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401

       

        

        

        

        

        

       “귀관들은…항상 나를 놀라게 하는군.”

        

       “저희 역시도 작전 구역에 한 번 파견을 다녀왔을 뿐인데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곤 상상도 못했지요.”

        

        

        

        쿵.

        

        반쯤 혼수 상태에 빠진 아르테미스의 과학자 한 명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널브러졌다. 물론 우리가 들고 온 귀찮은 짐짝이었다. 당연하게도 단장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에는 이 사람이 누구인지조차 따로 알려주지 않았기에 뭔가 싶었던 것이겠지.

        

        하지만 소지품을 뒤져 나온 키카드를 건네준 뒤, 그것을 집무실 한쪽에 있는 리더기에 집어넣자 단장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해갔다. 처음에는 흥미롭다는 표정을 짓더니, 그로부터 불과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인상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꽤 심각하다는 느낌이었다.

        

        아르테미스 테크놀로지 소속 총괄연구원 중 한 명인 사이먼 글래스 박사. 그것을 힐끔 지켜보던 나와 로렌티나도 한쪽 눈썹을 치켜들고는 얕은 신음을 흘렸다. 어디서 본 것 같은 이름이기 때문이었고 – 나는 그 즉시 현실의 내 몸뚱이에 채워진 이카루스 기어를 작동시켰다.

        

        채팅창도, 하모니도, 카토도, 로렌티나도 볼 수 없는, 오직 나만이 확인 가능한 데이터창을 띄워 신원을 확인하였다.

        

        

        

       -[알림 : 분석 중….]

        

       -[알림 : 분석 완료 -> 사이먼 글래스. 아르테미스 총괄연구원.]

        

       -[알림 : 42건의 생체실험 및 인가받지 않은 불법 장비 개조 및 반출, 판매. 적성국과의 결탁 및 데이터 반출. 최소 3건의 이카루스 오퍼레이터 살해 및 변절 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됨. 최우선 제거 요인으로 지정되어있음.]

       

       

       -[알림 : 현재 상태…Unknown.]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이름이라는 점에서 기인한 흥미가 불쾌감과 찝찝함, 그리고 기시감으로 바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순간 눈 앞으로 지나가는 몇 가지의 대화. 구체적으로는…시애틀 공방전이 완전히 끝난 뒤, 내가 떨어졌던 평행세계에서 헨리의 종전 연설을 듣고 난 후. 그로부터 얼마 정도의 시간이 지나 나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던 두 명과 현실에서 직접 만났을 때 나누었던 말들이 스쳐지나갔다.

        

        공식적인 두 세계선 간의 업데이트는 어느 정도 종료되었지만, 아직 일이 완전히 매듭지어진 것은 아니다…라.

        

        그렇다면 무언가 더 확인해봐야만 할지도 몰랐다.

        

        

        

       “생각보다 꽤 거물을 잡아들였군. 앞으로 영영 걷지조차 못하는 몸뚱이로 만들어버린 건 조금…과하긴 하지만, 적어도 도망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어.”

        

       “말하는 걸 보니 꽤 이것저것 캐물어볼 생각이군요.”

        

       “아르테미스에게는 받아내야할 게 꽤 많지. 일단 그 첫 번째 값을 이 친구에게 두둑히 청구해야겠어. 물론 귀관들이 가져온 여러 물품들 중 아르테미스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그 역시도 비싸게 구매하도록 하지.”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그 말대로.

        

        시설을 지워버리기 위해 온 사람의 숫자만 하더라도 무려 40명이다, 40명. 그 중 4명은 변절 이카루스 오퍼레이터였고 한 명은 고위급 연구원이었으며, 가장 빈약한 이들조차 엑소스켈레톤과 고성능 총기를 들고 왔다.

        

        그리하여 나와 로렌티나, 진은 한 사람당 최소 100kg가 넘는 오만가지 아이템들을 파밍하여 시설 밖으로 빠져나왔다. 물론 카토와 하모니는 대략 70kg 가량 들었고. 그리고 그 사이에 꽤 비싸게 매각할 수 있는 아이템들도 당연히 많았다.

        

        그 와중 따로 값을 더 쳐주는 물건이 있다면 그 또한 나쁘지 않겠지.

