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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1

   대개척 시대를 앞장서는 세계 연합 이카루스의 건물 복도.

   그러한 복도를 쭉쭉 걸어 나가고 있는 한 여성이 있었다.

     

   붉은 머리카락과 건강함이 눈에 띄는 진한 피부.

   입가에 그리는 당찬 미소와 몸 여기저기 낀 액세서리까지.

     

   그녀의 이름은 카란디스 포세우스.

   포세우스의 9공주였다.

     

   ‘장식품이 또 바뀌었네.’

     

   카란디스는 복도 여기저기에 늘어난 장식품을 보며 피식하니 웃었다.

   왜냐하면 복도를 채운 장식품의 취미는 크라슈의 취미와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크라슈는 허위 허식을 즐기지 않는다.

   귀족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그는 정갈함을 원하는 사내였다.

     

   하지만 그의 주위 환경은 그런 정갈함을 원하게 두지 않았다.

   세계 여기저기에서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선물 공세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크라슈도 이를 전부 거절할 수 없었던 만큼.

   뇌물인지 아닌지만 파악하고, 성의로서 준 선물은 받아주었다.

     

   그 결과, 이카루스의 총 메이드장인 리리나는 크라슈가 받아온 선물을 건물의 분위기와 맞게 적절히 배치하였다.

   문제는 아직도 선물 공세가 끊이지 않고 있기에 리리나는 이렇듯 꾸준하게 분위기를 바꾸고 있었다.

     

   ‘이것도 참 재능이지.’

     

   가끔 크라슈를 바라보던 눈이 신경 쓰이는 메이드이지만.

   그녀의 가사 능력만큼은 카란디스조차 탐이 날 만큼 뛰어난 것이었다.

     

   이러니 이제는 세계 최고의 연합인 이카루스에서도 총 메이드장을 하며 이끄는 것이겠지.

     

   덕분에 이런 복도를 걸으며 카란디스는 들뜬 마음이 되기 시작했다.

   카란디스는 저돌적이며 쟁취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특히, 상대가 대단하면 더 대단한 인물일수록 이런 성향이 강해지는 카란디스였다.

     

   크라슈에게 처음 다가갔던 시점이 바로 그의 명성이 이유였던 만큼.

   크라슈가 명성을 떨치면 떨칠수록 그녀의 타고난 본능이 그를 더더욱 원하게 했다.

     

   물론 지금은 그런 건 다 상관없고.

   그냥 크라슈라는 인물이 좋았다.

     

   이제는 한참 전인 라헬른 아카데미에서 그가 자신을 진정으로 인정하고, 대해준 그날.

   그날 이후로 카란디스는 크라슈라는 인물에게 푹 빠져 버리고 말았다.

     

   아직도 그날을 떠올리면 심장이 뛴다.

   지금도 크라슈의 얼굴을 보기만 해도 얼굴이 붉어지고 부끄럽다.

     

   설마하니 자신이 이토록 소녀 같은 감성이 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정신 차려야지.’

     

   카란디스는 아직 크라슈의 정식 아내가 아니다.

     

   이제는 지내온 시간이 워낙 긴 만큼 크라슈나 그의 다른 아내들도 카란디스를 받아들였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카란디스는 크라슈와 직접 약속했다.

     

   천하십강 자리에 올라 더 이상 크라슈의 위상에 기대지 않아도 될 때 그에게 직접 고백하겠다고 말이다.

     

   오늘 여기에 온 것은 개인적인 용무가 아닌 크라슈의 용무를 돕기 위함.

   사랑하는 이를 돕기 위해 카란디스는 다시금 저돌적인 면모를 드러냈다.

     

   “크라슈 님, 오랜만이에요!”

     

   노크 없이 문을 박차 연 카란디스가 당차게 소리친 순간.

   카란디스는 눈을 깜빡거렸다.

     

   그도 그럴게 왜인지 아내들에게 둘러싸인 크라슈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히 시즐리는 보이지 않지만.

