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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0

       정령계의 심부.

         

       나는 다른 정령과 함께 도열하여 여신을 영접했다. 한 달에 최소 한 번은 있는 정기 회의의 시간이었다.

         

       여신은 오늘도 한결같은 복장으로 정령들 앞에 나타났다. 랩실 코트, 흰 나시티, 돌핀 팬츠.

         

       저 지랄같은 패션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이며, 언제까지 하고 있을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눈을 슴벅이며 멍을 때리던 중, 다른 정령과의 대화를 모두 르퀴네스가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에테르 양.”

       “네.”

       “휴가는 잘 다녀오셨나요?”

       “네. 덕분에요.”

         

       버멜 서울대 보낸 거랑, 재산 잔뜩 불려준 거랑, 기타 등등 잡무를 많이 하긴 했지만 휴가는 휴가였다.

         

       목 빠지게 하계를 내려다보는 작업에 비하면 놀고먹는 수준이지.

         

       “쉬는 건 좋지만 하마터면 들킬 뻔했어요. 그쪽 사람들이 당신의 정체를 눈치라도 챘으면 두 세계 사이에 균열이 발생했을 겁니다.”

         

       예상대로 여신은 내 행동거지를 엄중히 경고했다.

         

       “혹여 에테르 양이 대형 사고를 쳤으면 전부 직접 고치라고 할 생각이었어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죠. 그건 너무한 거 아닙니까?”

       “무슨 소리예요? 너무한 건 아니죠. 제가 얼마나 편의를 봐 드렸는데.”

         

       이게 무슨 개소리야.

         

       “여신님께서 편의를 봐 드렸다고요?”

       “에이. 알면서 그런다.”

       “대체 무슨…… 아.”

         

       내 사고가 잠시 멈추었다. 여신이 한 말의 진의를 알아차린 것이다.

         

       “왜 제가 당신들을 주민등록증도 지갑도 안 쥐여주고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보내줬겠어요?”

         

       예전에 잠깐 떠올렸으나 억측이라 생각하여 폐기처분했던 추리.

         

       설마 진짜였을 줄이야.

         

       “여기까지 얘기할게요. 이 이상은 당신이 알아서 생각하고 판단하세요. 자, 그럼 이번 달 조회는 이걸로 끝!”

         

       그라데이션 효과를 넣는 것처럼 스르르 사라지는 르퀴네스. 뿔뿔이 흩어지는 정령들을 보며 나는 큭 웃었다.

         

       정령계의 규칙은 쉽게 변화하지 않는다. 마치 자연계가 그런 것처럼.

         

       그런데 여신이 긴급 상황이 아닌데도 예외를 두었다는 것은, 그만큼 나를 갸륵히 여겼다는 말이기도 하다.

         

       “…허어.”

         

       이미 지나간 일을 다시 떠올려서 뭣하겠는가. 지금 만날 수 있는 사람과 함께해도 모자랄 판인데.

         

       잡념은 털어냈다.

         

       다시 일하러 가야지.

         

         

       **

         

         

       정령의 삶은 바쁘기 그지없다. 이건 세계가 평화를 되찾았어도 마찬가지였다.

         

       자잘한 결함을 수리하며, 마력을 쥐어짜내 모든 생명에게 공급한다. 정기적으로 순찰을 도는 건 예삿일에, 직급이 높은 정령은 어린 정령을 돌봐주기까지 해야 한다.

         

       군인에, 경찰에, 소방관에, 보모까지. 아주 노예가 따로 없다.

         

       여신의 공무원인 나는 오늘도 꿀을 찾으러 나서는 일벌처럼 분주히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로즈마리와 계약한 몸이었기에 그녀가 부르면 부리나케 현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로즈마리가 하는 말이 심상치 않았다.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들을 모두 모아 성대하게 연회를 베풀 거예요.”

       “뭐?”

         

       매일같이 긴축 긴축 노래를 부르던 그 구두쇠 집정관 로즈마리가… 연회?

         

       “너 에테리아 망하면 나라 다섯 개째 조지는 거야. 알지?”

       “안 망쳐요!”

       “그래서 그 연회를 왜 베푸는 건데?”

         

       호로록 차를 마신 로즈마리가 이유를 설명했다.

         

       “그 게임이요.”

       “게임?”

       “2년 전, 지구에 갔을 때 여신과의 연락 수단으로 사용했던 게임의 장면을 떠올렸어요. 진정으로 행복한 결말은 성대한 연회 속에서 맺어지는 거라고요. 그래야 여신의 뜻대로 되지 않겠어요?”

