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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2

   마법 왕국, 제블람.

   오랜만에 이곳에 방문하게 된 크라슈지만 마법 왕국을 구경할 겨를은 없었다.

   그냥 제블람 왕궁의 마황의 연구실 쪽으로 바로 텔레포트 했기 때문이다.

     

   카란디스에게는 이카루스에서 며칠만 기다려 달라고 말한 뒤.

   곧바로 크림슨가든의 마법을 통해 이쪽으로 넘어온 것이다.

     

   “여긴 올 때마다 다른 곳이 되어 버리네.”

     

   마황과는 그동안 여러 가지 일을 해온 크라슈다.

     

   그러니 마황의 연구실을 들리는 일이 종종 있었던 만큼 다른 국가들보다 자주 오는 곳이지만.

   어째 올 때마다 연구실의 분위기가 휙휙 바뀌고 있었다.

     

   크라슈가 바뀌었다고 느끼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다름아닌 벽에 새겨진 마법들 탓이다.

     

   크림슨가든과 직접 대화를 나눈 후, 둘 다 무슨 짓을 벌이고 다니는 것인지.

   그들이 연구한 마법들의 흔적이 연구실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일단은 연구실이기 이전에 왕궁이건만.

   이걸 보고 있으면 마궁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마법의 천국이 되어 있었다.

     

   “잘못 만지면 괜히 문제 생기는 것들도 있으니 따라와라.”

   “그런 게 있으면 지워 두라고.”

     

   앞서가는 까마귀에게 크라슈가 핀잔하자 그녀는 오히려 콧방귀를 내쉬었다.

     

   “전부 성위 마법을 연구하다 나온 결과물인 게다. 걱정하지 마라. 어차피 이 안에 들어올 수 있는 녀석들은 거의 없으니까.”

     

   세계 바깥에서 이름을 날리던 마법사들도 이곳에서는 초라한 수준의 지식을 갖춘 마법사일 뿐이다.

   그러니 마법 왕궁의 내부 안쪽에 비밀스럽게 지어진 연구실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손에 꼽았다.

     

   그리고 크라슈가 나아가는 길.

   그중 한 명인 녀석이 마침 눈에 띄었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은 참으로 변함없어 보였다.

     

   “바이오렌.”

     

   크라슈가 그 이름을 부르자 은발의 머리카락이 나부끼었다.

   그리고 곧 크라슈를 돌아본 그녀가 입가에 천천히 미소를 띠었다.

     

   “뭐야. 여자를 다섯 명이나 끼고 살고 있는 희대의 난봉꾼 천상사강이시잖아.”

   “만날 때마다 호칭이 점점 길어지고 있는 거 같은데.”

   “착각이야.”

     

   바이오렌 제블람.

   마황과 결계사의 하나뿐인 딸이자 마법 결계라는 고유 능력을 갖춘 라헬른 아카데미의 동창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었던 만큼 크라슈는 그녀에게 다가가 말하였다.

     

   “우유는 잘 먹고 있냐.”

     

   그리고 바이오렌에게 한대 얻어맞았다.

     

   “성장기가 끝난 지가 언젠데 우유 타령이야.”

     

   타고난 체구가 그리 크지 않은 바이오렌은 짜증스럽게 크라슈를 노려봤다.

   그것을 보고 한차례 웃음을 흘린 크라슈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결계사는?”

     

   그녀의 어머니인 세계 침식자, 결계사.

   익시온을 해체 시킨 그날, 크라슈는 마황을 강제로 끌고 와 익시온 녀석들을 탈탈 털었다.

     

   그 결과, 스스로를 완전 폐쇄 결계에 가둬 버린 뒤 익시온의 또 다른 거처에 숨겨져 있던 그녀를 발견해 냈다.

   다행히 목숨을 부지한 그녀였지만 아무리 마황이라고 한들 그녀의 완전 폐쇄 결계를 풀 방법이 없었다.

     

   거기서 나선 것은 바이오렌이었다.

   그녀에게 결계사를 보여준 뒤, 약 1년간 바이오렌은 결계사의 완전 폐쇄 결계를 푸는데 모든 시간을 쏟았다.

     

   그리고 기어코, 그녀는 결계사의 완전 폐쇄 결계를 풀어내고 말았다.

     

   「바이오렌…….」

     

   눈을 뜬 그녀가 바이오렌을 마주한 순간.

   바이오렌은 그녀를 끌어안고 눈물을 쏟아냈다.

     

   자신을 버렸다고 믿었던 어머니였지만, 누구보다 자신을 지키고 싶었기에 떠나갔던 어머니.

   그녀를 다시 품에 안은 바이오렌은 엄마를 되찾은 어린아이를 연상케 할 만큼 크게 울었다.

     

   그렇게 바이오렌은 결계사를 되찾았다.

   종종, 바이오렌의 상태를 살피러 제블람에 들렸었던 크라슈는 그 소식을 듣고 안도했다.

     

   그녀와의 약속을 다행히 지킬 수 있었으니까.

     

   “내가 우리 엄마랑 매일 붙어 다니는 줄 알아?”

