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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2

        

         

       따박따박 따개비가 붙어 위로 자라는구나.

       따개비의 간격이 멀고 멀어 사이가 친밀하지는 않으나 그 위치는 손으로는 잡을 수 있을 절묘한 위치라. 따개비를 한 손으로 잡으면 한 손에 다른 따개비가 들어오니 붙잡고 위로 가기에는 이만한 것이 없으며, 아래의 따개비를 밟고 위의 따개비를 집으니 타고 가는 것이 참으로 편하다 편해.

         

       짧은 간격에는 팔을 굽히고, 긴 간격에는 팔을 뻗는다.

       너무 먼 간격이라면 팔을 쭉쭉 늘려 부여잡고, 그것이 아니 된다면 따개비에 몸을 짓이겨 끈적이는 핏물을 부어 강철에 붙을 수 있도록 하면 그만이니.

         

       하고 편하구나 편해 위로 올라가는 거이 사다리를 타는 양 이리도 편하니 배 위로 훌떡훌떡 몸체가 넘어가네.

         

       터억.

       터억.

         

       귀신의 팔이 올라간다.

       물뱀이 기어 올라오듯 꿈틀대며 뱀같이 기다란 팔이 꿈틀대며 갑판을 훑고, 그 뒤를 따라 풍선처럼 부푼 몸이 꿀렁꿀렁 고깃덩어리라는 것을 증명하듯 기괴하게 꿈틀대며 움직여 넘어온다. 그 뒤로 짜리몽땅 다리가 움직이고, 길게 늘어져 밧줄처럼 변해간다.

       기다란 팔이 묶을 곳을 찾아 단단히 몸을 고정하면 다리는 구명삭이 되어 아래에서 올라오는 귀신이 타고 올라올 수 있게 만드는 통로가 되니, 참으로 좋구나 좋아.

         

       터억.

       터억.

         

       귀신의 손바닥 소리.

       귀신의 발바닥 소리.

         

       토옹.

       토옹.

         

       파도가 칠 때 배가 출렁이는 소리.

       출렁이는 배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풍선처럼 통통 튀어 오르는 귀신의 뱃가죽 소리.

       튕기지만 탄력이 크지는 아니하고, 질퍽하되 고무와 같다.

         

       이것이 어찌 현세에 존재한다 할 수 있으랴?

         

       다만 볼 수 있으니 존재하는 것이요.

       보이는 것이니 현세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렷다.

         

       좋구나 좋아.

         

       [ 히히히히. ]

         

       물귀신들이 배로 올라오니 참으로 좋다.

         

       [ 사람 냄새를 맡으소 살 내음 짜고 고약하고 달기도 하다. 분칠을 아니 하였으니 지독하지는 않으나 땀에 찌들어 고약하이 한 입 베어 물면 노린내가 팍팍 나겠구나. 하지만 피는 따뜻한거이 몸을 뎁힐 땐 좋을 것이요, 한 모금 머금으면 집술을 머금은 듯 속이 후끈후끈하렷다. ]

         

       [ 쭉 내시오 쭉 다 내시오 한껏 채우고 입을 떼지 말고 쭉 다 내어 내입시다. ]

         

       차박차박 물 떨어지는 소리.

       물에 젖은 피부가 바닥에 쓸리는 소리.

       피부가 들러붙었다 떨어지는 소리.

       녹은 살점이 바닥에 떨어져 역겨운 냄새를 풀풀 풍기고, 다 썩어가는 몸으로 질질 끌어 비척비척 돌아다니는 귀신들. 멀리서 보면 썩은 포도알이 꿈틀대며 움직이는 것처럼도 보이고, 배가 빵빵하게 부푼 꿀단지 개미들이 바쁘게 돌아다니는 것만 같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집착이, 집념이, 탐욕이 가득 서려 있었다.

       산 사람을 자신과 똑같이 귀신으로 만들겠다는 집념.

       산 사람의 피를 마시고 산 사람의 살을 뜯어 먹겠다는 탐욕.

         

       그들은 사람을 찾아 분주하게 돌아다녔고, 갑판에 우글우글해졌을 때 즈음 사람을 찾아내었다.

