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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1

    그렇게 루크가 메를린과의 대화 후 인형점의 문을 열고 나오자, 인형점의 문 앞을 지키듯 벽에 기대어 서 있던 서드가 루크를 향해 다가오며 말했다.

    “스승님, 이야기는 잘 끝났습니까?”

    서드의 질문에 루크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엔 인형에 대한 서로의 이해가 어긋나는 바람에 약간 오해를 한 부분이 있었지만, 어쨌든 메를린은 자신의 제안을 수락했다.

    어중이 떠중이 15명을 한달 안에 쓸 만한 암살자로 만들어내는 것과, 15개 이상의 인형을 한달 안에 만드는 작업의 중, 어떤 쪽의 난이도가 높은 가에 대하여서는 누군가 굳이 나서서 입아프게 설명할 이유조차 없을 것이다.

    그리고 메를린에겐 처음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떨어진 난이도의 의뢰를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인형으로 암살자의 군단을 만들겠다니, 그것은 인형사인 그녀에겐 굉장히 흥미로운 발상이기도 했고.

    사실 상식적으론 오히려 그 쪽이 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겠지만, 이미 시공간마법이론과 컴퓨팅 연산기술, 서클식 권한이론과 골렘 제작등의 특정 분야에서는 루크 개인이 지닌 마법적 기술력이 한 국가가 지닌 기술력을 가뿐하게 뛰어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루크는 턱을 쓸며 생각했다.

    ‘좋아, 이제 인형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다음으로 준비해야 할 것은 뭐지?’

    곧 루크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마력핵으로 사용될 마석들이었다.

    인형이 아무리 많아봤자 그것에 자아를 심을 마석이 없다면 그것은 그저 귀여운 천조각에 불과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린세이아의 컴퓨터를 연동할 새로운 형태의 장치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마석은 꼭 필요했다.

    ‘원석은 아린세이아에 있는데, 문제는 그것을 세공할 장인을 구하기 어렵다는 거겠군.’

    루크는 자신의 손재주가 자신의 성에 차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설계를 구축하는 능력과, 그것을 직접 만드는 능력은 서로 완전히 다른 영역에 있는 것이니까.

    따라서 루크는 이전의 생에서도 세공이나 제철 등의 분야에서는 드워프의 손을 빌렸었다.

    설계는 분명 자신의 작품이 맞지만, 현재 아린세이아를 지키는 리빙아머의 본체를 이루는 갑옷들과 마력핵은 모두 드워프 장인들의 손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드워프, 드워프라…….’

    루크는 문득 유미르의 생각이 났다.

    그녀, 또는 그녀의 가족들에게 물으면 쓸 만한 장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떠올리고 있던 중, 서드가 물었다.

    “그럼, 이제 다음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루크는 가볍게 웃으며 대꾸했다.

    “집에 돌아가야겠지, 할 일은 끝났으니.”

    “그렇습니까.”

    “그러니 그대도 집에 돌아가 푹 쉬거라, 오늘 수고 많았다. 아, 약 바르는 것 잊지 말고.”

    “…….”

    그러던 중.

    -멈칫.

    돌연 서드의 발걸음 소리가 뚝 끊긴다.

    그에 루크 역시 발걸음을 멈추고 서드를 돌아보며 묻는다.

    “서드, 갑자기 왜 걸음을 멈추었느냐?”

    “스승님.”

    서드는 잠시간의 침묵 이후 다시 입을 열었다.

    “정말로 ‘그’와 맞서실 예정이신겁니까?”

    서드의 말에 루크는 잠깐 그를 바라보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훗, 대화를 엿들으라고 밖을 지키라 한 것이 아니었는데 말이지.”

    그런 얘기가 서드의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일부러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문을 지키고 있으라’며 핑계를 대고 그를 밖에다 세워 둔 것이었는데, 이래서야 괜히 추운 밖에 세워둔 꼴이 되지 않았는가.

    루크는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스승님, 저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서드의 표정은 꽤 결연했다.

    루크는 그 아이가 진심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자신의 죽음마저 각오한 인간의 표정, 루크는 그것을 이미 너무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필요 없다.”

    루크는 서드를 향해 웃으며 거절의 뜻을 밝혔다.

    서드는 그 말이 상당한 충격이었는지, 황망하게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어째서죠? 제가 약하기 때문입니까? 제 능력이 당신께 도움이 되지 않아서?”

    루크는 이번에도 그저 고개를 저었다.

    “서드, 나는 너를 잃고싶지 않아. 넌 내 소중한 제자니까.”

    “하지만 저는 이미 각오를 했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당신의 그런 계획에 도움이 되고 싶어서 당신의 제자가 된 거란 말입니다! 그런 이유로 절 거부하실 수는 없습니다.”

    “그랬나?”

    루크는 눈을 살짝 크게 떴다.

    서드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은 루크도 이번에 처음 듣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다고 루크의 생각과 고집은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널 제자로 들인 이유는 그런 게 아니었다. 그저 네가 한 명의 인간으로서 나에게 배워 조금 더 잘 되었으면 하는 생각 뿐이었지.”