        

        

        

       “아무튼…고생했네. 앞으로도 계속 이런 훌륭하고 건설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 좋겠군. 심문은 몸에 구멍 송송 뚫린 저 샌님이 깨어나는대로 시행할 예정이니, 참관하고 싶다면 메시지 남기게. 불편하다면 직접 연락할 수 있는 일회용 단말기라도 주지.”

        

       “괜찮습니다.”

        

       “…그건 그렇고. 저 기체는…무사히 돌아온 걸 보니 딱히 변절한 것 같지는 않군. 앞으로도 그렇게 협력 의사를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하지.”

        

       “인지하였음.”

        

        

        

        철컥.

        

        그렇게 나를 포함한 다섯 명이 문을 닫고 단장의 방에서 나왔다. 그와 동시에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다른 이들의 컨디션을 확인했다. 하모니와 카토는 딱히 내색하지는 않고 있었지만 발걸음이 상당히 무거웠다. 정신적 피로가 꽤 있는 듯했다.

        

        그럴 수밖에 없긴 했다. 엄밀하게 따지면 최소 5판 이상의 교전 경험을 한 판만에 전부 겪은 거였으니. 한 세션에 기본적으로 10명에서 20명 사이의 유저가 접속하고, 극히 드문 경우를 제외하면 이들 전원과 교전할 일은 없다고 해도 무방하고.

        

        조금 이르기는 하지만, 어쩌면 오늘은 하모니와 카토를 좀 일찍보내줘야만 할지도 모르겠다.

        

        

        기어 박스로 복귀하여 그리 덧붙이니 두 명이 반색했다.

        

        

        

       “에, 그래도 돼요?”

        

       “진을 여기 놔두고 가기엔 그렇기도 하고, 그렇다고 해서 다른 작전 구역에 데려간다고 하더라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 거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니까요. 다음에는 미니건 달린 또 다른 메카 비얌이 나타날지 어떻게 알겠어요.”

        

       “그리 생각하니 좀 무섭기도 하고….”

        

       “그럼 메카 유진한테 다시 미니건 달아주는 건 어때요?”

        

       “그것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어요.”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군이면 든든하다고 ㅋㅋㅋㅋ

       -아니시1발 이러면 누가 얘네들이랑 같이 게임할라고 하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기지에 놓고 혼자서만 놀라고 앆!!!!!!!!!!!!!

       -탄값이랑 개조값은 자기가 부담한다고 쳐도 ㅋㅋㅋㅋㅋㅋ

        

        

        

        아, 맞다. 이거 PVP 게임이었지.

        

        미니건을 달아주면 유사시 진의 납치를 노리는 아르테미스 전력을 원활하게 격퇴할 수는 있겠지만 그 사이에 낀 일반 유저들의 등이 새우마냥 터져나갈 거고…일단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수집하는 게 먼저가 아닐까.

        

        분위기를 얼추 파악한 진의 표정이 급격하게 시무룩한 형태로 바뀌고 있긴 하지만 그거야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원래 사람은 시청자 뿐만이 아니라 아군에게도 엄격해야만 하는 법이었으니까. 일단은 기지를 싸돌아다니면서 얼굴을 차차 익혀가는 게 좀 더 낫겠지.

        

        아무튼 그렇게 되어 결론은 났다.

        

        내가 무어라 입을 열기도 전에 하모니가 덧붙였다.

        

        

        

       “자, 여러분들. 대충 무슨 소리인지 감이 잡혔으리라 믿어요. 오늘 방송 여기서 끝이라고 하시니 아쉬운 분들은 여기 혹은 카토 씨의 방송으로 이동하시면 됩니당.”

        

       “…네? 아니, 뭐야. 이거 방종각 재고 있는 거였어요?”

        

       “앞으로 유진 선생님이랑 다니면 익숙해져야 해요.”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사람 또 방종각재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방종아티스트 그자체다

       -그래서 니들이 뭘할수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 비얌이방송끈다는데니들이뭘할수있는데 ㅋㅋㅋㅋㅋㅋ 개처럼울부짖는거빼고 뭘할수있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ㅅㅂ진짜 재밌는데서 그만끊어 무친련아좀!!!!!!!

