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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2

    서드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스승님, 진심이십니까?”

    “물론이지.”

    루크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보다 약한 자에게 보호를 받는다는 건, 그야말로 말이 안 되는 거니까.”

    그렇지 않은가?

    너무나 당연한 소리다.

    약한 자가 강자를 보호하겠다고 나서는 건 그저 오지랖에 불과하다.

    그리고 약자는 강자가 지켜줘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한 자신은 명백한 강자였으므로, 서드를 지켜 주어야만 했다.

    자신은 스승으로서, 서드에게도 그 사실을 가르쳐줄 것이다.

    그에 서드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5서클을 넘어서려는 스승님을 겨우 3서클도 버거운 제가 뭘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나는 약에 당했다 가정하지. 기초적인 강화마법을 제외한 일체의 마법을 사용하지 않겠다.”

    “하지만 저희가 싸우고 난 뒤에 남는 마력흔도 꽤 성가실 겁니다.”

    “걱정 마라, 이 마법 안에선 흔적으로 우리를 특정할 수 없으니.”

    “……제가 어떻게 하늘같은 스승님을 공격할 수 있겠습니까?”

    “나 또한 사랑하는 제자를 공격해야 한다는 사실이 괴롭다.”

    그렇게 잠시 대화가 끊겼다.

    “…….”

    서드는 잠시 침묵하다가, 천천히 가방을 벗어내리며 루크를 향해 말했다.

    “여자라고 봐 드리지 않습니다.”

    서드의 당돌한 말에 루크는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좋아, 어디 한번 나를 당황시켜보거라.”

    서드는 가방끈을 잡고 있던 손의 힘을 서서히 풀었다.

    -탓!

    가방이 땅에 닿는 그 순간, 서드는 서클을 맹렬히 회전시킴과 동시에 땅을 박차 루크를 향해 자세를 잡고 쏘아져나갔다.

    그렇게 거리가 일순간에 좁혀지자 서드는 곧바로 루크의 턱을 향해 주먹을 내뻗었다.

    하지만 당장 자신의 얼굴로 주먹이 날아오는데도, 루크는 손을 내민 그 자세 그대로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대체 이건 무엇을 하자는 것일까?

    기초적인 강화마법을 제외한 마법을 일체 사용하지 않겠다는 말은, 실드도 사용하지 않겠다는 소리였다.

    그런데 어째서 아직도 움직이지 않지?

    설마, 한 대는 그냥 맞아주겠다는 소리인가?

    그리고 대체 저 자세는 무엇을 하겠다는 것일까?

    뭐, 루크는 자신을 당황시켜보라고 했다.

    그러렇다면 자신의 힘을 보이는 수밖에.

    그렇게 생각한 서드가 주먹에 더욱 힘을 실어 내뻗을 때였다.

    “…….”

    루크가 몸을 움직였다.

    -탁!

    루크는 마치 투우사와도 같은 움직임으로 서드의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서드는 몸의 중심을 잃은 채 앞으로 쓰러지고 있었다.

    “!”

    한순간에 벌어진 일에 서드는 경악했다.

    어째서 자신이 중심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지는 중인지, 전혀 이해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자신은 결코 혼자 넘어질 수 없는 견고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으므로.

    ‘설마, 스승님께서 약속을 어기고 뭔가 마법을 사용한 건……!’

    -콰당-!!

    결국 서드는 꼴사납게 바닥을 굴렀다.

    서드는 넘어짐과 동시에 신체강화를 운용하며 몸을 용수철처럼 튕겨 재빠르게 일어났다.

    이어질 후속타를 견제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루크는 다시 천천히 자세를 잡을 뿐, 서드에게 추격타를 집어넣을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

    서드는 그렇게 천천히 자세를 다잡는 루크의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저 손, 저 손이 내 반대쪽 팔을 붙잡아 회전시키며 자세를 무너트렸구나. 다른 쪽 발로는 스텝을 밟는 것과 동시에 나의 발을 걸어 중심을 잃게 만든 거고.’

    그것은 루크가 취한 처음의 자세와, 방금 전까지 취하고 있던 자세를 연결시켜보면 어렴풋이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하나의 의문이 풀렸다.

    하지만, 서드의 의문은 아직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대체 어떻게?’

    자신이 주먹을 내뻗은 것은 그야말로 순간이었다.

    어떻게하면 그런 곡예와도 같은 짓이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일초를 나누고 나누고 나누어서야 겨우 동작을 파악할 수 있는 공격이었다.

    게다가, 루크는 이전에 자신이 이런 식으로 공격하는 방식을 본 적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루크는 그냥 단순히 공격을 회피한 것 뿐만이 아니라, 그 순간에 이 동작의 중심과 약점을 한 눈에 파악하고 힘의 방향을 비틀어서 이처럼 완벽하게 반격까지 해냈다.

    이는 둘 사이에 압도적인 수준의 차이가 있지 않는 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

    말도 안 되는 가정에 서드는 경악했다.

    ‘그렇다면 설마, 스승과 자신은 정말로 체술조차 압도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인가?’

    큰 충격을 받은 듯 보이는 서드에게 루크는 가만히 읊었다.

    “서드, 어쩔 수 없어. 이게 현실이다. 넌 내가 마법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나보다 약하다.”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이번 공격은 너무 단순 해서 대처하기 쉬었을 뿐이다.

    다음은 분명 다를 것이다.

