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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0

    <400 – 안돼요 하지마세요>

     

    식당에 향한 싱과 모브는 뻔뻔하게 자리에 앉아 밥을 먹는 도비를 발견했다.

     

    “도비.”

    “여긴 제 자리입니다. 자리를 찾는다면 다른 곳에 가시길 바랍니다.”

    “그렇게는 안 되겠군. 먼저 내 것을 탐한 건 네놈이었으니까.”

     

    싱은 도비의 식판 위에 찬물을 부었다.

    과격한 아카데미 학생들 사이에서도 유일하게 성역처럼 지켜지는 식사시간.

    이를 정면으로 들이받는 싱의 행동에 사방에서 술렁거림이 이어졌다.

     

    “네가 골라라. 모두의 앞에서 망신을 당할지 조용한 곳으로 곱게 따라올지.”

     

    불과 얼마 전, 도서관원정에 동참할 때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아닌 낙제직전의 폐급에 불과했건만.

    싱의 노골적인 시비를 받고도 두려움에 떨기는커녕 도비는 가볍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적당한 장소를 알고 있습니다. 따라오시죠.”

     

    1학년 상급반 싱이 1학년 하급반 도비에게 싸움을 걸었고 이를 수락했다!

    흥미진진한 소식에 1학년들은 먹던 식사도 내려놓고 따라나섰다.

    싸움구경이라 흥미진진한 것도 있지만 도비가 갑자기 미쳐가지고 자살이나 다름없는 싸움을 받으니 더욱 호기심이 이는 까닭도 있었다.

     

    “싱 저 녀석, 성깔이 더럽긴 해도 먼저 남한테 시비를 거는 적은 드물지 않아?”

    “그러게. 도비는 낙제를 걱정해야 할 녀석이 싱의 시비를 받아주다니 무슨 생각일까? 설마 명예로운 죽음을 당해서 자기는 낙제당한 것이 아니라 동급생에게 살해당한 거라고 정신승리를 하려는 건가?”

    “미치광이도 아니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출세하려고 아카데미 들어왔는데 덜컥 죽어버리면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

    “근데 도비 녀석, 요즘 기세가 이상하긴 했어. 묘하게 카리스마가 있다고 해야 하나.”

    “교수님의 연구실에 갔다가 진짜 미쳐버렸나봐.”

    “3학년의 영혼이 강제로 주입 당했을지도 몰라.”

    “뭐? 도비가 고학년의 영혼을 잡아먹었어?”

    “오크노디에 이어서 1학년에 두 번째 영혼포식자가 나타났대!”

     

    언제나 그렇듯 헛소문은 급물살을 트듯이 퍼져나가는 아카데미!

    급기야 영혼포식자 도비가 같은 클래스를 지닌 오크노디의 영혼을 잡아먹고 강해지려 하는 것을 막고자 소아성애자 싱이 도전장을 던졌다는 와전된 소문이 퍼졌다.

     

    “흑기사 모브. 이 소문이 사실이야?”

    “이 앞에서 싱과 도비가 싸운다면서. 넌 뭔가 알고 있지?”

    “너는 날마다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에 출퇴근하고 있잖아. 싱은 정말 페도검객이야?”

    “오크노디는 영혼을 먹어?”

    “반대로 도비가 오크노디에게 잡아먹히는 걸 막으려고 싱이 먼저 도비의 약함을 증명하려 한다는 가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쏟아지는 괴소문에 모브는 선을 그었다.

     

    “묻지 마라. 내가 대답할 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역시…! 싱은 페도검객이 맞았나봐.”

    “도비도 오크노디도 영혼포식자가 맞았어!”

    “평생 거짓말을 하지 않기로 맹세한 흑기사답게 진실을 말할 수 없으니 얼버무렸나봐!”

    “모브가 그런 맹세를 했었나?”

    “동화책에서 본 기사들은 다 그랬어!”

     

    물론 모브는 진상을 알고 있다.