         

       나는 로즈마리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얘가 왜 갑자기 여신을 추종하려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내 표정을 읽은 로즈마리가 설명을 덧붙였다.

         

       “지구에서 그 스트리머와 함께 게임의 수많은 면을 탐구했죠. 그중에서 천기누설이 될 만한 사건을 하나 발견했어요.”

       “뭔데?”

       “말해줄 순 없어요. 말 그대로 천기누설이 되어 버리니까.”

       “흐음.”

       “하지만 그것 때문에 선대 물의 정령왕이 사라진 이유를 알아차리고 만 거 있죠?”

         

       그러고 보니 수군(水君) 시큐엘은 마왕과의 대전쟁 이후로 모습을 감췄었지.

         

       은퇴한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었나 보군.

         

       “아무튼 연회를 베풀어야 덕망을 쌓는 것이겠죠. 자, 이때를 위해 미리 빼둔 예산이 있으니까 성대하게 해 보자고요!”

         

       그렇게 로즈마리 주도로 틸레트 근교에서 대규모 파티가 기획됐다.

         

       참석자는 그녀와 관련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가능하다. 그래야만 엔딩의 그림이 완성될 테니까.

         

       인간, 엘프, 수인, 옛 마왕군 진영의 금안족까지. 다양한 종족이 초청장을 받고 한데 모였다.

         

       “장중한 규모로다.”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전(前) 마왕군의 최고간부.

         

       방사룡 요르문간드였다.

         

       “앞이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구나. 이 정도 부지를 마련한 것이라면 빈객의 수가 1천은 되어 보이겠어.”

         

       고상한 날개를 퍼덕이며 자리에 앉은 요르문간드가 웃었다. 성녀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는 온화한 미소였다.

         

       “다른 종족도 모두 초대하였느냐?”

       “그렇지.”

       “만물의 평등이 이루어진 것 같아 기쁘기 한량없네.”

         

       요르문간드의 눈가에 물기가 맺혔다. 그녀가 옷소매를 찍으며 삐져나온 사제복을 가지런히 정돈했다.

         

       “이게 바로 여가 원하던 세상일세. 상천, 그대도 그렇지 않은가?”

       “흐음.”

       “그대의 마도는 모든 것을 파괴할 능력이 있었고, 자네는 그 마도를 자유로이 다룰 권한이 있었지. 그런데도 파괴가 아닌 온존을 택했어. 이제 와서 여는 그것이 정말로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네.”

       “언제는 마왕 편에 대가리 깨진 것처럼 붙어 있었잖아.”

       “그건 여가 틀렸던 셈이지. 아… 그래도 그 아이 덕분에 끝까지 잘못되지는 않았어.”

       “그 아이?”

         

       요르문간드가 손을 까딱였다. 그러자 저 멀리서 무언가가 앙증맞은 것이 쌩하니 달려왔다.

         

       보랏빛 머리털과 귀, 그리고 꼬리를 지닌 요호족 소녀였다. 꼬맹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키는 여전히 작았다.

         

       “야!”

         

       참으로 오랜만에 듣는 구호로군.

         

       “꼬맹이.”

       “프레이라고!”

       “알지, 알지. 프레이 폰 파스트렌드.”

         

       프레이는 어린이용 의자를 끌고 와 내 곁에 착석했다. 나를 하염없이 바라보던 프레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너, 언제 이렇게 큰 거야….”

       “그때부터 2년이면 성령이 되도 남지.”

         

       비보호 신호등처럼 눈을 깜빡거리는 프레이. 귀와 꼬리는 뻣뻣하게 굳었고, 표정은 한없이 멍청해졌다.

         

       “아, 이, 이럴 수는 없어….”

         

       프레이의 전신이 부들부들 떨린다.

         

       “이럴 수는 없어! 내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데! 저기, 서쪽 대삼림을 쏘다니면서 햇빛도 잔뜩 보고, 어? 애들도 가르치면서 우유도 엄청나게 많이 마시고! 어? 키 크려고 죽도록 노력했는데!!”

       “그런데 안 컸죠?”

       “으아아아아아악─!!”

         

       프레이는 온갖 땡깡을 부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키 다시 재!”

       “잴 필요도 없어 보이는구만.”

       “적어도 예전보단 커졌을 거 아냐! 그러면 된 거야!”

       “사람은 자가 될 수 없어요, 이 바보 여우 꼬맹이야.”

         

       이 꼬맹이가 날고 기어봤자 내 턱끝을 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쭈우우우욱.

         

       “와아아악! 이건 말도 안 돼!”

