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402

       본인이 내지른 권이 아피스의 서버를 붕괴시켰을 때에. 사람들은 분명 당황했지만 동시에 다행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어차피 본인과 파이스의 대결은 모든 일정이 끝난 마지막에 이루어진 것이었고. 우리 두 사람의 승부 또한 이미 마무리 지어진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으니까.

       

       실제로 이벤트 전에 참가한 선수들이건 스태프건 시청자들이건 아피스의 신이 멋진 결말을 만들어 주었다 이야기를 했을 뿐 아피스의 서버가 터진 것을 원망하는 이들은 없었다.

       

       아 물론 경기와 관계된 이들의 이야기다. 경기와 관련이 없는 이들은 아피스 서버가 터진 것에 욕지거리를 내뱉고 있더구나.

       

       뭐어. 어찌되었든 그리 성황리에 경기를 끝마치고 난 후. 본인은 자연스럽게 QZ게이밍의 회식 자리에 참여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귀찮게 거기에 끼어야겠느냐는 생각을 했다만 회식에 걸려 있는 미끼가 너무도 거대하더구나.

       

       대한민국에서 먹을 수 있는 최상급의 고기만이 준비된 가게라니!

       

       그것도 단순히 맛있는 고기가 아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삼겹살이나 꽃등심등의 부위는 물론이요. 인연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보는 것조차 어려운 여러 희귀 부위까지도 준비되어 있는 가게였단 말이다!

       

       먹는 것을 인생의 낙 중 하나로 삼는 본인에게 이는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제안과도 같았으니. 본인은 어쩔 수 없이 저들의 제안을 수락해야만 했다.

       

       솔직히 말을 해서 QZ게이밍의 단장이 준비한 상패를 받을 때라던가.

       

       악수를 나누며 바라는 어떤 조건이라도 받아들일 테니 제발 프로게이머로 전직해주면 안 되냐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라던가.

       

       그를 들은 QZ게이밍과 팀파일의 프로 선수들이 양심을 가지라면서 적극적으로 항의하기 시작했을 때라던가.

       

       그 두 놈들이 서로 조언을 해달라면서 달려들 때라거나.

       

       그냥 슬쩍 집에 가버릴 걸 그랬다고 생각했던 적은 꽤나 많았다만 고기가 구워지는 걸 보고 있자니 이 곳에 오길 잘했단 생각이 절로 드는 구나.

       

       이 부위가 꽃등심이라고 하였지?

       

       하아. 정말 하나의 예술작품이 따로 없구나. 보드라운 분홍빛 사이에 꽃잎처럼 박혀 있는 지방의 모양새를 보라.

       

       내가 보았던 그 어떤 그림보다도 아름답단 생각이 드는 군!

       

       그런데 말이다. 저 고기는 언제쯤 다 구워지는 것이냐? 이미 충분할 정도로 익은 것처럼 보인다만?

       

       자. 빨리 젓가락을 뻗는 걸 허락해다오! 어서!

       

       “이제 드셔도 됩니다.”

       

       종업원이 입을 연 그 즉시 젓가락을 움직여 고기 한 점을 집어 들었다.

       

       이미 이 고기를 먹는 방법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을 들었다만 아무리 생각을 해도 처음은 아무것도 찍지 않고 순수한 고기 본연의 맛을 즐겨야 할 것 같더구나.

       

       그리 생각을 하며 고기를 입 안으로 던져 넣은 나는 고기가 녹아 사라진다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이 무슨 파멸적인 부드러움이더냐! 이것은 이미 고기의 영역을 벗어나 아이스크림의 영역에 닿아 있었다.

       

       그렇다고 부드럽기만 한가? 전혀!

       

       고기가 녹아내리는 와중에 그 안에 있는 육즙이 터지며 지방과 함께 혀를 가득 채워버렸으니. 이 곳의 고기는 그 짧은 와중에도 충분할 정도로 자기주장을 하고서 떠나갔다고 해야겠지.

       

       다만. 그래. 다만.

       

       하나로는 살짝 아쉽군.

       

       그렇게 본인이 고기를 먹는 것에 집중을 하는 와중에도 회식의 자리는 빠르게 분위기를 올리고 있었다.

       

       그 중심이 된 것은 본인과 함께 해설을 했던 도윤이라는 자였다.

