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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2

       나는 휴게소에 들르면 거의 언제나 우동을 먹었다.

        

       뭐 특별히 우동을 좋아해서 먹는다기보다는, 그냥 우동 정도가 적당한 가격에 크게 실패하지 않을 음식이라 그렇다. 이런 곳에서 파는 우동은 어차피 면이나 육수 모두 공장에서 사다 쓰니까.

        

       라면의 경우엔 ‘이 가격에 굳이 인스턴트 라면을?’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짜장면 같은 건 내가 원하는 맛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 외의 다른 메뉴들은 굳이 생각해본 적 없다. 애초에 대단히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휴게소에 오는 게 아니잖은가.

        

       뭐 그렇다고 다른 애들이 다른 걸 시켜 먹는다고 내가 무슨 말을 할 건 아니지만.

        

       하지만 내가 그렇게 따로 말을 하지 않았어도 아이들이 시킨 것은 대부분 우동류였다. 딱 한 명, 미아만이 돈가스를 시켰다.

        

       여기 있는 애 중에 매운 음식을 잘 먹는다고 할만한 애는 없다. 그나마 클레어가 잘 버텼지만, 그렇다고 매운 것을 좋아하는 것은 또 아닌 것 같다.

        

       그러니, 이런 곳에서 파는 라면은 이 아이들 처지에서는 꽤 매운 음식이었으리라. 메뉴를 고른다고 하면 자연스럽게 이렇게 맵지 않은 음식을 고르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이 아이들은 한국보다는 다른 나라가 맞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가, 다시 생각해보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서양에서 온 애들이 아닌가. 너무 토속적이거나 매운 음식은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게 당연하긴 했다.

        

       그래도 여기서 먹을 수 있는 것 중에는 맵지 않은 것들도 있었으니 다행인가.

        

       “단순히 쉬다가 가는 곳치고는 조금 본격적인 곳이네.”

        

       앨리스는 그 우동을 먹으면서 느긋하게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평일이었기 때문일까.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렇다고 전혀 없다고 할만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명절에는 이 넓은 공간이 가득 차서, 자리를 찾는 것만 해도 애를 먹습니다. 휴게소에서는 볼일만 보고 차라리 다른 식당을 찾는 게 나을 때도 있어요.”

        

       “그 정도야?”

        

       앨리스는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우리가 지내는 곳은 도시라서 그럴 수 있다고 치지만, 역시 전국적으로도 자동차는 넘쳐나는 모양이네요. 정책을 짤 때 미래를 보지 않고 짜면 나중에 여러 가지 문제가 터지겠어요.”

        

       샤를로트가 그렇게 말했다.

        

       뭐, 사실 그런 일에 대해서는 나보다 샤를로트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을 테니 굳이 참견하지는 않았다.

        

       요즘 앨리스와 샤를로트는 서로 의견을 교환하면서 이런저런 공부를 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건 긍정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완전히 똑같이 적용하기는 어렵겠지만, 이쪽 세상의 역사를 공부하면 미래에 있을지 모르는 여러 사건을 대처할 때 어느 정도 도움이 될 테니까.

        

       다만—

        

       “오늘은 놀러 가는 길인데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해?”

        

       클레어가 조금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저기 미아를 봐. 아무런 걱정도 없이 먹는 것에 집중하고 있잖아. 조금 순수하게 즐기는 법도 익히라고.”

        

       클레어가 말했듯, 미아는 돈가스를 정말 맛있다는 표정으로 음미하고 있었다. 그렇게 대단한 맛집이라고 할 수도 없었을 텐데도.

        

       “그건 미안하긴 하지만……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와서 그런가, 사실 내려놓는 게 조금 까다롭긴 해. 벌써 여기서 두 달이 넘게 지냈는데도.”

        

       “저도 마찬가지네요. 평생을 그렇게 살았다 보니…… 하지만 그래도 여러분을 만난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지내건, 어차피 급한 것도 없으니 상관없습니다. 공부를 조금 한다거나, 정치적인 토론을 펼친다거나. 부디 즐기다가 가시길 바랄 뿐입니다.”

        

       내 말에, 아이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

        

       휴게소에서 식사류로 우동을 고른다면, 간식으로는 무엇을 고르는가?

        

       나는 보통 버터 감자를 사 먹었다.

        

       집에서 해 먹으려고 마음먹으면 얼마든 해먹을 수 있지만 생각보다 귀찮고, 그렇다고 밖에서 생각나더라도 마땅히 사 먹을 곳이 별로 없는 음식.

