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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0

       저 멀리 흙먼지 사이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파이스를 살핀다.

       

       조금 속도를 올려 보았다마는 이렇게 허무하게 당할 줄이야. 아직까지도 그대의 본능이 모두 깨어나지 않은 것이더냐?

       

       이 정도로 끝이 난다며는 영 싱거워서 곤란하다만?

       

       그리 생각을 하고 가만 기다리고 있으려니 저 너머에서 살의로 가득한 눈동자가 비쳤다.

       

       파이스가 발을 내딛음에 따라 흙먼지가 걷히고 녀석의 신형이 내 앞까지 도달한다.

       

       최초의 돌진과는 종류를 달리하는 살의를 담은 송곳과도 같은 돌격.

       

       아니군. 아직까지도 힘이 넘쳐.

       

       그래. 용사라는 호칭을 지녔었다면. 한 때 세상을 구원했던 녀석이라면 저만한 끈기는 지니고 있어야지.

       

       녀석이 돌진하는 것을 구경하면서 한 편으로 시간을 살폈다.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로 남았군.

       

       이 정도면 한서우 녀석에게 송곳니를 드러낸 파이스를 상대하는 법을 보여 줄 여유는 충분하겠어.

       

       “흐아압!”

       

       기합과 함께 내질러지는 검을 바라보면서 생각한다.

       

       한서우 그 녀석은 천마신공 하나를 다루는 것도 버거워하는 놈이니만큼 다른 무공을 뒤섞고 활용하는 것을 바라면 안 되겠지.

       

       지금부터 사용해야하는 것은 천마신공뿐.

       

       저 가열찬 돌진에 천마신공에 대항하는 방법이라. 해답이라면 역시 하나 뿐이지.

       

       상대의 공격이 강맹하다면 이쪽의 권도 그만큼 강맹하면 그만.

       

       검붉은 색의 사나운 천마신공의 내기로 강기를 덧댄 후 주먹을 내지른다.

       

       검과 권이 부딪힌다.

       

       파이스의 오러와 천마신공의 내기가 대치를 이룬다.

       

       눈가에 혈관이 터질 것처럼 본인을 노려보는 파이스의 눈빛이 썩 마음에 들었지만 안타깝게도 이 대치는 길게 이어질 수 없다.

       

       저 오러라는 것이 위협적인 것은 사실이나 그래봐야 한 사람이 지닌 기운일 뿐.

       

       천마신공의 포악스러운 내기는 자신을 위협하는 녀석에게도 이빨을 드러내는 포악스런 짐승일 지어니.

       

       권과 검이 부딪혀 대치를 이루게 된다면 결국 먼저 무너지는 것은 검일 수밖에 없다.

       

       보라. 신공의 내기에 잡아먹혀 오러에 균열이 나기 무섭게 파이스가 뒤로 물러서지 않나.

       

       “젠장!”

       

       이로써 상대는 힘대결을 주저하게 된다.

       

       서로 간에 기운을 길게 부딪치면 상대에게 잡아먹힐 뿐이라는 것을 깨우쳤으니까.

       

       그럼 말이다.

       

       상대는 어쩔 수 없이 기술로 승부를 봐야 한다.

       

       힘으로 찍어 누를 수 없기에. 자신의 기운으로 짓누를 수 없기에. 스스로가 지닌 무로 상대를 제압해야 하지.

       

       여기에서 파이스의 단점이 드러난다.

       

       바로 기운을 다루는 실력에 비하여 검술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 말이다.

       

       아아. 놈의 검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충실한 기본기 위에 많은 실전이 쌓인 파이스의 검은 분명 일정한 경지에 이르렀다.

       

       허나 딱 거기까지다.

       

       본인의 입장에서 보기엔 감탄할 수준도 아니고. 대단하다 고개를 끄덕여줄 수준도 아닌. 그저 기본에 불과한 검이지.

       

       고금제일인인 본인이 사용하는 것이자. 한서우가 가르침을 받고 있는 무공인 천마신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검이란 게다.

       

       그러니 서로의 무가 맞부딪혔을 때에 파이스는 결코 천마신공을 무너트리지 못한다.

       

       여기까지 왔으며는 승부는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조급할 필요는 없다.

       

       빠르게 승부를 결정지으려 할 필요도 없다.

       

       그저 파이스가 천마신공의 세월에 짓눌려 무너지는 것을 바라보면 족하지.