         

       봐라. 결국 달라진 게 없지 않은가.

         

       난동을 피우는 프레이를 요르문간드는 허허 보고만 있었다. 보호자격 되는 사람이 어린애를 방치하는 셈이다.

         

       “민천, 당신이 얘 좀 말려 봐.”

       “그냥 놔두게. 빈객이 많아지면 내 그때 주의를 줄 터이니.”

       “성장판 닫힌 게 그렇게 문제인가?”

       “당연하지 않겠나? 수인족은 다들 발육이 좋네. 발육이 좋음은 성적으로 매력이 있고, 이는 곧 교미에 유리하다는 뜻이지.”

       “다는 이해를 못 하겠어.”

       “수인족의 제1목표는 번영과 번식이네. 이걸 머릿속에 넣는다면 최소한의 납득은 될 것이야.”

         

       거기까지 들은 내가 프레이를 쳐다봤다. 꼬맹이는 아직도 방방 뛰며 울먹이고 있었다.

         

       “흠.”

       “어떤가?”

         

       이렇게 보니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얘한테 욕정하면 그건 개씹 미친 새끼지.

         

       “아우우우….”

         

       어쨌든 평생 짝없이 살아가야 하는 프레이는 초청객들이 하나둘씩 들어오는 와중에도 목 놓아 울었다.

         

       “이건 또 뭔 소리야.”

       “요호족이 짝을 타령할 때 내는 소리지.”

       “아…. 그거 하고 싶다?”

       “어허, 상천. 공공장소에서 말을 삼가도록.”

         

       요르문간드가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쉬었다. 그런 그녀의 뺨은 어째서인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따지고 보면 이 용가리도 상대가 없다.

         

       역시 성숙한 거랑 반려가 있는 거랑은 별개의 이야기라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남몰래 웃고 있을 무렵이었다.

         

       “우우우… 우우?”

         

       바닥에서 고성방가하던 프레이의 몸이 쑥 들어올려진다. 프레이는 엑, 하는 멍청한 소리를 내뱉다가 의자에 안착했다.

         

       뭔 일인가 싶어 뒤를 돌아보니, 그곳에는 붉은 단발의 여인이 싱그럽게 웃고 있었다.

         

       “아무리 사람이 없어도 그렇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떠들거나 하면 안 돼.”

       “로테야!”

       “보고 싶었어, 프레이.”

         

       로테와 프레이는 진득한 포옹을 나누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축 늘어져 있던 꼬리가 정신없이 살랑거린다.

         

       “2년 만인가?”

       “2년 만이지!”

       “프레이는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구나.”

       “아.”

       “앗, 프레이가 굳었다.”

       “오래 놀려먹긴 했지.”

         

       어쨌든.

         

       이로써 초기 3인방이 모두 모였다. 우리는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풀었다. 그중 프레이의 모험담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차기 요호족 족장은 이 몸이 가져가게 되었다는 말씀!”

       “오….”

         

       족장이라는 말 때문에 대단하지 않아 보이는데, 사실 프레이의 몸으로 저 자리면 엄청난 것이었다.

         

       ‘수인족 족장 = 자손을 많이 낳을 수 있어야 함’ 공식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종족의 번영을 가져와야 족장이 되는 격인데….

         

       “이 몸이 모두에게 마법을 알려줬지. 다들 신기해하더라고. 몇 명은 아카데미에 입학하겠다고 난리야!”

       “성공했구나, 꼬맹이….”

         

       참고로 이 이야기는 후대까지 전해진다. 프레이는 수인족의 근현대화에 성공한 공로를 인정받아 사후 요호제(妖狐帝)로 추존된다.

         

       “로테는 그동안 뭐 했어?”

       “열심히 연구했지.”

       “와아. 무슨 연구인데?”

       “에테르의 흑주를 연구해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야. 흑주에서 나오는 힘으로 터빈을 돌리는 거지.”

         

       이것이 나중에 두고두고 언급될 이세계판 핵융합 발전이다.

         

       로테는 훗날 해당 연구를 성공시켜 지구의 나보다도 일찍 에너지 문제를 해결한다. 덕분에 아렌스 대륙에서는 자원 전쟁이 거의 벌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은 로테는 죽음 이후 교과서에 실리는 위인으로 거듭난다. 뿐만 아니라 그녀를 기리는 ‘살리에르 상’도 제정되어 매년 뛰어난 연구실적을 낸 마도학자에게 상금과 함께 수여하게 된다.

         

       – 얘 봐! 우리 죽었다고 한 달이나 질질 짜댔어. 완전 어린애 아니야?

