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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1

    <401 – 선상전투 실전강의>

     

    “…확인결과,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곤란하게 됐군요.”

     

    지젤은 사람을 보내 모브가 기절하고 돌아오지 않았던 전말을 파악했다.

    장본인이 워낙에 수치를 느꼈던 탓에 솔직하게 보고를 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어떻게든 포인트를 미끼로 진술을 받은 덕분에 지젤은 상황을 파악했다.

     

    “도비는 싱을 쓰러뜨릴 정도로 심상찮은 <공포유발>에 눈을 떴고 오크노디는 응애크라켄을 학생회에 제출하지 않고 가져갔다… 어쩌면 우리가 생각했던 부도덕한 일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지젤의 말에 오크노디가 엄한 일을 당한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왔던 이사벨과 손오천이 못마땅한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

     

    “그래서 도비라는 녀석을 고기해체용 칼로 썰면 안 된다는 거야?”

    “당연히 안 됩니다. 무슨 마족들이나 드나들 인육객잔의 주인이라도 되고 싶습니까?”

    “쥐방울 녀석이 성적으로 착취당하지 않았다면 그놈의 응애크라켄은 왜 가지고 다니는 거냐?”

    “흔히 바다에는 이런 전승이 떠돌아다닙니다. 바다 위의 공포는 바다의 무법자라 불리는 해적들일지 몰라도 수면 아래에서부터 다가오는 해저의 공포는 심해의 대괴수 크라켄이라고.”

     

    몇 개월간 오크노디와 함께하며 그녀를 다소 이해하게 된 지젤이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공포유발을 사용한 도비. 공포의 상징을 챙겨간 꼬마숙녀. 이는 모종의 거래가 있었음을 의미합니다.”

    “무슨 거래?”

    “가령 공포의 종주인 크라켄을 납치해서 공포를 심어주는 방식으로 고등생물을 상대로 <공포유발>을 단련하는 실험체로 써먹도록 오크노디가 협력해주고, 그 대가로 도비가 자신이 얻은 힘을 오크노디를 위해 바치는 충성의 거래가 될 수 있겠죠.”

     

    실제로도 도비가 오크노디에게 충성서약을 바쳤다는 정보가 여럿 입수되었다.

    도비 본인도 자신이 오크노디에게 쓰임받기 위해 종말교단을 설립했다는 이야기를 떠돌고 다닌다.

     

    “그걸 수영복 차림으로 커튼을 둘러가면서 해야 하는 이유는?”

     

    하지만 이사벨의 날카로운 질문에는 지젤도 대답이 궁해졌다.

     

    “그건… 저로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 구석입니다.”

    “이번엔 내 생각을 말해줄게.”

     

    이사벨은 더욱 간단하게 사건을 해석했다.

     

    “이유가 뭐가 됐든 도비는 내 손에 맞아죽을 이유가 충분해. 당장 패러가자.”

    “으하핫! 그거 마음에 드는데. 당장 하자.”

     

    단순무식 막가파 바보가 두 배로 늘었군.

    지젤은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두 사람의 심정에 공감했다.

    이유야 아무래도 좋다.

    도비에게 한 방 먹이고 싶은 마음은 그도 같으니.

     

    “이유는 몰라도 오크노디는 새끼크라켄을 확보했습니다. 사용하지 않으려면 확보할 이유도 없죠. 포획사실이 발각되었으니 선배들도 오크노디에게서 물자를 되찾으려 들 터. 다음주가 시작되기 전에 오크노디는 행동을 개시할 겁니다.”

    “그게 어쨌다고?”

    “도비가 정말로 오크노디를 위해 움직인다면 이 정보를 흘리거든 반드시 저희들의 뜻대로 움직일 겁니다. 오크노디를 돕는다는 명분을 지키기 위해서.”

     

    오크노디의 상황을 이용하여 정보를 흘려 도비를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는 장소로 불러낼 수 있다.

     

    “싱조차도 쓰러뜨린 상대이니 만전을 기해서 압도하는 겁니다. 이 방법이라면 저도 여러분께 도움을 줄 수 있고, 여러분이 만족할 복수의 기회도 생기겠죠.”

     

    지젤의 실눈이 차갑게 번뜩였다.

     

    “이 정도면 만족하십니까?”

     

    이사벨이 뼈 절단 칼을 수납케이스에 집어넣으며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만족했어. 충분히.”

     

     

    * * *

     

     

    레드마운틴 교수를 이용한 복수가 실패했다.

    오르캐치는 자신이 없어졌다.

     

    “교수를 이용해도 처리가 불가능한 1학년이라니, 이런 녀석을 상대로 정말 복수가 가능한가…?”

     

    아니, 마음이 약해지면 안 된다.

    녀석은 소중한 만드라고라를 훔쳐가지 않았던가.

     

    “부장. 염탐초가 정보를 물어왔어. 암흑상인 지젤이라는 녀석이 종말교단의 총대주교 도비를 오크노디의 이름으로 불러내어 함정에 빠뜨리겠대.”

