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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2

       *** ***

         

       성릉현의 폐문파에 도착했다.

         

       흑묘의 조사에 따르면 과거에 꽤나 이름을 떨쳤던 어느 문파가 있었다는데 지금은 그 잔재만이 남은 곳이었다.

         

       정말 문파가 있었던 흔적 말고는 허허벌판에 아무 것도 없는 곳. 흔적만 남은 벽과 허물어진 건물들 사이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 멀리서도 한 눈에 들어왔다.

         

       고수의 시야로는 정말 십 리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지형.

         

       다그닥!

         

       그렇기에 비천마차는 정철과 합의한 내용대로 10리 바깥에 정차했다.

         

       나는 내 무릎에 올려놓은 서공을 쓰다듬었다.

         

       편히 눈을 감고 세상 근심 없이 쓰다듬을 받아들이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 절로 마음이 안정되었다.

         

       찍찍!

         

       내가 서공의 엉덩이를 톡톡 두들겨 주자 서공은 기지개를 한번 늘어지게 키더니 혁기린의 무릎 위로 이동했다.

         

       비천마차의 폭주 때 혁기린이 안아주었던 것이 꽤 고평가를 받았는지 곧잘 혁기린과 어울리게 된 서공.

         

       혁기린의 정성이 결실을 거둔 것일지도.

         

       실없는 생각은 접고 일행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믿음 반 걱정 반이 서린 얼굴들이었다.

         

       “비무장의 안전은 걱정 마세요. 충분히 인원이 배치되었으니까요.”

         

       “음. 고맙다.”

         

       정철은 사천의 문파, 그리고 모용세가등이 비무장 반경 10리 내에 들어오는 것을 금지했다. 그렇다고 해서 정말로 무방비하게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

         

       사천의 가문이나 구파일방 정식 제자들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들의 인맥을 빌려 현장에 무인들을 집어넣었다. 그런 무인들을 통해 폐문파에 안전성 또한 점검했고 일단은 이상이 없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정철의 암수에서 완벽하게 안전하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정철도 이 이상 암수를 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발뺌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 안 그래도 계속된 수작에 무림에서 정철에 대한 신용도는 바닥을 치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암수를 한 번 더 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은공, 지긋지긋한 인연의 종지부를 찍고 오시지요.”

         

       “반드시 이기실 수 있을 거에요.”

         

       “다녀와라.”

         

       “그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을 녀석을 시원하게 처치해 주시지요.”

         

       나는 일행들의 격려와 응원을 들은 뒤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차를 나섰다.

         

       흑립을 눌러 쓰고 뒤에는 대검을 멨다.

         

       그러고 보니 서공의 이름은 지어 줬는데 이 녀석의 이름은 아직도 짓지 못했군. 대검의 손잡이를 쥐고 가볍게 기를 흘려본다.

         

       지금까지 생각나지 않았던 검의 이름.

         

       고요한 내 머릿속에 한 줄기 상념이 스치고 지나갔다.

         

       아 이제까지 떠오르지 않았는데 지금 이 순간 갑자기 떠오를 리가 있겠냐고.

         

       훗날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

         

       붕붕이나 쓱싹이같은 성의없는 이름을 지어줄 바에야 이번 일이 끝난 뒤에 각 잡고 고심해보자.

         

       십 리 거리.

         

       제대로 경공을 펼치면 금방 주파할 수 있는 거리었으나 어쩐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평범한 걸음으로 걸으며 정철에 대하여 떠올렸다.

         

       사천낭인이 발족되는 원인이었던 사건을 일으켰던 자.

         

       그 뒤로 오랜 세월을 인고하고 인내하며 때를 기다리던 자.

         

       그러다가 내가 사천성에 일으킨 변화가 자신의 계획에 불리하게 작용되자 그대로 단숨에 은거를 깨고 나온 자.

         

       그 뒤로는 꼬리를 잘라내듯 사도련을 버리고 자신의 명성을 버려가며 지금까지 끈질기게 도주해온 자.

         

       그리고 최후의 비무라고 판을 깔아놓고도 또 도망칠 구멍을 마련해 놓은 자이기도 했다.

         

       “후우.”

         

       사실.

         

       나는 그런 정철의 심리와 행동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나도 낭인이었으니까.

         

       무기와 원한이 얽히고 섥히는 무림에서 ‘협’을 관철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강자뿐이다. 강한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의 무공경지만이 강자의 기준은 아니었다.

         

       무림에서 후기지수를 왜 대우해주는가.

         

       후기지수들은 당장 강함을 손에 쥐지 않았을 뿐, ‘강자’의 여건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빵빵한 배경이 있고, 가능성을 보장해 주는 상승무공을 보유하고 있으며,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노력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을 지닌 자들.

         

       지금 당장은 강자가 아니더라도 아주 높은 확률로 쭉쭉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자들.

         

       그런 후기지수의 반대말이 무엇일까.