        

       그 외에는 오징어라든가, 핫바라든가…… 그래도 역시 내가 해 먹기는 귀찮지만 사 먹기도 애매한 음식을 고르는 게 베스트라고 생각했다.

        

       물론 간식을 나 혼자 고른 것은 아니다.

        

       클레어도, 앨리스도, 샤를로트도, 미아도.

        

       내가 원하는 것으로 적당히 사 오라고 카드를 줬더니 다들 먹고 싶은 걸 잔뜩 사 왔다.

        

       덕분에 우리가 차지한 테이블에는 먹을 것이 가득 있었다.

        

       캠핑장 도착 전부터 벌써 파티를 벌이는 느낌이었다.

        

       만약 내가 어린 시절부터 알던 친구들과 이러고 있었다면 조금 부끄러움을 느꼈을 것이다. 내가 30대였던 것처럼 내 친구들도 모두 같은 나이였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렇게 펼쳐놓고 먹으면 진짜 돼지들처럼 보였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 모두 10대…… 아니지, 행정상으로는 20대 여성들.

        

       게다가 외모만 봐서는 한국인이라고 생각하기 조금 어려웠다. 뭐랄까, 애초에 이방인이기도 했고. 그래서인지 더 용감해지는 감이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닭꼬치나 떡볶이, 호두과자나 도넛, 핫바나 핫도그…… 휴게소에서 먹으면 맛있는 음식들과 굳이 그걸 휴게소까지 와서 먹냐 할법한 음식들이 마구 혼재되어있었다.

        

       하지만, 뭐, 아무래도 상관없지 않을까?

        

       즐거우면 그만이니까. 놀러 가는 길이잖아.

        

       특히 눈을 반짝이면서 우물우물 맛있게 먹는 미아를 보고 있으면 앞에 있는 음식들의 종류가 어떻든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이렇게 먹고 가서 괜찮을까?”

        

       앨리스가 매우 합당한 의견을 내놓으며 다소 걱정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걱정하지 마. 가서 열심히 일하고 나면 또 배고파질 테니까.”

        

       클레어 또한 역시 합당한 의견을 내놓았다.

        

       그렇다. 우리는 서류상으로는 20대지만 실제로는 10대 소녀의 몸을 가지고 있다.

        

       아마 또 금방 배고파질 거다.

        

       “맞아요, 앨리스. 기왕 놀러 가는 길이니, 너무 진지한 고민은 할 필요 없어요.”

        

       “그게 네가 할 말은 아니잖아. 아니, 애초에 아까 클레어한테 한 소리 들은 사람은 너였잖아.”

        

       앨리스가 그렇게 말했지만, 샤를로트는 무시하고 닭꼬치 하나를 집어들 뿐이었다.

        

       *

        

       휴게소를 나와 한 시간 정도를 더 달려, 우리는 예약해둔 바닷가의 한 캠핑장에 도착했다.

        

       “어때, 예약 잘했지?”

        

       “한참 고민했었는데, 제대로 예약한 것 같네.”

        

       예약장소를 정했던 사람은 클레어와 앨리스였다. 운전하고 싶어 한 클레어와 차를 살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열심히 캠핑용품을 알아본 두 사람이 캠핑에 가장 열의를 보였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나머지 세 사람이 열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나, 샤를로트, 미아는 그 외의 일정에 대해서 고민했다. 가서 뭘 어떻게 먹을지, 각자 어떤 역할을 맡아서 일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을지.

        

       뭐 그렇다고 너무 빡빡하게 정한 것은 아니다. 사실, 두 사람이 너무 열정적으로 이것저것 하고 있어서 조금 눈치가 보였던 것도 있다.

        

       결과적으로는 그게 역할 분담이 되긴 했지만.

        

       가을이었다.

        

       캠핑 가기 좋은 날씨이긴 했지만, 오늘은 월요일. 그것도 딱히 연휴 같은 게 끼어있지 않은 월요일이었다. 주변에 사람들이 많을래야 많을 수가 없었다.

        

       클레어와 앨리스가 예약한 곳은 바다에서 그리 멀지 않은 자리라 바다가 그대로 눈에 들어왔다. 자갈이 깔린 캠핑장을 나서기만 하면 바로 모래사장이 보이는 장소였다. 아무래도 여름에 오는 건 조금 무리이지 않을까. 오고자 하는 사람이 워낙 많을 테니까.

        

       그만큼 예쁜 곳이었다.

        

       다 같이 힘을 합쳐 텐트를 쳤다. 직접 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치기 전에 나름대로 부품을 펼쳐두고 시뮬레이션을 해두었고, 나와 미아를 제외한 나머지 세 사람의 힘과 체력은 보통 사람의 범주를 벗어나 있었기에, 텐트를 치고 자잘한 준비를 마치는 데 걸린 시간은 1시간 정도였다.