       

       이런 자리에 한 두 번 와 본 것이 아닌 듯 자신의 커다라면서도 선명한 목청을 활용해 회식을 소란스럽게 만들었지.

       

       덕분에 고기를 먹는 동안에 심심할 일은 없었다.

       

       “자! 백만 마이튜버 엔리님! 오늘 이벤트전을 직관한 소감이 어떠셨나요?!”

       “솔직하게? 아님 가식적으로?”

       “술이 들어갔으면 당연히 솔직하게죠!”

       “다른 건 됐고요! 파이스 선수랑 직접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같이 술도 마시고 사진도 찍고 사인까지 받은 게 좋았어요!”

       “크하핳! 너무 솔직하신 거 아닙니까? 그럼 다른 선수들은 뭐가 되나요!”

       “솔직하게 하라면서요!”

       

       회식이 어느 정도 진행이 되어 다들 취기가 돌아 헛소리를 내뱉으며 웃고 있는 걸 구경하던 중 한서우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걸음걸이가 허술하고. 뺨이 살짝 붉은데다가. 눈동자에 힘이 약간 풀려 있군. 아예 정신이 나간 건 아니지만 충분할 정도로 취한 게 분명해.

       

       “저 화령님.”

       

       허락을 구하지도 않고 내 맞은편에 앉은 녀석은 미간을 찌푸린 채 투덜거리며 물음을 던졌다.

       

       “파이스 선수를 쓰러트리는 법을 알려주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알려드렸잖아요?”

       “…대체 그걸 어떻게 따라하란 말씀이십니까!”

       

       울분이 가득 담긴 한서우의 외침에 눈을 끔뻑이고 있으려니 녀석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여태까지 벽처럼 느껴졌던 파이스 선수가 저를 상대할 때 전력을 다하지 않았단 사실을 안 그 순간 제 심정이 어땠을지 아십니까? 또 그걸 아무것도 아니란 듯 제압하는 화령님의 모습을 볼 때는 어떻고요!”

       

       흐응. 대충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이 놈이 왜 이러는 지 알겠구나. 내가 보여주고자 했던 여러 부분은 보지 않은 게야.

       

       정확하게는 보지 못했다고 해야겠지. 이 녀석은 본인과 파이스의 전투에 압도되어 세세한 부분을 도저히 살필 수 없었을 터이니.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 근처에 있는 술을 벌컥벌컥 들이키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 해 줄 말이 여럿 떠올랐지만 난 그를 굳이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이 놈에게 조언을 해주어야하는 사람은 내가 아닌 백화령이다. 그 녀석이 이 놈의 스승이니까.

       

       내가 그리 양심이 넘치는 사람은 아니다만 그래도 지인의 제자를 빼앗을 정도로 막 되먹은 놈은 아니거든.

       

       일단은 진상을 피우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진정을 시키도록 할까. 슬쩍 살기를 내어 녀석의 어깨를 매만졌더니 한서우가 갑작스레 입을 다물었다.

       

       “한서우.”

       “ㄴ…넵.”

       “투정을 부리는 것이야 좋다만 한 가지 사실은 잊지 말라. 그대는 천마의 제자다. 저 정도 벽 앞에 무너질 생각이라면 백화령이 아니라 내가 그대의 목을 쳐날려버릴 것이야.”

       “…딸꾹.”

       

       너무 강하게 위압을 한 것일까. 딸꾹질을 하기 시작한 녀석을 보고 있자니 헛웃음이 샜다.

       

       이 정도면 내 할 말은 다 한 듯 하니 여기까지만 하자꾸나.

       

       “결국 포기하지 말고 정진하란 이야기에요. 제 생각에 서우 씨가 노력한다면 파이스 선수를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런가요?”

       “그럼요. 제 눈이 얼마나 정확한데.”

       

       이는 거짓이 아니다. 현실의 파이스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아피스 속의 파이스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지. 아직은 무리더라도 지금으로부터 몇 년이 지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본다.

       

       “그리고 서우 씨. 서우 씨의 스승에게 제가 했던 걸 보여주세요. 그럼 그 사람이 제 의도를 파악해서 알려줄 거에요.”

       “…네.”

       “더 할 말 있으신가요?”

       

       없으면 적당히 물러서라. 지금 내 앞에 있는 고기가 다 익지 않았으냐.

       

       명백한 축객령에 한서우가 슬며시 자리에서 떠나갔다. 허나 녀석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데 실패했다. 중간에 도윤에게 붙잡혀 버렸으니까.

