어요, 선생님!”

        

       “후딱 마무리하고 갑시다.”

        

        

        

       -미친련 수류탄받았다고 표정이 뭐저래 환해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수류탄을 받으면 원래 기쁜 거 아닌가요????

       -자기가 저렇게 만들어놓고 신경도 안쓰네 비얌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당연한 거라서 신경을 안쓰나보지 ㅋㅋ

       -그게 더무섭다 ㅋㅋㅋ

        

        

        

        아쉽게도, 분 단위의 시간을 들여 트랩을 창조하고 그곳으로 블루 팀을 밀어넣을 만큼의 여유까지는 없었다. 따라서 교전은 생각보다도 정석적이고 평이한 양상을 띠었다. 요컨대 일반적으로 구상 가능한 형태의 소규모 교전 형태라는 뜻이었다.

        

        전면에서 화력을 아슬아슬하게 받아내며 적의 위치를 정확하게 브리핑하는 것이 포인트맨의 역할인 반면, 하모니는 뒤에서 이를 확인하고 수류탄을 던지거나 사격을 하여 적들을 끌어낸다. 단점 아닌 단점이라면 교전 장소 자체가 비좁은 탓에 교전 자체가 지지부진하단 점일까.

        

        당연하겠지만, 이럴 때 역시도 고전적인 방법이 가장 잘 먹히는 법이었다.

        

        

        

       “연막탄을 뿌릴 테니 그 사이 서버실 방면으로 우회해요. 적당히 버티고 있을 테니까.”

        

       “후딱 움직이겠습니다.”

        

       “그래야죠.”

        

        

        

        그리하여 다용도 파우치를 열고 흑색 연막탄을 집어던질 준비를 했다.

        

        하모니는 온 몸에 힘을 주었고, 적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복도 안쪽으로 수류탄을 하나 집어던진 뒤 가려지는 즉시 호다닥 달려갈 수 있도록 준비를 시행했다.

        

        그로부터 몇 초나 지났을까, 연막탄이 포물선을 그리며 복도에 착탄하는 순간 지금 들릴 이유가 없었던 목소리가 인컴을 타고 퍼졌다.

        

        

        

       “그럴 필요 없어요.”

        

       “네?”

        

        

        

        검은 연막 너머에서 숨길 수 없는 끔찍한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인컴을 송곳처럼 파고드는 고통 어린 신음. 다음 순간 들려오는 널빤지 부서지는 소리와 컥 하는 단말마가 연막 너머에서 누군가가 죽었음을 암시하고 있었다. 어쩌다보니 연막탄이 한순간에 슬래셔 무비로 변해버린 건너편을 가려주게 된 것이었다.

        

        막 튀어나가려던 하모니가 상당히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원래 자리로 복귀하는 동안, 검은 연막이 점차적으로 걷혔다. 온몸에 금색 액체를 묻힌 로렌티나가 오른손으로 들고 있던 작살 형태의 파일벙커를 등 뒤로 다시 수납했다.

        

        그 순간 꽤나 여러 생각이 몰아쳤지만, 그 중 직관적으로 바로 내뱉어보자면….

        

        

        

       “제가 도끼 한 자루 들고 싸돌아다닐 때 모니가 느꼈던 감정이 이랬던 거군요.”

        

       “이제야 아시겠어요?”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뭐공포영화냐고 ㅋㅋㅋㅋㅋㅋ

       -연막 걷혔더니 살인병기가 이쪽보고있으면 당연히 오줌지리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발…총게임에선 총좀 써주세요….

       -이새1기들 하도 고여가지고 이젠 총게임에서 총을 안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나와 모니가 반쯤 멍한 표정으로 이를 관람하고 있었을 때, 로렌티나는 고개를 앞쪽으로 돌리더니 잔상이 남을 정도의 스피드로 땅을 박차 2층 격리 텐트를 향해 달려갔다.

        

        뭔가 했더니 나와 하모니가 카토와 진을 잊어버리고 있던 것이었다. 

        

        반쯤 멍한 표정으로 입을 열어 덧붙였다.

        

        

        

       “…남은 두 분이나 도우러 갑시다.” 

       

       “네에….”

        

        

        

        시설을 깔끔하게 청소하러 갈 시간이었다.

        

        

        

        

        

        

        

        

        

        

        

        

        

        

        

        

        

        

        

        

        

        

       “그린 팀 진입한 지 1분 20초만에 몰살, 레드 팀은 2분 25초, 블루는 그 다음…아주 운수 한 번 더럽게 사납구만.” 

       

       “지금이라도 엘리베이터로 퇴각해야 합니다.”

        

       “빌어먹을 감마 타입 새끼, 적 중에 아키타입급 2명이 있다는 사실은 좀 알려주고 배신하든지.”