       – 있잖아, 에테르. 그때 그 모습 한 번만 더 보여주면 안 돼?

         

       나중에 정령으로 환생한 두 친구와 함께 술판을 벌이는 에피소드도 있지만, 그것은 딱히 얘기하고 싶지 않다.

         

       아무튼 현실로 돌아와서.

         

       “다들 열심히 사는군.”

       “그러면 에테르는?”

       “나야 뭐 말할 것도 없지.”

       “정령은 맨날 놀아?”

       “아니야!”

         

       나야 르퀴네스 밑에서 뭐 빠져라 구르는 중이다.

         

       당연하지만 여신의 따가리는 무지 바쁘다. 로즈마리가 아니었더라면 여기 있지도 못했어.

         

       “아, 저기 다들 오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자 다른 사람들이 밀물처럼 들어왔다.

         

       “테르!”

       “카샤!”

         

       내 영원한 쌍둥이 여동생, 아카샤도 있고.

         

       “선생님도 참석하셨군요.”

       “오랜만이에요!”

       “레니냐, 유피엘. 두 사람도 잘 왔다. 국회에서 안 싸우고 잘 지내지?”

       “네!”

         

       엘프국에서부터 먼 길을 찾아온 두 명의 정치가도 있다.

         

       “어머어머, 다들 일찍 왔네.”

       “엄청나군요. 에테리아는 이 정도로 재정을 비축하고 있었던 건가요? 아니… 내가 신경 쓸 건 아니지….”

       “클라라 언니, 역시 이런 자리는 제게 거북한 게…….”

       “어깨 좀 펴 동생. 나라에서 초대했잖아. 거하게 한 번 마셔야 하지 않겠어?”

         

       헤를라인 선생님, 세실 르네이 총장, 하스펠트 자매 등 실질적인 교육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까지.

         

       온갖 인연이란 인연은 다 모였다.

         

       “자, 여러분.”

         

       연단 위로 조그마한 체구의 여인이 올라왔다. 푸르딩딩한 머리카락을 지닌 그녀는 프레이보다 조금 커 보였다.

         

       최고급 꼬냑 병을 들고 서 있는 그녀는 이 나라의 최고 권력자 중 한 사람.

         

       “오늘 여러분을 파티에 초대한 건 바로 저, 로즈마리 살리에르랍니다. 다들 알고 계셨죠?”

         

       로즈마리.

         

       “그동안의 다툼은 모두 잊고, 편하게 회포를 풀기 위해 이런 자리를 마련했답니다. 예산 범위 내에서 짠 파티니까 절 욕해도 의미 없어요! 알겠죠!”

         

       로즈마리의 말에 모두가 깔깔 웃는다. 어쩐지 위정자들이 더 크게 웃어대는 것 같았다.

         

       “다른 말 안 해요. 적셔!”

       “적셔어어어─!!”

         

       그 한마디가 떨어지자마자 샴페인 비가 쏟아졌다. 인간, 엘프, 수인, 금안까지. 종족을 가릴 것 없이 취했다.

         

       이 분위기는 뭐라 해야 하나… 조금 취향이 아니군.

         

       나는 연회의 중심에서 살짝 빠져 와인잔을 조금씩 들이켰다. 이 정도 취기가 내겐 적당했다.

         

       물론 얼마 버티지 못하고 클라이스랑 둘이서 가장 먼저 리타이어했다.

         

         

       **

         

         

       아, 맞다.

         

       참고로 이번 연회를 시작으로 친(親) 여신 행보를 보인 로즈마리나 아카샤도 수명이 다한 이후 정령이 된다.

         

       – 아하하하! 언니, 울어요? 울었어요? 제가 없어서 서운했어요? 언니, 조금 귀여웠어요?

         

       다키스트 아카데미아를 미친 듯히 플레이한 로즈마리가 결국 여신이 세운 규칙까지 알아차리고 만 것이다.

         

       역시 천재는 천재구나 싶었다.

         

       그건 그렇고.

         

       “아니 무슨, 개나 소나 다 정령이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안녕하세요, 초보 작가 AiBi입니다.

    네… 이것으로 완전한 완결입니다. 뭔가 기운이 오묘하네요.

    원래는 이것저것 더 써 보려고 했는데, 7~8월이 아예 타이핑을 칠 수 없을 정도로 일정이 바쁘게 잡혀서 어쩔 수 없이 지금 완결을 내게 되었습니다.

    6월 24일 군대를 가시는 독자분이 계셔서 23일 즈음에 완결을 잡아 놓았는데… 시간이 빠듯해서 이틀이나 늦게 완결이 났네요.

