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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2

       

        

        

        

        

        

        

       “이 새끼들의 목을 진작에 싸그리 뽑아버렸어야 하는데.”

        

       “마침 요즘 더럽게 한가한데, 구상한 작전안 같은 거라도 상부에 올려볼까요?”

        

       “진지하게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걸 보니 나도 미쳤나보구만.”

        

        

        

        뉴욕, 센트럴 파크 HQ.

        

        전운이 잦아들고 사람들의 머릿속에 평화와 안정이라는 단어가 조금씩 싹을 틔일 법도 했건만, 언제나 그렇듯 수면 아래에서는 일반인들은 알아서는 안 되고, 알 필요도 없는 불쾌하고도 짜증나는 뒷정리가 벌어진다.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유성은 본래 자신의 머리 위에 떨어지는 게 아니라 하늘을 가로지르며 불타오르는 것이었고, 그것이 자신의 머리 위에 떨어졌을 때 좋아하는 사람들은 없기 마련이었다 – 그리고 후자의 상황이 바로 현 대거 팀의 상황이었다.

        

        의자에 반쯤 누운 채 테이블 위에 발을 올리고 책을 읽고 있던 로렌티나가 한숨을 내쉬었다. 책 덮는 소리가 휴게실에 가득히 울려퍼졌다. 끙차 하고 몸을 일으키자 대형 소파가 휘청거렸다.

        

        부서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용했지만.

        

        

        

       “설령 제안하더라도 상부가 그다지 의욕적으로 임하지는 않을 확률이 높긴 하겠지만…언제 대거가 그런 거 생각하고 움직인 적 있었나.”

        

       “작전 진행에 필요한 물품이 뭐가 있는지를 생각해보죠. 타입은 통상, 혹은 완전파괴작전으로. 퇴출용 헬리콥터 정도는 있어야할 거고, 대공방어체계는…없겠죠. 지금 시점엔.”

        

       “있으면 그건 그것대로 아이러니하겠지만…안드로이드 막내를 만들 정도의 인프라를 어딘가에 짱박아놓은 놈들이니 SAM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 보내준 자료만 봐도 알겠지만 안드로이드 꼬리에 플라즈마 캐논이랑 미니건을 단 미친 놈들이니까.”

        

       “생각보다 더 정신나간 놈들이었구만.”

        

        

        

        물론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로렌티나가 웃음을 터뜨렸다.

        

        로건은 시선을 힐끔 옮기더니 헛웃음을 터뜨렸고, 못 이기는 척 자리에서 일어선 뒤 입을 열었다.

        

        

        

       “웃긴 새끼들이네.”

        

       “꼬리에 플라즈마 캐논은 근래 들은 이야기들 중 가장 흥미롭네요. 파괴력은 어느 정도인지 들은 이야기 없는지?”

        

       “막내한테 직접 전화 걸어서 물어보든지. 위력 하나는 상당할 걸. 자동차나 쇼핑몰의 두꺼운 기둥이 통째로 녹을 정도였으니까.”

        

       “그 정도면 직격당할 시 끔찍한 일이 벌어지겠군요.”

        

        

        

        플라즈마 캐논과 미니건.

        

        이전까지의 분노와 언짢음을 한 방에 지워버리는 마술과도 같은 단어의 조합, 플라즈마 캐논이라는 말에 입을 연 오웬스를 제외하고는 제외한 모두가 눈을 크게 뜨고는 귀를 기울였다. 당연하게도 작전대 선임관이었던 그는 짧고 굵게 헛웃음을 토해내고는 말을 이었다.

        

        

        

       “이전과는 다르게 막내, 그리고 아르테미스의 본부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가 없단 점을 기억해라. 태양빛의 각도와 주변 식생, 날씨,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요소를 분석한 결과 적어도 캐나다의 어딘가라는 사실밖에 밝혀지지 않았으니.”

        

       “캐나다군의 협조를 받아야만 하겠군요.”

        

       “그건 우리가 신경쓸 일은 아니지. 일단 이걸 보도록.”

        

        

        

        그와 동시에 테이블 위로 놓인 여러 장의 종이. 다른 세계에 있는 유진이 보내주었던 이런저런 사진들이었다.

        

        내용은 다양했으나 알아보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 주로 아르테미스가 운용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엑소스켈레톤의 규격과 전투형 UGV, 자폭하기 직전의 상태에 놓인 메카 유진 사진 등등…확실한 것은 제대로 된 정보 수집 없이는 섣불리 진입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었다.

        

        당연하게도, 휴게실에 앉아있던 모든 이들이 분석적인 시선으로 이를 바라보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 와중 오웬스는 의자에 앉은 후 노트북을 열었고, 이카루스의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하여 아르테미스의 동향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훑기 시작했다.