        

       “엘리베이터 도착까지 30초…이런 미친, 사이먼 박사님이 내려온다고 합니다!”

        

       “그 정신병자가 전장에 온다고? 예감이 안 좋은데.”

        

        

        

        전장이 밀린다.

        

        카고 통로와 의료실, 병동, 병동 복도를 점유하고 있던 바이올렛 팀은 교전이 시작된 지 불과 5분도 지나지 않아 한참을 뒤로 밀려나고, 이내 자신들이 타고 왔던 엘리베이터 언저리까지 밀려나게 되었다. 시설 자체를 초토화시킬 수도 있을 전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것이었다.

        

        3개 팀. 시설에 파견된 4팀 중 무려 세 팀이 말 그대로 정면에서 맞부딪힌 후 으스러졌다. 패착은 간단했다. 아키타입이, 그리고 그녀와 비견되는 무력을 지닌 정체불명의 존재, 그 외에도 결코 경시할 수 없는 실력을 가진 이들이 더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단순한 핑계였다. 패배자는 더 이상 입을 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빠르게 하강하는 엘리베이터를 확인하던 바이올렛 팀의 눈동자가 불안함으로 물들었다.

        

        전투와는 일절 관련없을 것 같은 먹물쟁이가 내려오기 때문이 아니었다. 진즉 인륜의 굴레를 벗어던진 아르테미스의 과학자들은 밴딧이라는 이름의 자원을 누구보다도 효율적으로 쓰는 미치광이였고, 영화나 만화 속에서만 볼 수 있었던 매드 사이언티스트들의 전형이었다.

        

        뭘 대동하고 올지조차 알 수 없는 시점에서 뜬금없이 전장으로 내려온다는 것 자체가 정신나간 발상 그 자체였지만, 그런 생각조차 사치인 수준이었으나 –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뛰쳐나온 두 기의 개 모양 UGV가 유탄과 미니건을 허공에 퍼붓는 순간 상황은 오리무중으로 빠졌다.

        

        그로부터 몇 초나 지났을까, 누가 봐도 멀쩡하게 생긴 인원 한 명이 백색 정장을 입은 채 엘리베이터에서 걸어나왔다.

        

        

        

       ───드르르르륵!

        

        

        

       “…어쩌자고 이딴 위험한 곳까지 오셨습니까, 사이먼 박사?”

        

       “하하, 너무 그렇게 야박하게 말하지 마십시오. 피조물이 새로운 지성을 깨우쳤다는데 마땅히 내려와서 그 광경을 직접 목도해야만 하지 않겠습니까?”

        

       “위험합니다. 다시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 계십시오.”

        

       “그런 것따윈 이미 알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시길. 저는 여러분, 여러분들이 착용 중인 엑소스켈레톤…그리고 투견들을 믿습니다.”

        

        

        

        귀청이 떨어질 것만 같은 미니건의 폭음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그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시설 내부를 확인했다. 좋게 말하면 긴장하지 않고 냉정한 것이었지만, 다르게 말하면 자신이 원하는 것 이외에는 단 하나도 신경쓰지 않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그가 옷깃에 달린 마이크를 작동시키더니 입을 열었다. 한창 미니건을 쏘아대고 있는 투견에 달린 스피커가 진동하며 그의 말을 허공으로 퍼뜨렸다.

        

        

        

       “문명인이라면 때로는 이런 전장에서도 총기를 내려놓고 서로를 마주할 줄 알아야겠지요. 아키타입, 그리고 감마. 아르테미스가 그토록 찾아헤메던 얼굴을 한 번 보여주시죠. 저도 이런 지저분한 곳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물론 대답으로 돌아온 것은 여러 개의 수류탄 뭉치였다.

        

        잠시간의 아수라장 이후 폭음과 폭발이 걷혔고, 놀랍게도 그 아무도 다치지 않은 채 살아있었다 – 엉망진창이 된 투견 하나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부서진 것을 제외하면 그러했다. 기체를 담보로 펴낸 실드 배리어가 수류탄 다섯 개의 폭발을 정면에서 막아낸 것이었다.

        

        부서진 투견을 내려다보던 그가 입가에 미소를 잃지 않은 채 덧붙였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겠군요. 하지만 상정 내의 일입니다. 새로운 지성을 획득한 감마와 아키타입…귀관들을 아르테미스로 데려갈 수만 있다면 40명의 손실을 거스름돈으로 내밀기에는 실로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40명이라니. 그게 무슨 소립니까?”

        

       “40명…잠깐, 망할! 저 새끼를 막아!”

        

       “제가 말했지요? 저는 여러분들을 믿는다고.”

        

        

        

        꾹, 기이잉.