        

        

        

        언제나 그렇듯 채팅창은 용광로마냥 시뻘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지만 오늘은 어쩔 수 없었다. 무언가 제대로 확인해봐야만 하는 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이 미확인구역이라는 게 단순한 게임인지, 혹은 이 역시도 내 과거와 일부 연관되어있는지를 확인해볼 심산이었다.

        

        머릿속으로 내용 정리를 시작했다. 로렌티나에게는 무엇을 알려줘야 하는지, 진에게는 무엇을 물어보아야만 하는지. 그리고 여력이 된다면 나를 저쪽 세상에서 구해준 두 명을 찾아가야만 하는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

        

        우선순위를 정리하기에는 실로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단 하나는 명백했다.

        

        방송 송출을 종료하고, 시설 전체를 프라이빗 룸으로 전환하며 로렌티나에게 말했다.

        

        

        

       “사이먼 글래스. 기억하시나요?”

        

       “애매하네요. 확실한 건 이카루스가 끝까지 잡아죽이지 못한 친구 중 한 명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게임 상이라지만 갑자기 등장해서 긴가민가했죠. 그런데 그건 갑자기 왜 물어보는지?”

        

       “아뇨, 그냥…이 작자가 갑작스럽게 등장한 게 과연 단순한 우연 때문인지, 아니면 뭔가 좀 더 복잡한 사정 때문에 나왔는지에 대해서 확인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흐음.

        

        그리 콧소리를 낸 로렌티나의 표정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입가에 늘상 머금고 있던 옅은 미소가 지워지고, 들떠있던 눈동자와 눈썹이 조금씩 평행을 그렸다. 무미건조한 표정 아래에서 루비를 깎아 박은 듯한 선명하고 투명한 붉은 눈동자가 요사스럽게 빛났다.

        

        이윽고 그 붉은 시선이 진을 향했다.

        

        그러더니 입이 열렸다.

        

        

        

       “유진, 당신은 메카 유진이라는 요소를 게임에 넣는 것을 허락했고, 이카루스는 그에 대해 지금과 같은 결과로서 응답했지요. 과연 그것이 단순히 막내만을 위한 팬서비스일 확률이 높을까요, 혹은 무언가 더 깊은 내막을 암시하는 걸까요. 대답은 할 수 없어도 확률적으로는 볼 수 있겠죠.”

        

       “…그건.”

        

       “그 망설임이야말로 의문에 대한 대답이 아닐까 하는데.”

        

        

        

        피식.

        

        그리 웃은 로렌티나가 이어 덧붙였다.

        

        

        

       “밑져야 본전이지요. 마음껏 알아내보시길. 아르테미스가 멸망했고 러시아와 중국 세력이 미국에서부터 영영 떠나갔지만, 우리는 아직 전쟁에 얽힌 내막의 10%도 밝혀내지 못했으니까요.”

        

       “…당분간 꽤 바빠지겠네요.”

        

       “좋은 소식 있으면 들려주시길. 기다리고 있지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로렌티나가 그렇게 휙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로렌티나의 아바타가 먼저 가보겠다면서 휙 사라졌고, 나는 이쪽을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는 진을 향해 다가갔다. 마침 질문도 다 정리되었기에 물어볼 것도 있었고. 답변을 해줄 수 있든 없든 크게 상관은 없었다.

        

        그러나 그 순간,

        

        

        

       -[경고 : ‘사용자’가 외부적 요인과 접촉 중. AFK 모드로 전환합니다.]

        

        

        

        마치 정신이 어디론가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과 함께 시선은 천장을 향했다.

        

        물론 기어 박스의 낮고 좁으며 축축한 천장이 아니라 무지막지한 층고를 자랑하는 내 펜트하우스 침대의 전경이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금방 깼네요, 우리 막내.”

        

       “볼따구를 잡아당기는 걸로 사람을 깨우고, 아으으.”

        

        

        

        로렌티나가 거기에 있었다.

        

        동해에서 휴가를 끝마치고 얼마 전부터 내 집에서 머물고 있는 상어였다.

        

        그녀는 평소대로의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마침 저녁식사를 할 시간이기도 하니, 테이블 위에서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죠. 이의는 없으리라 믿어요.”