   크라슈는 지금 취조를 당하듯 왼쪽 팔에는 아스트리아, 오른쪽 팔은 하링, 무릎은 비앙카에게 빼앗긴 채 소파에 앉아 있었다.

     

   분명 겉보기에는 세 명의 여자를 거느린 폭군 같은 남자의 모습이었으나.

   세 사람의 표정과 분위기를 본다면 세 아내에게 시달리는 남편의 모습에 가까웠다.

     

   “……카란디스, 오랜만이야.”

     

   크라슈가 씁쓸한 웃음을 지은 채 인사를 하자 카란디스가 눈동자를 데구루루 굴렸다.

     

   “제가 좋은 시간을 방해한 걸까요?”

     

   누가 봐도 좋은 시간은 아닌 것 같지만 말이다.

     

   “카란디스, 당신도 들어봐봐.”

     

   그러자 크라슈의 왼쪽 팔을 당겨 안은 아스트리아가 투정을 부렸다.

     

   “잠깐, 한 눈 좀 팔았더니. 그사이에 우리 말고 다른 여자를 데려와서 꼬시고 있었어.”

   “네? 다른 여자라니요?”

     

   카란디스의 눈동자에도 날이 확하니 섰다.

   크라슈는 위치가 위치인 만큼 벌써 네 명의 아내가 있음에도 구애가 끊이지를 않았다.

     

   크라슈가 파티를 나가기만 해도 그에게 은근슬쩍 달라붙어 오는 귀족 영애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어차피 이미 네 명이나 있으니 한 명 더 늘어도 상관없지 않냐는 구애였다.

     

   물론 크라슈는 성격이 성격인지라.

   대놓고 꼽을 주며 거절해 버리기는 했지만, 주위에 여자가 끊이지를 않는 건 별수 없었다.

     

   카란디스가 보기에는 본인이 자처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야, 매력적이지 말든가.

   이미 크라슈를 사랑하고 있는 카란디스의 눈에 여자가 다가오는 건 전부 크라슈 잘못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소신껏 쳐내는 크라슈이기에 더 이상의 다른 여자는 없을 거로 생각했지만.

   또 다른 여자가 튀어나왔다고 하니 카란디스도 놀란 것이다.

     

   “……누구죠?”

     

   아무리 그래도 여기서 더 늘어나는 건 카란디스도 사양이다.

     

   여자란 질투의 생물.

   라헬른 아카데미 때부터 이어진 연인 그의 아내들은 괜찮다.

   그들이 크라슈를 쟁취하기 위해 얼마나 많이 노력했는지를 알고, 무엇보다 세계를 지키기 위해 크라슈에게 모든 걸 함께 쏟아낸 시절이 있다.

     

   그러나 그런 시절도 겪지 않고, 대뜸 새로운 아내 자리에 입후보하겠다고 달려든다면.

   그녀는 여자의 질투가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줄 생각이었다.

     

   “아스트리아, 그런 거 아니라니까.”

   “크라슈, 바람피우는 사람들은 다 그렇게 말해.”

     

   그러자 이번에는 오른쪽 팔을 당기고 있는 하링이 말해왔다.

   하링까지 이렇게 나오자, 크라슈로서는 난처할 수밖에 없었다.

     

   “그보다 그 여자도 진짜 너무한 거 아니야? 남자인 척해 놓고, 인제 와서 여자가 되어 전 여자친구인 척은 다 하다니. 난 잘못됐다고 보거든!”

   “아하, 아서 님이에요?”

     

   아스트리아가 또 한 번 성을 내자 카란디스가 상황을 눈치챘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이 자연스럽게 풀렸다.

     

   여기 있는 이들은 이제는 전부 크라슈의 회귀에 관해 알고 있다.

     

   세계를 지켜낸 그날.

   어느 정도 안정되었을 때 크라슈가 모두에게 이야기를 털어놓았기 때문이다.

     

   크라슈의 이야기를 들은 그녀들은 모두 제각기 다른 방법으로 이해했다.

   오히려 크라슈가 회귀를 했다는 사실을 인지하니 지금껏 있었던 모든 의문이 풀렸다는 것이었다.