        

        갑작스럽게 작동하는 바이올렛 팀의 엑소스켈레톤. 합금 프레임 안에 숨겨져있던 관절이 새로이 드러나고, 그 순간 숨겨져있던 몇 개의 주사바늘이 튀어나오더니 팀원 전원의 목을 꿰뚫는다. 붉은 액체가 혈관으로 밀려들었고, 그 순간 바이올렛 팀이 하나둘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바이올렛 팀의 팀장이기도 한 변절 이카루스 오퍼레이터만이 이를 간신히 막아냈지만, 남은 한 마리의 투견이 그의 등을 강하게 들이박았고 – 머잖아 그 역시 동일한 과정에 돌입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몇 초나 지났을까. 눈동자가 새까맣게 물든 적들이 비척비척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 사이먼이라 불린 인원이 드물게 입가의 미소를 지우며 입을 열었다.

        

        

        

       “흐음, 신경절 커넥터는 이어져있고…죽은 사람조차 최대 30분 정도까지는 움직일 수 있을 텐데. 설마 몸통과 머리를 분리해버린 건가? 대단히 흥미로워….”

        

        

        

        뇌를 대체하는 엑소스켈레톤 내의 전투 소프트웨어, 그리고 인공적으로 팔다리를 움직일 수 있는 스켈레톤 본체까지. 그리하여 신체는 사망하더라도 최대 30분 가량은 사람의 몸뚱아리를 빌려 기동이 가능한 수준이었으나…예외가 있었다.

        

        목과 머리가 분리되었을 경우, 혹은 그에 준하는 절단 혹은 손상을 입었을 경우에는 성립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40명 중 절반은 교전 중 입은 손상의 정도가 거대하다는 뜻이었다. 특히나 그린 팀은 움직일 수 있는 인력이 단 한 명도 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원인을 파악하기엔 상황이 그닥 여의치 않았다. 그리하여 그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인 다음 입을 열었다.

        

        

        

       “감마는 팔다리를 전부 끊어놓으세요. 아키타입은 제압할 수 있다면 제압하시고…아, 그렇지. 약간의 도움을 드려야겠네.”

        

        

        

        그와 동시에 그가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을 열었고, 이내 투명한 태블릿 하나를 꺼냈다.

        

        그 순간 기이잉 하는 소리와 함께 두 기의 – 한 기는 진즉 부서졌지만 – 투견의 복부에서부터 두 개의 금속성 구체가 굴러나왔다. 크기가 상당했다. 멜론에 준할 정도의 크기였으니.

        

        태블릿을 한참 들여다봄과 동시에 기묘한 소리를 내며 앞으로 천천히 굴러가기 시작한 금속성 구체.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두 명의 바이올렛 팀원을 제외한 여덟 명이 구체를 뒤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귀를 찢는 전자음이 터져나왔다.

        

        

        

       ───기이이잉!

        

        

        

       “그곳에 숨어있었군요, 감마. 아르테미스와의 커넥션을 다시 이어줄테니 집으로 돌아오도록 합시다.”

        

        

        

        투두두두!

        

        실로 인자한 미소를 지은 그가 태블릿을 이리저리 놀리기 시작했다. 화면 공유가 시작되었다. 여덟 명의 바이올렛 팀원들이 몸에 총알이 박히는 고통조차 무시한 채 적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머리를 감싸쥐고 바닥에 무릎을 꿇은 감마가 가장 먼저 보였다.

        

        그 뒤로 아키타입,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두 명의 인력이 보였으나, 그동안 변절한 감마 타입이 수집된 정보를 토대로 위험도가 자동으로 측정되기 시작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했고 아니라면 아니게도 위험도는 전원 최상 이상이었다.

        

        마치 보석이라도 찾아낸 것마냥 사이먼의 표정이 탐욕과 기쁨으로 일그러졌으나,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누군가가 태블릿을 순식간에 뺏어들었기 때문이었다.

        

        

        

       “흐음. 요즘 아르테미스의 태블릿은 이렇게 생겼군요. 일단 회수해야할지도.”

        

        

        

        사이먼의 눈동자가 한계치 이상으로 커졌다.

        

        상식적인 한계에서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분명 여태까지 아무런 것도 없었던 곳에서 갑자기 사람이 나타난 것이었다. 너무나도 어이없는 전개에 자신을 지킬 그 누군가가 주변에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조차 까먹어버린 그가 뒤늦게 바이올렛 팀을 찾았으나-

        

        

        

       “끄극…!”

        

       “컥….”

        

       “이미 척수를 끊었고, 엑소스켈레톤의 배터리도 박살냈죠. 허튼 짓을 하면 따끔할 거예요.”

        

        

        

        털썩.