        

       “물론이죠.”

        

        

        

        사이먼 글래스, 아르테미스, 메카 유진.

        

        무대의 뒤를 파헤칠 시간이었다.

        

        

        

        

        

        

        

        

        

        

        

        

        

        

        

        

        

        

       “잠시 과거 이야기를 좀 해보도록 합시다…물론 엄밀하게 말하자면 막내만 겪은 과거겠지만요.”

        

        

        

        어둠이 내린 하늘, 아늑한 집 안. 그 가운데의 로렌티나가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고개를 끄덕였다. 사족은 아무래도 좋았기 때문이었다.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르테미스는 다크 윈터 사태가 발발한지 얼마 안 되었을 즈음부터 즉각적인 제거 목표로서 지정되었어요.”

        

       “…그런 이야기는 꽤 처음 들어보네요.”

        

       “그럴 수밖에 없죠, 유진. 귀관이 이카루스에 합류한 건 사태가 발발한 이후 적어도 몇 개월이 지난 후였고, 센트럴 파크 HQ에 합류한 이후 바로 들어온 것도 아니었으니.”

        

        

        

        아예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로렌티나가 지금 하는 이야기는…말 그대로 내가 존재하지조차 않았었던 때의 이카루스에 대한 것이었다. 이전에 따로 들은 적도 없는 과거의 흔적이란 소리였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그 내용은 혼돈으로 가득차있었다.

        

        마땅한 교전 프로토콜도 없었고, 민간인 구출이 우선인지 교전이 우선인지조차 제대로 정해지지 않았으며, 우후죽순으로 난립하는 소규모 시민 캠프를 어떻게 해결해야만 하는지도 논의 대상이었다. 그리하여 그 복잡한 뉴욕 길거리를 뚫고 한때는 물자 배달이 성행하기도 했단다.

        

        물론 그리 오래 가지는 않았다. 짧으면 2주, 길면 한 달 안에 소규모 난민 캠프의 70% 이상이 자멸했기 때문이었다. 원인은 바이러스였다. 잠복기가 끝난 오메가 바이러스가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천당으로 데려갔다나 뭐라나.

        

        

        좌우지간 암흑으로 둘러싸인 혼돈의 한 달 사이, 아르테미스는 변절을 시도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적 연합군이 언질을 준 거죠. 잡다한 이권을 보장해주는 대가로 미국의 남은 전력 응집을 방해하거나, 유사시 타격하라고.”

        

        

        

        아르테미스 테크놀로지의 수뇌부 중 꽤나 많은 이들이 진작부터 적성국과 내통하던 와중 이어진 제안이었고, 그리하여 이는 내가 알고 있던 지식과 연결된다.

        

        사분오열된 아르테미스 수뇌부는 각자 PMC를 고용해 개개인의 이권을 지키거나 적 세력과 협조, 혹은 이 사실을 이카루스 HQ에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기도 했다.

        

        후자와 같은 이들 덕분에 이카루스는 빠르게 이들을 일종의 반란 세력으로 규정하고 진압을 시도했지만 전투가 가능한 인력조차 별로 없는 시점에서 그것이 쉽게 가능할 리가 없었고, 결국 이쪽은 골든 타임을 놓친 채 산산조각나 군벌화된 아르테미스를 마주해야만 했다.

        

        한때 이카루스 기어의 개발에까지 일부 관여하던 기업의 처참한 말로였다.

        

        

        거기까지 이야기를 나눈 뒤 목을 축인 로렌티나가 덧붙였다.

        

        

        

       “까놓고 말하자면, 아르테미스가 어떻게 박살났는지는 그다지 의미있는 게 아니죠. 하지만 한때 아르테미스가 기어 개발에 관여했다는 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에요. 막내의 데이터를 빼낼 수 있었던 일종의…대전제적 이유죠.”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로렌티나와 로건, 혹은 태스크포스 레이저에 있었던 수리부엉이 발현자인 닉스 같은 사람들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사람은 없지 않나요?”

        

       “그 사람들과 막내 간의 차이점이 뭐일 것 같아요?”

        

       “…글쎄요.”