     

   크라슈는 회귀 소식을 듣고, 그녀들의 행동이 조금은 달라질까, 싶었지만.

   크라슈가 어떻게 이 세계를 헤쳐 나온지 잘 아는 그녀들로서는 회귀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회귀로 미래를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걸 이용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독하게 살아온 크라슈였으니까.

     

   「차라리 회귀라도 있어서 다행이네요.」

     

   최소한 근거를 가지고, 몸을 부딪친 것이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비앙카가 말할 지경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회귀에 관해 설명하는데 아서 또한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아서와 쌓아온 인연은 절대 짧지 않다.

   하물며 아서의 경우에는 이전 회차에서조차 크라슈와 깊은 연을 나눴다.

     

   그러니 지금 저기 있는 세 여자가 질투를 보이는 것이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사귀었던 사람은 이 세상에 없었으면 좋겠어.”

     

   하링이 살벌한 말을 해왔다.

     

   크라슈로서는 억울했다.

   정작, 크라슈는 아서와 사귀었다거나 그런 일은 일절 없었으니 말이다.

     

   크라슈조차 겪어 보지 못한 회차를 질투하는 건 그만뒀으면 좋겠다.

     

   그러나 크라슈가 진짜 무서운 건 따로 있었다.

   아스트리아와 하링이야 대놓고 투정을 부리니 그냥 화풀이하는 셈이라 치고 넘어가면 됐지만.

     

   크라슈의 무릎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비앙카는 아까부터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었다.

     

   “……비앙카, 너도 그렇게 생각해?”

     

   그러니 크라슈가 슬쩍 비앙카를 불렀다.

   가장 어린 시절부터 크라슈의 약혼녀로서 그와 함께 해온 비앙카다.

     

   가장 깊은 연이라면 비앙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늘 부동의 위치에 있던 비앙카는 침묵하더니.

   이내 엉덩이를 밀어붙여 크라슈의 가슴팍에 등을 기대었다.

     

   “크라슈 님은 아서 님이 좋은가요.”

     

   무덤덤한 질문이지만 비앙카의 눈은 크라슈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그러니 크라슈는 그녀가 신경 쓰지 않도록 확실하게 말해줬다.

     

   “그럼, 상관없어요. 전 크라슈 님을 믿으니까요.”

     

   그리고 비앙카가 아스트리아와 하링을 배신하며 크라슈를 끌어안았다.

     

   “너, 너.”

     

   같이 성을 내줄 줄 알았던 비앙카의 배신에 아스트리아가 억장이 무너진 얼굴을 했다.

     

   “……나도 그러면 괜찮아.”

     

   그리고 그 와중에 하링도 배신했다.

   순식간에 혼자 질투의 화신으로 남아 버린 아스트리아는 벙찐 얼굴을 하더니 크라슈를 올려다봤다.

     

   그러고는 크라슈와 눈이 마주치자, 입술을 우물거리더니 곧 외쳤다.

     

   “키, 키스해! 그럼 봐줄 테니까!”

     

   그게 무슨 망언이람.

   화났으니 일단 외치고 보는 건가.

     

   “싫어요.”

     

   그러자 비앙카가 손을 들어 크라슈의 입술을 손으로 가렸다.

     

   “제거예요.”

   “그게 왜 네거야!”

   “제가 제일 먼저 가져갔어요.”

     

   어느새 아서는 뒷전으로 밀리고, 비앙카와 아스트리아가 실랑이를 벌였다.

     

   그사이, 하링은 크라슈의 옷깃을 꾹꾹 당겼다.

   크라슈가 하링을 돌아보자, 그녀는 크라슈의 귀에 속닥거렸다.

     

   “크라슈, 두 사람은 싸우느라 바쁘니까 나랑 먼저 키스하자.”

   “하링!”

   “하링 님.”

     

   고양이는 이제 부뚜막에 올라가는 걸 망설이지 않았다.

     

   어느새 고양이 판이 되어 버린 가만히 바라보던 카란디스는 그 광경을 잠시 바라보다가 물었다.