       

       저기에서 탈출하려면 깨나 고생을 해야겠지. 잔뜩 신이 난 도윤에게 가지고 놀아지는 한서우를 구경하고 있으려니 이번엔 또 다른 손님이 내 근처로 찾아왔다.

       

       “화령님. 잠시 합석해도 될까요?”

       

       파이스. 이세계의 용사가 내 앞에 자리한 것이다.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의사를 드러냈더니 녀석이 내 맞은편에 앉으며 주변으로 무언가를 펼쳤다.

       

       내 마력이나 마법에 대해 잘 알지는 못 한다마는 어떤 현상이 펼쳐졌는지는 알아차릴 수 있다. 보아하니 주변과 이 곳의 소리를 차단한 게로구나.

       

       “술을 꽤 마시는 것 같았는데 멀쩡하구나.”

       “술에 질 정도로 허약하진 않으니까요.”

       

       그도 그렇군. 이 놈도 인간의 범주에선 상당히 벗어난 녀석이니.

       

       “한서우 녀석처럼 술주정을 부리러 온 것이 아니라면 무슨 용무냐.”

       “별 대단한 건 아닙니다. 후일 현실에서의 대련을 위해 연락처를 교환하고. 이세계를 떠돌다 온 사람끼리 친목을 나누고. 뭐 그러고 싶은 거죠.”

       

       녀석은 한 손에 들고 온 잔에 맥주를 담으며 그리 이야기를 했지만 난 저 녀석의 목적이 그런 게 아님을 알았다.

       

       “본인과 무를 맞대고 나니 마음속에 불길이라도 생겨났느냐?”

       

       아무리 태연함을 가장하더라도 그 눈에 새겨져 있는 무인의 열기를 감출 순 없었으니까.

       

       내가 정곡을 찌른 탓일까. 파이스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가 손을 휘저으며 이런 변명 소리를 내뱉다가 결국에 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화령님이 보시기엔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도 나름 무인입니다. 제 부족을 느끼고도 아무렇지 않은 멍청이는 아니란거죠.”

       

       허어. 이것 참 한서우가 곤란하게 되었군.

       

       이 놈을 추격해야 할 한서우이거늘 이 놈이 함께 내달리기 시작하면 따라잡는 것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릴 터 아닌가. 어쩌면 평생 따라잡지 못하게 될 지도 모르고.

       

       뭐 그렇다 하여 입을 다물고 있을 생각은 없다. 한서우가 좌절하건 말건 그건 내 알 바가 아니지 않은가.

       

       “그대의 문제라면 그대가 제일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몸에 새겨진 여러 버릇 말씀이십니까?”

       “그거야 당연히 문제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그게 아니다.”

       “…검술입니까.”

       “그래. 그거다.”

       

       파이스가 다루는 검술은 이 녀석이 지닌 것에 비하여 너무도 모자라다.

       

       기운을 다루는 능력도 좋고. 나름의 무재도 지니고 있는데. 어찌하여 평범하기 그지없는 검술을 사용하는 것인지 원. 본인으로써는 이해할 수가 없는 노릇이구나.

       

       “왜 그 검술을 고집하고 있는 게야? 그대 정도 되는 무인이면 가르치고자 하는 녀석들이 넘쳐날 터인데?”

       

       이 놈은 분명 그 어떤 검술이라도 몸에 품어 스승의 뜻을 잇는 것은 물론이요 그 이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녀석이다.

       

       어지간한 검사라면 누구나 이 놈에게 자신의 검술을 가르치고 싶어 하겠지.

       

       “그건 그렇습니다. 제안은 많이 받았죠.”

       “그렇지만 거절했군.”

       “네.”

       “어째서지?”

       “이젠 갈 수 없는 세상에 계시는 스승님께서 제게 가르쳐 주신 것이니까요.”

       

       미련인가. 하. 지극히 인간적이고 성실한 이유로군.

       

       “그래서 다른 검술을 배울 생각이 없다?”

       “예. 스승님의 검술조차 모두 다 익히지 못했거늘 어찌 다른 검을 배우겠습니까.”

       “흐음. 그래?”

       “미련해 보이시겠지만 이건…”

       “그렇다면 그대의 스승을 만나 모든 걸 배운다면 문제가 해결 되겠군.”

       “…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