       

       이쯤 했으면 내 한서우에게 보여줄 것은 모두 보여주었다 생각하기는 한다만 녀석은 아직 앎보다 모름이 더 많은 하수이니.

       

       내 특별히 공략할 부분을 몇 가지 더 보여주도록 하겠다.

       

       우선은 이 녀석은 방어를 도외시하는 경향이 있단 것이다.

       

       아마 현실의 몸이 지니고 있는 무언가가 원인일 터이고 현실에선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버릇일 터이다만 아피스에선 다르지.

       

       결국은 놈도 이 세상이 정해놓은 규율의 일부일 뿐이니까.

       

       이 버릇을 이용한다면 작은 피해를 입는 대신 큰 반격을 가할 수 있을 것이야.

       

       다음은 이 녀석이 지닌 여러 자잘한 버릇이다.

       

       공격을 받으면 방어를 하기보다는 자기도 공격을 하는 것으로 돌파하는 걸 선호한다는 점.

       

       협력에 익숙한 듯 혼자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의 협공을 기다리는 움직임을 한다는 점.

       

       나가떨어지면 상황을 살피기보다 먼저 몸을 움직인다는 점.

       

       이외에도 여러 버릇이 있다만 그건 별 중요치 않은 것들 뿐이니 네 놈이 알아 파악하도록 하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다만 파이스 이 녀석의 선함을 이용하라는 것이다.

       

       잘 보거라. 지금 이 순간 파이스는 본인의 살기에 협박을 당해 살의를 안에 품고 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수를 내지를 때면 약간의 망설임이 드러나.

       

       이 이유는 단순하다.

       

       놈은 용사니까. 인간의 수호자역을 맡은 이니까.

       

       파이스라 하여 자신의 문제를 모르진 않을 터이다만 그렇다 한들 이 문제를 바꾸진 못할 것이다.

       

       이는 저 녀석의 본성이거든.

       

       그렇다면 이 망설임을 어떻게 이용하느냐?

       

       간단하다. 방어를 하는 도중에 갑자기 손을 내리는 것이다.

       

       죽음을 바란다는 것처럼.

       

       그러며는 파이스는 자기도 모르게 검을 멈추려 하고 그 순간 드러난 틈을 노리면 쉽게 공격에 성공할 수 있지.

       

       이렇게.

       

       파아앙!

       

       복부에 가해진 충격으로 인해 처날려진 파이스가 한참을 구르다 멈춰 선다.

       

       흐음. 이쯤하면 한서우 그 녀석이 아무리 우둔해도 알아들을 수 있을 터. 

       

       슬슬 끝을 보도록 할까.

       

       *

       

       오른 쪽에서 대각선으로 내지른 검격.

       

       강기가 둘러진 화령의 권에 가로 막혀 무력화된다.

       

       이후 연이어 방패 끝으로 타격을 넣어보려 했지만 이 또한 실패.

       

       화령의 팔이 어느새 몸 안으로 파고 들어 공격의 궤도를 비틀어 버렸다.

       

       그렇게 드러난 틈 사이로 화령의 권이 파고 들어 복부를 후려친다.

       

       갑옷을 넘어 내장을 뒤흔드는 일격에 이를 꽉 깨물면서도 파이스는 공세를 멈추지 않는다.

       

       이는 그가 과거 세계를 구원하기 위한 여정을 나설 때의 버릇이었다.

       

       최전선에 선 그가 공세를 포기하는 순간 그대로 그의 뒤편에 있는 사람들이 위험해지기에 파이스는 그 어떤 순간이 찾아오더라도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그가 지닌 전투법은 대개 이런 식이었다.

       

       다른 무언가가 자신을 회복시켜 줄 것이라 믿기에 다소의 피해는 도외시 한다.

       

       버티고 있으면 뒤에서 화력이 날아들 것을 알기에 도박에 가까운 공격은 감행하지 않는다.

       

       혼자서 싸울 일보다는 동료들과 함께 싸울 일이 훨씬 더 많았기에 자연스레 몸에 새겨진 규율.

       

       이 규율은 여태까지 문제가 될 일이 없었다.

       

       다른 세계에 있을 때에는 언제나 동료들이 함께이기에 괜찮았고. 현대에 와서는 그를 위협할 만큼의 강자와 싸울 일이 없었기에 괜찮았다.

       

       허나 괜찮았다고 하여 문제가 문제가 아닌 것이 되지는 않으니.

