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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1

        

       *** ***

         

       “언니이~”

         

       “려아야!”

         

       성장기를 맞이했는지 키가 다섯 치는 자란 려아가 흑묘와 여일예에게 달려와 안겼다. 통통했던 젖살이 쭉 빠진 려아는 제법 소녀 티가 났다.

         

       “자네도 한잔 받게.”

         

       “아, 예.”

         

       셋이서 얼싸안고 꺅꺅거리며 서로 외모 칭찬을 하며 빙글빙글 돌고 있는 세 사람에게서 시선을 떼고 가주님이 내주신 술잔을 받았다.

         

       내가 앉은 상에는 가주님과 독의 어르신, 풍영대주, 그리고 당도경까지 총 다섯이 있었다.

         

       “보고도 못 믿겠군. 자네의 천형을 진단한지 5년도 지나지 않았거늘…”

         

       내 경지를 확인한 독의 어르신은 귀신이라도 본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류 시절부터 나와 함께 잡혈을 한 단계씩 풀어왔던 독의 어르신의 놀라움은 아무래도 각별할 수밖에 없겠지.

         

       “그래 자네 활약은 귀가 따갑게 들었다네. 사천성의 떨거지들을 정리하고 사천낭인배 후기지수 대회이니 혈교의 준동을 막은 사건이니…”

         

       가주님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도박 실력도 드러내기로 한 모양이더군?”

         

       “예, 뭐…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래. 이제야 어디 가서 뇌검낭인에게 한 수 배웠다고 말하고 다닐 수 있겠구나.”

         

       “하하하! 도신 호 형의 1호 제자라니 그 덕에 이 당도경의 면도 서게 생겼소.”

         

       한바탕 가벼운 도박 이야기가 오갔다. 영상루에서 무슨 수를 썼는지. 요새 당가의 도박술은 무엇이 유행하고 있는지. 등등.

         

       “이러다 도박 이야기로만 날이 새겠군.”

         

       가주님이 화제를 전환했다.

         

       “자네의 서신과 제안 잘 받았네. 정철과 비무를 통해 모든 은원을 정리한다…자네는 그 말의 뜻을 이해하고 있는가?”

         

       “물론입니다. 현재 정철에게 가장 사무친 원한을 지닌 당가. 정철을 향한 복수를 대신하겠다는 의미지요.”

         

       어찌 보면 내 제안은 당가에서 모욕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당가타의 일 이후 당가에서 날 위해 비천마차도 내주고 당소열도 일행으로 붙여 준 것은 사천낭인인 내가 사천낭인으로서의 복수를 주장하던 정철의 명분을 분쇄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당가는 어디까지나 그 명분을 분쇄하여 후환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 내가 먼저 나서도록 배려해 준 것이지 결코 원한을 포기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중독되었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며 잠적한 정철.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으나 누가 봐도 당가를 배후로 지목했다고 생각할 일이었으니 당가 입장에서는 엄청난 모욕을 당한 셈이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내가 나서서 당가의 은원까지 포함한 정철의 모든 은원을 정리한다?

         

       당가에서는 내가 당가를 무시한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는 민감한 이야기였다.

         

       “그렇지.”

         

       가문의 일을 논하는 당광렬 가주님의 얼굴에는 웃음기 한 점 없었으며 그 눈에 서려 있던 나에 대한 호감은 완전히 사라지고 오직 사태를 관조하는 이해의 빛만 남았다.

         

       “자네와 별개로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정철에게 원한이 있다네. 당가타를 저리 만들었고 비겁한 수단을 사용해 중독시켰다는 헛소문까지 유포했으니 말일세.”

         

       “그렇지요.”

       

       “그 때문에 가문에서도 격렬한 논쟁이 오갔네. 직접 복수해도 시원치 않을 정철 자식의 처우를 자네에게 맡겨도 괜찮은가. 사실 정철이 이런 제안을 한 것 자체가 당가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는 반증이니 화가 난 자들이 많았네.”

         

       확실히 그럴만한 일이었다.

         

       당가에게는 불구대천의 원수나 마찬가지인 정철. 그런 정철이 오직 나만 노리고 은원을 청산하네 마네 이러고 있으니 당가 입장에서는 얼마나 기가 차겠는가.

         

       “그렇기에 확실히 묻고 싶네.”

         

       스스스.

         

       가주님이 기막을 전개했다. 갑자기 움직이는 내공에 일행들은 물론이고 다른 당씨들의 시선까지 쏠렸지만 가주님은 전혀 개의치 않고 입을 열었다.

         

       “자네의 진짜 속내 말일세.”