        

       “간단해요. 전자는 사태가 발발하기도 전 이카루스 네트워크에 신원이 소속되어 있었지만, 막내는 정식으로 이카루스 기어를 받기까지 몇 개월 정도 걸렸다는 부분이지요.”

        

       “아.”

        

        

        

        로렌티나는 그리 추측하고 있었다.

        

        내가 이카루스 기어를 받고 정식으로 오퍼레이터로서 등록되기 전이었던 바로 그 몇 개월 간의 텀.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바로 그 지점이 내 신체 데이터가 아르테미스로 빠져나갔을 확률이 가장 높았다…라. 다시금 곱씹어봐도 일리있는 말이었다.

        

        게다가 막상 내 데이터가 유출되었어도 적잖아 5년이 지나가는 동안 아무런 일이 없었기에 내가 신경조차 쓰지 않았던 거겠지.

        

        

        그럴 만한 이유도 있다.

        

        언젠가 말했듯이 다크 존의 메인 스토리는 내 과거를 선형적으로 따라갔고, 다시 말해 대거 팀은 아르테미스도 몇 번이고 짓밟아버린 적이 있다는 소리였다. 남은 아르테미스 일원들도 오퍼레이션 블루필드에서 꽤나 갈려나갔을 거고.

        

        오히려 해당 작전이 마무리된 후, 이카루스의 시선이 미 서부를 향해 쏠린 2~3년 동안 메카 유진을 만들어낼 정도의 생산 라인을 다시금 어떻게든 구축해낸 것이 놀랍기만 할 뿐.

        

        

        좌우지간,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도 중요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오히려 이번 대화를 통해 명확해진 것은 ‘이것이 해답인지’가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그 두 명 – 나를 원래 세계로 다시 데려와주었던 – 에게 ‘이것이 맞는가’인지를 물어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게 더욱 큰 수확이었다. 요컨대 어떤 질문을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답을 얻었다고 해야 할까.

        

        그리하여 질문은 두 가지로 나뉘게 된다 – 하나는 우리가 낸 결론이 맞는지, 그리고 두 번째는…과연 이것이 다크 존이 자체적으로 만들어낸 설정인지, 혹은 내가 있던 세계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일을 그대로 가져온 것인지.

        

        불길한 일은 항상 일어난다는 내 직감에 따라서 생각해보면 후자일 확률이 매우 높았기에, 일단 그리 덧붙인 뒤 그것을 가정하고 후폭풍을 생각해본다면….

        

        

        

       “…그닥 별 일 아닐 것 같은데요. 그나마 가장 우려되는 일이라곤 대거 팀이 불쾌해진다는 것 정도가 아닐지.”

        

       “엄밀하게 말하면 그렇겠죠. 저런 걸 여단 단위로 뽑아낸다면 몰라도, 한두 기 투입되어봤자 전장의 향방에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도 없고. 늦어도 한참 늦었어요.”

        

       “으음.”

        

        

        

        생각보다 심각할 줄 알았는데 그닥 큰 문제가 아니었다…라.

        

        어떻게 보면 상당히 아이러니한 결론이었지만, 대형 이슈로 커져버리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엔딩이었다. 어쩌면 나를 도와준 그 정체모를 두 명에게 비교적 가벼운 기분으로 질문을 던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잠시 생각하다가 로렌티나와 시선을 마주쳤다. 그러고 보니 이들은…과거 다크 존에서 인디언포인트 원자력 발전소 탈환 미션을 막 끝내고, 내가 다른 세계선으로 건너갔을 때 그 정체모를 두 명과 만난 적이 있었다고 했지.

        

        이 또한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이번 일이 저쪽 세계에서 어디까지 번졌는지를 두 분에게 물어봐야겠네요.”

        

       “혹시 모르죠. 저쪽 세계의 어딘가에도 메카 막내가 있을지도.”

        

       “에이, 설마요.”

        

        

        

        농담 아닌 농담을 들으며 휴대폰을 들어올렸다.

        

        그 두 명에게 ‘저쪽 세계와 90% 가량 유사한 진행도를 보이고 있다’는 말을 듣기까지 30초 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전 화에 전개를 예측하신 분이 있더군요

    어메이징..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