     

   그것도 꽤 예전 일이라서일까.

     

   1년간은 이런 모녀 사이가 없을 정도로 붙어 다니더니.

   이제는 또 저렇게 퉁명스럽게 굴고 있다.

     

   “잠깐 볼일 보러 나갔어.”

     

   그 말을 들은 크라슈는 진심으로 바이오렌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 주었다.

     

   “걱정하지 마라. 이번에는 버리지 않고, 금방 돌아올 거야.”

     

   그리고 크라슈는 바이오렌에게 또 한 번 얻어맞아야 했다.

     

   “또 그딴 소리 하면 다음에는 결계로 가둬 버릴 줄 알아.”

     

   살벌한 이야기다.

     

   “그래 버리면 이제는 정말로 못 나가니까 그러지 마.”

     

   아직 힘을 못 되찾은 상황이다.

   그러니 그런 짓만큼은 피해주라 말하자 바이오렌은 크라슈를 스윽 흘기다가 숨을 한차례 내쉬었다.

     

   “하, 참, 너희 아내들은 잘도 널 밖에 내보내네. 괜히 불안해서 못 내보낼 거 같은데.”

   “…….”

     

   다음 말을 듣고, 크라슈가 잠깐 침묵했다.

   그것을 본 바이오렌은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이내 설마 하는 표정을 지었다.

     

   “……너 감금 당한 적 있어?”

   “감금 같은 거 아니었어.”

   “푸하, 비슷한 걸 당하긴 했나 보네?”

     

   그 말대로다.

   크라슈가 완전히 힘을 소실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한동안이지만 비앙카와 아스트리아, 하링, 카란디스가 번갈아 가며 거의 24시간을 붙어 다녔다.

     

   워낙 위험한 짓을 많이 하고 다니던 크라슈다.

   힘을 잃은 뒤라도 그의 본성은 어디 가지 않을 거로 생각해 넷 다 불안함에 마음 놓지 못한 것이다.

     

   그때의 넷은.

   지금의 크라슈가 떠올려도 조금 무서웠다.

     

   아무리 그래도 화장실까지 따라 들어오려 하는 건 조금 그렇지 않나 싶다.

     

   하지만 크라슈도 이 부분에 관해 이해할 수 있었다.

   불사가 있었다고는 하나 그릇이 완전히 녹아 버린 크라슈는 당시에 약 세 달간 눈을 뜨지 못했다.

     

   불사가 몸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영혼이 강제로 휴식 상태에 들어간 탓이다.

     

   그렇게 석 달 뒤에 눈을 떴을 때.

   크라슈가 제일 처음 본 광경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주위 사람들이었다.

     

   오죽하면 알리샤와 함께 잠든 크라슈를 보살피던 리리나 조차 얼굴이 반쪽이 되어 있었다.

     

   크림슨가든이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 안에 일어날 거라고 일러두긴 했으나.

   크림슨가든의 입장에서야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초상집이나 다름없었다.

     

   그나마 시즐리의 경우 일이 있어 네 사람에게 크라슈를 맡겨서 다행이었지.

   만약 아니었다면 다섯 사람이 번갈아 가며 크라슈의 곁에 쭉 있었을 거다.

     

   그렇기에 한동안 크라슈는 스스로 운명을 받아들이는 시간을 가졌다.

     

   그래도 시간이 흘러 크라슈가 몸을 회복하고, 이카루스의 단장으로서 안정된 활동을 시작하자.

   조금씩 그런 것도 멀어졌다.

     

   “내 잘못이 크니까 할 말은 없다.”

   “나원, 극성이네. 하긴, 그때는 좀 위험할 정도긴 했어. 솔직하게 말해서 네 주위에 있는 애들이 보통 위치는 아니잖아. 네가 그대로 일어나지 못했으면 정말로 세계가 쪼개졌을걸.”

     

   당시에는 바이오렌이 보기에도 정말로 위험했다.

     

   크라슈와 연관된 수많은 이들이 그가 깨어나지 못할 것을 대비해 여러 가지 방안을 찾아 세계를 이 잡듯이 뒤지는데.

   그 탓에 오죽하면 세계 전체가 긴장 상태에 들어갔을 정도였다.

     

   크라슈는 그 정도로 세계에서도 중요한 인물이 되어 있었다.

     

   “네 누이가 나는 제일 무서웠어. 하루마다 뭔가를 가져오는데. 크림슨가든, 저 여자가 말리지 않았으면 다음에는 뭘 가져왔을지 몰랐다고.”

     

   크라슈가 일어나지 못한 3개월은 다시 떠올린 바이오렌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크라슈가 헛웃음을 흘렸다.

     

   “그 말을 하는 너도 나 본 날 울었잖아.”

     

   바이오렌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크라슈가 깨어났다는 말을 들은 그날.

   제블람에서 한걸음에 뛰어온 바이오렌은 침대에 기대어 앉은 크라슈의 얼굴을 보자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었다.

     

   크라슈는 바이오렌에게 있어 인생을 바꿔준 사람이다.