    “시간과 장소는?”

    “내일 오후 9시. 오크노디가 강의를 들으러 가는 시간에 강의와 동떨어진 강변둔치래.”

     

    포기하지 않는 자에게는 역시 기회가 찾아온다.

    오르캐치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몇 명이 그 작전에 동참하지?”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의 상급반 고수들, 암흑상회의 고수들이 거의 총동원되었대.”

    “최상이다. 최상의 기회가 찾아왔어.”

    “부장,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아직도 모르겠나? 강의가 열리는 그 시간, 주말이라는 특수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오크노디의 주변에 껌딱지처럼 붙어 다니던 녀석들이 모조리 도비라는 기특한 녀석에게 어그로가 끌렸음을.”

    “설마 그 기회에 오크노디를 치려고!?”

     

    동아리부원은 기겁하며 말렸다.

     

    “아무리 그래도 강의시간이잖아. 교관들도 상주하고 있고 교수도 지켜보고 있을 텐데. 1학년 상급반들보다 더 위험한 감시자들이 지켜보고 있을 거라고.”

     

    강의 도중에 일어난 부상은 교수에게도 책임이 있다.

    책임을 면하려면 학생을 지키는 것은 교수의 의무.

    매 강의마다 규정된 방식 이외의 부상은 치료에 필요한 포인트를 대납해야만 한다.

    그런 굴욕적인 사태가 일어나거든 교수가 가만있을 리도 없고, 책임전가를 당할 생각에 교관들도 이 악물고 1학년들을 지키려 든다.

     

    ‘아무리 복수에 눈이 멀어도 그런 전력을 전투와 관련된 동아리도 아닌 식물동아리가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부원의 생각은 절반만 적중했다.

     

    “내가 언제 직접 나선다고 했지?”

     

    대신 복수할 사람이라면 이미 있지 않은가.

     

    “약초가 털린 <약초기르기에 도전해보자> 강의를 듣는 학생들. 오크노디가 훔친 새끼크라켄의 실험실에 소속된 조교들. 레드마운틴 교수의 조교와 교관들.”

     

    한두 명도 아니고 수십에 달하는 이 많은 인원이 모두 오크노디에게 원한을 품었다.

     

    “아무리 교관들이 지키더라도 이 많은 인원이 작정하고 오크노디 하나만 골탕 먹이려고 든다면 막아낼 수 없겠지.”

    “헉! 부장이 언제 이렇게 똑똑해졌지?”

    “이게 전부가 아니다. 모두가 오크노디의 발을 묶는 사이, 우리는 1학년기숙사에 침투한다. 그리고 본래 내 것이어야 했을 희귀식물을 되찾겠다.”

     

    응애 만드라고라를 약탈당한 식물동아리 부장 오르캐치, 그의 벼르고 벼린 복수의 칼이 뽑혔다.

     

     

    * * *

     

     

    ━━━

    [선상전투①]

    -토요일 9시~13시

    -교수 : 엘 드라코

    -모험학부, 교양

    ━━━

     

    기다리고 기다리던 강의시간이 다가왔다.

     

    “무오오오옹!”

     

    덜컥덜컥덜컥!

    상자 속 응애크라켄은 분노의 무오옹을 내질렀다.

    위험한 괴물을 운반하는 모습을 보고 다가온 교관과 교수들에게 했던 변명이 화근이었다.

     

    “식료품으로 가지고 다니고 있다고?”

    “넹! 문어는 신선할 때 회를 쳐서 먹어야 맛있잖아요? 자르고 조금 지나면 다시 재생하니까 먹고 싶을 때 생각나는 방식으로 회를 쳐서 먹으려구요!”

    “뭐 이런 잔인한…”

     

    학생의 안전을 생각해서 다가왔던 교수는 역으로 상자 속 응애크라켄이 가엽다며 혀를 찼다.

     

    “사략해적 엘 드라코에게 잔인함으로 인정받는 일은 드물지. 똑똑히 기억해두어도 좋다. 너는 내게 인정받은 대해적의 자질을 지닌 신참내기임을.”

    “감사합니다?”

    “쯧. 내 배였다면 선상반란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싹을 잘라버렸을 텐데. 아카데미는 이래서 기분이 나빠. 언젠가 내 배에 칼때기를 쑤실 수 있는 원석들을 내 손으로 길러내야 하다니.”

    “…”

     

    그래도 억까회피는 성공했다.

    갑자기 나타난 교수님이 위험한 물건은 교수님이 취급하겠다며 상자를 빼앗으면 그보다 억울할 수가 없잖아.

    특히나 손버릇이 나쁘기로는 브론즈 교수님만큼 악명 높은 현역해적 교수님인지라 긴장 좀 했다.

     

    “갸하핫! 제법이잖아. 엘 드라코의 인정을 받는 새내기는 많지 않다고?”