        

       차 옆에 나란히 텐트가 섰다. 차박용 물품은 따로 구매하지 않았지만, 텐트만으로도 우리 다섯 사람이 자는 데는 큰 무리가 없어 보였다.

        

       “언니, 바다 가자, 바다!”

        

       “……이 날씨에 바다에 들어가면 뼛속까지 얼어버릴 것 같습니다만.”

        

       “발 정도 담그는 건 괜찮잖아! 언니도 지금 슬리퍼 신고 있고.”

        

       클레어의 그 말에 나는 못 이기는 척, 손목을 잡혀서 바다로 함께 달려갔다.

        

       쏴아—

        

       파도 소리가 시원했다.

        

       바다는 푸르렀고, 하늘도 그에 지지 않겠다는 듯 푸르렀다. 아침 일찍 출발하길 잘했다. 안 그랬으면 이런 바다를 오래 보지는 못했을 테니까.

        

       클레어를 따라 바다에 아주 조금 발을 담가보았다.

        

       슬리퍼를 신고 있었는데도 발가락 사이로 모래가 들어왔다. 물은 예상대로 조금 차가웠지만, 그래도 그런대로 견딜 만했다.

        

       바다 특유의 냄새가 풍겨왔다.

        

       “어때?”

        

       “예쁘네요, 정말.”

        

       “응. 정말 예쁘다.”

        

       클레어와 나는 나란히 서서 한참 바다를 바라보았다.

        

       찰칵.

        

       뒤쪽에서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앨리스가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혹시라도 브이로그를 찍게 된다면 써보자는 마음에 지른 카메라였다. 렌즈도 카메라도 입문용으로 추천받는 것을 골랐다.

        

       “나도 찍을래!”

        

       클레어는 얼른 앨리스 쪽으로 달려갔다. 클레어가 모래사장에 발을 딛을 때마다 발자국이 쿡쿡 박혔다.

        

       앨리스에게서 카메라를 받아서 든 클레어는 곧장 앨리스를 찍었다.

        

       조금 당황하긴 했겠지만, 그래도 잘 나왔을 거다. 그 클레어가 찍은 사진이고, 찍힌 사람은 앨리스니까.

        

       앨리스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도.

        

       여기서 우리가 다 같이 즐겁게 지내며 찍은 사진이 예쁘지 않을 리가 없다.

        

       언젠가 다시 볼 때는 추억에 잠겨서 보게 될 테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Ilham Senjaya님, 후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익명으로 후원해주셨기에 노벨피아 독자닉네임 기능으로 인사드립니다!

    400화 축하 감사드립니다! 독자 여러분께서 해주시는 후원에 차이같은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크게 후원해주시면 자본주의에 물들대로 물든 저로서는 그저 감사할 뿐이지만, 따로 더 내지 않아도 되실 돈을 이렇게 주신 것은 그만큼 저의 소설이 마음에 드셨기 때문이라는 뜻이니까요. 여러분께서 읽어주시는 것만으로도 계속 감사해야할 터인데, 이렇게 후원까지 해주시니 그저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소설을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는 사실 후원을 받을 줄 몰랐습니다. 후원 기능을 열어두긴 했지만 그냥 희망사항이라고만 생각했어요. 하지만 많은 분들이 저의 소설을 읽어주시고 후원해주셨고, 덕분에 저도 지금까지 의욕을 가지고 계속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보답을 해드리는 방법이 그저 소설을 쓰고 일러스트를 새로 뽑아드리는 것 외에는 없어서, 그저 열심히 매일 글을 쓸 뿐입니다. 부디 제 소설을 읽으시며 시간이나 돈이 아까웠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셨기를 바랄 뿐입니다. 언젠가, 여러분이 저의 소설에 대해 다시 떠올렸을 때 그 시간이 추억으로 남아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계속 글을 써나가겠습니다.

    다시 한 번, 큰 후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여러분을 위해 글을 쓰는 작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암컷천마 님, 후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후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후원은 언제나 감사한 마음으로 받고 있습니다.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 여건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노벨피아를 통해 버는 돈 덕분에 저금도 더 늘리고,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며 살 수 있게 되었거든요.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여러분 덕분이라는 사실도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시장이라는 것은 그저 공급만 있어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돈을 써주시는 분들이 계시기에 있을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언제나 이 초심을 잃지 않고, 매일 여러분을 위해 꾸준히 글을 올리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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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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