         

       나는 낭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의 힘이 전부. 자신의 성향에 맞는 무공은커녕 평생 다음 경지로 향하는 무공을 손에 넣을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당장 오늘을 살아갈 금전이 시급하며 미래를 위한 투자나 장기적인 수련은 꿈조차 꾸지 못한다.

         

       명성? 신용?

         

       팔아서 시간이나 강함을 살 수 있다면 얼마든지 바닥까지 아니 그 이하로 긁어서 내다 팔 수 있다.

         

       길고 안정적인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것이 후기지수라면 낭인은 모든 것을 팔아치우며 하루를 버텨내는 이들.

         

       자존심도. 명예도. 신용도.

         

       그저 돈만 된다면 팔아치운다.

         

       그러니 낭인들이 세인의 손가락질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신용도 의리도 협의도 없는 자를 누가 존중해 줄까.

         

       정철은 그저 천하에 널리고 널린 낭인들 중 한 사람이었을 뿐이다.

         

       그저 낭인들중에서 여러 가지 의미로 더욱더 뛰어났을 뿐.

         

       재능도. 독심도. 그리고 성공하고자 하는 욕망도 말이다.

         

       “큭.”

         

       문득 웃음이 나왔다.

         

       사천낭인이란 모든 것을 팔아치우는 낭인들 사이에서도 정도를, 자신에게 이득조차 되지 않는 정철의 명예를 위하여 흑립을 쓰고 그 위험을 분산해주었던 자들.

         

       모든 것을 팔아치우며 살아가는 낭인의 판에서 스스로에게 떳떳하고자 그 ‘양심’을 팔지 않았던 자들.

         

       그리고 그런 이단아들의 행동에 마음이 동한 괴짜 낭인들의 발길들이 이어지며 지금까지 사천낭인은 맥을 이어왔다.

         

       그러나.

         

       사천낭인이 탄생했던 이유이자 구심점이었던 정철은 결코 ‘사천낭인’이 아니었다.

         

       그저 흑립을 뒤집어 쓴 채 사천낭인조차 팔아먹을 궁리를 하는 ‘낭인’이었을 뿐.

         

       그 사실에 열이 받아서 여기까지 와 버렸다.

         

       그놈의 가짜 흑립을 확 벗겨내기 위해서 말이다.

         

       흑립을 생각하자 자연스럽게 내 얼굴에 그늘을 만들어내고 있는 흑립이 의식되었다.

         

       나는 내 흑립을 만지작거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가짜 흑립이라.

         

       정철의 것이 가짜 흑립이라면…내가 쓴 것은 어떨까.

         

       과연 나는 진짜 사천낭인일까.

         

       그 처지가 궁함에도 양심만큼은 팔아치우지 않기 위해 흑립을 쓴 사천낭인들.

         

       나는 그런 사천낭인들과는 말 그대로 처지가 달랐다.

         

       나에게는 게임 속 무림 천하를 경험하며 쌓인 수많은 정보와 지식들.

         

       다른 사천낭인과 달리 나에게는 팔아치울 것들이 아주 많았으니까.

         

       잡혈 때문에 실행능력이 오르지 않았을 뿐이지 이류의 몸으로도 부지런히 움직이면 그 정보를 팔아 가치로 바꾸는 일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아무도 알 수 없었을 뿐 나는 막대한 자산을 쥔 자산가였다.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 팔아서 사고 싶은 것을 사면 그만인 자산가.

         

       내가 사천낭인이 된 이유는 사천낭인이 되어 바른 길을 통해 위로 올라가고자 함이 아니었다.

         

       그저 흑립이 주는 익명성을 누리기 위함이었을 뿐.

         

       그런 나는 과연 사천낭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쓸모없는 고민이었다.

         

       나는 정철에게 반드시 승리를 거머질 것이고 이 흑립 역시 벗어던질 테니까.

         

       오늘 나는.

         

       사천낭인 호천안이 아니라 낭인 호천안이 된다.

         

       그런 다짐을 마쳤을 때 나는 폐문파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뇌검낭인…!”

         

       “뇌검낭인이다!”

         

       비무장을 둘러싸고 있던 수많은 무인들이 내 이름을 되뇌이며 길을 텄다. 포권을 해 보이는 이들에게 마주 포권해 보이며 비무장 위에 섰다.

         

       달그락.

         

       낡고 해진 채로 관리가 되지 않은 비무장 바닥이 흔들리며 돌 긁히는 소리를 냈다. 뭐…어차피 화경과 화경이 충돌하면 어느 비무장이라도 다 박살이 나기 마련이니 이 정도가 딱인가.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더니 반대편이 소란스러워졌다.

         

       검은 죽립을 쓰고 있는 익숙한 신형.

         

       “낭야검…!”

         

       “정철!”

         

       정철이 비무대에 오르고 나와 정철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검을 뽑아들었다.

         

       일반적인 협봉검을 든 정철.