     

    그 많지 않은 학생 중 하나인 사략해적 지고쿠가 호탕하게 웃으며 상자를 팡팡 내리쳤다.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진동에 응애가 상자 속에서 무오옹… 하고 앓는 소리를 내었다.

    조금만 참아 응애야.

    곧 풀어줄게!

     

    “명심해라, 오크노디. 여태 함께 강의를 들은 너라면 잘 알겠지만 엘 드라코 교수는 쓰레기 같은 어른의 표본이다. 제자가 잘되는 꼴은 더욱 못 보지. 그런 인간이 선상전투 실습을 하는 이유는 그냥 애들 싸움구경이 하고 싶어서니까 너무 열심히 하지 마.”

    “알고 있었어요! 그런 불량교수니까 응애크라켄을 상자에 담아서 운반하고 있어도 용인하죠!”

     

    선상전투실습.

    듣기에야 총포로 뿅뿅 쏴대면서 화력전의 참맛을 즐기는 강의처럼 들리지만 그 실체는 학생들이 방어막을 두르고 메챠쿠챠 배 위에서 구르는 해적 시뮬레이션에 가깝다.

     

    “자, 저놈들은 방학동안 교육용으로 바다에서 포획한 진짜 해적이다. 일단은 너희들의 몸과 배에는 보호막을 둘렀지만 보호막이 파괴되는 순간, 즉시 탈락판정을 받아 열외 된다.”

    “탈락 전까지 가장 많은 점수를 받은 학생은 보상을, 꼴지는 벌을 주마. 말할 것도 없겠지만 점수는 해적스러운 행동을 하고 전공을 세울 때마다 올라간다.”

    “이상. 교관들은 각 역할군에 맞추어 학생들을 선발, 승선준비를 개시하라!”

     

    학생들이 탑승한 배를 모는 것은 교수님과 교관들.

     

    ‘응? 원래는 안 이랬는데.’

     

    학생들끼리 두 팀을 나누어서 서로 싸우는 강의였는데 왜 이렇게 난이도가 올랐지?

     

    “참고로 원래는 학생들끼리 대결을 할 예정이었지만 이번 981기는 전체적인 성적과 자질이 뛰어나다는 다른 교수들의 평가가 있어 난이도를 올렸다. 한 학기에 강의를 14개나 듣는 괘씸한 짓은 시도도 못하게 모든 힘을 다 빼주마. 으하하하!”

    “교수님… 저희는 한 학기에 여섯 개밖에 안 듣는데 오크노디만 어렵게 하고 저희는 살살하면 안 될까요…?”

    “그럼 너는 이번 시험에서 선상노예를 맡아라.”

    “네?”

    “싸움이 두려운 겁쟁이는 당장 족갑을 차고 지하에서 노질이나 하러 꺼져!”

    “히익! 잘못했어요, 교수님. 싸울게요. 위에서 싸울 테니까 지하에 가두지 말아주세요!”

    “교관들. 멀뚱멀뚱 뭘 하고 있지? 당장 끌고 가!”

     

    아항. 올바른 공략으로 전반적인 학생들 수준이 높아지니까 난이도가 한 번 오르고 내가 강의를 많이 들으니까 교수님의 <가학심>이 자극받아서 강의난이도가 또 한 번 높아졌구나.

    아마도 잡아온 해적도 해안선에 자리잡은 졸개해적단이 아니라 원해를 가로지르는 대상선을 노리는 큼직한 해적들이겠지.

    내가 참전하는 것을 상정한 고스펙의 해적들이면 그 정도는 되어야 할 거다.

     

    “지고쿠. 미리 사과할게요!”

    “응? 내가 잡을 해적도 남기지 않고 전부 죽이겠다는 거냐? 갸하핫. 정말 탐욕스러운 응애구나! 역시 넌 천생이 해적 감이야!”

     

    바다에 응애크라켄 풀어놓고 은근슬쩍 낙오당해서 휴학생 전용구역에 침투할 건데요.

    내 몫까지 지고쿠가 두 배로 힘내달라는 의미의 사과였지롱!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좌현 사격개시!”

     

    지고쿠의 외침에 반 강제로 강의신청을 함께 하게 된 지고쿠해적단의 졸개단원들이 일제히 포격을 개시하였다.

    투쾅쾅쾅

    요란한 폭음과 함께 진짜 해적들이 탑승한 배에서 돛대가 부러지고 갑판이 우그러지며 나무파편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이런. 지고쿠해적단이 너무 강해서 은근슬쩍 적의 강함에 당한 척하면서 낙오당할 기회가 없어!’

     

    방학동안 어디서 배 좀 부수다 왔나?

    포격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이대로는 아군이 너무 강해서 도저히 질 수가 없다.

     

    ‘난 잘못 없어. 우리 팀이 강한 게 나쁜 거야.’

     

    우리가 더 약했으면 시험 도중에 선상반란을 벌일 필요는 없었잖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내다버린 착한아이

    오늘은 다음편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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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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