        

        인간의 동체시력으로는 따라가는 것조차 불가능한 속도로 휘둘러진 무언가가 신체능력과 내구성이 기존의 몇 배로 증강된 바이올렛 팀의 오퍼레이터를 관통했다. 뒷목과 턱에 난 관통상과 등에 붙여진 배터리에 난 기괴한 형태의 관통 형상까지.

        

        그와 동시에 그가 본 것은…일종의 작살이었다. 날카로운 끄트머리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눈 앞의 누군가가 짐작조차 되지 않는 스피드로 그것을 휘둘러 두 명의 가드를 순식간에 찔러 죽여버린 것이었다.

        

        침을 꿀꺽 삼켰다. 습격자가 사이먼과 너무나도 가까이 있었기에 투견은 공격 태세조차 갖추지 못했다.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로렌티나는 태블릿을 이리저리 만진 끝에 해당 시스템과 연결되어있는 모든 것들을 자괴시키는 버튼을 찾아내었고, 이내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날카로운 이빨이 옅은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게 보였다.

        

        그 순간 태블릿 언저리로 얼핏 보이는 데이터. 감마가 전송한 것이었다. 아키타입과 동등한, 혹은 그보다도 위험한 새로운 적군의 형태라고 적혀있는 것이었다.

        

        

        

       ───투두두두두!

        

        

        

       “와악…!”

        

       “위협 요소 제거 끝. 다들 수고 많았어요.”

        

        

        

        과연 누군가에게 말하는 걸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투견의 대가리에 한 탄창을 전부 비워버린 로렌티나가 든 총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그러는 순간에도 사이먼의 머릿속에서는 숨길 수 없는 광기와 탐욕이 어른거리고 있었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또 다른 존재가 그의 눈 앞에 있었다. 그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실험실로 끌고 가고 싶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현재 가진 것이 단 하나도 없었다.

        

        로렌티나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더욱 짙어짐과 동시에 입이 열렸다.

        

        

        

       “그건 그렇고, 막내. 혹시 잘 드는 지혈제 하나 정도 구비하고 있으실지?”

        

        

        

        이유는 간단했다.

        

        로렌티나의 손에 들린 소총이 사이먼의 양쪽 무릎, 그리고 팔꿈치를 향해 탄환을 토해내었다.

        

        

        

       “끄아아아아악-!”

        

       “쇼크로 죽지는 않아 다행이군요. 그쪽처럼 헛소리만 픽픽 해대는 사람이랑 대화를 섞는 취미는 없거든요.”

        

       “귀, 귀관은 설마…아아악!”

        

       “제가 누군지를 묻는 것보단 앞으로 심문실에서 본인이 누군지를 어필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지?”

        

        

        

        그의 눈이 서서히 감기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그는 눈 앞에 나타난 초인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필사적으로 눈을 부릅떴다. 더없이 완벽하고 잔인한, 그렇기에 아름다운 누군가. 아키타입과 비견할 수 있을 정도의, 아르테미스가 수 년 전의 과거로부터 수집해온 정보로부터 알 수 있었던 또 다른 초인이….

        

        그러나 그것도 잠시. 피웅덩이 위에서 엎어지듯 혼수 상태에 빠진 사이먼을 확인한 로렌티나가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회복 키트를 꺼냈다. 나노 머신을 목에 주사하자마자 건너편에서 여러 개의 군홧발 소리가 들려왔다.

        

        당연하게도 당사자의 일행이었다.

        

        

        

       “…지혈제가 왜 필요한가 했더니, 아주 그냥 난도질을 해놓으셨네요.”

        

       “뭐어, 간만에 꽤 재밌었어요. 잠입 실력이 녹슬지는 않은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잠입이 아니라 순간이동에 가까운 그거 말이로군요.”

        

        

        

        좌우지간, 누가 보아도 인텔리에 가까운 그는 어디를 데려가든 꽤나 귀중한 정보를 뱉어낼 것이었다.

        

        유진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은 후 꼬리로 해당 인원을 들어올렸고, 이내 덧붙였다.

        

        

        

       “…내부 시설 방어 병력의 물건만 챙겨나가면 될 거라고 생각했더니, 또 잭팟이로군요. 다들 오만가지 귀중품을 들고 있는 듯하니 후딱 챙겨서 나가도록 합시다.”

        

       “와! 부자다-!”

        

       “카토는 진 멀쩡한지나 좀 봐주세요.”

        

       “아르테미스 커넥션 절단 조치 완료. 문제없습니다.”

        

       “그렇다면야.”

        

        

        

        여태까지 해온 행동들에 비하면 실로 대강대강이기 그지없었으나, 그들 중 그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파란만장하기 그지없었던 고가치 연구시설 탐방은 그렇게 종료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상어가 가장 잘 쓰는 무기

    작살

    + 어느덧 400회가 되었군요
    항상 봐주시는 독자분들께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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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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