     

   “네 분이 침실로 갈 거라면 전 이따가 와도 되나요.”

     

   사이 좋은 부부 관계였다.

     

     

   * * *

     

     

   이후 크라슈는 세 사람을 조금 더 달랜 뒤 돌려보냈다.

   이제는 이런 관계도 익숙해진 크라슈다.

     

   결국 세 명 다 크라슈를 좋아해서 이러는 것이다.

   그 사실을 잘 알기에 셋을 딱히 나무라지 않는 크라슈였다.

     

   “세 분 다 여전히 크라슈 님을 저렇게 좋아해 주시네요.”

     

   카란디스는 크라슈의 직속 하녀인 알리샤가 타 준 차를 한 모금 하며 말했다.

   그러자 크라슈도 싫지만은 않은 얼굴로 말하였다.

     

   “지내온 기간이 있으니까.”

     

   크라슈 또한 진심으로 모두 다 사랑하고 있다.

   그러니 크라슈가 그리 전하자, 카란디스가 짧게 웃었다.

     

   “그래도 최근에는 쉽지 않을 거라 보는데요.”

   “……그 소식은 대체 어디까지 퍼져 있는 거야?”

     

   카란디스가 말한 것은 아내들 사이에 오고 간 아이 이야기가 분명했다.

   포세우스에서 배움을 청하고 있던 카란디스까지 그 이야기가 나오자, 크라슈가 황당한 반응을 보였다.

     

   “다 아는 법이 있는 법이에요. 저희 여자들끼리 따로 대화 수단도 있고요.”

     

   거기서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을지 두렵다.

     

   “참고로 대화장에는 에벨아스크 님도 함께하고 계신답니다.”

     

   카란디스가 덧붙이자, 크라슈의 주머니의 시체쥐가 꿈틀거렸다.

   크라슈가 냉큼 주머니를 열어 시체쥐를 콱하니 쥐자, 시체쥐는 죽은 듯이 늘어졌다.

     

   이 녀석이다.

   아내들한테 각종 지식을 불어 넣은 건 관능 소설에 빠진 이 녀석 짓이 분명했다.

     

   다음에 만나면 기필코 혼내주겠다는 다짐을 한 채 크라슈는 카란디스를 돌아봤다.

     

   “훈련의 진척은 어때.”

     

   오랜만에 만난 카란디스다.

   그녀의 상황을 묻자, 카란디스는 씩하니 웃으며 가슴을 폈다.

     

   “크라슈 님도 직접 보면 놀랄걸요? 저는 의외로 재능아일지도 모른답니다!”

     

   당찬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다.

   그러니 그걸 보며 미소 지은 크라슈는 생각한 바를 말해주었다.

     

   “의외로가 아니라 원래도 내 눈에 재능 있었어.”

     

   그녀의 노력이 어땠는지는 크라슈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크라슈는 그녀가 지닌 노력의 재능을 무척이나 높게 평가했다.

     

   “……어머, 그렇게 말해주니 조금 부끄럽네요.”

     

   그러자 카란디스는 살짝 볼을 붉히며 웃었다.

   저런 생각을 해주는 그이기에 카란디스가 크라슈를 좋아하는 거였다.

     

   “어쨌든 이제는 크라슈 님을 지킬 수 있는 수준이 되어 가고 있답니다. 후후, 곧 천하십강이 돼서 돌아올 테니. 제 자리 준비하고 계세요!”

     

   그 말을 들은 크라슈는 잠깐 침묵했다.

   그러고는 이내 카란디스가 보기에도 수상쩍은 웃음을 한차례 그렸다.

     

   “카란디스, 지켜 준다거나 하는 이야기 필요 없을지도 몰라.”

     

   크라슈는 이번에 크림슨가든과 아서의 이야기를 슬쩍 해주었다.

   그러자 카란디스는 멍한 얼굴로 있더니 이내 천천히 얼굴 전체에 웃음이 번지며 자기 일처럼 좋아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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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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