    좀 더 빠르게, 좀 더 강하게, 좀 더 조심스럽게, 좀 더 견고하게 접근하면…

    ‘좋아.’

    머릿속으로 어느정도 시뮬레이션을 마친 서드는 교복 블레이저를 벗어던지며 다시 자세를 잡았다.

    그 모습에 루크는 여전히도 변함없는 무감각한 눈빛을 서드에게 보내며 말했다.

    “또 하겠느냐?”

    “…물론입니다.”

    반드시 인정을 받고야 말 것이다.

    -탁, 탁.

    바닥에서 몸을 일으킨 서드는 자신의 옷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냈다.

    이것으로 34번째였다.

    서드의 표정이 굳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루크가 조용히 걱정스런 말투로 말을 건넨다.

    “너무 걱정 말거라. 네가 나를 돕지 못한다고 널 원망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테니. 나는 그저 네가 크게 다칠까봐 걱정이로구나. 모처럼 나은 얼굴인데.”

    “…….”

    그 말대로, 서드는 단 한번도 루크를 당황시키지 못했다.

    34번의 공격 전부, 루크는 자신의 모든 것을 마치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가볍게 보란듯이 파훼했다.

    이 정도면 바보라도 안다, 이 존재는 절대로 이길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자신이 돕지 못한다고 제 스승이 자신에게 실망할 일이 없다는 것도 아주 잘 안다.

    그녀는 스스로 내뱉은 말을 무조건 지키니까, 아마도 저 말은 분명히 진실일 것이다.

    지금 포기하고 돌아간다면, 둘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드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존경해 마지않는 스승님께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인지, 아니면 그런 스승님이 사지에 제 발로 들어가는 것을 멀리서 지켜만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인지, 아니면 그저 ‘그’를 제 손으로 찢어 죽이고 싶어서인지, 아니면 그저 단순히 34번의 연달은 실패로 생긴 오기 때문일지.

    서드는 단 한번이라도 루크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여기서 순순히 스승님의 말을 듣고 돌아간다면, 그건 스승님 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패배하는 거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루크는 여전히 자세를 잡으려는 서드의 모습에 떨떠름한 목소리로 물었다.

    “설마, 또 할 건가?”

    “물론입니다.”

    “흠.”

    그리고 그런 서드의 향상심은 루크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종류의 것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루크에게 시간은 한정되어있었다.

    루크에게는 언제까지고 서드와 이렇게 서서 놀아주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루크는 고개를 저으며 조금 질렸다는 듯이 말했다.

    “서드, 그대의 고집이 시간을 꽤 잡아먹는구나. 네가 정녕 날 이길 때 까지 이 짓을 반복할 셈이더냐?”

    “…….”

    서드는 침묵했다.

    그러라고 한다면 물론 그럴 의향이 있었다.

    하지만 루크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 이야기를 부정하는 말이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스승님, 하지만!”

    “그만, 이것으로 35번째다. 이 다음은 없다.”

    루크는 다시 한 손을 내민 자세를 잡으며 낮게 읊었다.

    “나도 꽤 바쁜 몸이다. 마지막이니만큼, 이번에는 신중하게 오너라.”

    “…….”

    서드는 입을 다물었다.

    스승이 이토록 단호하게 말한다는 것은, 진심으로 더 이상은 시간을 끌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하긴, 안 그래도 ‘그’와 대적하기 이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은데도 이미 34번이나 어울려주지 않았던가.

    그녀의 말대로, 이번은 아주 신중하게 움직여야 할 것이다.

    ‘신중하게, 신중하게라…….’

    서드는 천천히 자세를 고쳐잡으며 생각했다.

    세상에 완전무결한 사람은 없다.

    그러니 분명 스승님에게도 약점이 있을 터.

    그것만 찾을 수 있다면, 분명히 이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여태껏 할 수 있는 건 이미 모두 다 해봤어.’

    자그마치 34번의 시도다.

    온갖 종류의 타격기와 온갖 종류의 관절기를 머리, 목, 팔, 다리, 배, 허리, 등을 비롯한 온갖 부위를 노리며 다가갔으나, 놀라울 정도로 결과는 모두 동일했다.

    결국 루크에게 사각은 전혀 없었다.

    그녀가 대응할 수 없는 기술이란 적어도 서드가 아는 한도 내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대로 다시 달려가봤자, 똑같은 결과가 반복될 뿐이다.

    ‘스승님을 이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내가 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 뭔가가 필요해, 그게 뭐든지.’

    하지만, 대체 그게 뭘까?

    자신이 무조건 스승님께 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 것이라니…….

    자신은 스승님에 비하면 마법실력도 부족하고, 방금까지 당한 바로는 체술도 부족하다.

    그럼 대체 자신이 앞설 수 있는 게 뭘까.

    -쫑긋, 쫑긋.

    살랑거리며 불어오는 바람이 간지러웠는지, 아니면 다른 심리적 요인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귀가 미세하게 쫑긋거렸다.

    “……!”

    그것을 본 서드는, 불과 몇시간 전에 본 장면이 스승의 얼굴에 오버랩되는 것 같았다.

    귀의 움직임을 제어하지 못하고 감정에 따라 제멋대로 움직이던 그 모습이 말이다.

    곰곰히 생각하던 서드는 결론을 내렸다.

    어쩌면 이건 승리의 단서가 될 수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컨닝 멈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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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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