        

        외부에 공개되서는 안 되는 수많은 정보가 주르륵 나열되고 있었지만, 오웬스의 시선이 멈춰선 곳은 그 자리가 아니었다 – 적잖아 수 개월 전에 멈춰선 아르테미스 동향에 대한 정보 업데이트.

        

        오웬스가 능숙하게 해당 정보를 모두의 기어에 업로드했다.

        

        

        

       “어지간한 정보에 전부 접속 가능한 보안 등급의 계정을 사용해도 관련 내용을 찾을 수 없는 걸 보면, 아예 다른 계통에서 관리하고 있는 듯한데…일단 상부에 보고해야 하니 유진이 건네준 데이터의 출처부터 꾸며내지 않으면 안 되겠군.”

        

       “정상적인 절차로는 제대로 된 타이밍에 지원을 갈 수 없겠지요. 행정부 먹물쟁이들의 두툼한 엉덩이를 걷어차버린다면 또 모르겠지만.”

        

       “일단 메카 막내라는 기상천외한 정보를 입수했으니 그걸 가지고 윗선을 좀 들쑤셔보면 될 것 같은데. 헨리 그 작자가 마시던 커피를 그대로 뿜는 모습은 한 번쯤 볼만할지도.”

        

       “발현자 놈들이 쌍으로 헛소리하는 걸 보니 평소대로구만.”

        

        

        

        그에 로렌티나는 웃음을 터뜨렸고, 북극곰은 왜 자신까지 엮이냐며 역정을 내고 있었다. 실로 평범한 이들의 일상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웃은 후, 로렌티나는 테이블 위를 돌아다니는 메카 유진의 사진을 확인한 뒤 이런저런 추정을 내리기 시작했다. 현 시점에서 얼마만큼의 화력을 사용해야 해당 기체를 큰 무리 없이 파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였다.

        

        지금까지의 데이터만 종합하더라도 이런저런 사실들을 알아낼 수가 있었다. 알려지지 않은 외딴 지역에서 작전을 진행해야만 했으니 보급이 원활하지 않을 거고, 전투에서 소모되는 물자와 한 번의 교전 동안 가용 가능한 화력의 비율을 섬세하게 조절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리라.

        

        

        그리 생각한 그녀의 시선이 문득 방 한쪽의 상자로 향했다.

        

        사실 상자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뭐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동력을 공급하기 위한 전력 케이블이 꽂혀있었다는 점에서는 적어도 그러했다. 그 위에는 ‘안전’을 의미하는 녹색 빛깔의 홀로그램이 부유 중이었고.

        

        조금만 눈에 힘을 주게 된다면 지금보다는 더 다양한 정보가 팝업되겠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이 방에 있는 사람들 중 그 누구도 저게 무엇인지를 모르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었다.

        

        생각을 마친 로렌티나가 입을 열었다.

        

        

        

       “과연 저걸 쓰게 될 날이 올까 싶었는데, 저 물건을 가지고 전장으로 파견을 나가게 되는 날이 이렇게나 빨리 오게 될 줄이야. 세상 참 별 일이 다 있네요.”

        

       “…저게 등 뒤에서 폭발한다고 생각하니 끔찍한데. 휴대용 실드 생성기를 덕지덕지 붙여서 나가야겠구만.”

        

       “저격총은 제가 쓰죠. 유탄은 북극곰이 들면 되겠어요.”

        

       “마음대로 해라.”

        

        

        

        그와 동시에 두 명은 해당 박스에서 시선을 거두었고, 오웬스와 서킨스를 비롯한 몇몇 이들은 상부에의 보고를 위해 그 자리에서 일어서서 휴게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러나 시선은 사라졌을지언정 박스는 여전히 남아있었고, 보는 사람은 없을지언정 시선을 감지한 박스는 자동으로 홀로그램을 띄워 자신이 무엇을 보관하고 있는지를 알려주기 시작했다.

        

        

        

       -[알림 : 물품 보관 중….]

        

       -[목록 : M145A1 대물저격총 – 극소형 반물질탄 탑재형 // 사용 가능한 탄환 수 : 150]

        

       -[목록 : M40P1 유탄발사기 – 극소형 반물질탄 탑재형 // 사용 가능한 유탄 수 : 75 // 타입 알파 – 살상범위 25m, 45발 // 타입 브라보 – 살상 범위 50m, 15발 // 타입 찰리 – 살상 범위 75m, 10발 // 타입 델타 – 살상 범위 150m, 5발]

        

       -[경고 : 탄환 내부 자기장 유지를 위해 반드시 이카루스 기어와 호환되는 발사 장치를 이용하십시오. 인가되지 않은 발사 장치를 사용할 경우 사용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반물질.