    그래, 처음부터 루크는 서드를 전력이라고 생각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오히려 악감정과 복수심을 잊고 평범하고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하는 생각 뿐이었지.

    그래서 서클을 통해 그가 기억을 잃어버린 것도, 어떻게 보면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자신의 계획에 끼워달라고 한들, 루크는 어떻게 해도 서드를 뻔히 보이는 위험 속에 던져넣고 싶은 사람은 아니었다.

    또한 이는 오롯이 자신이 혼자서 감당해야 할 일이니.

    “하지만! 저를 이렇게 만든 작자가 바로 ‘그’란 말입니다! 같잖은 실험이랍시고 제 심장에 드래곤하트를 박아넣고, 각종 약물을 주사하고, 어딜 가도 환영받지 못하는, 이딴 몸으로 만든 작자가 바로……, 그런데 제가 어떻게……!”

    서드의 울부짖는 듯 한 외침에 루크는 단호하게 말했다.

    “서드, 갑자기 갓난아이처럼 떼를 쓰고 있구나. 냉정하게 말해줄까?”

    루크는 서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넌 내게 도움이 안 돼, 그저 그 뿐이다.”

    “……!”

    결국 서드는 그 말에 가만히 서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미 자신이 짐작하고 있는 이유이기는 했지만, 스스로 그럴 것이라 여기는 것과 제 스승의 입으로부터 직접 확답을 받는 것엔 아주 큰 차이가 있었으므로.

    그렇게 자신의 제자가 꺾인 모습을 보니 스승인 루크의 마음도 그리 편치만은 않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았는가.

    루크는 다시 몸을 돌리며 한층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되었다. 이제 돌아가자꾸나.”

    “하, 하지만…….”

    그에 서드는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고는, 또각거리는 구둣발 소리를 내며 골목을 빠져나가는 루크의 뒷모습에 대고 열변을 토하듯 외쳤다.

    “하지만, 스승님! 확실히, 제 마법은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당신의 발 끝 만큼도 도달할 수 없겠지요. 하지만, 상대에게는 스승님의 마법을 무력화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스승이 자신에게 보여준 그 ‘탄환’, 그것에 당하면 제아무리 자신의 스승이라 할 지라도 고전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그녀가 천재라고는 해도 마법과 체술 양쪽의 능력치가 높을 수는 없는 법이니 말이다.

    실제로, 그렇기 때문에 그녀가 이렇게 자신을 대신해 전투할 인형을 찾은 것이 아니었던가?

    그리고 서드는 실제 전투 경험 자체는 꽤 풍부한 편이었다.

    애초에 서드는 서클을 통한 마법사출이 주특기가 아니었으므로, 그런 수단에 노출되더라도 큰 피해가 없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상황에서 당신을 지킬 수 있습니다!”

    서드의 외침에 루크는 걸음을 멈추었다.

    자신의 목소리가 닿은 것이라 생각한 서드의 표정은 한결 밝아진 듯 했으나, 이어 자신을 돌아본 스승의 표정에 서드는 다시 굳어버리고 말았다.

    “서드, 네가 나를 지킬 수 있다고?”

    싸늘한 표정.

    그것은 마치, 철없이 나대는 어린아이에게 지어보이는 어른의 표정과도 닮아 있었다.

    루크는 생각했다.

    그러고보니 서드는 그동안 자신이 몸을 움직이는 것을 본 적이 없었던가?

    하긴, 그 아이 앞에선 굳이 몸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지, 서드에게 부족한 쪽은 마법과 서클이었으니, 이미 어느정도 단련된 그 아이에게 자신이 체술을 선보일 이유는 없었다.

    그러니 저런 소리를 하는 것이겠지.

    그렇게 생각한 루크는 한번 쯤은 이런 기회를 갖는 것도 필요하겠다 싶어 가볍게 구둣발을 굴렀다.

    -키이잉—.

    그러자 돌연 골목에 떠오르기 시작한 마법진들.

    갑자기 맹렬히 회전하는 현란한 원형 마법진들이 사방을 에워싸는 모습에 서드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이건 대체?”

    “잠시 이 골목을 외부와 격리했다. 이 안에서는 어떤 짓을 하든 바깥에선 알 수 없겠지.”

    사일런트의 상위마법, 아이솔레이티드 룸.

    이는 소리뿐 아니라, 외부에서는 내부의 상황을 절대 알 수 없도록 완전히 차단시키는 공간을 만드는 마법이었다.

    루크는 마법진이 제대로 동작하는 것을 확인하며 입을 열었다.

    “서드, 네가 마법이 아니라면 나에게 도움이 된다고 했지.”

    루크는 뒷짐을 진 한쪽 손을 서드를 향해 내밀며 말을 잇는다.

    “어디 증명해보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과연 서드는 자신의 쓸모를 루크에게 증명할 수 있을까!
    그 이야기는 다음화에 계속!

    Ps. 삽화 루크의 골반 건강을 생각해주시는 분들이 있어 다리 쪽을 살짝 수정했습니다.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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