         

       가주님은 품에서 한 장의 서신을 꺼냈다.

         

       [나 사천낭인 정철이 무림과 뇌검낭인에게 고한다.]

         

       정철이 뿌린 도전장이자 격문이었다.

         

       [와병 생활 중 뇌검낭인의 행보를 듣고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뇌검낭인의 행적이 전 무림에 도움이 되는 공을 세운 것은 사실이나 그 본질은 사천 위선자들의 앞잡이에 불과한 바. 그런 이가 영웅으로 칭송받는 다는 것 자체가 이 무림의 정기가 훼손되는 결과이니 이 정철. 비록 와병 중이나 이 한 몸 불태워 무림의 정기를 바로잡고자 한다.]

         

       [이 사천낭인 정철. 뇌검낭인에게 비무를 청한다. 나 정철은 패배 시 흑립을 벗고 사천낭인으로서 쌓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사라질 것이다. 뇌검낭인 그대 역시 패배 시 흑립과 함께 모든 명성을 내려놓고 야인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진정한 흑립의 뜻도 모른 채 그저 거대 세력의 주구가 되어버린 뇌검낭인이지만 무인으로서 최소한의 기개가 있다면 이 비무를 받아들일 것이라 믿는다.]

         

       이미 흑묘를 통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전해들은 내용이었지만 이렇게 격문의 원본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얼굴 낯짝이 두껍기로는 천하제일인 놈입니다.”

         

       “그날 한줌의 독수로 만들어버렸어야 했거늘…”

         

       새삼 격문의 내용을 떠올렸는지 분기 어린 기색을 보이는 당씨들.

         

       오직 당가주님만이 냉철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정말로 그자가 패배한다고 한들 약속을 지킬까? 제 이득을 위해서라면 날조도 서슴치 않는 자가 패한다 하여 순순히 무림을 떠날 것이라 믿는가?”

         

       나는 그 자리에 있는 당씨들을 바라보았다. 당가주님. 풍영대주. 독의 어르신. 당도경까지.

         

       그 눈에 떠올라 있는 것은 불신이었다.

         

       정철에 대한 불신.

         

       이 비무 자체가 정철의 수작이거나 비무에서 패배한들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는 눈빛들.

         

       비무에서 이긴 뒤 정철을 은퇴시키겠다고 말하면 본인들이 직접 나서 정철을 잡아 죽일 기세였다.

         

       그렇기에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정철에게 승리한 뒤….”

         

       뒤이어 이어지는 말에 당가주님을 비롯한 모든 이들은 눈을 크게 떴다.

         

       “목숨을 거둘 생각입니다.”

         

       *** ***

         

       천하가 정철이 뿌린 격문에 대한 소문이 들불처럼 번졌고 그에 따라 사천으로 모든 무인들의 시선이 몰려들었다.

         

       사천의 굵직한 문파들이 당가에 소집되었고.

         

       세인들은 사천의 문파들이 모여 낸 결론을 격문으로 받아볼 수 있었다.

         

       [뇌검낭인이 고한다.]

       [사도련을 조직하고 사파들을 선동해 사천에 수많은 혼란을 일으킨 정철. 또 간교한 혀를 놀려 무림에 혼란을 조장하려 하니 이 이상 좌시할 수가 없다.]

       [허나 정철에게 쌓인 원한은 나 하나만의 것이 아니었으니 사천 문파들의 이해를 구한 뒤 이 격문을 작성한다.]

       [나 뇌검낭인은 정철과의 대결을 피하지 않을 것이니 사천어느 곳이라도 좋으니 격문을 통해 장소와 날짜를 정하라.]

       [그대가 격문에 적었듯 무인으로서 최소한의 기개를 보이길 바란다.]

         

       비무의 수락!

         

       소식이 공표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정철의 답문이 올라왔다.

         

       [비무 날짜는 모월 모일. 비무 장소는 청해의 성릉현을 지목한다. 성릉현에는 멸망한 문파의 터가 있으니 그곳의 비무장을 사용할 것이다.]

       [나와 뇌검낭인과 관련 없는 자들을 비무의 증인으로 삼고자 하니 공개 비무로 진행하고자 한다.]

       [단 본인은 홀로 비무장에 나타날 것이니 현장에는 사천의 거대문파 및 뇌검낭인과 관련 있는 이들의 접근을 불허한다.]

         

       대결의 성사!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까지 정해지고 그 소식을 접한 이들 중 뇌검낭인과 정철의 격돌을 보고 싶은 자들은 서둘러 여행길에 올랐다.