        

        미국의 전력 발전에 큰 도움이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 가능한 곳은 얼마든지 있는 법이었다.

        

        전장은 신기술과 신병기를 테스트하기에 최적의 장소였고, 대거 팀은 머잖아 그 말이 사실임을 증명하게 될 예정이었다.

        

        

        

        

        

        

        

        

        

        

        

        한편.

        

        

        

       “아키타입, 빨리 본 기체를 새로운 전장으로 데려가길 바라는 바입니다.”

        

       “잔투정이 많군요. 가고 싶은 곳이라도 있나요?”

        

       “이번에는 울창한 숲을 보고 싶습니다.”

        

       “얼씨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진짜젛내기엽네이미친얼빵한로봇비얌쉑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새1기 기계아닐지도몰라 ㅋㅋㅋ

       -얼마전까지만 해도 좀 멀쩡하더니 이젠 아주 대놓고 깝추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마면돼!!!얼마면분양해줄거야!!!!!!!!

        

        

        

        진은 빠르게 이들의 생활 환경에 녹아들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언리얼입니다. 근래 그 무엇보다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다크 존의 PVP 모드, 미확인구역 탈출. 수많은 유저 분들이 최근에 메카 유진이라는 타이틀을 보고 혹해서 입문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오늘. 새로운 정보가 입수되었기에 여러분들에게 알려드리고자….

        

        

        

        끼익.

        

        내가 앉아있는 의자가 꽤나 불길한 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그다지 신경은 쓰지 않았다. 진짜 부서질 거였으면 내구도가 거의 다 되었다는 메시지가 뜨기도 했고, 의자야 기어 박스 내의 제작 도구에서 쉽게쉽게 만들 수 있었으니까.

        

        아무튼, 메카 유진과 함께 고가치 연구시설을 다녀온 이후로 며칠이 더 지났다. 물론 현실 기준이었다. 로렌티나는 요 며칠 사이 정부 요인과의 미팅이 있다며 이틀 정도 자리를 비운 시점이었기에 기어 박스에는 나와 진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 해당 인물의 모습이 눈에 익었기에 입을 열었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분명히 등대에서 한 번 봤던 것 같기도 하고. 저 분이 저랑 마주칠 뻔했던 그 사람이죠?”

        

        

        

       -ㅇㅇ 그거 맞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팩트)10초 정도만 늦었어도 개같이 로비로 사출당할 뻔했던 바로 그사람이다

       -이걸 또 기억하고 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날 언리얼 저양반이 얼마나 호달달 떨었는데 본인은 하나도 몰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진을 보고 두려움에 떠는 건 인간이 숨을 쉬는 것처럼 당연한 일인데 신경쓸 이유가 있음?

        

        

        

        아, 맞다.

        

        그리 생각하니 당시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 시작했다. 분명 단장에게서 AP탄 수십 발을 받고 등대의 로그 기지를 향해 아낌없이 발포했던 그 때였지. 창고를 돌아 남쪽으로 내려가던 와중 북쪽에서 인기척이 들리길래 힐끗 보기만 하고 갔었는데….

        

        그날 이런저런 파밍과 맵 탐방을 마친 뒤 저스트 채팅 와중 같은 내용…그러니까 창고로 향하는 내 인영을 본 언리얼이 힉 하고 놀라는 영상 도네이션이 대략 열일곱 번 정도 왔기에 당시에 상당히 인상깊게 보았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그것과는 별개로, 이번에 이 사람이 올린 영상을 만드는 데 사용된 여러 예시나 영상의 출처는 전부 나였다. 요컨대 내 플레이라는 소리였다 – 물론 적잖아 한참 전부터 알고 지내던 스트리머였기에 영상 만들기도 전에 내게 허락을 구해왔으니 상관은 없었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은근슬쩍 내 옆자리에 앉은 진이 입을 열어 덧붙였다.

        

        

        

       “프로토타입 파괴를 위한 정보 수집 영상입니까?”

        

       “…얼추 맞네요.”

        

       “본 기체도 해당 작전 진행 시 데려가겠다는 언급은 저장 장치에 기록해두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보면볼수록 탐난다!!!!!!

       -저거 사람아니냐 ㄹㅇ루?????? 준내갖고싶다

       -미치겠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긴 데려갈거니 요 며칠간 연구시설을 싸돌아다녔지 ㅋㅋㅋㅋㅋㅋㅋㅋ

        

        

        

        도대체 얘는 뭘 학습했길래 이런 목표를 지향하고 있는 걸까.