    군대에 계신 독자분께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완결 후기에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AiBi 올림

    ***

    에스더Esther 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단기간에 이렇게나 많은 코인을 후원해 주셔서 뭐라 감사의 말씀을 전해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에스더님을 포함하여 여러 후원자님께서 보내주신 코인은 작가의 학비 및 연구비로 요긴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사담으로 진로에 대한 고민을 말씀해 주셨는데요, (수능) 물리나 화학 공부법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수능이나 내신 공부법…이라면 단순하게 인터넷에 있는 이야기를 참고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입시판을 떠난 지 몇 년이 되었으니까요. 세세한 팁을 말씀드리기엔 자격이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다만 큰 줄기에선 비슷하다고 생각하여 의견을 적어봅니다.

    무협지에서 일류, 이류, 삼류가 있는 것처럼 공부에도 경지가 있습니다. 흔히 1등급, 2등급, 3등급 등으로 나누죠.

    이 등급제에서 9등급인 친구가 공부를 해서 5등급으로 뛰는 건 쉽습니다. 기초적인 단련만 해도 되니까요.

    하지만 3에서 2의 경지로, 다시 2에서 1의 경지로 올라가기란 쉽지 않습니다. 각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인원 수가 정해져 있는 것도 있지만, 그 경지에 도달하는데 필요한 내공이 다르기 때문이 가장 큰 이유겠죠?

    물리만 하더라도 저는 이 내공을 쌓는데 오랜 세월이 걸렸습니다. 저는 물2로 수능을 쳤었는데, 이때 수특 수완을 20번은 돌려본 것 같습니다. 개념 자체만요. 다시 공부할 때마다 늘 새롭더라구요. (이는 대학에 와서 전공서적을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F=ma가 매번 할 때마다 새로워요.)

    일단 물리 쪽은 수능이든 내신이든 노력하는 만큼 나옵니다. 성실함을 중요시 여기는 과목이에요. 이건 제 고등학교 물리 선생님께서 하셨던 말씀이고, 제가 직접 겪어본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기초 개념을 꼼꼼히 살펴보되, 한 번에 너무 많은 것을 몰아붙이진 마세요.

    또한 물리는 문제풀이가 중요합니다. 이는 노벨상을 받은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도 했던 말입니다. 문제를 풀기 전까지는 자신이 그 개념을 아는지 모르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요. 그러니 개념을 이해했나 확인하고 싶으면 그때그때 문제를 풀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은 화학인데… 이건 지금도 그럴지는 모르겠는데, 수능 문제의 경우 원래 화학의 의도를 완전히 날려먹은 것 같습니다. 난이도만 보면 진짜 헬과목이에요.

    고2때 방과후 학교에서 화1 심화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이때 친구 하나가 모고 문제를 슥슥슥 풀더라구요. 그것도 처음 보는 테크닉을 사용해서요. 뭐냐고 물어보니까 이 유형에만 적용되는 기술이 있다고 합니다. 저는 그때 알았습니다.

    아, 화학1 수능은 1등급을 받으려면 사교육이 조금 필요하겠구나….

    아마 인강을 듣는 것이 좋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까지는 물리처럼 공부하고, 나머지 킬러 대비는 전문 강사의 손을 빌리는 것이죠. 킬러 문항이 정해진 곳에서만 나오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화1은 양적 반응, 오비탈 전자 배치, 중화적정… 여기 맞나? 까먹었어요 ㅎㅎ

    진짜 여기 나와있던 거 싸그리 외웠던 기억이 납니다. 화학이 화학이 아니라 IQ 테스트였어요.. 지금도 그럴지는 모르겠는데… 아마 그럴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고등학교 공부는 성실성과 정면 돌파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어느 순간 고비가 찾아와도 이를 악물고 할 수 있는 그런 꿋꿋함 말이죠.

    그래서 저는 힘들 때마다 기분 좋다, 재미있다 하며 자기 세뇌를 걸곤 했습니다. 이건 고통스럽지만 그 자체로 즐거운 것이다… 라면서요.

    네. 팁이랍시고 여러 말을 늘어놓긴 했는데, 두서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누군가가 진로 고민을 하면 아는 걸 전부 말해드리고 싶은 욕구가 생깁니다. 저 또한 같은 과정을 겪었고, 같은 고민을 했으니까요.

    다시 한번 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차기작에서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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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gic Academy’s Physicist

The Magic Academy’s Physicist

마도 아카데미의 물리학자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n an era when the power of Fire Magic was considered to have reached its limit, one girl began researching nuclear fu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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