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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1

       “아. 씨발.”

       

       서버의 유지 보수를 맡고 있는 마법사 중 하나가 외마디 비명을 내질렀다.

       

       그는 직위가 그리 높은 사람이 아니었고 그렇다하여 마법사로써의 위계가 높은 사람도 아니었지만 마법사가 내뱉은 욕지거리에 무어라 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 자리에 있는 서버 관련 팀원들은 하나 같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저 인간. 평생 계정 블락 시키면 안 되냐?”

       

       당장 서버 유지 보수 팀장이 그랬다. 그녀는 분을 참다못해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백호에게 물었지만 백호는 차마 거기에 대답하지 못했다.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말은 불가능하다는 대답뿐인데 그리 대답을 하는 순간 서버 유지 보수 팀장이 그의 멱살을 붙잡고 흔들게 뻔했으니까.

       

       “왜! 왜! 왜 계정 복구 되자마자 문제를 일으키는 건데에에에!”

       

       백호의 판단은 옳았다. 그가 답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팀장은 자신의 머리채를 휘저으면서 비명을 내질렀으니 말이다.

       

       쓰잘데기 없는 말을 했다간 저 손에 쥐어진 머리채는 내 것이 되었겠지.

       

       “대체 어떻게 주먹 한 번 내지르는 걸로 서버를 터트리는 거냐고오오!”

       

       그러게나 말입니다. 백호는 팀장의 비명에 속으로 대답했다.

       

       오늘. 이계에서 온 용사 파이스와 화령이 맞붙는다는 소식에 관심을 보인 것은 평범한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회사에서 근무하는 무수히 많은 이들 또한 여기에 관심을 표출했다.

       

       그 이유는 직원들마다 달랐다.

       

       무협과 관련되어 있거나 무의 길에 관심이 있는 자들은 화령이 용사를 상대로 어떤 무위를 보여줄지 기대했고.

       

       다른 세계에서 온 이가 현대인들 사이에 끼어 활약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이들은 파이스가 박살나는 모습을 보길 바랐고.

       

       또 누군가는 선인인 파이스가 좋은 활약을 펼치는 모습을 보길 원했고.

       

       서버 유지 보수 팀원들은 그저 주의를 곤두세운 채 아무 일 없이 게임이 끝나기만을 기원했다.

       

       그리고 그 결과.

       

       서버 유지 보수 팀원을 제외한 모두는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다.

       

       화령의 무를 보고자 했던 이들은 하늘을 꿰뚫는 권을 보고서 저것이 무의 극치라며 환호했고.

       

       파이스가 박살나길 바라던 이들은 화령을 상대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파이스를 보면서 웃음을 흘렸고.

       

       파이스가 선전하길 바라던 이들은 마지막까지 용사의 자존심을 지키는 파이스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으니까.

       

       그러니만큼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지금의 상황은 절대 다수의 행복을 지켜낸 아름다운 결말이라 볼 수 있었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행복을 표출하는 이는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웃음을 흘렸다가는 소수. 크나큰 불행과 분노에 휩싸인 서버 유지 팀원들에 의하여 어떤 꼴을 당하게 될지 몰랐기에.

       

       눈치가 나름 좋은 백호 또한 현 상황을 대충 이해하고서 슬며시 몸을 물렸다.

       

       핑계거리는 존재했다. 자신은 화령과 회사를 잇는 연결 통로. 지금의 상황을 화령에게 이야기해주어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허나 백호가 예상치 못한 것은 세상 모두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는 건 아니란 점이었다.

       

       “백호! 어디를 그리 바쁘게 가는가!”

       

       무협 관련 부서의 2팀장.

       

       어느 무협 세계에서 화산 문주의 자리를 역임하다 은퇴하고 이제는 회사에 머무르면서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고 있는 무인은 서버 유지 팀의 날 선 시선에도 불구하고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예? 아. 그것이 화령님께 연락을 드려야 할 듯 싶어서 말입니다.”

       “아아. 그렇군. 또 이런 일이 벌어지면 영 곤란할 테니 말이야! 과연 백호 자네다! 일처리가 무척이나 빨라!”

       “…저어. 그럼 이만 가봐야 하니 놓아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백호가 자신의 어깨를 붙잡은 손을 슬며시 살피며 물음을 던지자 무협 2팀장이 기다렸다는 듯 목소리를 냈다.

       

       “안 그래도 마침 잘 되었군. 지금 화령님께 연락을 드리러 간다 하였지?”