         

       [ 아고야, 저기 사람이 있구나. ]

         

       [ 거 출렁임 속에서 잘도 떠든다. ]

         

       [ 가자 저 고깃덩어리를 맛보러 가자. ]

         

       [ 사람 고기는 결이 삼각형이라. 한 번 찢고 두 번 찢고 세 번 찢어 먹으면 참으로 즐겁겠다. ]

         

       사람.

       사람이다.

         

       물귀신들이 자신의 먹잇감을 찾아내었다.

         

       물귀신들이 바라보는 시선 끝에는 순찰을 하는 병사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냥 얼핏 보았을 때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고, 실제로는 순찰하는 대신에 다른 것에 정신이 팔려있는 듯 보였다.

       선임으로 보이는 이는 후임으로 보이는 이를 괴롭히는 데에 열중하고 있었고, 후임으로 보이는 이는 부동자세를 유지한 채 선임이 뺨을 때리건, 욕을 하건 긴장한 얼굴로 모든 것을 다 받아주고 있었다.

         

       무엇 때문에 저러는지는 모른다.

       후임이 졸아서 선임이 불같이 화를 내며 거칠게 갈구는 것일 수도 있고, 그것도 아니면 자위대의 악명 높은 부조리가 벌어지고 있을 수도 있다. 남의 영해에 들어간다는 사실 때문에 긴장한 병사가, 자신의 불안감과 분노를 후임에게 푸는 것일 수도 있고, 혹은 후임이 아무 생각 없이 총기를 다루다가 선임에게 총을 겨눴을 수도 있겠지.

         

       선임 잘못일 수도 있고, 후임 잘못일 수도 있다.

         

       지금 저 상황이 어떻게 저렇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저들이 제대로 순찰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집중하고 있었으면 귀신이 올라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을 텐데.

         

       순찰에 소홀한 병사들 때문에 물귀신들은 아무런 방해도 없이 올라올 수 있었고, 갑판을 점령할 수 있었으며, 지금도 계속해서 올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저 둘이 순찰에 집중하고 있었다면 결과가 달라지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저 둘이 팍팍 긴장을 한 채 순찰하고 있었다면 귀신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진성이 재빠르게 나서서 기절시켜버렸으리라.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저들은 순찰에 집중하지 않았고, 갑판을 귀신 소굴로 만들 충분한 시간을 주었으며, 귀신들이 소리 없이 접근할 때까지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비극이다.

         

       터엉!

         

       풀썩.

         

       소리 없이 움직인 귀신은 병사 둘의 머리통을 손바닥으로 강하게 후려쳤다. 풍선처럼 부푼데다가 물기가 잔뜩 적셔져 있는 귀신의 손바닥은 그 자체로 채찍이자 곤장이었고, 사람 하나는 쉽게 기절시킬 수 있는 파괴력을 내는 둔기였다.

         

       귀신의 손바닥은 병사 둘의 머리통을 후려쳐서 둘이 눈을 까뒤집게 했고, 벽면에 머리통을 부딪치게 만들어 머리가 깨지도록 만들었다. 그 깨진 틈에서 피가 흘러내리자 코코넛을 깬 것을 기뻐하는 원숭이처럼 깨진 틈에 달라붙어 피를 한껏 빨아먹었으며, 그러는 와중에도 사람을 죽인다는 집념은 꺼지지 않은 것인지 팔을 뻗어 목을 졸랐다.

         

       꽈아아악.

         

       커다란 손바닥 하나가 모가지를 감싼다.

       그 위로 또 다른 손이 뻗어져 모가지를 감싼다.

       그 위에 또 다른 손이 올라간다.

       그 뒤에 손이 또 올라간다.

         

       몇 겹의 손.

       몇 겹의 밧줄.

       몇 겹의 살의(殺意).

         

       [ 햐 달다. 이토록 단 것을 어이 몰랐니. ]

         

       [ 뜨끈하이 추운 몸이 달아오르는구나 아고 좋다 아고야 좋다. 양 모자란 것만 감하면 이렇게 좋은 게 있나 싶으이. ]

         

       [ 가자, 날래 가자. 요 아래에 사람 웅성거리는 소리 들리지 아니하니? 내 배에 고기 들어간 거이 몇일 몇 달은 된 거 같으이 뱃가죽이 쭉 들러붙어 거죽밖에 남지 않았네. 거 물배가 차오르지 아니하였으면 기둥에 묶인 깃발텨럼 나붓기었을-테요. ]

         

       [ 히히 거 양이 충분하기는 할런가. ]

         

       그렇게 둘이 죽었다.