   그런 그가 깨어나지 못한다는 소식에 그를 깨우겠다는 일념으로 정신계 결계까지 연구하고 있던 그녀였다.

     

   그런 마당에 크라슈가 일어났으니.

   그래도 불안했던 마음이 풀려 안도감에 울어버리고 말았다.

     

   “……그건 잊어, 좀.”

   “내 머리가 비상해서 잘 못 잊어.”

   “그럼 내가 그 머리를 쪼개주면 되겠네.”

     

   바이오렌이 손을 들자, 크라슈는 그대로 크림슨가든의 안내를 따라 도망쳤다.

     

   그렇게 바이오렌과 오랜만에 대화를 마친 크라슈는 크림슨가든과 함께 마황의 연구실 중심에 들어섰다.

   그러자 곧 크라슈의 눈에 비친 것은 무언가 마법진을 만지고 있는 한 은발의 남자였다.

     

   탁상 위에 그려진 건 마법 수백 개가 겹쳐서 만들어진 마법의 극의라 할 수 있는 고도의 마법진이었다.

     

   이를 끊임없이 수정하고 있는 이가 바로 마황, 테라시우스 제블람.

   제블람 왕국의 국왕이었다.

     

   그런 그의 옆에는 크림슨가든의 본체가 있었다.

   마황이 마법진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중간중간 개입하고 있던 크림슨가든의 어깨에 까마귀가 날아가 안착했다.

     

   [ 왔네. ]

     

   그러는 순간 크라슈의 머릿속에 테라시우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여전히 마법진에 시선을 꽂은 채 마법을 이용해 목소리를 전하고 있었다.

     

   “여의주, 챙겨왔는데.”

   [ 이쪽으로 가져와 줘. ]

     

   마법진의 수정을 멈추지 않으면서 잘도 말한다.

   그만큼 다른 곳에 한눈을 못 팔 정도로 집중해야 하는 거겠지.

     

   이는 크림슨가든도 마찬가지였다.

   까마귀를 통해 목소리를 전했을 뿐, 그녀도 마법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크라슈가 여의주를 가져오자 곧 손에 쥐었던 여의주가 빠져나가 마법진의 중심으로 올라갔다.

     

   그러자 마법진들이 하나둘 공중에 떠오르기 시작하더니 여의주의 주위를 감싸가기 시작했다.

     

   별빛이 휘날린다.

   저마다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완성된 마법들에 새겨진 문장은 밤하늘을 연상케 했다.

     

   그 광경은 크라슈가 보기에도 굉장히 아름다웠다.

     

   성위 마법.

   아벨라가 창시한 이후, 크림슨가든과 마황이 끊임없이 매달린 끝에 겨우 도달한 그 마법이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두 사람이 그동안 얼마나 끊임없이 성위 마법을 완성 시키고자 노력했는지 마법의 문외한인 크라슈도 느낄 지경이었다.

     

   쿠웅-

     

   그 순간 크라슈는 몸속 깊은 곳에서 울림을 느꼈다.

   그 울림의 정체는 다름아닌 천살성이다.

     

   천살성의 일곱 별이 여의주에 담기고 있는 성위 마법을 보며 반응하고 있었다.

     

   동시에 녹스의 밤에 이어 엑셀의 움직임, 라이오너의 전류, 이그니스의 불길까지.

   크라슈가 지금껏 흡수해 온 스킬들이 하나 같이 반응을 해왔다.

     

   스킬은 신이 부여한 힘이다.

   이들이 반응한다는 것은 곧 성위 마법이 신의 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소리와 같았다.

     

   새삼 깨닫게 된다.

   아벨라, 그 미치광이가 어떤 마법을 만들어 낸 것인지 말이다.

     

   마지막으로 크라슈의 몸속에서 꿈틀거린 것은 블랙 후드였다.

     

   모든 스킬이 일제히 크라슈의 몸 곳곳에서 반응을 해온 순간.

     

   번쩍!

     

   기어코, 한차례 퍼진 섬광과 함께 마법진들이 전부 사라졌다.

   대신, 예전 초월석과 비슷하게 여의주 내부에 은하수가 드리운 듯 빛나고 있었다.

     

   아름답다.

   그 말이 굉장히 잘 어울리는 광경이었다.

     

   “크라슈.”

     

   그 순간 드디어 마황이 그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과 크림슨가든의 얼굴에는 식은땀이 가득 흐르고 있었다.

     

   “블, 랙 후드를 써라.”

     

   두 사람이 겨우 여의주에 담기 성위 마법을 유지하고 있음을 깨달은 크라슈가 손을 들었다.

     

   블랙 후드.

   참으로 오랜만이다.

     

   이 뒤에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이제는 회귀자인 크라슈조차 모르지만.

   크라슈는 자신의 새로운 미래에 맡겨 보기로 했다.

     

   크라슈의 손아귀에 빛이 들어왔다.

     

   [ 대상 ‘성위·여의주’ ]

     

   그리고 성위 마법과 여의주를 크라슈가 삼켜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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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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