    저건 헛소문이다.

    그래도 굳이 직접 나서서 부정하진 않았다.

    싱은 그에게 언젠가 넘어야할 강력한 적수.

    적의 평판이 알아서 낮아지는데 싫어할 이유가 없다.

     

    “다만, 이 앞으로는 아무도 보낼 수 없다.”

    “네가 뭔데!”

    “…지나가고 싶다면 날 쓰러뜨려라.”

     

    모브가 싱이 보였던 한수를 떠올리며 살의를 드러내자 학생들이 크게 움찔했다.

     

    “쳇. 돌아가자.”

    “재미없는 녀석.”

    “절대 이길 자신이 없어서 도망치는 건 아니야. 그냥 싸우기 싫은 기분이 들었을 뿐이니까 착각하지 마!”

     

    모브가 투구 아래로 사납게 눈을 부라리자 마지막 말을 했던 학생이 히익 소리를 내며 달아났다.

     

    ‘시간이 아깝네.’

     

    모브가 기억하는 도비는 도서관원정에 동참했던 약해빠진 시절의 도비.

    종말교단의 집회나 2학년들을 홀린 사태가 기이하게 여겨지기는 해도 그가 싱을 이길 거라는 생각은 들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저 안에서 심상찮은 마나의 유동이 느껴진 직후, 모브는 싱이 걸어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상대가 그 동방검객 싱이잖아. 대인전으로는 1학년에서 용사나 오크노디를 제외하면 적수를 찾아보기 힘든 초절강자.’

     

    그 뻔뻔한 낯짝을 보며 살심을 감추려 애먹겠다고 생각하는 도중, 발소리가 다가왔다.

    규칙적이지도 않고, 언제든지 달려드는 적을 벨 수 있도록 무게배분이 완벽하지도 않은, 보폭도 균형도 제멋대로인 광인의 걸음.

    놀랍게도 골목에서 나온 이는 싱이 아니라 도비였다.

     

    “너, 어떻게…”

    “당신도 저를 방해하려는 겁니까?”

     

    도비의 눈동자가 불온하게 일렁거렸다.

    모브는 깨달았다.

    무슨 수를 저질렀는지는 몰라도 이놈이 싱을 이겼다.

    자신은 상대도 되지 않을 것이다.

     

    “하나만 대답해. 수영복을 입힌 오크노디에게 촉수로 무슨 짓을 한 거냐. 대답여하에 따라 널 학생회와 마하바라타 교수님에게 신고할 거야.”

     

    싸움을 꺼려하는 기색도 없이 어디 한번 덤벼보라며 시선을 피하지도 않던 도비가 한방 먹었다며 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제가 무언가를 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크노디님은 스스로의 의지로 수영복을 입었고, 스스로의 의지로 괴물과 소통을 하셨습니다. 커튼을 매개로 비밀스러운 이종의 언어로 소통을 하고는 이동형수조 속에 괴물을 넣고 떠났을 뿐입니다.”

    “그걸 믿으라고?”

    “못 믿겠으면 내일 오크노디님의 강의를 직접 찾아가 여쭤보십시오. 그분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괴물을 거둔 것이니.”

     

    모브는 경악했다.

     

    “내일은… 토요일인데?”

     

    토요일은 쉬는 날 아니야?

    강의가 왜 있지?

     

     

    * * *

     

     

    메챠쿠챠 심한 짓을 당해서 우울하리라 생각했던 오크노디는 너무나도 멀쩡하게 모브를 반겨주었다.

     

    “오크노디. 몸은 괜찮아?”

    “완전 멀쩡한데요?”

    “도비한테 심한 짓을 당하지는 않았어?”

     

    고개를 갸웃거리던 오크노디가 천진난만하게 대답했다.

     

    “저는 멀쩡한데 선배들은 다를 것 같아요!”

    “그 녀석… 선배들한테까지 손을 댄 건가!”