       

       자신을 완벽하게 압도하는 수준의 강자를 만난 지금. 파이스는 자신이 지닌 문제들을 하나 둘 마주하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아. 젠장. 또 멍청하게 움직였어! 뒤에서 힐을 해 주 사람이 없는데 왜 이딴 식으로 움직이는 거냐.

       

       이 멍청아!

       

       일단 타격을 받아내고 다시 검을 휘둘러서…

       

       어라? 왜 막지 않으시지?

       

       이 검격이 파고들면 목에 큰 상처를 입을 텐데. 많은 피가 흐를 텐데?

       

       어째서.

       

       그 짧은 망설임이 지나가던 때에 파이스는 보았다.

       

       화령이 자신을 보며 비릿한 웃음을 짓는 것을.

       

       노림수구나.

       

       …

       

       순간 시야가 암전했다가 다시 되돌아 왔을 무렵.

       

       파이스는 흙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

       

       권에 의해 처날려진 건가.

       

       빨리 일어나서 다시 공격을…

       

       아. 젠장. 이젠 몸도 마음대로 안 움직이네.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라고!

       

       한 번 비틀거리며 넘어졌다가 겨우 몸을 일으킨 파이스는 흩날리는 흙먼지의 너머로 화령의 모습을 보았다.

       

       기이한 일이었다. 분명 그녀의 체형은 일반적인 여성의 평균보다 약간 큰 수준이다.

       

       헌데 지금 파이스의 눈에 들어오는 화령의 모습은 너무도 거대했다. 감히 올려다보는 것조차 허락받지 못할 정도로.

       

       그 격을 마주한 순간 파이스는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흘려버렸다.

       

       닿지 않는다.

       

       닿을 수 없다.

       

       분명 내 앞에 있는데.

       

       바로 앞에 있는데.

       

       화령이라는 무인은 어째선지 너무도 멀어서 도저히 나의 검으로는 닿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것이 천마인가.

       

       파이스는 속으로 경탄을 함과 동시에 이빨을 아득 갈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파이스도 또한 무인이다.

       

       살아온 세월의 절반 이상을 검을 휘두르는 데 사용한 인간이다.

       

       자신의 생을 바쳐 갈고 닦아 온 검이 무력하게 박살나 버렸는데 어찌 울분이 생기지 않겠는가.

       

       “끈기 하나는 좋구나. 하기야. 특출난 구석이 있으니 거기까지 오른 것일 테지.”

       

       그 모습을 본 화령이 웃음을 흘리며 목소리를 낸다.

       

       “내 마음 같아서는 그대와 조금 더 놀아주고 싶다마는 안타깝게도 이 세상의 대전에는 제한시간이 있어서 말이다.”

       “…벌써 그렇게 되었습니까.”

       “내 마지막으로 재미난 것을 한 번 보여주고 이 경기를 마무리 짓도록 하겠다.”

       

       화령은 그리 이야기를 하고서 자기 주변에 퍼져 있던 내기를 몸 안에 집약시켰다.

       

       그를 본 순간 파이스는 화령이 무얼 하려는 지 깨달았다.

       

       화령이라는 사람에게 유명세를 안겨 주었던 권격.

       

       외신의 권능을 무너트렸던 일격.

       

       인간이 하늘에 닿을 수 있음을 알리는 무의 극치.

       

       파이스는 헛웃음과 함께 두 손으로 검을 잡고는 그를 위로 치켜들었다.

       

       그러자 그의 검 위에 오러가 덧씌워진다.

       

       여태까지 사용하던 실전적이고 효율적인 녀석이 아니라 오롯이 위력만을 중시만 일격.

       

       파이스라 하여 화령의 권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저.

       

       한 사람의 무인으로써 저 일권에 그만한 예를 다하고 싶을 뿐.

       

       “가겠다.”

       “예. 알겠습니다.”

       

       파이스가 검을 휘두름과 동시에 화령이 권을 내지른다.

       

       그 순간 파이스는 보았다.

       

       화령의 권이 파이스의 검을 집어 삼키는 것을.

       

       그걸로도 모자라 저 멀리 저 높이 나아가는 것을.

       

       결국에 하늘에 닿는 것을.

       

       그리고 그걸로도 모자라 하늘을 부수어버리는 것을.

       

       그리고.

       

       [오류!][오류!][오류!]…

       

       [게임을 긴급종료합니다.]

       

       “…어?”

       

       아피스의 서버가 터지는 것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터졌어?!

    —–

    천마방송이 드디어 4백 화를 달성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사랑을 해주셨기에 달려올 수 있었던 기록입니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다음화 보기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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