        

        좌우지간 그것과는 별개로, 방금 진이 한 말에 그동안의 내 행적이 얼핏 서술되어 있었다 – 요컨대 나는 추후를 대비하기 위해 요 며칠 가량 동안 고가치 연구시설을 계속 쏘다니며 필요한 아이템들을 파밍하였다. 그 과정에서 시설 내부의 온갖 트리거들을 알아낸 것은 덤이었고.

        

        거기에 더불어 내가 건넸던 군용 USB 내부에 들어있던 4월 26일 관련 데이터 분석 등등을 통해 시설의 구조와 기믹도 밝혀졌고, 그리하여 나와 시청자들은 언젠가 절반 정도 결론이 난 채 방치되어 있었던 프로토타입 메카 유진 공략전에 대한 대량의 실마리를 확보하게 되었다.

        

        

        쉽게 말하자면, 해당 프로토타입 병기를 잡는 방법은…일종의 레이드였다.

        

        누군가가 시간을 끌고 유효타를 먹이는 동안 다른 작전팀은 시설 전반을 돌아다니며 적들을 청소하고 중간 보스를 잡는 한편, 기믹을 올바르게 수행해 메카 유진의 무적 기믹을 하나씩 해체시키는 것이었다. 지난 번에 진이 얼추 말한 적도 있긴 했지만.

        

        이리 생각하면 상당히 어렵지 않나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려운 게 맞았다. 애초에 기믹이 전부 밝혀진 것도 아니었기에 레이드를 클리어할 수 있는 준비가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니었고.

        

        

        꽤 말이 길어졌다. 요약하자면 진의 몸을 고쳐주기 위해 랩을 돌아다니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기믹에 대한 정보를 꽤 많이 알아냈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것과는 별개로, 꽤나 소득이 있었다.

        

        

        

       “잘렸던 손발이 다시 되돌아왔는데, 지금은 좀 어떤지?”

        

       “내구성과 동작 효율이 24% 이상 증대되었습니다.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어있는 기존의 전투 기록에 준하거나 그보다 더 어려운 전장에 투입되어도 이전에 비해 더 나은 결과를 산출 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그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어떤가요.”

        

       “본 기체의 논리 및 전투 회로가 해당 결정 및 개조는 탁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인간의 언어로 풀이하자면…마음에 듭니다.”

        

        

        

        그렇다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이렇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현실 시간보다 정확히 세 배 빠른 인게임 시간이라는 점으로 인해, 고작해야 현실 기준으로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오만가지 자재와 기구를 가지고 돌아온 본부 엔지니어들이 빈 구역에 메카 유진에 대한 정보를 검출하기 위한 연구소를 하나 지어버렸다.

        

        3주도 안 되서 만들어진 건물이기에 복층조차 아니었지만, 여러 조립식 건설 자재를 이리 붙이고 저리 붙인 뒤 가벽을 허물자 꽤 넓은 공간이 나타났으며, 이런저런 기계와 냉각기를 설치한 뒤 전력 라인을 깔자 적당히 봐줄 만한 연구소가 만들어진 것이었다.

        

        물론 지금도 증축과 개조를 거치고 있긴 하지만…아무튼 엔지니어들은 내가 넘겨주었던 팔다리 및 새로 제작하여 견고한 관절부 파츠를 이리저리 연결하여 팔다리를 고쳐주었다.

        

        요 며칠 동안의 수확이었다.

        

        

        

       “미니건 파츠를 달게 되면 시운전이 필요하겠지요. 전장에 한 번 나가보도록 하죠.”

        

       “나무가 많은 곳을 가보고 싶습니다.”

        

       “…알겠어요. 그것도 염두에 둘 테니까.”

        

        

        

       -표정wwwwwwwww

       -들어줬다고 우쭐거리는 표정짓는거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반응 개찰지네 ㅋㅋ

       -철없는 응애메카비얌때문에 엄마비얌은 오늘도 골머리를 썩입니다….

       -응애 나 애기메카비얌…나무랑숲보여조…칙칙한지하시러….

        

        

        

        그러게나 말이다, 진짜. 몸만 크지 정신연령은 어린 사촌을 데리고 있는 기분이야.

        

        좌우지간 그것과는 별개로, 오늘은 나 혼자서라도 – 가능하다면 얘를 데리고 갈 수도 있겠지만 – 또다시 연구시설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이유는 별 게 아니었고, 바로 메카 비얌의 꼬리에 달게 될 병기 수급 때문이었다.

        

        전말은 이러했다.