         

       온 무림이 뇌검낭인과 낭야검 정철의 대결 소식으로 들썩일 때.

         

       어느 한 동굴에서는 혈인이 부복한 채 보고를 올리고 있었다.

         

       “그래서 그 뇌검낭인이라는 작자가 본교의 일을 방해하고 또 무림에 소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혈존이시여!”

         

       혈인이 고개를 숙이며 물었다.

         

       “감히 본교의 대업을 방해한 자입니다. 처리할까요?”

         

       혈인의 물음에 한동안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혈존은 그 행방이 모호해진 철혈서를 떠올리고는 혀를 찼다.

         

       ‘영 쓸모가 없는 녀석이었지.’

         

       크고 작아지는 재주가 있기는 했지만 그럴 때마다 축적한 기운을 소비해야 했다. 생존에는 유리한 재주일지 모르나 전투에는 하등 쓸모없는 재주였다. 그런 주제에 온순하고 전투력도 부족했다.

         

       그나마 쓸만한 점이라면 지능이 높다는 점이었을까.

         

       전투에 쓸모가 없으니 영물을 만들어내는 실험에 동원한 것. 그리고 그 실험 결과도 신통치 않았다.

         

       그러니 철혈서가 사라진 것은 그리 아깝지 않았다.

         

       안 그래도 전투력이 떨어지는 녀석이 실험을 통해 더욱더 약체화되었을 테니 회수할 필요가 있을까.

         

       다만 그런 철혈서라도 영물은 영물.

         

       그런 영물을 투자해서 시험한 대법의 성과가 형편없다는 점이 혈존의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소문을 듣기로는 결국 대법이 시행되었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고작 뇌검낭인에게 제압당하다니.’

         

       뇌검낭인의 대외적인 경지는 초절정. 뇌검낭인의 동료들이 후기지수 중에서는 유명한 자들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다 초절정이었다.

         

       변이에는 성공했다지만 진법도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초절정들에게 사냥당할 정도라면 영물이라 부를 수도 없는 수준이었다.

         

       그렇게 단정짓고 있었거늘.

         

       요새 뇌검낭인과 정철과의 비무 소식이 들려오자 혈존의 판단 역시 흔들렸다.

         

       ‘뇌검낭인이라는 자. 소문으로는 초절정에 오른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화경인 정철과 비무를 벌인다라.’

         

       어쩌면 화경 고수인데 실력을 숨긴 것일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대법의 가치 역시 새로이 측정해야 하지 않을까.

         

       “정철과의 비무를 지켜본다.”

         

       “예!”

         

       “우선은 섬서분타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해서 상세하게 조사하도록. 철혈서보다는 대법에 대한 정보를 최우선으로 회수하라.”

         

       “존명!”

         

       혈존은 명령을 내린 뒤에 이내 관심을 거두었다. 뇌검낭인과 정철의 대결. 그리고 적혈서나 대법에 관한 일들은 혈존에게 그저 잠시간의 흥미를 끌 일에 불과했으니까.

         

       그르르르르…

         

       도무지 짐승 소리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묵직한 울음소리가 동굴 속에 울려 퍼졌다.

         

       동굴 속에는 온몸이 피에 뒤덮인 채 사지를 꿈틀거리고 있는 거대한 검치호가 있었다.

         

       “큭큭큭…!”

         

       혈존은 그런 검치호를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적혈서? 그런 녀석 따위는 먹잇감으로 삼을 영물이 널리고 널렸다. 미래를 고려해 사람을 영물로 바꾸는 방법을 연구하고는 있었지만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천하는 넓고 영물은 많았으니까.

         

       “머지않아 이 혈존의 천하가 도래할 것이다. 그때까지 낭인들의 대결이나 지켜보며 평화를 만끽하고 있거라. 크크크…!”

         

       혈존의 비웃음이 동굴 속에서 울려 퍼지는 모월 모일.

         

       성릉현의 폐문파에는 구름과 같이 사람들이 모여들어 정철과 호천안의 대결을 기다리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와 401화!

    400화 연재를 축하해 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진짜 날것 그대로의 응애작가가 벌써 연재 1년을 넘기며 여기까지 왔네요.

    독자님들의 성원이 있었기에 무고집낭이 400화를 맞이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고마와요!

    *

    [히아신수]님께서 [40코인]을 후원해주셨네요.

    400화 후원…! 흑흑 정말 감동입니다! 감동의 찍찍!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도둑고양이]님께서 [20코인]을 후원해주셨네요.

    닉네임만 보시면 흑묘파이실것 같은데 하렘파셨군요! 일부다처제가 가능한 것이 바로 무림…!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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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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