       두 사람의, 군인이 죽었다.

         

       귀신에게 피를 빨리고, 목이 졸려서 시퍼런 손자국을 남긴 채 혀를 쭉 빼고 죽었다.

       기절한 와중에도 고통은 느껴졌는지 눈은 까뒤집었고, 몸의 구멍에서 오물을 질질 흘리고 있다.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몸을 움찔대는 것이 전기로 튀기는 것이 아닐까 싶으며, 귀신이 한 입 뜯어먹을 때마다 움찔대며 고기 조각이 귀신의 혓바닥과 입천장에 달라붙는 것이 여기가 사람 사는 곳이 아니라 지옥이 아닌가 싶게 만든다.

         

       귀신들.

       배가 고픈 귀신들.

       사람 뜯어먹고 사람 죽이는 것에 거부감이 없는 귀신들.

         

       귀신들이 움직인다.

         

       터억.

       터억.

       쳐억.

         

       물에 불어 터진 손바닥과 발바닥을 이용해서 걸어 나가고, 좁아터진 통로 안으로 몸을 욱여넣는다. 풍선처럼 부푼 몸이 찌그러졌고, 꽉 차버린 몸을 팔과 다리를 이용해서 움직인다. 팔을 천장에 두고 다리를 바닥에 두고 움직였고, 발을 천장에 두고 손바닥을 아래에 두고 물구나무를 선 채 움직이기도 한다.

       팔다리를 몸에 칭칭 감아 부피를 줄이고 통로에 공처럼 통통 튀어서 들어가고, 몸을 쭈욱 늘려서 민달팽이처럼 복도를 기어 다니기도 한다.

         

       귀신들이 줄을 지어 들어가고, 그 숫자에는 끝이 없어 보인다.

         

       지나간 자리에 남는 것은 역겨운 냄새를 풍기는 물과 귀신이 남긴 살점이라.

       저 끔찍한 악취가 귀신이 배에 침입했음을 알리는 경고다.

         

       다만 경고를 알아차린다고 해도 늦었다.

         

       배는 좁고, 통로는 한정되어 있다.

       하다못해 갑판에라도 나왔으면 좋았으련만.

       그러면 바다에 뛰어내릴 수도 있고, 사람을 불러 하늘로 도망갈 수도 있고, 다른 배를 불러서 그쪽으로 옮겨탈 수나 있었을 텐데.

         

       하필이면 이 군인들이 있는 곳은 개미굴 속이다.

       그리고 그 개미굴 안으로 괴물이 줄을 지어 들어가는 지금.

         

       그들의 목숨은 이제 귀신의 손에 달렸다.

         

         

         

        * * *

         

         

         

       “아아아아악-!”

         

       무저갱에서 올라온 비명이 이러할까?

       지옥으로 떨어진 사람을 지옥 불로 태워 고문한다고 해도 이런 소리는 나지 않으리라.

       좁아터진 통로에 메아리치며 울리는 저 비명은 산 채로 뜯어먹히는 사람의 고통을 그대로 담고 있었고, 듣는 것만으로 모골이 송연하고 오금이 저리게 만든다. 다리에 힘이 쭉 풀리고 똥오줌을 지리게 만든다.

         

       “살-! 살려, 아니, 죽여줘-!”

         

       삶을 갈구하는 것이 아닌 편한 죽음을 갈구하게 만드는 것이 어찌 일반적인 상황일까.

       저 끔찍한 고통은…무엇에도 비유할 수 없으리라.

         

       “흡, 흐읍….”

         

       그렇기에 그들은 숨었다.

       저 끔찍한 괴물에 대항하는 것을 포기하고, 숨었다.

         

       아니…정확히 말하면 조금 다르다….

         

       대항하기를 선택한 사람들은.

         

       다 죽었다.

         

       “흡….”

         

       그리고, 죽어가고 있다.

         

       갑작스레 나타난 귀신들에게 산채로 뜯어먹히며, 죽어가고 있다.

         

       “조상님, 제발 저를 살려주십시오. 저를 구해주십시오…. 저 사악한 악귀들에게 무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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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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