        

        

        

       “아무튼, 괜찮다면 오늘은 진을 데리고…고가치 연구시설에 또다시 가볼 예정입니다. 병기고 쪽에서 꽤나 흥미로운 데이터를 발견했거든요.”

        

       “플라즈마 캐논이나 입자 병기, 음파병기 같은 게 있는 거기를 말하는 겁니까?”

        

       “맞아요.”

        

        

        

        바로 어제 실험실을 뒤지던 도중 알아낸 하나의 사실 – 아르테미스 역시도 프로토타입 병기의 자아 획득 및 반발, 테스트룸 탈출 및 변절을 방지하기 위해 이런저런 준비를 해놓았다는 것.

        

        당연하게도 이를 막기 위해서는 다양한 수단이 필요했고, 아르테미스는 바보가 아니었기에 내가 생각한 소프트웨어적 발상 – 일정 이상의 사고 능력을 강제로 잠가버리고, 유사시 언제든지 정지할 수 있도록 킬 스위치나 백도어를 만들어놓는 등 – 은 이미 해놓았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그런 모든 비물질적 방어 수단이 돌파당하게 된다면 답은 간단했다. 물리적인 방법을 통해서라도 메카 유진을 제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상기 언급한 병기고는 테스트룸의 복도나 천장, 혹은 벽에 달아 유사시 프로토타입의 폭주를 막기 위한 무기를 보관해두는 곳이었고.

        

        근데 여기서 놀라운 점이 있었다.

        

        

        

       “유사시 프로토타입을 막기 위해서 쟁여놓은 무기들이면서, 병기와 호환이 되는 구조로 만들어놓은 건 도대체 무슨 연유인지….”

        

        

        

        해당 무기들은 유사시 어딘가에 장착이 가능했다.

        

        벽면과 천장의 수납 플랫폼 뿐만이 아니라 메카 유진, 그리고 그 양산형들에게까지 말이다.

        

        사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해당 무기군을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들을 전부 하나로 통일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봐야겠지만…그런 건 원래 당연한 일이었다. 애초에 그렇게 하지 않으면 보급의 단일화가 안 되고, 보급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전장의 병사들이 피똥을 싸기 마련이니.

        

        어쨌든 이 사실은 나에게 두 가지 사실을 알려주게 되었다.

        

        

        

       “일단, 시설에 도착하고 나면 확인해야 할 건 두 가지예요. 하나는 시설의 방어 시스템이 제 구실을 하는지이고, 두 번째는…진, 당신의 몸에 그 무기가 호환되는지에 대한 여부지요.”

        

       “쇼핑 시간이로군요.”

        

       “…그 말은 또 어디서 배웠어요?”

        

        

        

       -아이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벌써부터 꼬리에 무슨 깔쌈한 무기를 달아볼까 고민하는wwwww

       -? : 아니 꼬리에 달 수 있는 무기가 이렇게 많은데 고민을 안해봐?????

       -아니 뭐 그럴만한 거긴 한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고싶은건 다 사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ㅋㅋ

        

        

        

        물론 진은 그런 내 질문에 고개를 옆으로 스윽 돌리며 대답을 회피할 뿐이었다.

        

        이제는 아주 그냥 하기 싫은 대화를 하지 않는 법도 학습하고…진의 미래가 실로 밝았다. 너무 밝아서 그런지 눈 앞이 검게 물들어버린 수준이다.

        

        아무튼 틀린 말은 아니었고, 당연하겠지만 진은 장구류를 전부 갖춰입은 채 입꼬리를 미묘하게 들어올린 시점이었다. 대략 2주 가량 지켜본 결과 이건 ‘자기는 준비 다 되었으니 후딱 가자’는 뜻이었다. 꼬리가 붕붕 흔들리기라도 했으면 강아지라고 착각해버릴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피식 웃으며 덧붙였다.

        

        

        

       “그래요. 원하는 걸 골라오도록 하세요.”

        

       “현재 감정 상태, 기쁨.”

        

       “어련하시겠어요.”

        

        

        

        겉만 멀쩡하지, 어디로 튈지 가늠도 안 되는 천방지축 AI-사촌동생을 데리고 전장에 나갈 시간이었다.

        

        

        

        

        

        

        

        

        

        

        

        

        

       ───우우웅!

        

        

        

       -[Laurentina in New York : 위치 특정 완료.]

        

       -[Laurentina in New York : 근시일 안에 찾아가도록 하죠, 막내.]

        

        

        

        한편, 유진과 진이 고가치 연구 시설로 떠났을 즈음.

        

        죽어버린 뉴욕에서부터 9명의 살인 병기들이 떠날 채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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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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