       “예? 예. 그렇습니다.”

       “혹여 그 분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겠나? 내 꼭 그 분께 고견을 여쭈어 보고 싶어서 말이야!”

       

       며칠 전. 화령이 화룡무인의 세상에 자신의 본신을 들고서 자리했을 때. 무협 2팀장은 그녀가 움직이는 것을 모니터링 하고 있었다.

       

       그녀가 무슨 문제를 일으킬까봐 그런 것은 아니었고. 화령처럼 고강한 무인이 무언가를 펼치는 걸 조금도 놓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그 날. 무협 2팀장은 월급을 루팡한 자신에게 칭찬의 말을 건넸다.

       

       화령이 매화검법을 펼쳐 보이는 걸 두 눈으로 바라볼 수 있었으니까.

       

       본래라면 화령은 매화검법을 펼칠 수 없어야 했다.

       

       매화검이라는 무공은 자하신공이 극성에 이르러야 닿을 수 있는 무공. 그 기반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검 끝에서 매화는 피어오르지 않을 지어니.

       

       화령의 손에서 매화검이 완성되는 일은 불가능해야 하거늘 화령은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무를 단련하는 것으로 인간의 격을 초월해버린 자.

       

       자신의 손으로 세계의 규칙을 써내려 갈 수 있는 무인은 매화검의 기본조차도 제멋대로 바꾸어 무공을 펼쳤다.

       

       매화검의 사용자인 무협 2팀장은 그 패악스러운 모습을 보고서 분노를 표해야 마땅했지만 그는 그러지 못했다.

       

       미간을 찌푸리기에는 화령의 손에서 피어나는 매화가 너무나도 아름다웠으니까.

       

       자신을 한 그루의 매화나무 삼아 자신의 주변으로 꽃잎을 퍼트리는 그 모습은 무협 2팀장이 알고 있는 매화검법에 새 지평을 그려내고 있었다.

       

       과연. 저기에서 저렇게 검을 휘두르는게 가능한 것인가.

       

       오오. 검로를 저렇게 잇는 것으로 매화를 연결한다고?

       

       허어. 매화검의 사용자인 나조차도 화령이 펼치는 매화에 홀리는 것만 같구나.

       

       눈에 충혈될 정도로 힘을 준 채 화령의 매화를 살피던 탓일까.

       

       무협 2팀장은 화령의 매화검이 끝나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었다.

       

       허나 그의 아쉬움은 순식간에 눈 녹듯이 사라져 버렸다.

       

       방금 전의 끝은 한 막의 종료였으니. 화령은 자기 주변의 매화가 저물기 무섭게 또 다른 매화검을 펼쳐 보였다.

       

       저는 무협 2팀장이 아는 매화검이 아니었다.

       

       그가 알지 못하는. 화령이 독자적으로 만들어낸 그녀만의 매화.

       

       그를 마주한 순간 무협 2팀장은 자신의 상식으로 화령의 무공을 평가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자신 따위로는 감히 저 분의 경지를 따라갈 수 없으리라 확신했기에.

       

       그리고 나서는 그저 감상했다. 화령이 펼쳐내는 매화가 척박한 화산을 뒤엎는 것을 말이다.

       

       그 날이 지나간 후로 무협 2팀장은 항상 화령을 만나는 그 순간을 꿈꾸었다.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너무도 많았다.

       

       물어볼 것 또한 너무도 많았다.

       

       전하고 싶은 것 또한 그만큼이나 많았다.

       

       무엇보다도. 무협 2팀장은 자신의 검에 화령의 서명을 받고 싶었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무협 2팀장은 공과 사를 구분하여 자신의 욕망을 참아내고 있었지만 방금 전 화령이 펼친 무위를 본 순간 그는 결국 자신의 욕망에 패배하고 말았다.

       

       그래서 주변의 시선은 신경도 쓰지 않고 백호에게 부탁을 전했다.

       

       화령을 만나게 해 줄 수 있냐고.

       

       요즘 식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회사에서 화령 팬미팅을 열어줄 수 있겠느냐고.

       

       절실한 진심이 담긴 무협 2팀장의 목소리를 들은 백호는 여러 가지 생각을 머리에 품었지만 그 결론만을 정리하자면 이러했다.

       

       부탁을 하는 건 좋은데 그 부탁을 굳이 지금 해야겠습니까?

       

       지금 당신 뒤편에서 전해지는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지 않으시는지요?