         

       그리고 그런 협봉검에 비하면 두께도 두 배, 길이도 두 배가 넘는 대검을 든 나.

         

       자세를 낮추며 검극을 지면을 향해 두는 낭아표랑검의 기수식을 취하는 정철과 피뢰침처럼 검을 높이 들어올리며 단사패검의 기수식을 취하는 나.

         

       정철의 몸에서 푸른 기운이 솟아오름과 동시에 내 몸에서는 전하가 튀기 시작했다.

         

       스스스스!!

         

       우우우웅!!

         

       정확히 비무장을 절반으로 나누는 경과 경의 충돌.

         

       얼굴을 마주하기 무섭게 시작된 수의 교환에 단번에 사위가 조용해졌다.

         

       “처음 볼 때만 해도 여기까지 발목이 잡힐 줄을 몰랐거늘.”

         

       정철이 인상을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

         

       “그 집념 하나만큼인 인정해 주어야겠구나.”

         

       “그건 내가 할 말이로군.”

         

       나 역시 그런 정철의 말을 받아쳐 주었다.

         

       “은거를 깨고 칼을 뽑았기에 무라도 썰 줄 알았거늘…결국 한 것이라고는 잠적하고 도망다닌 것 뿐 아닌가?”

         

       “흐흐, 내가 그렇게 옴싹달싹 못했던 것은 네놈의 뒷공작 때문이 아니었던가?”

         

       “글쎄. 사람 한 명이 흔들었다고 무너질 동맹이었다면 그걸 동맹이라 부를 수 있을까.”

         

       “어디서 너 같은 것이 나타났을까.”

         

       정철의 눈에서는 불똥이 튀고 있었다.

         

       “천하는 네 실체를 모르고 너를 협객이라 칭하고 있지만 나는 안다. 네 놈은 그저 괴물일 뿐이다.”

         

       “산적 토벌에 사천성 비무대회에 후기지수 선발대회. 뿐인가? 서장에서는 무슨 짓을 했길래 포달랍궁의 고수를 움직였느냐? 운남에서는 네놈이 직접 세 치 혀를 놀리고 독을 불어 넣어 사도련의 연합을 흔들었지.”

         

       “뿐이냐? 절정에서 초절정까지 단기간 내에 오른 것도 무림사에 다시 없을 기이한 일이거늘 어찌 지금의 경지를 이룩했지? 네놈은 그저 인두겁을 쓴 괴물이고 무림의 정기를 해치는 마물에 불과하다!”

         

       주변의 무인들이 웅성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뭐 어떻게 끼워 맞춰도 내가 무림사에 다시 없을 속도로 화경의 경지에 올랐다는 것은 사실이었고 내 급격한 성장에 다른 무인들이 의구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정철은 그 점을 언급하며 주변을 선동하고 나를 흔들려 했다.

         

       하여간 이렇게 비무장에 올랐음에도 도무지 깔끔하게 굴 줄을 몰라요.

         

       “내가 어떻게 화경에 올랐는지는 나보다 그대가 더 잘 알지 않나? 왜? 속시원하게 말이라도 할 참인가?”

         

       너 시발, 존나 오래전부터 마교의 협력자였잖아.

         

       한번 시원하게 공개하고 내가 천마에게 뇌정을 받았다고 말해봐.

         

       정철의 입이 다물어졌다.

         

       내가 이렇게 나올 것이라고는 예상 못했겠지.

         

       마교와 연류되었다는 소문은 현재 내 협명에 꽤나 치명적인 이야기니까.

         

       만약 내가 정철을 잡아낸 이후 그 사실을 바탕으로 다시 명성과 이름을 떨칠 생각이었다면 황급히 정철의 입을 틀어막았겠지.

         

       그러나 명성이니 평판에 대한 욕심 따위는 이미 진작에 정리하고 이 자리에 섰다.

         

       가진 것 많은 놈이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폭로전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천마의 대적자였다는 불명 어르신의 이야기가 공개되는 것과 마교의 끄나플이었던 정철의 과거가 공개되는 것.

         

       어느 쪽이 더 손해일지는 누가 봐도 뻔한 이야기였다.

         

       “…지독한 놈.”

         

       “나는 많은 것을 걸고 이 자리에 왔다. 정철.”

         

       이 판을 마련하면서도 교묘한 말장난을 친 네놈과는 각오가 달라.

         

       초절정이라는 경지에 오르기도 전부터.

         

       아니, 당가타에서 눈이 뒤집힌 순간부터 오직 정철을 거꾸러뜨리기 위해서 지금까지 달려왔다.

         

       우우우우웅!!!

         

       그러니 뇌륜을 전력으로 돌리며 그 힘을 다리에 축적한다.

         

       “그러니 네놈이 이 자리에 선 이상 반드시 목숨을 걸어야 할 거다.”

         

       꽈아앙!

         

       힘차게 터져나오는 일문직뢰보와 함께 정철과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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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검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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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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