    “역시 소환수를 뺏어간 건 너무했죠?”

    “심지어 짐승까지!!!”

    “아, 짐승은 아니에요. 동물형소환수가 아니라 광물형소환수였거든요!”

    “그 남자는 비생물에게까지 박는 건가!! 그런 곱상하고 비굴한 면상 아래에 인외마도의 귀축같은 본능을 감추고 있었다니!!”

     

    결과적으로 오크노디와의 대화는 모브에게 안심보다는 걱정만 더 키워주었다.

     

    “너 정말로 괜찮은 거 맞냐? 수영복을 입고 촉수와 커튼으로 그렇고 그런 일을…”

     

    차마 말문을 잇지 못하는 모브의 모습에 오크노디의 어리둥절함은 더욱 커졌다.

     

    “모브도 보고 싶어요?”

    “그런 파렴치한 소리는 그만 둬!!”

    “엥?? 저 모브가 왜 화를 내는지 모르겠어요…”

    “미안하다… 큰 소리를 내어서. 그래도 함부로 그런 소리를 하고 다니는 오크노디가 나빴던 거야.”

    “정말요?”

    “너는 좀 더 자신을 소중히 여길 필요가 있어.”

    “하긴. 귀한 걸 아무한테나 보여주면 그렇죠?”

    “당연하지.”

    “그래도 모브는 제 수제자잖아요. 아무나가 아닌데.”

     

    모브의 시간이 손가락을 입에 물고 고민하는 오크노디의 앞에 찰나 동안 멈추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어쩌면 이 순간의 광경이 평생토록 기억될지도 모른다.

     

    “알았어요. 앞으로는 뉴비한테 함부로 제 것을 보여주지 않을게요!”

    “그, 그래…”

    “괜찮아요? 갑자기 얼굴이 빨개져서는. 도비도 아까 그러던데. 감기독감 이벤트가 유행인가? 으이구. 그러게 부지런히 질병내성도 올렸어야죠.”

     

    평소처럼 오크노디의 페이스에 끌려 다니다가 혼자 넋 놓고 남겨지려던 모브는 오크노디의 뒤에 놓인 바퀴 달린 상자를 보고 정신이 번뜩 들었다.

     

    “촉수!!”

    “넹?”

    “그 촉수는 어쩌려고 계속 가지고 다니는 거냐? 그런 건 얼른 학생회에 제출하고 도비 녀석을 고발하는데 써버려야지.”

     

    상자를 향해 손을 뻗는 모브의 손을 오크노디가 찰싹 때렸다.

     

    “안돼요!!”

    “끄아악!!”

     

    <견고함>

    <맷집>

    <타격내성>

    <중갑방어술>

     

    고된 훈련으로 길러진 방어능력이 무색하게도 갑옷채로 팔이 휙 꺾여서 720도를 뒤로 구르며 나가떨어진 모브.

    간신히 낙법을 취했기에 망정이지 회전까지 실린 후방충돌로 머리부터 땅에 부딪혔으면 오크노디의 찰싹 한 번에 하루를 꼬박 기절할 뻔했다.

     

    “여기에 있는 건 응애크라켄이라고요. 남한테 주려고 가져온 것도 아니고 제가 쓰려고 가져온 건데 학생회에 제출을 하면 어떡해요!”

    “오, 오크노디… 그건 옳지 않아… 너처럼 어린애가 벌서부터 촉수를…”

    “에잇, 못된 소리나 하는 모브는 기절이나 해버려요!”

     

    쓰러진 모브의 앞에 다리를 모으고 쭈그려 앉는 오크노디.

    그녀의 말랑한 종아리와 허벅지가 접히는 부위에 한눈이 팔린 모브의 투구 위로 따앙! 소리를 내며 강력한 딱밤이 적중했다.

    모브는 투구 안에서 울리는 어마어마한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꽥 기절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응애노디의 제 것 = 응애크라켄 공략법
    야한 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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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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