       

       “좋은 생각이십니다! 팀장님!”

       “화령님을 이 눈으로 보는 것으로도 모자라 대화까지 나눌 수 있는 자리라니!”

       “백호님! 저도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백호에게는 실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금 그의 주변에는 정상적인 이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화령의 권을 보고 감격이 차올라 이성을 잃어버린 이.

       

       순수하게 화령과 이야길 나누고 싶어 하는 이.

       

       심지어 서버 유지 보수 팀의 속을 긁기 위해 일부러 그들에게 찬동하는 이까지.

       

       슬며시 도주하려다가 소란의 한복판에 갇히게 된 백호는 어찌할 줄 몰라하다가 저 멀리서 느껴지는 마력의 준동에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야… 이… 개 씨발 새끼들아아아아아!”

       

       하아. 이번에는 또 며칠 밤을 새워야 하려나.

       

       *

       

       아피스 서버가 갑작스럽게 멈춤에 따라 이벤트 전이 종료되어 버렸지만 경기를 보던 이들 중에서 아쉬워하는 이들은 없었다.

       

       누가 보더라도 그 결과는 명백했으니까.

       

       본인이 이겼고 파이스가 패했다. 그것도 자그마한 차이가 아니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단 생각이 들 정도로 압도적인 차이를 내면서.

       

       이후 경기가 끝나고 파이스가 따로 인터뷰를 하며 본인의 실력을 다시 한 번 인증한 바. 이제는 시청자들 중 그 누구도 본인을 의심할 수가 없게 되었다마는.

       

       안타깝게도 시청자들은 대련의 결과보다는 본인이 일으킨 현상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 화령이 필살기 쓰자마자 서버 터지는 거 실화임?

       – 하다하다 아피스 서버까지 터트리냐 ㅋㅋ

       – 아니! 내가 필사적으로 만든 승급전이!

       – 퇴근 하고 게임할라 그랬는데 서버가 터졌다고? 심지어 그게 화령이 터트린 거라고?

       – 아. 내일 방송 키기만 해봐라.

       – 화령 화형 딱 대.

       – 드디어 여태까지 논의한 게 힘을 발휘할 시간이 찾아왔다.

       – 룰렛! 룰렛! 룰렛!

       

       “그렇다는데요?”

       

       엔리가 보여준 본인의 방송 게시판에선 광기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기이한 일이구나.

       

       이 분위기를 가로막기 위하여 파이스를 상대한 것이거늘 어찌하여 상황이 더 악화되어 버린 것이지?

       

       “아니. 이건 좀 억울한데요.”

       “하하. 다들 알면서 농담하는 거에요. 아라 씨가 아무리 강하다지만 권 한 번으로 서버를 고장낼 수 있을 리가.”

       “이건 제 권이 문제가 아니라 그 회사 서버가 약한 게 문제잖아요.”

       

       실로 억울한 일이다.

       

       본인의 경지가 오른 것은 사실이고 그로 인하여 본인의 절기가 더 강한 위력을 가지게 된 것 또한 사실이다만 겨우 화경의 몸으로 내지른 권이지 않나.

       

       이 한 방에 서버가 날아가버리는 것은 그들의 서버가 허약하다고 밖에 볼 수가 없다.

       

       일전에 한 번 사고가 났으며는 보강을 해 두었어야지. 쯧. 하여간에 게으른 놈들 같으니라고.

       

       “어. 저기 아라 씨.”

       “네?”

       “아라 씨가 서버 부순 게 맞다고요?”

       “그럴 걸요?”

       “에? 아니. 아니 그치만. …그런 게 가능해요?”

       “가능하죠. 지난번에도 서버를 한 번 부순 적이 있는걸요.”

       

       뭐어. 그 때 본인이 저지른 것에 비하면 이번에 저지른 것은 아무것도 아니니.

       

       머잖아 복구가 되지 않을까 싶다마는.

       

       탁자에 놓여진 안줏거리를 먹으면서 그리 이야기를 했더니 엔리가 멀뚱히 날 바라보다가 옆에 있던 맥주잔을 치켜들어선 벌컥벌컥 술을 들이켰다.

       

       저리 급하게 마시면 금방 취할 터인데.

       

       그러다 지금 옆에서 쓴웃음을 짓고 있는 파이스에게 진상이라도 피우면 어쩌려 그러는 것인지 모르겠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천마님은 잘못 없어! 이건 다 감자 서버 잘못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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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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